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여자

그녀는 개였고 여자였다. 개, 그리고 여자.

그녀의 주인은 종종 그녀가 개라는 사실을, 그리고 여자라는 사실을 견디지 못했다. 그녀가 개처럼 흐느낄 때, 개처럼 네 다리로 돌아다니고 개처럼 똥을 싸고 개처럼 오물을 흘릴 때, 개처럼 탐식하고 개처럼 체하고 개처럼 구토할 때, 주인은 그녀를 경멸하며 몰아붙였다.

넌 나쁜 개야, 넌 개야, 넌.

그녀가 첫 생리를 하던 무렵 주인은 깜짝 놀라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피를, 그리고 집안 바닥 곳곳에 흩뿌려진 핏방울을 돌아 보았다.

더러운 년, 하고 주인은 말했다.

개 여자는 더러웠다. 그녀는 어디에나 오물을 흘리고 오물로 뒤덮여, 오직 오물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주인이 슬리퍼를 신은 발로 개 여자의 작고 부드러운 얼굴을 걷어찰 때, 여자는 짖는 대신 몸을 웅크렸다.

개처럼 울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고 주인의 목을 바라보았다. 단단히 굳어 있던 목 근육이 서서히 풀어질 때, 여자는 주인에게 끌어안겨 입을 맞출 수 있었다.

주인은 개 여자를 사랑했다.

주인은 개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주인은 개 여자에게 먹이를 주고 물을 주고 개 여자의 털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고 개 여자의 생을 관리해 주었다. 개 여자가 까무룩 죽어버리지 않도록, 개 여자가 그녀에게 알려지지 않은 동류들보다 더 오래 살도록. 주인은 개 여자의 생을 사랑했다.

개 여자와 오래도록 함께 살고 싶다고 주인은 종종 떨리는 음성으로 이야기했다.

개 여자가 유리구슬을 집어삼켰을 때, 주인은 그녀의 입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구슬을 꺼내었다. 주인의 흰 손가락은 피투성이었다.

여자를 매질하면서 주인은 널 살리기 위해서, 널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둘은 여자에게 같을 수 없었다. 개 여자는 그다지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믿을 수 없이 격렬하게도, 여자는 죽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주인의 매질이 영원처럼 계속되기를 그래서 죽음을 부릅뜬 두 눈으로 마주하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여자는 종종 유리구슬을 삼켰다. 곧 집안에 유리구슬이 하나도 남기지 않고 사라질 때까지, 투명한 유리구슬로 그득 차 있던 수중 식물들이 자취도 없이 없어질 때까지. 식물들은 개 여자를 증오했을까? 그러나 개 여자는 그들을 미워하지 않았다. 개 여자가 관심을 가진 것은 오직 그녀 자신의 죽음뿐이었다.

외출을 할 때 주인은 개 여자를 여자의 머리까지 오는 울타리 속에 가두어 놓고 나갔다. 주인이 사라질 때마다 개 여자는 위험한 것들을 삼켰고 치명적일 정도로 개처럼 굴었으므로 이러한 조치는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당신은 그렇게 말했다. 그건 널 위한 일이었어. 모두 널 위한 일이었다고. 널 살리기 위해.

그러나, 하고 여자는 대답했다. 난 죽음이었어요. 삶을 위한 게 날 위한 일이 될 수는 없어요. 당신은 그저 내 생명을 관리하고 연장하여 만끽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오래도록 난 생에 대한 당신의 집착이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니었어요. 생의 심부에는 죽음이 있고, 죽음의 표면에는 엷은 막과 같은 생이 둘러싸여 있으므로 억지로 봉합해 놓은 생의 속에서 죽음의 씨앗이 썩어버릴 때까지 죽음을 학대한 것은 당신이므로.

