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재림 예수 2,죽ㅡ아이 2)

그 애는 여자를 보고 있었다. 신처럼 무감하고 검은 눈, 그건 여자를 보고 있었다. 여자가 낳은 적 없는 눈, 다시 돌아간다면 그녀는 결코 그 눈을 주워오지 않을 것이다.

소년은 아무런 말도 없이 여자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모든 것을, 그녀의 파열을,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요구하는 무방비한 검은 눈, 여자는 악몽에서도 아이의 눈을 보았다. 끔찍하게 순수한 눈, 그것은 감히 요구할 수 없는 모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여자가 그 애의 일기장을 본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여자는 아이의 비밀에 간섭할 생각이 없었고 그것을 궁금해 한 적조차도 없었다. 그러나 마치 여자에게 목격을 요구하듯 그 애의 비밀은 마치 비밀이 아닌 것처럼 여자의 눈 앞에 방만하게 펼쳐져 있었고 여자는 덫에 걸린 짐승처럼 그것을 읽어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읽는 것을, 아이는 보았던가? 그 애가 E flat을 반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권능으로, 치명적인 무기로 생각하고 있으리라고는.

여자는 아이의 배반과도 같은 오만함을 감당할 수 없었다. 여자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없었다. 그녀는 그 애의 어머니가 될 수 없었다. 여자는 곧 눈이 멀 것이었고 그 애는 곧 귀가 먹어버릴 텐데 그렇다면 대체 누가 이 애를, 이토록 불길한 아이를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아이는 보란 듯 여자 앞에서 범죄를 저지르곤 했다. 그녀가 고통스러운 비밀로 팽팽하게 당겨질 때까지, 여자는 소년의 범죄를 신고할 수도 증언할 수도 없었다. 범죄의 증거는 어디에도 남지 않았으니까. 치명적인 E flat, 미쳐버린 E flat, 소년이 곧 여자의 귀를 찢어버리리라는 사실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녀의 예감대로 두 눈이 멀고 귀까지 먹어버린다면 끔찍하게 적막한 세계에서 여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적막, 어둠조차 없는 깊은 적막 속에서. 소년은 아슬아슬하게 넘쳐흐르는 물과도 같았다. 당장이라도 E flat을 쏟아낼 듯, 소년은 위태로웠다. 소년이 얼마나 쉽게 E flat을 내뱉을 수 있는지, 그것을 마치 신적인 권능을 행사하듯 마구잡이로 퍼붓는지 여자는 알고 있었다. 개미들의 소굴에 발을 담근 어린아이처럼, 학살과 생명의 기로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발을 구르는 천진한 살해자처럼, 아무런 죄악감도 없이 소년은 여자를 괴롭혔다. 소년의 피부는 범죄에 대한 어떠한 욕망도 가릴 수 없는 망가진 방파제였다. 소년이 활을 들 때마다, 소년이 자그마한 입술을 벌릴 때마다, 여자는 고통스러운 경악을 사그라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소년과 함께 외출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집안에서 입던 옷을 그대로 걸친 채 여자와 소년은 끔찍하게 달아오른 여름의 거리로 나섰다. 여자의 아파트는 고속도로와 인접해 있었다. 뒤돌아보지 않고 달리는 무시무시한 속도의 운반자들.

여자는 소년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었다. 뒤돌아보지 않고. 왜냐하면 그들은 뒤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으니까. 소년은 아무런 불안도 두려움도 없이 여자를 따라나섰다. 여자가 소년을 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소년은 이미 알고 있었다. 과거가 확증해준 내일에 대한 확실성을 믿고, 소년은 그에게 예속되어 있는 여자의 손을 잡아끌었다.

난 곧 눈이 멀겠지, 하고 여자는 속삭였다.

소년은 검고 반들반들한 막과 같은 눈을 들어 여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어쩌면, 너는 귀가 먹지 않을지도 몰라. 눈이 머는 것도 귀가 먹는 것도 모두 나일지 몰라.

