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연기하는 교사를 연기하는 여자

교사는 소녀의 종아리를 때리며 비명처럼 날카롭게 소리 질렀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믿을 수 없게도 그녀는.

우리는 그녀를 해고하고 싶었다. 무대에서 쫓겨난 연극배우처럼 우스꽝스러운 명찰을 달고 그녀가 어디로 갈지, 음험하고 비정한 순진함으로 구경하고 싶었다.

소녀는 여자를 때리면서 울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녀를 해고했으니까! 그녀는 더 이상 우리의 개가 아니었다. 개의 역할을 잃어버린 그녀는 우리의 교사였다. 소녀는 그녀를 때리면서 울었다. 너를 믿었는데, 너를 믿었는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 하고 소녀는 울었다.

붉은 줄이 생긴 여자의 종아리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소녀는 비명을 질렀다. 개가 죽어가고 있어. 개가 사라지고 있어.

개의 얼굴에 가위를 꽂으면서 소녀는 울었다.

개는 죽지 않았어. 개는 이곳에 있어. 우리는 소녀를 감싸안고 흐느꼈다.

개의 얼굴에 가위가 꽂혔다는 사실을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개가 죽어간다는 사실을, 개의 존재가 나날이 희박해간다는 사실을 아무도.

우리는 한낮의 별을 찾고 있었다.

개는 다정하고 상냥한 얼굴로 그녀를 더 때려달라고 속삭였다. 때려도 괜찮단다.

하지만 너는 죽어가고 있어. 우리는 네가 죽는 것을, 네가 사라져버리는 것을 원하지 않아.

우리는 울었다. 깨어진 작은 조각을 맨발로 밟은 소녀는 피를 흘렸다. 피는 점점 위로 올라갔다. 소녀의 종아리와 허벅지, 입, 그리고 가위가 꽂힌 얼굴은 피투성이였다.

인형을 함부로 갖고 놀면 어떡하니. 인형을 소중히 다뤄야지. 왜냐하면 인형은 살아있으니까. 너는 살아 있는 인형의 언니니까.

하지만 그녀는 나보다 나이가 많아요. 그녀는 우리보다 어른이고 그녀는 가위를 원하고 있었어요. 우리는 그녀의 얼굴에 가위를 꽂았고 그녀는 웃고 있었어요. 우리가 가위를 꽂았기 때문에 그녀는 웃고 있었어요.

교실에 있는 다섯 개의 꽃병에 우리는 종이꽃을 채워넣었다. 물을 빨아들인 종이가 축축하게 젖어 늘어졌다.

교사는 칠판에 여러 개의 평행하는 흰 선과 하나의 비스듬한 선을 긋고는 엇각을 구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엇각은 가위의 날처럼 날카로웠다. 우리는 한 치의 각도 일그러지지 않도록, 그래서 우리가 애써 구해낸 우리가 구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각이 거짓이 되어버리지 않도록 그 엇각을 조심히 옮겨서 여자의 얼굴에 꽂아넣었다.

이제 그녀는 우리의 개다.

우리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가위를 얼굴에 꽂고 웃는 그녀를. 우리는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붉고 희멀건 뇌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녀는 한낮에 피어난 별처럼, 불가능한 개화처럼 아름답다.

소녀는 속삭인다. 우리는 당신을 미워하지 않아요.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아.

여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미 죽은 것일까? 아니, 그녀는 아직 죽지 않았다. 가위가 꽂힌 그녀의 얼굴에서 심장처럼 붉은 피와 기억이 흘러내리고 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기억이 없다. 그녀는, 개의 역할을 맡고 있는 그녀는 오직 개다. 우리는 그녀를 교사의 직위에서 파면하였으므로 이제 그녀는 오직 개다.

국어 시간에 소녀는 인형의 얼굴에 가위를 꽂아버렸다고 고백했다. 우리는 키득거리며 웃었고 교사는 놀라 납처럼 창백하게 굳어진 얼굴로, 가위가 꽂힌 채 죽어버린 인형처럼 흰 얼굴로 그렇게 잔혹한 이야기는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상한 영화를 봤나 보구나. 그런 영화는 보면 안 돼. 대체 뭘 본 거니? 그런 영화를 보다 보면 나쁜 아이가 될 거야.