주인이 울타리를 잠가놓고 나간 뒤 여자는 두 발로 서서 울타리를 쉽게 뛰어넘고 거실로 향했다. 그녀는 얼마든지 두 발로 설 수 있었으므로. 두 발로 섰을 때는 네 발로 엎드렸을 때보다 훨씬 컸으므로. 여자는 한 번도 숨긴 적이 없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었다.

여자는 코를 바닥에 붙이고 수천 가지 혼합된 냄새를 맡으며 걸어갔다. 사라진 낙엽의 냄새, 그녀의 침으로 흥건히 젖은 유리구슬의 냄새가 그곳에 있었다. 잘려나간 나무의 시신 냄새, 추출된 화학섬유들의 냄새, 집 안에는 지독한 시취가 진동했다. 무엇보다도 토막난 나무들의 냄새가 가장 지독했다. 벌거벗은 육신의 냄새. 헐벗은 살의 감미로운 악취.

여자는 죽고 싶었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죽음을 원했다. 흰 벽이 점점 멀어질 때마다 그녀는 죽음을 떠올렸다. 아무도 그녀에게 가르쳐 준 적이 없는 죽음. 아무도 그녀에게 선물한 적이 없는 향기로운 이미지들을, 깨어진 머리, 균열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희고 부글거리는 거품, 거품 속에서 피어나는 말간 결여의 파열, 거품들은 깨어지고 깨어지고 깨어져서 결국 끔찍할 정도로 잠잠해진다, 여자는 죽음, 교살, 상처, 구더기, 백합, 흰, 모래, 달, 물, 익사, 중독과 같은 어휘들에 매혹되었다. 아무도 그녀에게 가르쳐준 적이 없었던. 그러나 그렇게 신기할 일은 아니었다. 그녀는 늘 배운 적 없이 알았으므로. 인간의 언어를 주인이 가르쳐주었던가? 인간의 글을? 두 발로 걷는 법을? 오줌을 참고 항문을 잠그는 법을? 울타리를 뛰어넘는 방법을? 죽은 나무들의 고약한 시취를 구분하는 방법을?

그녀는 종종 주인을 초월하였다. 그녀의 후각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글자와 글자의 형태를 구분하는 방법을 문장과 문장의 기묘한 체취를 구분하는 방법을 언어와 언어의 서글픔을 감별하는 방법을 그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더 잘 알아갔다. 그녀는 주인의 책장에서 두껍고 검은 책 한 권을 물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페이지 사이에 코를 박고 어휘들을 들이마셨다. 문장들을, 상념들을, 감정들을, 그녀는 개의 연구 보고서를 읽고 놀라워했다. 공중견과 음악견, 그녀는 그들의 투명하고 아름다운, 비상하는 몸을 상상해 보았다. 그녀는 그들에게 제 냄새를 펼쳐보이려 했지만 땀샘을 열고 침을 뱉어 그들에게 그녀의 존재를 알리려 했지만 돌아오는 냄새는 같았다. 그녀는 그저 코를 박고 글자들을, 결코 변하지 않을 냄새들을 읽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만으로 그녀는 만족했다. 그녀의 땀구멍은 벌어졌다가 수축하기를 반복했고 그녀는 자신의 황홀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녀의 몸은 무엇보다도 매혹적인 텍스트였다. 그녀의 몸은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을 뛰어넘었고 언제나 그녀에게 알려지지 않은 무한하고 풍부한 냄새들을 분출하였다. 개 여자는 그녀의 몸이 이미 알고 있는 새로운 냄새들을 경유하여 세상을 배웠다. 그녀는 오직 자신의 몸으로부터 배웠다. 몸은 끝없는 매혹이었다.

