감옥, 여자 1

그녀의 생은 안과 바깥에 속해 있었다. 그녀는 감옥의 주민이었고 거리의 시민이었다. 일 년의 절반, 여자는 감옥 바깥에 살았고 나머지 절반은 감옥 안에서 살았다. 그녀는 수인이었고 또 시민이었다.

수인들은 그녀와 함께 밤을 보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잠들지 않은 순간, 그녀는 그들과 함께 감옥을 견뎌내야 했다. 그들의 감옥에는 그녀가 있었다. 또, 그녀가 없었다. 그녀는 감옥으로 출근했고 감옥에서 퇴근했다. 그녀는 오 평의 작은 원룸으로 퇴근했고 그곳에서 출근했다.

어쩌면 반대였을지도 모른다. 원룸보다 감옥에서 더 오랜 시간 그녀는 깨어 있었으므로 그녀는 원룸보다 감옥을 더 잘 기억하고 있었다. 군데군데 뜯어진 누런빛의 장판과 조악한 변기, 보랏빛으로 피어오른 곰팡이 아래에서 그녀는 수인들과 함께 생활했다.

하루의 반을 수인으로서 사는 것, 언제든 도망칠 수 있는 바깥에서 끊임없이 안으로 밀려오는 것, 오로지 돌아오기 위하여 나가는 것, 그것이 그녀의 직무였다.

그녀의 역할이 어째서 필요한 것인지 아무도 그녀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그녀는 감옥에서 태어났고 어머니가 사형되었을 때, 그녀는 바깥으로 내쫓겼다. 그녀는 다시 감옥으로 돌아왔고 감옥의 사람들은 그녀를 교도관으로 받아주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교도관으로서 반드시 가져야 할 어떠한 자격요건도, 서류도 없었으므로 그녀는 다른 교도관과 함께 생활할 수 없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에 그러했듯 수인들과 함께 지냈다. 그녀는 변색된 장미처럼 푸른 옷을 입은 여자들 사이에서 생활하였다. 그녀들은 살인자, 도둑, 방화범, 사기꾼, 아동 강간범이었다.

여자들은 그녀를 동정했다. 그녀는 바깥에도 감옥에도 완전히 속할 수 없었으므로. 온전한 감옥을 경험하고 또 언젠가는 온전한 바깥으로 밀려나게 될 그들과는 달리 여자는 늘 극단의 공간 주변을 떠돌았으므로.

그녀는 감옥에서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녀는 수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감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감옥에 그녀의 어린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직 어린아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다른 수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예배를 올리고 운동을 하고 잠시간 햇볕을 쬐고 기술교육을 받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수도 있었다. 바깥에서도 그녀는 그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이 허락되어 있었지만, 바깥에서 그녀는 한 번도 햇볕을 쬐고 식사를 하고 예배를 올리고 운동을 하고 햇볕을 쬐고 기술교육을 받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지 않았다. 그녀의 삶은 감옥 안에 있었으므로.

그녀는 어머니의 사형 장면을 보지 못했다. 아무도 어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아마 어머니는 목 매달려 죽었을 것이다. 한 팔로 공중에 매달려 백조처럼 부유하는 서커스의 아름다운 배우들처럼 어머니는 이 층 높이의 건물 아래 구멍에 희고 부드러운 발을 언뜻 내비치며 사라져갔을 것이다. 어머니는 시체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을 것이다. 사형수였던 어머니, 끊임없이 유예되던 사형을 언도받은 어머니는 그 순간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의미의 사형수일 수 없었으므로, 어머니에게는 무덤조차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사형에는 비밀스러운 구석이 많았고 여자는 정확한 사실을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머니의 죽음에는 여러 버전의 이미지들이 있었다.

어머니는 모든 죽음이었다. 급식판에 올라온 형체를 알 수 없는 검붉은 고기와 눅눅한 벽 구석자리에서 가련하게 떨고 있는 짐승의 무감한 눈, 여자들의 손바닥 아래에서 으스러지는 몸체.