하지만 우리는 나쁜아이였다!

소녀는 이미 나쁜 아이였다. 그녀는 나쁜 아이 이외에 그 무엇도 아니었다.

나는 개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교사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그녀는 자주 울었다. 그녀는 언제나 젖어 있었다. 우리는 아끼는 식물에 물을 주듯 그녀에게 마실 것을 부었다. 우리는 쉬는 시간마다 아껴놓은 우유를 그녀의 머리칼과 얼굴과 가슴에 부었다. 흰 빛이 그녀를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우리가 그녀를 미워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얼굴에 가위를 꽂은 채로 웃었다. 그녀는 가위를 선물한 우리를 사랑했고 우리는 가위를 꽂은 그녀를 좋아했다. 그녀가 가진 것 중 가장 아름다운 날은 가장 정박해 있는 것은 그녀의 얼굴에 꽂혀 있는 가위였다.

선생님, 우리는 선생님처럼 많은 눈물을 가진 어른이 될 거예요.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가위를 얼굴에 달고 길거리를 값비싼 인형처럼 행진할 거예요. 아이들은 우리를 갖고 싶어서 눈물을 흘릴 거예요.

인형들은 너무 축축하게 불어 있었다 인형들은 살이 쪘다. 인형들을 짜내어 물을 빼내지 않으면 인형들은 사랑받지 못할 것이다. 너무 무거운 인형들은 인기가 없다.

하지만 선생님, 그런 영화는 우리 뒤에 만들어진 거예요. 우리가 인형을 원한 게 먼저예요. 아무도 우리에게 인형을 원해야 한다는 걸, 인형을 원할 수 있다는 걸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인형은 우리의 발명품이에요.

인형의 얼굴에 난 깊은 균열이 우리의 최초인 것처럼 우리는 비현실의 궤적처럼 서서히 밀려드는 밤을 기다린다. 밤에 그녀는 우리의 가위를 꽂은 아름다운 얼굴로 웃으면서 눈물을 흘린다. 그녀의 눈물은 투명한 붉은색이다. 우리는 그녀의 눈물에 입을 맞추며 그녀를 사랑한다고, 그녀는 상냥하고 다정하고 아름다운 아이라고 속삭인다.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우리는 정말 그녀를 사랑한다.

우리는 불이 난 집에서 아이를 꼭 끌어안고 재가 되어버린 어머니처럼 그녀를 돌보고 싶다. 불이 나면 우리는 그녀를 끌어안을 것이다. 우리는 태양처럼 녹아내릴 것이고 그녀는 재가 된 우리를 마시며 살아남을 것이다. 그녀의 얼굴에는 열에 일그러져 아름다운 무늬가 생긴 가위가 꽂혀 있을 것이다. 불의 무늬는 우리의 흔적이 될 것이다. 모두가 우리를 사랑할 것이다. 모두가 우리를 존경할 것이다. 가위가 꽂힌 인형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우리를 떠올릴 것이다. 교사는 더 이상 우리에게 나쁜 생각을 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죽음은 삶보다도 더 깊은 생명이니까. 왜냐하면 우리의 죽음은 삶보다 더 길고 밝고 위대할 테니까. 우리의 인형은 우리의 삶을 증언할 것이고 우리가 그녀의 얼굴에 가위를 꽂아넣던 순간에 대해서도 말할 것이다.

우리는 인형의 둥근 귓바퀴 밑에 손을 밀어넣었다. 그녀의 찢겨진 얼굴에서 숨이 쉭쉭거리며 새어나왔다. 망가진 고무공처럼. 그녀의 날카로운 절단면 속에 눈을 붙이고 우리는 그녀의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은 악몽처럼 붉었다.