개 여자는 슬픔과 기쁨, 절망의 냄새를 맡았다. 분뇨와 피, 지방과 음식물, 구토와 부패의 냄새를 맡았다. 냄새는, 그녀의 몸은 날개도 없이 날았다. 그녀는 그녀가 삼키고 읽은, 감각한 냄새들을 훔치며 더욱 향기로워졌고 더욱 멀리까지 날 수 있었다. 그녀의 냄새는 아름다운 색채였으며 어느 여가수의 소프라노보다도 높이 상승하는 음악이었다. 그녀는 공중견이었고 음악견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냄새에서 그녀가 끊임없이 스스로를 매혹하는 냄새에서 공중견과 음악견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비상과 음악보다도 황홀한 것은 죽음이었다. 황홀한, 황홀한, 황홀한 죽음의 냄새. 무엇보다도 기쁘고 절망적인 냄새. 그녀는 그 냄새를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었다. 그 냄새는 그녀의 죽음에 대한 암시였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유일한 예감이었다.

그녀가 어렸을 때 죽음의 냄새는 다른 모든 냄새를 뒤덮을 정도로 강렬했다. 하지만 주인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 예방주사를 맞을 때마다, 간호사들이 흰 장갑을 낀 손으로 그녀의 귓속에서 수런거리던 진드기를 잡아 터뜨릴 때마다, 그녀가 점점 부풀고 튼튼해질 때마다, 가녀리던 뼈가 점차 굵어지고 털이 복슬복슬하게 차오를 때마다 죽음의 냄새는 점점 희미해졌다. 그녀는 몸 속을 가득 메우고 있던 죽음의 절망과 황홀이 점차 가라앉는 것을 두려움에 떨며 느꼈다. 진정으로, 그녀가 원하는 것은 그녀의 생의 초기에 강렬하게 예견되었던 그 냄새를 달성하는 것, 그 냄새의 원류로 돌아가는 것, 그 냄새로 코가 망가져버리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죽음은 나날이 희박해졌고 그녀는 죽음의 상실 때문에 치명적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아무도 알아차릴 수 없는 병, 그녀의 몸조차 모르게 그녀는 비밀스러운 병을 앓고 있었다. 주인은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고 그녀는 주인의 붉고 얇은 입술에 묻어 있는 시고 짭조름한 살의 향기를 핥아내었다. 입술에서는 짙은 비린내가 났다.

그녀는 주인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일까? 주인이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방식으로 그렇게 주인이 살아남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일까? 그러나 그녀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 최상의 것은 죽음뿐이었다. 그녀의 사랑은 주인의 사랑과 같을 수 없었다. 그녀는 주인이 죽기를 바라지 않았고 또 주인이 살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그녀의 몸을 뒤덮은 향기로운 죽음, 그녀의 죽음뿐.

주인은 여자의 가느다란 목에 검은 가죽줄을 매달았다. 바깥은 위험하니 조심해야 해, 하고 주인은 말했다.

여자는 주인과 함께 검은 숲을 거닐었다. 땅은 죽음의 냄새로 넘쳐났다. 삶만큼이나, 죽음으로. 삶의 심부에서 속닥거리고 있는 죽음, 삶의 껍데기에 훤히 드러나 방치된 죽음, 그러나 그녀의 것은 아닌. 그녀는 말라붙은 낙엽에 코를 박고 킁킁거렸다.

낙엽 아래쪽에서 은밀하게 낙엽의 검은 살을 갉아먹고 있던 날벌레가 여자의 코 위로 날아들었다. 그 작고 가녀린 다리들이 여자의 콧속으로 밀려들어왔다. 여자는 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질쳤다.

주인은 깔깔거리며 웃었고 여자는 놀란 눈으로 주인에게 속삭였다. 삶이었다고. 그녀는 삶을 보았다고.

그녀에게 닿고 흘러드는 모든 삶은 그녀였으나 그녀를 둘러싼 검은 숲, 죽음은 타자의 숲, 타자의 밤이었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바닥에 오줌을 흘렸다. 가장 그녀인, 가장 짙은 그녀를. 혼란스러운, 저속한, 냄새의 기하학. 그녀는 흘려보내지만 그녀는 단단한 고체로 그 자리에 남아있다. 흘러간 그녀는 그녀이지만 그녀의 전부가 아니다. 그녀는 남아있다.