소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가만히 걷고만 있었다. 비명과 같은 눈물이 여자의 내부를 할퀴었다.

여자는 언젠가 소년의 귀가 되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너는 내 눈이 되어서 그렇게 같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소년은, 소년은 귀가 먹지 않을 것이다. 소년은 영원히 치명적인 E flat을 내포한 채, 그렇게 고집스러운 고립으로 살아갈 것이다. 임박한 비극에 대한 예감조차 없이, 공중에 떠 있는 섬처럼.

여자는 음울한 조바심에 비밀을 내뱉을 것 같았다. 아직 소년이 짐작하지 못하는 미래, 여자가 마련한 계획을.

고속도로는 대양처럼 넓었다. 차들은 그들의 앞에서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스쳐지나갔다. 그곳에 비밀스러운 음률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 여자는 알 수 있었다.

소년은 말 없이 그녀를 따랐다. 어쩌면 그 역시 바라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 역시.

여자는 소년을 밀쳐내었다.

여자는 소년을 밀쳐내었다!

소년이 함정과도 같은 비명 속에 빠지는 것을 여자는 보지 못했다. 그녀는 곧바로 뒤돌아 뛰었으니까,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한 번도 도달한 적이 없는 속도로 그녀는 미칠 듯이 뛰었으니까.

그 애는 죽었을까? 그 애가 담고 있던 E flat의 응축된 물결은 피와 함께 쏟겨나왔을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여자는 길고 곧은 E flat만을, 끔찍한 이명만을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귀가 먹은 여자는 흐느끼며 앞을 향해 뛰었다. 일시적인 현상일지도 몰랐다. 지독히 피로한 상태에서 사람은 간혹 이명에 사로잡히기도 하니까, 하지만 여자는 그 이명이 평생토록 계속되리라는 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붙잡고 있지 않았다. 땀에 젖은 소년의 작은 손도, 소년의 눈에 담가 놓았던 깊은 검은 빛으로 적셔 놓은 붓도.

그녀는 홀로였다.

여자는 뛰었다. 고통스러운 심장이 그녀를 찢어내었고 폐부는 감당할 수 없는 벅참에 뜯겨져나가는 것 같았지만 여자는 계속 뛸 수밖에 없었다.

소년의 비명은 들리지 않았다. 목격자들의 비명도 차량들이 속도를 배반하고 정지하는 날카로운 마찰음도. 여자가 들을 수 있는 것은 언젠가 소년이 여자 앞에서 처음으로 내보였던 E flat, 천사처럼 가늘고 긴 손가락이 짚었던 치명적인 소음뿐이었다.

그녀는 천사들을 보았다. 소년처럼 작고 흰 천사들이 맨몸으로 여자를 둘러싸고 있었다. 천사들은 여자를 장난스럽고 해사한 미소로 바라보며 침묵하고 있었다. 그녀는 천사들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갈기갈기 찢어발겨진 목소리로, 그녀가 들을 수 없는 음성으로 죄를 고백했다. 저는 아들을 죽였어요.

그 애가 무엇을 했습니까? 하고 천사는 입을 다문 채 신비로운 복화술로 속삭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다만 나를 죽이고 있었을 뿐이에요. 그 애랑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었기 때문에 난 그 애를 밀쳐냈던 거예요.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천사는 여자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그 애가 무엇을 했습니까?

E flat을 연주했어요. 난 그게 무엇을 할지 알 수 있었어요. 내가 어떻게 망가질지 알 수 있었어요.

그 애가 무엇을 했습니까?

천사들의 발긋한 입술에서 풍기는 야생적인 체취가 여자의 볼을 간질였다. 여자는 흐느낌을 멈출 수 없었다. 곧 그녀가 돌이킬 수 없이 녹아 쏟겨버릴 것을 짐작하며, 여자는 숨을 몰아쉬었다.