소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혹은 우주비행사. 혹은 장교. 혹은 대통령. 혹은 테러범. 혹은 독재자. 혹은 황제. 혹은 살인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소녀는 유명해지고 싶다고 했다. 더 많은 얼굴들에 가위를 꽂아넣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단 하나의 인형에 가위를 꽂아넣는 것으로 만족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인형만을 원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인형만을 사랑하고 싶었다.

그러나 소녀는 더 많은 사랑을 원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더 테레사가 되고 싶어했다.

하지만 너는 마더 테레사가 될 수 없어. 너는 키도 작고 멍청하고 가난하고 위대하지도 않고 가슴도 작고 자궁도 작고 다리도 짧으니까. 너는 마더 테레사의 인형조차 될 수 없어. 우리는 소녀를 놀리며 웃었지만 소녀는 여전히 테러범 독재자 군인 황제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 모든 어휘들을 동시에 갖고 싶다고 했다. 소녀의 욕망은 끝없이 깊었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 소녀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소녀가 선생님이 되리라는 것을, 훌륭하거나 위대하지는 않더라도 선생님이 될 수는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녀에게는 교사의 변덕적인 징후가 비추었으므로.

선생님이 되면 적어도 서른세 명의 아이들에게는 가위를 꽂아넣을 수 있을 거야. 적어도 서른세 명의 아이들은 사랑할 수 있을 거야. 적어도 서른세 명의 아이들은 죽일 수 있을 거야.

소녀는 부끄러움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렇게 외쳤다.

소녀는 벌을 받았다. 교사는 소녀의 종아리를 때리면서 울었다. 그녀는 소녀가 가여운 아이라고 했다. 인형밖에는 죽일 수 없는, 개의 내장을 찢어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너무 순수한 아이라고. 그러니 우리는 소녀를 잘 돌봐주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잘못 알고 있었다. 돌보아주는 대상은 우리였으며 돌보아주는 주체는 소녀였다. 소녀가 우리를 돌봐주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가 단 하나의 인형만을 공동으로 소유하기를 원하고 있을 때, 수천만 수억 수십억의 인형들에 가위를 꽂기를 원한 것은, 수십억의 얼굴에 가위를 꽂아 웃게 만들고 싶어하는 것은 소녀였다.

우리는 여자를 사랑하듯 소녀를 사랑했다. 그녀의 불가능한 낙관을, 그녀의 깊고 교란적인 욕망을.

우리는 소녀가 유명해지기를 바랐다. 소녀는 분명 그녀의 인형들을 우리에게 나누어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하나나 두 개의 인형을, 얼굴에 길고 매끄러운 가위날이 꽂힌 아름다운 인형들을 더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의 인형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었다.

소녀는 그녀를 다른 누구보다도 정성껏 돌보았다. 여자의 머리에 황금 색종이를 오려붙여 만든 왕관을 달아주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한 것도 소녀였다 황금과 은색 붉고 노랗고 초록이고 푸른 색종이 조각들을 온몸에 바른 여자는 공작새처럼 아름다웠다 여자는 그녀의 배에 떨어진 색종이들을 찢으며 놀았다. 더 이상 찢을 수 없을 만큼 가늘고 단단해진 색종이를 계속해서 찢어내면서 여자는 놀았다.

우리는 그녀의 가느다란 뒷목의 흰빛을 보면 죽고 싶었다.

어째서 가위는 하나뿐일까. 어째서 우리는 더 많은 가위들을 가질 수 없을까. 어째서 그녀에게 하나의 가위밖에는 꽂아줄 수 없는 것일까? 우리가 부자였다면, 더 많은 돈과 더 많은 가위들과 더 손들을 가지고 있었다면 우리는 그녀의 비어 있는 서글픈 도화지 같은 뒷목에도 가위를 꽂아줄 수 있을까?

그녀의 뒷목은 웃고 있지 않았다. 웃고 있는 것은 그녀의 얼굴뿐이었다. 그녀의 배, 그녀의 내장, 그녀의 음부와 그녀의 허벅지와 그녀의 팔꿈치와 그녀의 어깨는 웃고 있지 않았다.