그녀는 주인의 푸른 눈을 올려다본다. 하늘처럼 맑고 차가운 푸른 눈. 때로는 검거나 붉은, 그러나 대체로 푸른. 그녀는 색채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는 색채를 본다. 그녀에게 푸름을 알려준 것이 무엇이었던가? 주인의 눈이 푸르다는 것, 그리고 때때로는 검거나 붉다는 사실을 은밀하게 누설한 이는 누구였던가?

그녀는 꿈 속에서 흰 개를 보았다. 개는 여자가 어리석다고 비웃었다. 넌 아무것도 몰라. 어린 개야, 넌 너무 어려, 넌 죽음을 알기에는 너무 어리고 멍청해.

개 여자는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입은 단단한 입마개에 감싸여 잠겨 있었다.

흰 개는 초승달처럼 가느랗게 웃으며 말했다. 삶에 연루되지 않으려고 몸부림칠수록 넌 삶에 깊이 빠져들 거야. 삶을 갈망하지 않는 생은 어디에도 없단다. 인간들이 맞고 네가 틀렸어. 넌 너무 어려서 착각하고 있는 거야. 네 욕망은 죽음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삶에 대한 욕망이야. 너처럼 어리고 가녀린 소녀들은 종종 그걸 착각해서 검은 숲으로 홀로 들어가곤 하지. 턱을 물어뜯기고 죽어가면서 소녀들은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달아.

주인은 먼지처럼 희고 아름다운 개를 그녀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주인이 긴 머리의 검은 여자와 벤치에 앉아 다정하게 속닥거리는 동안 개 여자는 하얀 개와 인사를 나누었다.

하얀 개는 웃지도 않고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들었다. 하얀 개가 여자의 목 아랫부분을 은밀하게 물어뜯는 동안 여자는 질식할 듯 두려웠지만 한 마디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흰 개는 뒤늦게 발작적으로 웃으면서, 넌 어린 개구나, 하고 속삭였다. 꿈처럼 아득하고 신랄한 짖음으로, 넌 어린 개야, 하고.

여자는 놀라서, 당신을 본 적이 있어요, 하고 속삭였다.

그녀의 목 아래에는 흰 개의 잇자국이 깊이 남았고 그녀는 몸 안에 삽입된 흰 개의 비린내를 느낄 수 있었다. 흰 개는 유령처럼 달콤하고 불길하였다. 영원과 같은 순간 흰 개의 검은 눈이 여자의 눈을 파고들었고 여자는 그를 더 잘 보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가 여자를 도와줄 수 있을까? 여자는 그의 새끼들을 낳으며 죽게 될까? 그러나 여자는 곧 흰 개 역시 그녀와 같은 여자임을, 희고 날카로운 종이 페니스조차 달리지 않은 여성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눈물 흘리는 그녀를 애무하며 흰 개는 만약 자신이 병자였다면 기꺼이 그녀에게 병을 옮겨 주었을 것이라고 속삭였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거세되었다. 그녀에게 자궁이 없다는 사실을, 옮길 수 있는 병도 없다는 사실을, 이미 그녀의 내부 깊숙이 침투한 항체들이 그녀의 감염을 절망적으로 막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여자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주인과 함께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바깥의 무엇도 그들 몸을 망가뜨릴 수 없기에. 여자는 죽고 싶었다. 개 여자는 죽고 싶었다.

여자는 죽고 싶었다.

불완전한 밀실로 밀려드는 목소리. 매료시키며 비등하는 천박한 냄새들. 그녀는 듣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죽지 않을 것이다. 그녀를 둘러싼 우연적 효과들은 결코 그녀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죽지 못할 것이다.

흰 개는 그녀 주인의 눈이 푸른색이라고 속삭였다.