난 아이를 원했을 뿐이에요. 천사님, 저는 산파였고 수백 명의 아이를 받았어요. 수백 명의 아이가 다른 여자의 손 안에서 자라나는 것을 보았어요. 내가 받아낸 내 아이들이 다른 여자와 함께 다른 여자가 다른 남자가 되어가는 것을 견뎌내야 했어요. 난 단 한 명의 아이를 원했을 뿐이에요. 그 애가 잘못한 거예요, 천사님. 저는 그 애를 포기할 수 없었고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 애는 너무 사랑스러웠고 또 너무 위험했으니까. 아름다운 것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난 고달팠고 오래도록 외로웠으니까. 우린 오래도록 함께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 애가 무엇이 될지, 무엇을 할지,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천사들은 즐겁게 웃으며 여자를 둘러쌌다. 욕동에 시달린 끔찍한 지저귐이 들렸다.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여자의 귀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여자는 천사들이 속닥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나팔과도 같이 우렁찬 소리로 여자에게 사랑을 요구했다.

아이들은 더웠다. 교실의 에어컨은 고장나 쉭쉭거리는 뜨거운 먼지바람만이 나올 뿐이었다. 교사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들은 은밀하게 수업의 파종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끔찍하게 더웠고 그들에게는 갈 곳이 없었기에 아이들은 교단이 빈 교실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허벅지와 무릎 뒤쪽에 끈적하고 미지근한 땀이 고였다.

첫 번째 소년이 옷을 벗기 시작했을 때 아이들은 경악하여 깔깔거렸지만 곧 그 애를 따라 함께 옷을 벗었다. 진홍빛 원피스와 줄무늬 양말, 녹색 남방셔츠와 짙은 남빛의 바지, 새하얀 속옷들이 교실 바닥에 자유로이 쌓였다.

교실에서 벌거벗을 수 있다는 생각을 아이들은 이제까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었다. 그러나 어째서 이토록 환상적인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들은 맹렬한 쾌락에 휩싸였다. 그들의 희멀건 살은 새빨간 열기와 흥분으로 달아올랐다. 다만 벗은 채로 앉아 있는 것, 혹은 서 있는 것만으로도 교실은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모했다. 가려지지 않은 오만한 흥분이 아이들을 거침없이 일으켜 세웠다.

처음으로 교단에 올라선 아이들은 기쁨에 작은 비명을 지르며 칠판에 짧게 깎은 투명한 손톱을 박고 이리저리 긁어내렸다. 잘게 조각낸 분필을 먹고, 지우개 가루를 마시고, 희멀겋게 번져흐르는 분진들에 얼굴을 담고 웃었다.

교사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더 이상 교사의 얼굴조차 기억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비밀도 위반도 없이 당당하게 교실의 앞문을, 복도 창문을 열고 쏟아져나갔다. 수업 중이었기에 복도는 고요했다. 간혹 더위에 지쳐 늘어진 교사들의 목소리와 아이들의 희미한 대답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해는 갈수록 강해졌다. 매미들은 차오르는 열기와 흥분 때문에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이들 역시 작은 입술들을 벌리고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눈부시게 타오르고 있었다. 교사가 그들을 찾아올 때까지, 아이들은 넘쳐흐르는 행복을 추스르지 못하고 햇볕 아래에서 조용히 타고만 있었다.

그러나 교사가 도착한 순간, 그들의 방종도 끝이 난 것이었다. 아이들은 곧 교실로 돌아가 옷을 도로 걸치고 어쩌면 매를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교사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었다. 아이들은 교사의 얼굴을 올려다보면서도 교사의 얼굴을 기억할 수 없었다. 교사는 언제나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었으므로, 아이들은 한 번도 교사의 얼굴에 집중해 본 적이 없었으므로, 그들이 기억하는 것은 두툼한 안경 뒤에 가려진 희미한 눈빛뿐이었다. 그러나 여자는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여자는 갑작스럽게 아들을 죽였다고 고백했다.