어머니는 모든 죽음이었다. 닭뼈를 넣고 끓인 국물을 숟가락으로 휘저으며 그녀는 닭처럼 목이 잘려 흰 우유 같은 피를 출혈하는 어머니, 잘려나간 목 아래 붉은 살코기로 싱긋 웃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녀가 닭뼈에 어머니라는 이름을 붙였을 때 여자들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녀는 여자들과 함께 웃지는 못했다.

여자들은 그녀가 미쳤다고 말했다. 그녀가 곧 정말 수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가 탑처럼 높고 무덤처럼 깊은 곳에 갇혀 평생을 죽어가야 할 것이라고.

그들은 여자가 이미 감옥에 깊이 연루되어 있음을 모르고 있었다. 감방 안에 들끓는 알들, 모기와 파리와 바퀴벌레와 구더기와 나방과 지네의 알들은 모두 여자가 낳은 것이었다.

여자가 어머니로부터 배운 유일한 것은 알을 낳는 기술이었다. 여자는 신음도 비명도 없이 알을 낳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그러나 확고하게 반짝거리는 생의 진한 물기를 배설하는 방법을 여자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배워왔다.

이처럼 들끓는 알들, 여자는 천 개의 알을 낳았다.

잔혹한 학살자들의 가느랗고 포악한 손이 그녀의 아이들을 살해하는 동안에도 여자는 눈 깜짝 하지 않고 울었다. 여자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 역시 어머니에게 배운 것이었다. 사형이 한없이 미뤄지는 동안에도 어머니는 한 번도 울지 않고 버텼다. 다른 수인들이 어머니에게 독한 년이라고 비웃을 때도 어머니는 흐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가느랗고 축축하며 은밀한 눈물들은 언제나 어머니의 흰 알과 같이 매끄러운 얼굴 주변을 떠다니고 있었다. 여자는 어머니가 울지 않고 울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자는 그녀에게 울지 않고 우는 법을, 대기를 비밀스러운 흐느낌으로 적시는 법을, 심지어 바싹 메마른 눈으로 눈물 흘리는 법까지도 배웠다.

어머니는 아무에게도 네가 울고 있음을 들키면 안된다고 했다. 그들은 너를 동정하고 말 거라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너를 연민하고 사랑하여 너를 살해하고 말 것이라고.

어머니의 변호사는 사형이 집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십 년 동안 사형은 집행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곧 감형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머니는 무기징역수가 되는 것이었다. 무기징역수는 사형수가 될 수 없다. 심지어 무기징역수는 또다시 감형이 되어 바깥으로 쫓겨날 수도 있었다.

아주 늙은 노인, 제 등을 긁을 여력도 없는 노인, 코 끝에 내려앉는 거대한 모기의 퉁퉁한 배를 멀거니 바라보며 치욕에 죽어갈 수밖에 없는 노인, 그런 노인이 되어버린 어머니는 새로운 범죄를 개발해야 할 것이었다. 모기나 파리, 나방이나 개구리, 새나 고양이를 죽이는 것으로는 안 된다. 어머니는 그들보다 훨씬 크고 무거우며 단단한 동물, 사람을 죽여야 했다. 그녀를 닮은 동물, 오로지 그녀를 닮은 동물만을. 그토록 오랜 세월 뒤에, 나날이 작아지던 어머니, 나날이 구부러지던 어머니, 그토록 힘이 약한 어머니에게 어떠한 살해가 허락될 수 있었을까. 어머니는 바퀴벌레의 알을 으깨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이미 죽은 식물의 모서리에 짓찧어 발갛게 멍든 무릎으로 어머니는 죽어가고 있었다. 목에 걸린 달걀껍질 때문에 피를 흘리며 죽을 듯 고통스러워하던 어머니, 그녀는 더 이상 살인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불면하는 그녀의 얼굴 위로 기어오르던 천 개의 다리를 가진 지네를 그녀는 냉혹한 흐느낌으로 견뎌낼 수밖에 없었다. 여자가 비명을 지르는 동안에도 어머니는 가만히 누워서 가느다랗고 연약한 생의 움직임을 감당하고 있었다.