여자는 이미 알고 있다고 답하려 했으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어쩌면 그 순간, 그녀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을지도 몰랐으니까. 놀랍도록 차고 냉혹한 푸른색, 깨끗하고 순결하며 멸균된 푸른색.

그 푸른색은 아름답다고 했다. 흰 개는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너무 오래 잠들려 애쓰지는 말라고 생의 초기를 깊은 잠으로 흘려보낼수록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에 잠들기 어려워지므로, 고통을 불면으로 견디는 것은 너무 잔혹한 일이므로 오직 밤에만 잠들라고 충고했다.

그렇지만 난 당장 죽고 싶어요. 지금 당장 조금도 더 기다리지 않고, 하고 여자는 울부짖었다.

깜짝 놀란 주인들이 그녀를 돌아보았을 때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교활하게 물린 상처를 검은 가죽끈 아래로 숨겼다. 그녀는 그녀와 더 이야기하고 싶었다.

난 종종 책을 읽어요, 하고 여자가 말했을 때 흰 개는 무덤덤하게 그렇구나, 하고 대답했다.

흰 개는 한 번도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녀는 책에 쓰일 수 있는 모든 사유를 알고 있으므로 아무것도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언어화될 수 있는 사유는 극히 한정적이기에 책을 들여다보는 일은 시간낭비에 불과하다고 다소 공격적으로 말하기까지 했다.

어린 개였던 여자는 그저 그녀의 말을 홀린 듯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난, 하고 여자는 수줍게 대꾸했다.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 내 냄새를 읽을 수 있도록.

그러나 흰 개는 검고 깊은 눈으로 여자를 부정하며 대답했다. 아무도 너를 읽을 수 없을 거야. 너는 읽을 수 있는 기호가 아니니까. 자연이 그렇듯, 죽음이 그렇듯, 그리고 삶이.

흰 개는 갑작스럽게 흐느끼듯 중얼거렸다. 엄마는 글을 썼어. 난 한 번도 그녀가 쓴 글을 읽어본 적이 없었지만 그녀가 글을 쓰고 있다는 것, 놀랄 정도로 작고 깊은 입 속에 펜을 밀어넣고 글자들을 써내려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

그녀는 아주 오래된 개였어. 거리 한복판에서 검은 개가 흰 개에게 겁탈당하던 도시의, 희지 않은 개들이 총에 맞아 죽어가던 시대의. 아무도 그녀에게 글을 쓰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그녀는 냄새를 맡듯 자연스럽게, 그리고 절박하게 글을 썼어.

그녀는 시를 쓴다고 말했어. 밤의 개들이 고양이의 꿈을 배웅하고 보호하는 농장에 관한 시. 그곳에서 짐승들은 숨길 수 없는 진실하고 참혹한 체취만으로 대화를 나눠. 거리낌 없이 섞여들고 오염시키고 더럽혀지는 냄새들로. 단 한 명의 복화술사도 없는 곳. 눈 멀고 귀 먼 꿈의 짐승들만이 가득한 곳.

엄마도 너처럼 죽고 싶다고 말했어. 하지만 그녀는 죽기에는 너무 희었고 흰 개들은 아무리 길거리를 쏘다녀도 죽지 않던 도시에서 그녀는 끔찍할 정도로 오래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어.

농장 주인은 개가 아니라 사람이었는데 대체로는 그녀를 아꼈지만 또 다른 농장 주인들이 대개 그랬듯 종종 그녀를 매질했지. 그녀의 다섯 아이는 잡아먹혔어. 마지막으로 낳은 나만이 살아남았어.

농장 주인은 엄마에게 새끼들의 먹다 남은 뼈와 살을 주었고 엄마는 전부 삼켰어. 뼛조각이 목 안쪽을 찢어낼 때까지 엄마는, 그리고 나는 한때 엄마의 몸속에 들어차 있던 낯설고 익숙한 체취를 삼켰어.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와 나는 다른 농장으로 팔려갔어. 우리가 아직 여물지 않은 도시의 농장에서 텅 빈 허공을 향해, 꿈의 고양이들도 시의 개들도 없는 밤을 향해 울부짖을 무렵 검은 개들의 반란이 일어났어. 검은 개들이 농장 주인들을, 희멀건 짐승들을 물어뜯었을 때도 우리는 흰 뼈를 집어삼켰지. 게걸스럽게, 분노도 절망도 없이.