여자는 아이들에게 존칭을 쓰고 있었다. 아이들은 한 번도 미친 여자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기쁨에 차서 여자를 샅샅이 살펴보았다. 죽을 것처럼 헐떡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녀가 고백하는 불가해한 말들만 제외하면 여자는 조금도 이상해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피부처럼 흰빛의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길고 검은 머리칼은 단정하게 묶여 있었다.

여자는 무어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계속 웅얼거렸다. 아이들은 헐벗었다는 수치도 잊고 여자에게 다가섰다. 아이들 중 누군가 여자는 교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처음으로 제기했고 그제서야 아이들은 교사가 운동장 바깥에서 들어올 이유가 없음을 깨달았다.

여자는 교사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여자는 누구인가? 아이들은 여자가 그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행인에 불과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들은 한순간에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으므로, 아이들은 내적인 필연성에 대한 견고한 믿음으로 뭉친 실타래와도 같았으므로, 운동장의 모래알들이, 나뭇가지가, 그들의 손 위에 올려진 작고 부드러운 새가, 세계가 그들과 무관하다는 상상을 할 수 없듯, 아이들은 그들에게 내맡겨진 여자가 그들과 아무런 관련도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범죄적인 호기심으로 여자를 둘러싼 아이들, 그러나 오로지 위반만으로 발열하는 신은 범죄자가 아니었다. 아이들은 여자의 희멀건 얼굴을 뒤덮은 투명한 눈물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감당할 수 없는 애정의 다발들로 아이들은 여자를 어루만졌다.

벌거벗은 채, 서로를 구분할 수 없는 아이들은 하나의 몸처럼 하나의 기관처럼 거대한 하나의 흐름처럼 여자를 끌어안았다. 그들은 거대한 흰 몸을 관통하는 수십 개의 파열 속에 여자를 담고 교실로 돌아갔다. 아이들은 미세한 차이들을 가진 동류의 욕망으로 작열하고 있었다. 그들은 여자를 원했고 여자를 더 자세히 관찰하고 싶었으며 여자를 사랑해주고 싶었다. 날개가 부러진 어린 새를 사랑하듯 광폭한 애정으로.

아이들은 흥분으로 흐느낄 듯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한 번도 성인 여자를 가져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들은 그들 개인보다 큰 것을 소유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희멀겋게 벌어지는 몸들을 가진 몸은 여자보다 훨씬 컸고 그들은 이전에 가져보지 못한 것을 손쉽게 어루만지고 나를 수 있었다.

교실은 비어 있었다. 교사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여자는 멎지 않은 흐느낌으로 가슴팍을 적시며 울고 있었다. 겨드랑이와 무릎, 허벅다리에는 땀이 흥건했다. 아이들의 벗은 몸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여자를 여남은 의자에 앉혀 놓았다. 힘없이 늘어진 몸이 자꾸만 흘러내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여자를 소유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고통스러운 기쁨으로 절절매며 비명을 질렀다. 단지 여자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그들이 소유한 최초의 거대한 것, 그것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죽을 듯 행복하였다. 아이들은 그녀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악독한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도 있었고 벌레를 먹일 수도 있었고 벌거벗길 수도 있었고 머리칼을 쓰다듬어 줄 수도 있었고 시원한 물을 먹일 수도 있었고 가장 치명적인 오류들을 가르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아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간신히 소유한 대상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고 놓아두는 것, 그보다 황홀하고 그보다 도착적이며 그보다 치명적인 행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이들은 세계를 상상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다. 하나의 세계를, 무방비한 세계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으니까. 아이들은 여자를 포기하고 싶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무위를 잊고 돌아서고 싶었다. 아이들은 운동장으로 돌려놓고 싶었으나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시큼한 땀을 흘리는 이 무방비한 육체를 사랑하고 있었으므로. 여자는 이미 그곳에 있었고 그들은 여자를 소유하고 있었으므로.