우리는 그녀가 웃기를 바랐다.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우리는 여자를 상처내기를, 그래서 붕대로 칭칭 감기를 원했다. 그녀를 치료해주고 그녀를 위로해주고 그녀를 사랑해주고 그녀를 보듬어주기를 원했다. 엄마가 자식에게 그러하듯이. 그러나 그녀에게는 단 하나의 상처밖에는 없었다. 가위가 꽂힌 얼굴은 우리가 가진 유일한 상처였으므로 그것을 붕대로 감아 가려버릴 수는 없었다. 상처와 치료는 동시에 양립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에게는 치료보다도 상처가 간절했으므로-왜냐하면 상처 없이는 치료가 불가능하지만 그 역은 아니므로-그녀에게 붕대를 감아줄 수 없었다. 그녀의 상처를 씻기고 소독해주고 붕대로 칭칭 감고 그 위에 입을 맞추고 입김을 불어주는 것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더 많은 가위가 있다면, 그녀에게 더 많은 가위를 꽂아넣을 수 있다면 우리는 하나의 상처만 남긴 뒤 다른 모든 균열들을 붕대로 감아 치료할 것이다.

우리는 그녀의 다정한 엄마가 될 것이다. 그녀는 우리의 아이가 될 것이다. 우리는 그녀에게 개 이외에도 다른 역할을 맡길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수십 개의 역할을 맡는 수십 개의 인형이 될 것이다. 그러나 가위는 하나뿐이었고 그 가위는 이미 우리가 여자에게 선물했으므로, 그 가위는 이미 여자에게 속해 있었으므로 우리는 여자를 치료할 수 없었다. 여자를 위로하고 그녀의 피를 빨 수도 없었다.

나는 다정하고 상냥한 엄마가 될 거예요. 나는 아이를 사랑할 거예요. 나는 아이의 상처를 치료해 줄 거예요. 그리고 아이를 위해 죽을 거예요.

교사는 기뻐했다.

선생님, 나는 엄마가 될 거예요. 남자아이들까지도 그렇게 이야기하자 교사는 웃음을 터뜨리며 엄마가 아니라 아빠겠지, 라고 핀잔을 주면서도 기뻐했다.

하지만 그녀는 틀렸다. 우리는 아빠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여자가 되고 싶었다. 우리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우리는 당신을 연기하는 개를 연기하는 여자가 되고 싶었다. 우리는 교사가 우리의 비밀을 알아차리고 우리의 얼굴에 가위를 꽂아넣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교사는 이해하지 못했고, 엄마가 아니라 아빠라고 했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너희들을 사랑한다고 웃으면서 속삭였다.

립스틱을 바른 그녀의 입술은 저물어가는 노을의 빛깔이었고 우리는 그녀의 입 속에서 반들거리는 붉은 혀를 바라보면서 거짓말을 했다.

우리는 아빠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우리가 되고 싶은 것은 엄마였다.

우리는 오직 엄마가 되고 싶었다. 절벽 아래로 떨어뜨린 아이의 고기를 먹고 살아남아 다른 아이에게 제 고기를 먹이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불 속에서 타들어가면서 흐느끼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랑을 바라고 있었으니까. 우리는 사랑하고 싶었으니까. 우리는 사랑이고 싶었으니까. 우리는 길고 날카로운 손톱을 닮은 엇각을, 불 속에서도 뭉그러지지 않는 단단한 가위를 바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누구도 우리의 얼굴에 가위를 꽂아넣어주지 않았다. 우리는 엄마였고 우리는 개를 돌보는 개였고 우리는 당신이 아니었으니까.