사형은 유예되고 유예되고 또 유예되었다. 어머니는 비참하고 자유롭게 평생을 살았다. 사형 없이 어머니는 죽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수인들은 어머니가 운이 좋다고, 그럴 줄 알았으면 그들도 더 강도높고 비열하며 치명적인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어머니가 원하는 것이 사형밖에 없다는 사실을 여자는 알고 있었다. 여자가 그녀의 뱃속에 있을 때, 그녀의 몸속으로 파고드는 어휘를, 여자가 끝내 배우지 못할 모어를 여자는 들었던 것이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상처도 눈물도 흐느낌도 신음도 없이. 그녀는 울고 있었다.

여자는 그녀를 위해 조개의 젖은 입속에서 썩어가는 우윳빛의 진주처럼 아름답고 징그러운 알들을 낳았다. 창가에, 거미줄에, 천장 구석자리에, 식판 위에, 변기 안에, 잠든 여자들의 입속에, 아이들은 미세한 먼지로 위장하였고 꾸역꾸역 태어났다. 여자는 그 애들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여자에게 알을 낳는 법만 가르쳐주었을 뿐 그것들을 길러내고 살게 하고 죽이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그것들이 모두 여자가 낳은 것임을 알려주지 않았다.

감방 안은 벌레들로 들끓었고 수인들은 공포와 경멸로 미쳐갔다. 그러나 죽일 수 있는 것,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 것, 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더라면 그녀들은 미치지 못해 더 빨리 미쳐버렸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자가 수인들을 위해 알을 낳은 것은 아니었다. 여자는 배설을 하듯 자연스럽게, 어쩔 수 없이 알들을 낳았다. 생의 희고 둥근 알, 오로지 죽기 위해 만들어진 것만 같은 경멸스러운 조각들을 배설하는 것은 여자가 유년에 배운 가장 강력한 기억이었기 때문이다. 낳는 것, 잉태하고 배설하고 버리는 것은 여자의 오랜 습관이었다. 여자는 아무것도 낳지 않고 살아갈 수 없었다.

대부분의 알들은 감옥 안에 내버려졌다. 거리의 집으로 돌아갔을 때 여자는 끔찍하게 지쳐서 아무것도 낳을 여력이 없었다. 알을 낳는 일은 글을 쓰는 일만큼이나 자연스러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알을 낳는 동안 여자는 어머니의 몸 곳곳에 잔혹하게 흩어져 있던 무자비한 흰빛을, 붉고 푸른 빛으로 위장되어 있었던 순결한 흰빛을 떠올려야 했고 그것은 여자를 병들게 했다. 여자는 피부 안쪽을 조각조각 부수어내는 독을 느꼈다. 바스라진 파편 하나를 담고 흰빛의 알이 태어났다. 그 하나의 조각은 여자의 전부였다.

여자는 매번 그녀의 모든 것을 낳았다.

한 조각의 먼지 한 조각의 물기 한 조각의 흰빛은 그녀의 전부였다. 수인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녀를 치고 으깨고 뭉개고 밟고 찢어서 죽였다. 그녀는 죽어가면서 죽은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한 번도 수인들을 말린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녀가 배설한 생들의 살아감을 한 번도 도와준 적이 없었다. 마치 그것들이 더 이상 그녀가 아닌 것처럼. 그것들의 죽음은 그녀의 죽음이었음에도. 그것들의 생은 그녀의 생이었음에도. 그것들이 그녀를 두고 떠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그녀가 낳은 것들은 가장 더러운 것이었다. 여자는 그 가련한 불결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그녀를 죽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일까? 여자는 으깨지고 찢어지고 뭉개지고 으스러지면서 무자비한 청결함을, 투명한 곤충의 피로 젖은 손바닥들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그녀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그녀는 살아 있었으므로. 벌레들은 마치 죽은 기억을 잊었다는 듯 또다시 즐겁게 웅웅거리며 날아다녔고 기꺼이 발각되었고 기꺼이 죽어갔으며 또 살아서 붕붕대며 날아가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계속해서 호흡하였다. 마치 한 번도 죽은 적이 없었던 것처럼. 비밀스럽게 그녀는 죽었고 무수히 죽었고 그녀의 죽음은 결코 들킨 적이 없었다.