여자는 멍한 눈으로 벌거벗은 아이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살아있어, 하고 한 소녀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아이들은 경악하여 눈물을 흘렸다. 살아있어, 살아있어, 하는 음울하고 달뜬, 짐승의 울음과도 같은 소리가 서서히 퍼져나갔다.

여자는 곧 천사들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살아 있었다. 믿을 수 없게도, 힘없이 늘어져 헐떡거리는 그녀는 살아 있었다.

아이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무엇이든, 그러나 대체 무엇을? 침묵과도 같은 흐느낌을 베어낼 기발한 착상을 기다리며 아이들은 가만히 서서 손을 발을 어깨를 꿈틀거리고 있었다.

누군가 여자를 신고하자고 속삭였다.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여자는 아들을 죽였다고 고백했으니까, 감당할 수 없는 유류품을 경찰서에 가져다주듯 아이들은 여자를 얌전하게 반납할 수 있었다. 그들은 상을 받을 것이고 여자는 아이들의 제일 가는 선행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미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여자를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여자는 그들이 가진 최초의 성인이었다. 교문 앞에서 파는 염색된 병아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거대한.

여자는 아이들의 최초의 범죄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들은 여자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 음험하고 매혹적이며 기묘한 착상을 누가 가장 먼저 떠올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자를 놓아두었다. 그들이 소유한 것을 파괴하지도 사용하지도 않고, 가만히. 말 없는 힘이 여자를 짓누르며 그들에게 반향하는 끔찍하게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은 교사가 오기 전에 여자를 숨기기로 했다. 아이들은 여자가 앉아 있던 의자를 빼내어 화장실 칸에 숨겼고 쓰레받기와 비들을 빼낸 뒤 텅 빈 청소도구함에 여자를 밀어넣었다. 여자는 반항도 하지 않고 순순히 그곳으로 들어갔다. 청소도구함의 나무 문은 아슬아슬하게 닫혔다. 여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아 있다는 사실은 아이들을 더욱 흥분시켰다. 그들의 살아 있는 비밀, 그들이 숨겨 놓은, 언제든지 다시 꺼내볼 수 있는 무방비한 삶, 교실 뒷자리에서는 그녀의 희미한 흐느낌과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앞에 앉은 소년들과 소녀들은 여자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오로지 상상만으로 상기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마구잡이로 흩어진 옷들을 주워 입은 아이들은, 쌍둥이처럼 비슷한 체격에 꼭 들어맞는, 그러나 그들이 처음 입었던 옷과는 다른 체취가 풍기는 낯선 옷에 몸을 밀어넣은 아이들은 뒤늦게 들어온 교사에게 범죄자들의 순박하고 은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교사는 교직원 회의가 길어져 늦었다고 말했다.

교사는 끔찍하게 지쳐 보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희미한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교사는 창가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의자가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어리둥절하게 물었다. 없어졌다뇨?

없어졌어, 하고 교사는 흐느끼며 속삭였다.

교사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고정시킨 아이들은 그곳엔 원래 의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는 아무도 앉지 않으니까요, 선생님.

교사는 계속해서 칠판에 무언가를 적으며 웅얼거리는 소리로 수업을 이어나갔지만 교실 안에서 수업에 집중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교사마저도 그녀가 읊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들은 교실 뒤편에서 흘러나오는 은밀한 숨소리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들은 교사와 여자가 놀랄 만큼 닮았다고 생각했다. 살처럼 흰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군데군데 땀과 눈물에 젖은 여자는 떨리는 소리로 흐느끼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초조함에 달아오른 무릎들이 덜덜거리며 마른 나무 바닥을 두들겼다.

아이들은 그녀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생명, 그녀의 감추어진 존재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비밀이었다.

수업은 영원처럼 길었다. 더위와 조바심에 지친 몸들이 시큼한 액체로 흠뻑 젖어들어도 끝을 알리는 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의 매혹적인 범죄를 고발해버리고 말 정도로 위태로웠다. 그들은 그토록 황홀한, 그토록 음험한 비밀을 견딜 수 없었다. 땀으로 축축한 답답한 옷 아래에서 발긋하게 달아오른 향기로운 몸들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들은 여자를 끄집어내어 유일한 목격자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들이 소유한 미래를, 교사만큼이나 커다랗고 나이든 두툼한 신체를.