소녀는 종종 이상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했다. 위대한 사랑은 이상한 것이므로. 소녀가 복숭아를 보고 구역질을 하면서 손톱으로 과육을 미친 듯이 파헤칠 때도, 의자 위에 올라서서 여자의 머리에 복숭아 즙을 짜낼 때도, 끈적끈적한 과육에 껍질이 벗겨진 헐벗은 과육에 여자가 젖어들 때도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자는 얼굴에 난 균열이 따가워서 비명을 지르며 손을 내저었지만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소녀는 옷장에서 치렁치렁한 엄마 옷을 잔뜩 훔쳐 와 여자에게 입히려 했다. 개는 옷을 입지 않는 법이라고 소녀에게 말해도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커다란 여행용 백팩에서 엉망으로 구겨진 옷가지들이 쭈그러진 내장처럼 쏟겨나왔다. 구겨진 옷은 여자에게 놀랄 만큼 잘 어울렸다. 길고 치렁치렁한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자는 정말 교사처럼 보였다.

우리는 돌아가면서 그녀의 종아리를 때렸다. 마지막 순간에 그녀가 우리의 종아리를 때려주기를 은밀히 기대하면서. 그러나 그녀는 망가진 인형처럼 엎드려 누운 채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소녀는 칠판 앞에 나가 작문을 읽는다. 교사는 소녀에게 더 많은 발표를 시키고는 했다. 소녀는 시선을 요구하고 있었다. 소녀가 얼마나 눈에 띄는 아이인지, 소녀가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 교사는 우리에게 틈이 날 때마다 가르치고는 했다. 우리는 소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소녀는 우리와 달랐으니까. 소녀는 특별했으니까. 그녀의 매끈하고 매혹적인 요철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게걸스럽게 흡입하고 있었으니까.

소녀는 개를 기를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인형을 가지고 있어서 감사하다고, 가위를 가지고 있어서 감사하다고, 비밀을 가지고 있음에 감사하다고, 살아 있음에 감사하다고 수줍게 속삭였다.

우리는 박수를 쳤고 교사는 눈물을 흘렸다. 감사함에 대해 우리는 매일 아침마다 발표를 했다. 교사는 무작위로 아이들을 선별해서 발표를 시키고는 했는데 그 중 소녀는 언제나 섞여 있었다. 첫 번째 차례는 언제나 소녀에게 돌아갔다. 뒤따라 나온 아이들이 소녀와 같은 내용을 발표하자 교사는 화를 내었다. 교사는 소녀의 것은 그 무엇도, 심지어는 언어나 감사함조차도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소녀는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하는 아이이므로 설령 소녀가 우리보다 더 많이 가졌다고 해도 결코 소녀의 것에는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것을 감사하지 않았다. 인형을 가지고 있고, 가위를 가지고 있고, 비밀을 가지고 살아 있음 이외에 우리는 감사할 만한 것을 단 하나도 발견해낼 수 없었다. 우리의 생은, 우리의 인형은, 우리의 가위는, 우리의 비밀은, 우리의 생명은 모두 소녀를 베낀 것일까? 그렇다면 소녀는 어째서 우리에게 화를 내지 않는 것일까? 어째서 그녀의 비밀을 인형을 생명을 가위를 가지고 도망치지 않는 것일까? 그 모든 비밀들을 훔쳐가면 소녀는 더 위대하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그녀는 소원대로 유명해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TV에서 한때 우리의 비밀이라고 믿었던 비밀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볼 것이다. 우리는 그녀가 한때 우리의 것이었다고 은밀하게 되뇌며 기뻐할 것이다. 그것만으로, 그녀의 삶 일부를 분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만족할 것이다. 그러나 소녀는 아직 우리의 곁에 있었고 아직 우리를 떠나지 않았으며 소녀의 비밀 역시.

교사는 소녀를 너무 사랑해서는 안 된다고, 소녀가 화장실에 간 사이 우리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소녀는 곧 우리를 떠날 것이고 영원히 고착되어버린 사랑을 떼어내는 일은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우리는 교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교사는 소녀가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는데 어째서 소녀에게 더 많은 사랑을, 그녀에게 온당한 과도한 사랑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인가? 소녀가 가지고 있는 병조차도 우리는 동경하였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병마저도 우리는 사랑하였다. 왜냐하면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은 언제나 더 좋은 것이었으니까. 심지어는 불운이나 절망이나 죽음마저도 더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더 유명하고 더 많은 것을 끌어당긴다. 비극의 여배우는 부자이며 절명한 여배우는 더 유명하며 절망에 목을 맨 여가수는 더 많은 관객들을 갖는다. 유령처럼 남은 목소리를 듣기 위해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더 많은 장소에서 그녀를 초혼한다. 우리는 소녀가 더 불운하기를, 더 절망하기를, 더 빨리, 더 많이 죽기를 바라고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녀를 아이처럼 사랑했으니까. 엄마는 아이가 더 많은 것을 갖기를 바라는 법이니까. 우리는 소녀가 병과 불운과 절망과 죽음으로 행복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소녀에게 가위를 꽂아줄 수는 없었다.