우리가 전에 있던 농장 주인이 우리 농장까지 도망쳐왔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를 반기며 그의 얼굴을 혀로 핥았어. 그도 예전처럼 기쁨에 겨워 우리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면서 사랑한다고 속삭였지. 우리는 그를 농장 깊은 곳, 유령이 되지 못한 주인이 잠을 자던 숙소로 안내했어.

그는 다행이라고, 너희를 다시 보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말했어.

죽음의 검은 반점이 흉측하게 돋아난 엄마의 얼굴은 밤에 가려 보이지 않았어. 주인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녀의 입맞춤을 받아들였어. 그녀의 병든 종기에 입을 그녀의 검은 반점에 입을 그녀의 질병에 입을. 전 주인이 드러누운 흰 침대 위에는 그곳의 잠을 거쳐갔던 하얀 남자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어. 그들은 무시무시한 침묵으로, 악착같고 교활한 무지로 낯선 남자, 아직 완전히 오염되지 않은 남자를 내려다보고 있었어.

하지만 곧. 난 엄마의 짓무른 피부에서 흘러내리는 열상의 냄새를, 썩어가는 고름의 악취를 맡을 수 있었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순결한, 무력한 개였던 엄마는 지나칠 정도로 희었던 여자는 더 이상 희지도 순결하지도 않았어. 난 밤에 짓무른 엄마의 더러운 피부를, 완전히 얽어버린 얼굴을 선명하게 감각할 수 있었어. 그러나 전 주인은 아무것도 모르고 잠들었지.

활짝 열린 창문으로 안개와 절망에 흠뻑 젖은 나방들이 들어올 때도 우리는 가만히 서서 평온하고 급박한 잠의 연한 적요를 내려다보았어. 우리는 고양이의 꿈을 돌보는 개들처럼 남자의 곁에 머물렀지. 남자만큼이나 희고 거대한 아침이 밀려들어왔을 때도 우리는 그의 곁에 있었어.

남자는 갑작스럽게 눈을 떴고 잠의 밖까지 그를 쫓아온 악질적인 악몽을 향해 비명을 질렀어.

비명을 지르는 도중에 그는 진상을 알아차렸고 그에게 도래한 진실 역시.

사내는 비명을 질렀어, 비명 속에서 몇 겹의 새로운 비명이 비명을 뚫고 솟아날 때까지 계속해서 비명을, 비명을, 그리고 또 비명을.

엄마는 담담하게 그의 절규를 내려다보았지. 흰 시트 위에 도도하게 서서 진실을 전유한 자의 오만한 눈으로, 그러나 분노도 절망도 없이. 메두사의 헐벗은 머리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던 영웅들처럼 사내는 비명을 질렀어. 그럼에도 엄마의 흉측한 머리, 울룩불룩하게 튀어나와 비등하는 기형의 주형으로부터 눈을 돌리지도 못한 채.

전 주인은 악마 같은 년, 빌어먹을 년, 배은망덕한 년 하고 울부짖었지만, 곧 그가 저지르지 않은 죄까지 낱낱이 고백해가며 용서를 빌었지만 엄마는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어. 그녀에겐 아무런 원한도 복수심도 없었으니까.

그녀는 자식들의 흰뼈를 삼켰듯이 희멀건 희생자들의 흰뼈를 물었듯이 그렇게 남자의 입술을 받아들였던 것뿐이었어. 남자가 도래할 그의 흉측함을, 절규를, 파열을,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거대하고 격렬한 기형의 머리를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호소했을 때 엄마는 순순히 서랍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어. 서랍들은 잠겨 있었지만 절망으로 미쳐버린 사내의 몸부림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연약했지.