수인들이 그녀의 메마른 가슴을 어루만지면서 잔혹한 시를 읊을 때도 그녀는 그녀가 이미 시체임을 이미 오래전에 죽었음을, 오직 죽음으로 살아남았음을 밝히지 않았다. 그녀가 시체라는 사실을 안다면 수인들은 더 이상 그녀를 만지고 그녀에게 입맞추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바깥의 바람으로 잉태되고 자라난 자유로운 삶의 향기였으므로. 그러나 그녀는 그들과 다를바 없이, 아니, 그들보다도 더욱 깊숙하게 감옥에 연루되어 있었다. 그녀는 감옥 없이 살아갈 수 없었고 죽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삶과 죽음을 모두 감옥 안에 두고 다녔다. 누구라도 무방비한 그녀를 죽일 수 있었다. 그녀를 강탈하고 그녀를 훼손하고 그녀를 짓밟을 수 있었다. 실제로 그녀는 그러한 방식으로 여러 번 죽었다. 그럼에도 살해자들은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하룻밤이 지나면 모기들은 또다시 복잡한 행복감에 경련하며 날아오르고 파리들은 오로지 순수한 환희만으로 빚어진 것처럼 솟아오르므로, 아무도 여자가 마모되어간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여자의 살갗이 소진되어가는 것을, 그녀의 거친 피부 안에 잠들어 있던 촌충의 희고 부드러운 알이 부드러운 납빛으로 번들거리는 것을.

여자는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릴 알들을 집요하게 낳았다. 암초에서 홀로 익어가는 세이렌이 끈질기게 선원들을 매혹하는 것처럼, 죽어버린 선원들은 바다가 아닌 배 위로 돌아가 그녀를 두고 영원한 바다를 항해할 것임에도, 괴물들이 영웅들을 살해하는 것처럼, 오로지 영웅의 복수를 받아들이기 위해 그들의 이야기 속에 자리를 얻기 위해 영웅을 찢어내고 저 자신을 찢겨내는 것처럼, 여자는 역겨운 알들을 낳았다.

점심을 먹고 나면 여자는 다른 수인들과 함께 기술교육을 받았다. 그녀는 죽은 나무를 토막내어 만든 의자 위에 앉아서 바느질을 했다. 무엇을 봉합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녀는 한 땀 한 땀을 얽어가는 일에 몰입하였다. 그녀가 어릴 때부터 그녀를 보아온 교도관들은 그녀에게 쉬어도 좋다고 했지만 그녀는 끈질기게 봉합해갔다. 상처도 없는, 한 번도 찢긴 적 없이 벌어져 있는 두 개의 천을 그녀는 이어내었다.

아무도 그녀에게 그녀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러나 작업에 몰입하거나 철저히 작업을 무시하고 있는 다른 수인들은 그녀들이 무엇을 만드는지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자신이 만든 작업물을 소유하고 싶어 했으며 심지어 자신이 만든 것, 그러나 그녀들에게 할당되지는 않은 것을 몰래 훔쳐가는 일도 있었다.

여자는 그녀들이 아이를 만들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여러 개의 피부들을 덕지덕지 이어 붙여서 발긋하게 살아 있는 진짜 아이를 만들었기에 그녀들이 그토록 작업물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감옥의 여자들은 누구나 자신의 아이를 가지고 있었다. 여자들은 천성처럼 낳았다. 붉은 육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 아이나 가공의 천 아이, 괴물 아이, 애완 쥐 아이, 닭 뼈들을 이어 붙여 만든 뼈 아이, 그림 속에서 살고 있는 집 아이, 탑 속에 갇혀 있는 공주 아이, 심장 대신 흰 솜뭉치로 채워진 인형 아이.

푸른 보석 같은 눈과 금발의 매끄러운 머리, 오똑한 코와 새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딸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인 곁에서 여자는 그녀에게도 아이가 있다고 문득 말했다.

수인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를 갖기에 그녀는 너무 어리다는 것이었다. 아이는 아이를 가질 수 없으므로, 여자가 낳았다는 아이들은 수인의 아이와는 달리 모두 가짜이고 거짓이며 망상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자는 정말 수천 개의 알들을 낳았다.