우리가 가진 가위는 단 하나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소녀가 결핍한 것은 그녀가 가진 것만큼이나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가위였다. 소녀가 얼마나 가위를 아꼈는지, 그녀가 얼마나 자주 가위의 꿈을 꾸었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감사할 것을 발표하는 시간마다 소녀는 가위를 언급했던 것이다. 그러나 소녀는 더 이상 가위가 그녀의 몸 속에서 박동하는 것을, 그녀의 얼굴 밑으로 침잠하는 것을, 그녀의 일부인 가위를 상상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미 가위를 선물하였으며 한 번 꽂아버린 가위를 빼내는 일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소녀는 여자의 엄마였으니까. 여자는 소녀의 개였고 소녀의 인형이었고 소녀의 소유였으니까.

소녀가 가장 아끼는 것은 이미 여자에게 속해 있었고 소녀는 여자를 이전보다 더 사랑하게 되었다. 잃어버린 가위의 몫까지.

그러나 소녀는 여전히 가위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으며 가위를 가지고 있어 감사하다고 교단 앞에 나가 작고 매혹적인 갈빛 입술로 속삭였다. 그러나 소녀는 가위를 독립적으로 소유한 것이 아니었다. 가위는 소녀가 소유한 여자에게 속해 있었으므로, 만약 소녀가 여자를 잃어버린다면 그녀는 동시에 가위 역시 잃어버린 것이 된다. 그러나 우리 누구도 소녀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소녀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어째서 더 많은 사랑이 더 많은 상실을 동반하는지. 소녀는 아무런 기대도 약속도 없이 사랑하였고 그 무차별적이고 잔혹한 사랑에 훼손되는 것들 역시 소녀의 몫이었다.

우리가 수학 시험을 볼 동안 가장 먼저 시험지를 제출한 소녀는 운동장에 나갔다. 창문 밖으로 그녀가 모래 사장에 손을 밀어넣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험지에 평행하게 그어진 수십 개의 검은 선 위에 비스듬히 그어진 선과 관통하는 선으로 발생하는 엇각들의 너비를 적어내면서 나는 햇볕에 달처럼 희게 달아오른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둥글고 검은 눈과 작은 코와 갈빛의 입술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희고 투명한 가위를 얼굴에 꽂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녀의 얼굴에 꽂혀 있는 가위 날의 각도가 어떤 숫자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가위가 투명했고 햇볕이 너무 희었기 때문에 도저히 셀 수 없었다.

우리는 차례로 시험지를 제출하고 바깥으로, 흰 개미처럼 홀로 남은 작은 소녀가 있는 운동장으로 내려갔다. 우리는 소녀를 둥글게 에워싸고 모래장난을 했다. 우리는 여자에게 선물하기 위해 색색의 양동이에 옅은 갈빛의 신선한 모래를 가득 담았다.

모래를 손으로 긁어내는 중에 우리는 금발의 여자 마론인형을 발견했다. 인형은 벌거벗은 흰빛이었다. 우리는 그토록 흰 피부를 가진 여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놀란 눈으로 인형을 돌려 보았다. 인형은 눈꺼풀조차 없이 크게 뜨인 갈색 눈으로 허공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 한 여자아이가 인형의 속에 벌레들이 들끓을지도 모른다고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인형과 베개의 내부에서 모래와 먼지와 솜을 먹고 번식하는 벌레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소리쳤다.