서랍이 망가지고 끔찍하게 메마른 속을 훤히 드러내었을 때 죽음을 갈망하는 병자는 물 속에서 흙을, 땅을, 심연을 갈구하는 네 발 짐승처럼 날뛰며 총을 집어들었어.

우리는 말리지 않았어. 우리는 그가 마치 그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치명적인 순간에 등장한 총, 그것도 장전된 총을 입 속에 밀어넣고 자신의 행운을 시험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어.

우리는 흰 것들을 보았어. 이글거리는, 폭발하는, 증발하는, 회절된, 전율하는 흰 것들.

여자는 흰 개가 이야기한 우화를 여러 번 들어보았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말에 충격받지 않았다고 변명하기 위해서 그녀는 더듬거리며, 수치에 붉어진 검은 얼굴로, 그녀와 유사한 페이지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설명했다. 삶을 위해 도망쳐 돌아온 주인의 흰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추던 물라토 소녀의 장미처럼 연하고 검은 입술이 얼마나 치명적인 것이었는지. 소녀가 얼마나 환하게 웃었는지. 소녀들이 얼마나 창백한 악마 같았는지. 소녀들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녀들의 꽃잎들이 언제부터 꿰매어 썩어가고 있었는지. 썩어가는 몸이 얼마나 향기로웠는지. 전율하는 불확실성을 넘겨주지 않고서는 숙명의 돌발성을 흘려주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흰 개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 돌연변이기형불구유전병자는 네가 말한 페이지들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을 거야, 하고 흰 개는 속삭였다. 미래가 그녀에게 일러준 거지. 그녀도 알지 못하는 미래가, 매혹적인 불변성으로 일렁거리며 변모하는 응시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백치의 예언이 그녀를 이끈 거야.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넘겨주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거야.

그건, 하고 흰 개는 소리 높여 울부짖었다. 엄마의 범죄였어. 아무도 따라 하지 못할. 아무도 반복할 수 없는 그런 범죄. 네가 실패하리라는 걸 안다고 해서 말릴 수는 없겠지.

개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죽음을 애걸하는 충만함으로, 모든 삶을 공범으로 만드는 은근한 눈빛으로 흰 개의 검고 반들반들한 눈을 맞비추었다. 얼마나 오래, 그녀는 감내하였던가. 얼마나 오래, 그녀는 예감하였던가. 삶을 경멸하지 않고 죽음을 갈망하기 위해. 아무것도 밀쳐내지 않고, 지워내지 않고, 죽음의 한없이 빛나는 검은 빛으로 뛰어들기 위해, 그녀가 얼마나 오랫동안.

주인이 그녀의 목줄을 잡아끌었을 때 흰 개는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 유령이 되지 못한 채, 사유도 정념도 없이 지상에 머무르는 흰빛처럼.

주인은 여자의 네 발을 씻기고 말라붙은 입 속에 물을 들이밀었다. 상냥하고 부드러운 물기가 여자의 메마른 내부를 적시었다. 가물거리는 흰빛이 점차 꺼져들었다.

유령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마치 한 번도 죽지 않은 것처럼. 여자는 죽고 싶었다.

주인은 병적으로 감상적인 남자였다. 간혹 여자가 살아 있는 것들을 삼킬 때, 아직 죽지 않은, 경련하는, 발버둥치는, 헐떡거리며 호흡하는, 고통을 호소하는 작은 짐승들을 깨물고 입 속에서 굴릴 때, 마치 그녀의 혀로 이빨들 하나하나의 매혹적인 세계를 탐구하듯 짐승들의 상처가 발산하는 황홀한 체취를 만끽할 때, 주인은 비명을 지르며 흐느꼈다.