감옥에 있는 수인들 대부분 그녀가 낳은 아이를 한 번쯤은 죽여본 적 있음을 여자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수인의 아이는 진짜 출생기록과 진짜 사진과 진짜 추억과 진짜 혈액형과 진짜 몸을 가진 진짜 아이라는 것이었다.

수인이 여자의 뺨을 때리는 동안에도 여자는 그녀의 아이가 수인의 아이만큼이나 진짜라고, 출생기록이나 사진이나 추억이나 혈액형은 없지만 진짜 몸과 삶과 죽음을 가진 진짜라고 소리질렀다.

수인들은 여자가 미쳐버렸다고 생각했다. 여자를 때린 수인은 미친 듯이 흐느끼면서 그녀의 아이가 진짜라고 비명했다.

공주처럼 매끄러운 금발과 보석 같은 눈을 가진 아름다운 딸이 그녀의 아이일 수는 없었다. 수인은 공주를 낳을 수 없는 여자였다. 딸은 엄마를 닮으므로, 공주와 조금도 닮지 않은 수인은 공주의 어머니일 수 없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그녀가 아니라 수인이었다.

그러나 여자는 수인의 아이를 가짜라고 고발하기 위해서 그녀의 아이가 수인의 아이만큼이나 진짜라고 말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알들이 살아 있음을 그것이 모두 그녀가 낳은 것임을 고백하기 위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하지만 수인들은 믿지 않았다. 수인들은 그녀가 비열하다고 말했다. 그녀가 미친 여자라고 말했다.

그녀들은 그녀들의 아이가 환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의 아이는 진짜였다. 여자는 정말 알들을 낳았다. 국그릇 속에서, 식기 속에서, 변기 속에서 하수구에서, 문틈에서 드글거리는 흰 울음들, 여자는 그것이 모두 자신의 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거미줄 위에, 수인들의 귓속과 입술 틈에 그녀를 조심스럽게 쏟아부으면서 어머니는 느슨하게 웃었다. 아무도 세지 않은 알들을 여자는 어머니의 곁에서 작고 마른 손가락으로 세어나갔다. 만사천오십육 개의 알들, 그것은 어머니와 여자의 아이였다.

여자는 그때 낳았던 알들을 홀로 수태하고 홀로 다시 낳아야 했다. 여자는 언젠가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고심하며 알들을 은닉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낳는 일만으로도 너무 지쳐 있었기에 바닥 어디에나, 소변을 보면서, 국물을 떠먹으면서, 침을 흘리면서 구토를 하면서 알들을 내팽개쳤다. 알들은 집요하게 자라났고 번져갔다.

알들은 여자의 눈물이었다. 어머니가 사형되던 날에도 여자는 알들을 낳았다. 그녀의 울음을 목격한 것은 그녀의 알들뿐이었다. 그녀의 울음만이 그녀의 울음을 지켜보았다.

수인들은 여자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했다. 어릴 적부터 여자를 보아온 수인들은 여자를 제 아이처럼 귀여워했지만 감옥에 들어온 뒤 아무렇지 않게 감옥을 떠나가는 여자를 처음으로 본 수인들은 졸도할 듯 놀라면서 그녀가 탈옥을 한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녀에게는 감옥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열쇠가 있었다. 여자가 그 사실을 고백했을 때, 그리고 그들의 눈 앞에서 그녀의 말이 사실임을 보여주었을 때, 그들은 마치 그들을 가두어 둔 것이 여자인 것처럼 여자를 경멸하였다. 광폭한 적개심으로 녹아내리는 검은 눈들, 그러나 그들은 여자에게서 열쇠를 훔치지 않았다. 여자에게 그들을 꺼내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대신 여자를 저주하고 여자를 비웃었다.