우리는 깜짝 놀라 구덩이 속에 인형을 던져넣었다. 인형은 거대한 유리 구처럼 투명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지만 그녀의 커다란 두 눈에는 아무것도 비추어지지 않았다.

여자아이는 인형을 묻어버리자고 애원했으나 소녀는 용감하게도 인형을 주워들어 몸에 끼워져 있던 고무로 된 목과 머리를 떼내었다. 그리고 인형의 쭈글쭈글한 목에 젖은 검은 눈을 가져다대었다.

소녀는 무언가 있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소녀의 손에서 인형의 머리 없는 몸을 받아들고 소녀가 그랬듯 만화경에 눈을 갖다 대듯이 인형의 목에 눈을 대고 몸 속을 들여다보았다. 소녀의 말대로 그 안에는 무언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있었지만, 인형의 안에는 분명히 무엇인가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설명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그것의 이름을 알아낼 수 없었다.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묘사할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없었고 기억할 수조차 없었다. 우리는 그날 처음으로 구멍을 보았다고 생각하였으나 사실 우리는 너무나 오래 전부터.

우리는 흙 구덩이에 불룩한 흙이 차오른 양동이에 대고 반쯤 묻힌 타이어에 대고 서로의 손에 대고 구역질을 해댔다.

인형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누군가 인형을 훔쳤던 것이다. 그러나 인형을 숨긴 사람을 우리는 끝내 찾지 못했다. 어쩌면 우리가 미칠 듯한 현기증과 착란과도 같은 멀미에 시달리는 동안 누군가 모래 속에 인형을 묻어버렸을지도 몰랐다.

우리는 다시는 인형의 속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인형이 사라진 것을 우리는 너무나 다행스럽게 여겼다. 왜냐하면 우리는 더 이상 그것을 기억하고 그것을 마주하고 그것을 바라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인형이 눈 앞에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 속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을 테니까. 바라봄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었고 우리는 저주받은 병든 천사가 낳은 오염된 알과도 같이 불가해한 그것을 더 이상 구토해내고 싶지 않았다.

인형이 눈 앞에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영원히 닫히지 않는 질긴 구멍들을 잊었고 다시 맨손으로 자유롭게 흙을 파낼 수 있게 되었다. 여러 번 발과 손으로 꾹꾹 눌러 높은 밀도로 채워진 양동이는 너무 무거워서 우리는 미지근한 땀을 질질 흘리며 계단을 올라야 했다.

토사물이 섞여든 양동이의 속은 끈적끈적하게 젖어 있었다 우리는 기분 좋은 메스꺼움에 장난스럽게 웃었다.

교사는 칠판에 우리들의 이름과 함께 수학 성적을 적어놓았다. 우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칠판 앞으로 달려들어 이름을 혹은 숫자들을 지으려고 날뛰었다. 그곳에 소녀의 이름과 성적은 없었다.

소녀는 병원에 가고 없었다. 소녀가 없었기 때문에 감사함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도 없었다.

소녀가 없을 때 교사는 자주 소녀에 대해 말했다. 우리에게 소녀가 잘 지내냐고, 이상한 점은 없냐고 물었다.

우리는 비밀에 대해 털어놓지 않고 그 무엇도 대답할 수 없었으므로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비밀 없이는 단 하나의 사실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소녀는 그녀의 비밀과 인형과 가위와 생명과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소녀가 병원에서 어떤 수업을 듣는지 우리는 알지 못했다. 우리는 알려지지 않은 비밀을 가지고 있는, 그 매혹적인 진짜 비밀들에 속해 있는 소녀를 부러워하며, 이미 모두에게 알려진 엇각의 비밀 아닌 비밀들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

청소 도구함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심장이 조각났다. 여자가 있었기 때문에, 비밀스럽게 숨겨진 인형이 소녀가 남겨두고 간 가위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지루하고 서글픈 엇각들의 재현을 견딜 수 있었다. 우리는 여자를 소녀처럼 사랑했으므로. 소녀의 비밀은 우리의 비밀이기도 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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