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숲과 혁명의 바깥의 물방울 3

천사의 날개처럼 냉혹하면서도 감미로운 결정들을, 각자의 자리에서 돌이킬 수 없는 불연속성에 갇혀 있는 구제할 길 없는 가련한 단자들을, 아플라 위 고립된 형상들을, 단단하게 굳어가는 혀와 바이올린의 날카로운 현, 벌려진 가랑이 사이 부드러운 항문과 질의 점막과 차갑고 딱딱한 건반, 죽어버린 살갗과 살을 탐닉하는 작은 벌레의 허리를, 무력하게 버려진 새하얀 살과 살 속에 파묻혀 저를 칭칭 감아대는 소동에도 꼼짝도 못한 채 최후의 만찬을 만끽하는 눈부시게 하얀 구더기들을, 섬세한 눈꺼풀과 조악한 나무 바닥 사이 틈을, 생과 사를, 죽을 수 있는 것과 죽을 수 없는 것을, 죽어본 것과 죽지 않은 것을, 먹히는 것과 먹는 것을, 돌이킬 수 없이 떨어져 있는 것들을 무척이나 가느다랗고 축축한 거미줄이 잇대고 있었다. 그 무차별하며 부조리한 연결이 하나의 경련을 절망적으로 퍼져가는 아름다운 음률로 만들 수 있도록, 토성의 울음소리처럼 신비로운 노래가 그 연에 닿아 있는 모든 이질적인 살결을 함께 울릴 수 있도록. 이질적인 살이, 언어와 사물이 서로에게 침투하는, 오로지 떨림만으로 현현하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서로의 움직임이 서로의 울음을 반영하는, 이질적인 결속의 야연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누군가의 빗자루질 한 번으로 산산이 끊어져버릴, 그러나 언제고 밤이 다시 찾아오면 달빛 아래에서 새로 태어난 것처럼 불쑥 튀어나와 잠에 세계에 머리를 담그고 멈추어 선 살과 언어를 이어내는 거미들의 묵시록적인 작업으로 말미암아 다시 생겨날 거대한 악기를. 무수한 현들이 서로를 감싸며 조율하는 투명한 악기를. 몇 번이고 깨어지고 녹아내리고 찢겨지고 또 다시 이어질 환각의 미궁을.

폭력이라는 그들의 글의 형식은 결코 내용은 될 수 없었다. 그들의 폭력에는 어떠한 이유도 목적도 전제도 의식도 없었으므로. 총에 맞으며 폭발하여 사라지는 잠들은 산산조각나 깨어지며 동시에 깨어난, 삭제되는 순간 탄생한, 탄생하는 순간 사라져버린 어스름과 같은 것이었다. 바라보는 순간 사라지는 신기루처럼.

그들은 오로지 부재의 형식으로서만 존재하였다. 오직 존재의 결핍을 지표하는 흔적처럼. 하얗게 샌 머리는 검은 물의 부재를 표시하는 마지막 흔적으로서 존재하듯, 과거만을 반추하는 노인의 부연 눈이 다른 혹성에서의 그의 존재, 작가-헤다야트로서의 현현의 가능성만을 반추하며, 오로지 음울한 작가의 부재로서만 실재하듯.

어떤 의미도 기호작용도 없는 관계가 존재할 수 있는가? 목적도 가치도 없어도 너희의 거리는 관계일 수 있는가?

시선만 둥둥 떠다니는 미술관의 유령들처럼

짐승이 노인의 오른손을 깨문다.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분홍빛의 속살이 멀거니 벌어진다. 노인은 벌어진 손의 상처가 여자의 질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젠 글을 쓸 수 없겠군. 하고 노인은 무덤덤하게 생각한다. 글을 쓸 수 없다는 것, 총을 잡을 수 없다는 것, 그것은 노인으로서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했지만 그는 안타까워하지도 특별히 절망하지도 않았다. 이제는 부질없는 증명-존재를 그만둘 때가 온 것이다.

숲은 꿈의 경계요. 악몽과 괴담을 가두고 있는 검은 나무들을 불태우면 가장 희미한 유령조차 우리에게 찾아들지 않을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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