그들은 여자가 병신이라고 했다. 여자는 바깥에도 감옥에도 온전히 거주할 수 없는 영원한 이방인, 거지, 집시, 방랑자, 난민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여자가 배신자라고 했다. 그녀들의 은밀한 범죄를 악착같이 찾아내 그녀들의 형량을 늘리기 위해 그녀가 그녀들 사이에 비열하게 숨어들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자를 혐오하면서도 그녀들은 여자를 쫓아낼 수 없었다. 여자의 신경 깊은 곳이 감옥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자를 감옥에서 완전히 쫓아내기 위해서는 그녀를 살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여자를 살게 내버려둘 수밖에, 그녀가 속수무책으로 감옥으로 되돌아오는 모습을 비웃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떤 수인들은 여자가 스파이라고 생각하여 여자에게 한 마디도 걸지 않았지만 또 다른 수인들은 여자를 아직 감옥에 아직 완전히 진입하지 못한 예비 훈련생으로 여기고 그녀에게 효과적인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여러 가지 조언을 건네기까지 했다.

그녀들은 여자가 감옥보다도 감옥 바깥을 더 고통스러워 한다는 사실을, 그녀의 유년과 그녀의 생, 그녀의 흐느낌과 그녀의 죽음이 모두 감옥에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녀들은 미숙한, 감옥에 완전히 갇히지 못한, 아직 수감될 만큼 경멸스러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여자의 존재로 말미암아 선생이 될 수 있었다. 그녀들은 엄하고 다정하게, 삶을 예술로 만드는 범죄에 대해 여자에게 알려 주었다.

그녀들은 그녀들이 어떻게 사산된 아이를 살해당한 아이로 만들었는지, 그녀들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를 어떻게 그녀들의 것으로 전유하였는지 설명하였다. 그녀들은 그녀들이 얼마나 유명해졌는지, 기발한 착상과 비정한 위장으로 얼마나 거대한 죄와 구원을 안게 되었는지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넌 아직 충분히 감옥을 경험하지 못했어. 감옥에서의 낮과 밤은 완전히 달라. 넌 감옥에서 낮을 보냈다는 이유 때문에 네가 감옥을 전부 알고 있다고, 적어도 감옥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식사와 배변, 청소나 교육을 경험했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진정한 감옥은 밤에 열리는 거야. 우리는 잠든 채로 가장 깊고 강렬한 감옥을 느껴. 네가 한 번도 감각해본 적이 없는 깊은 울음들, 감옥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신음과 불면, 몽유병으로 떠돌아다니며 벽에 이마를 부딪히는 여자들.

넌 어디 가서 결코 감옥에 대해 이야기해서는 안 돼. 넌 한 번도 감옥에 온 적이 없는 사람들만큼이나 감옥을 모르고 있으니까. 넌 감옥을 치명적으로 왜곡하고 축소하고 변형시키고 말 거야. 네가 아는 감옥은 감옥이 아니니까. 넌 감옥의 수인도 교도관도 아니고 감옥의 사람도 아니지.

네가 감옥에 매일같이 드나드는 건 네가 감옥을 결핍했기 때문이야. 넌 우리만큼 감옥을 경험하지 못했고 우리만큼 감옥이지도 않아. 우리는 출소한 뒤에도 감옥에 대해 생각하고 감옥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감옥은 우리 몸이니까. 우리는 결코 감옥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완전히 감옥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을 거야.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감옥을 떠날 수 있겠지.

감옥은 우리의 살이니까, 베어낼 수 없는 깊은 곳에 자리한 살, 썩어가면서도 강렬하고 아름다운 악취를 풍기는 상처, 그 상처 속에 우겨넣은 감옥을 우리는 봉합했으니까.

그녀들의 말처럼 여자는 정말 감옥을 결핍하고 있었던 것일까? 충분히 감옥이지 못했기 때문에 매일 감옥을 떠나면서도 다시 감옥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감옥 바깥에서는 알을 낳지도 삶과 죽음의 자리를 마련하지도 못했던 것일까?

수인들은 여자가 너무 비겁하고 위악적이어서 범죄를 저지를 수 없다고 말했지만 여자는 매일 범죄를 저질렀다. 그녀는 가장 불결한 벌레들을 낳았고 내버렸고 그들이 죽도록 놔두었다. 그러나 여자의 위반은 처벌받지 않는 범죄였다. 벌레를 낳고 벌레가 죽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감옥에 갈 수 있는 범죄가 아니었다. 생을 낳는 것, 울컥거리면서 새어나오는 젖은 생, 집요한 호흡들을 낳는 것은 범죄가 아니었다.