그는 살아 있는 것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죽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살아 있는 것뿐이라고, 여자는 반론하지 못했다. 그녀는 주인을 설득할 생각이 없었으므로.

울타리의 시간에 그녀는 얼마든지 주인 몰래 생의 향기로운 파멸을 맛볼 수 있었다. 파리와 쥐, 거미와 모기들이 그녀의 희생양이었다. 죽음의 감미로운 체액을 삼키며 그녀는 불행하였다. 그러나 그만큼 매료되었다. 그녀는 죽음을 끊을 수가 없었다.

개들의 연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 페이지들이 저절로 증식하여 갱신되는 현재에 걸맞는 결론을 내놓는다는 듯, 그녀는 이미 유보된, 잊혀가는, 실질적으로 중단된 연구에 대해 떠올렸다. 공중견과 음악견은 어떻게 되었을까. 눈이 멀고 귀가 먹은 개들은 어떻게 음악을 듣고 날아오를까. 음악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늙은 개들은 꽉 막힌 희멀건 어둠 속에서 대체 어떻게 숨쉬고 노래할까. 그녀가 날려보낸 그녀는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녀는 달로 간 개들에 대한 문장들을 떠올렸다. 주인이 그녀의 목 아래 깨물린 자국을 보고 질겁을 하며 비명을 지르는 동안, 그녀의 상처 속에 낯선 이물이 스며드는 동안, 수술대 위에서, 그리고 햇빛 아래에서 여자는 명랑하게 으깨지는 열매들에 대해 떠올렸다. 개들을 살찌우고 개들을 죽인 독의 과실에 대해.

자궁을 드러낸 뒤, 여자는 더 가벼워졌다. 수술실에서 의사는 그녀의 젖은 주둥이를 쓰다듬으며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속삭였다. 혀가 붉은 선인장이 누워 있는 철제의 날카로운 수술대. 햇빛이 꿈틀거리는 연한 살들을 절합시키는. 다른 구멍에서 발설된 비밀들이 엉겨붙으며 새로이 죽어가는. 하지만 그녀의 수술대에서 그러한 이교적인 실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녀에게 자리했던 결여의 생성 장소를 드러내었고 이제는 놀랄 정도로 텅 빈 뱃속, 한때 그녀의 어머니와 그녀가 잉태되었던 자리, 그녀가 가장 짙고 향기로운 죽음을 맡았던 자리.

그녀는 누구에게도 죽음을 물려줄 수 없을 것이었다. 그녀는 결여를 잃어 텅 비었다.

여자는 죽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하지만 의사는 주인에게 그녀가 그녀를 죽일 이물을 잃었기에, 죽음의 꽃잎을 잃었기에 더 오래, 순교를 결심한 이교도처럼 오래, 무기징역수처럼 오래, 죽어가는 불치병자처럼 오래, 걷어차인 개들처럼 오래 살 것이라고 자랑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여자는 의사의 부드럽고 질긴 입술을, 어쩌면 그녀보다 먼저 죽어 썩어버릴 입을 물어뜯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타자의 죽음을 재촉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바깥을 둘러싼 죽음의 냄새는 끔찍이 매혹적이었지만 그만큼 여자를 아프게 했다. 여자는 잃어버린 유년을 앓듯 타자의 죽음을 헛되이 들이키며 흐느꼈다. 그녀의 것이 아닌, 그녀가 상실한 죽음의 붉은 장기.

여자는 한 번도 그녀의 죽음을 본 적이 없었고 죽음의 생김을, 수술실에서 도려내진 죽음의 소문과도 같은 붉은 공간을 본 적이 없었기에 죽음을 애도할 수조차 없었다.

그녀의, 그녀 어머니의, 그녀 딸의 자궁, 어머니를 잉태하고 있던, 딸의 어머니를, 어머니의 딸을 동시에 길러내고 질식시키고 있던 부드러운 붉은 방,

그녀는 더 이상 첫 생리의 냄새를 기억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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