여자는 그녀의 죄에 걸맞는 새로운 감옥을 건축해야 했다. 그러나 여자가 상상할 수 있는 감옥, 그녀의 아이들과 생들과 죽음과 어머니와 유년이 있는 감옥은 그녀가 진입할 수 없는 감옥뿐이었다. 그녀를 감금하지 않을 감옥, 그녀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감옥, 그녀가 밤을 보낼 수 없는 감옥.

그녀는 감옥의 얕은 내부에서 서성였다. 알을 낳는 것, 더럽고 역겨운 흰빛들로 감옥을 더럽히는 것, 그것보다 더한 범죄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녀의 알들은 여느 사람 아기보다 더 살아 있었다. 그들의 죽음은 진짜였으며 그들의 삶 역시. 그들의 생은 죽음만큼이나 고통스러웠다.

그럼에도 그녀의 범죄를 인정해주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낳은 알들조차 그녀를 어미로 여기지 않았다. 끔찍한 벌레들의 생이 그녀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벌레들의 더듬이와 다리와 희멀건 내장과 오물이 모두 그녀의 살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여자뿐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어머니를 아는 것은 아니다. 여자가 낳은 무한한 아이들은 여자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과 같이 더럽고 그들과 같이 불결하며 다리가 많은, 그들처럼 연약하고 서툰 종류의 조악한 벌레를 원했을 것이다. 자식은 어머니를 닮기 마련이므로. 그들은 그들과 조금도 닮아 보이지 않는 여자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는 다른 어머니들이 그렇듯, 그녀의 자식들과, 수천 수만 개의 다리들 곤충의 날카로운 아가리 줄무늬 혐오스러운 배설구 바즈락거리는 소음과 깊이 닮아 있었다. 심오하고 집요한 유사성으로 여자는 여자들을 낳았다.

어쩌면 여자들이 여자를 오해하는 것은 여자가 감당해야 할 죄악인지도 몰랐다. 여자와 여자는 여자들의 틈바귀에, 부드럽고 연약하며 순결한 자리들, 겨드랑이 안쪽과 무릎 사이, 질구와 배꼽, 입술과 안와에 더러운 알들을 얹어놓았으므로. 그녀의 알들이 그녀들을 먹고 자라날 수 있도록. 그녀는 가장 비열하고 역겨운 잘못을 저질렀으므로.

수인들의 덥수룩한 머리칼은 이로 들끓었고 그들의 몸속에서는 이름 없는 작은 벌레들이 기어 다녔다. 그러나 여자들은 여자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그녀의 아이들을 죽였다. 여자는 아이들을 빼앗기고 강탈당한 어미였다. 그녀는 죽은 아이들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죽음의 어머니였다. 어째서 그녀들은 그녀가 배설한 생들을 눌러 터뜨리는가? 그녀의 무한히 깊은 곳을, 예민하고 취약한 흰빛을 으깨고 바스라뜨리며 웃는 것인가?

그녀들은 아이들의 어미가 누구인지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그녀에게 양도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이름을, 출생을 묻지 않았다. 여자는 그들에게 그것들이 여자라고 그것들 모두가 여자라고 소리치지 않았다.

여자는 여자들의 희고 거친 손에서 여자가 죽어가는 것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내장이 튀어나오고 알집에서 끈적한 알들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날개가 찢겨지고 추락하여 산산조각나는 모습을.

여자는 여자들의 공범이었다. 누군가 그녀의 뺨을 때릴 때 여자는 그녀의 엷은 막을 관통하는 흐느낌을 경청한다. 여자는 그녀를 향한 폭력에 귀를 기울이고 헐떡이는 숨소리, 희미한 울음과 갈증까지도 알아차린다. 그녀들의 범죄를 모방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 수인들의 범죄는 그녀의 범죄가 될 수 없었다. 그녀는 결국 아무것도 훔칠 수 없었다.

Series Navigation<< 발 없는 아이돼지재판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