교사는 칠판 쪽으로 머리를 돌린 채 묵묵히 부러진 흰 분필로 흐릿한 숫자들만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교사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몇 명의 아이들이나 알아차렸을까? 교사가 창가 쪽의, 사라진 의자를 떠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어쩌면 아이들 모두가, 어쩌면 그들 중 누구도. 에어컨에서는 여전히 쉭쉭거리는 갑갑한 열풍만이 새어 나왔다. 먼지에 휩싸인 쿱쿱한 열기가 교실 안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여자는 검은 고해실에 갇혀 있었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천사들을 향해 조용히 기도했다.

여자들은 안온하게 붙은 하나의 덩어리었던 질긴 가죽이 찢어지는 공포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몸을 비틀며 발을 굴렀다. 부러진 손톱이 여자의 볼을 스치며 날아갔다. 찌꺼기들, 피와 악취와 살의 찌꺼기들. 여자는 여자들의 몸 속에 손을 집어넣고서 굵다란 머리를 빼내었다. 그것은 살아서 발열하고 있었다. 피투성이의 여린 살, 탯줄은 물컹하고 축축했다. 여자들은 매일같이 낳았다. 매일, 여자는 새로운 피, 새로운 악취, 새로운 살의 찌꺼기들에 뒤덮였다. 그녀에게서는 깊고 고통스러운 악취가 진동했다. 그녀의 손에는 깊은 얼룩이 배었다.

그 모든 아이들이 어디로 갔는지 여자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받아낸 아이들, 세상으로 나와도 괜찮다고 안심시키고 억지로 끄집어낸 그 모든 심장들이 어디로 갔는지. 하나의 자궁이 그토록 많은 아이들을 잉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자는 알고 있었다. 그토록 많은 출산, 그토록 많은 아이들, 그토록 많은 탯줄들과 그토록 많은 찢김. 천사들은 지나치게 많았고 지나치게 희었다. 천사들은 여자가 받아낸 반짝이는 심장으로 헐떡이며 살아 있었다.

천사들은 이미 여자의 죄를 알고 있었다. 그녀의 치명적인 기만, 범죄, 뒷목을 받쳐주던 날카로운 손톱에 대해, 그러나 여자는 그들을 사랑하고 있었다. 사랑했기 때문에, 여자는 그들이 살아 있기를 바란 것이었다. 설령 미래에 남은 것이 죽음뿐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차도로 밀쳐내고 말 그 모든 작은 심장들을 여자는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의 출산이, 탄생이, 최초가 반복되었는지조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여자는 사랑했다. 죽을 정도로 깊이.

여자는 곧 눈이 멀어버릴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는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끔찍하게 벌어진 거대한 자궁을, 한없이 밀려나오는 괴물과도 같은 아이들을 보았으니까. 천사들의 비밀을 그들이 감추고자 했던 벌거숭이 붉은 심장을 보고야 말았으니까. 벽에는 갈라진 틈이 있었다. 살로 만들어진 집의 내부를 틈입하는 방법을 여자는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여자의 직업이었으므로. 여자는 능숙하게 가느다란 팔을 밀어넣어 심장을 꺼내었다. 탯줄이 아니라 코로 호흡할 것을 강요당한 핏속의 작은 물고기들. 임박한 삶 앞에서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는 끔찍한, 너무도 끔찍한 심장들.

여자는 그들이 곧 치명적인 기형, 삶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인 불구를 발현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생의 전반에 걸쳐 마셔온 몸이, 피가, 호흡이 얼마나 병들어 있었는지 그 속에 얼마나 고통스러운 독이 흐르고 있었는지 여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이들이 태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아이들을 삶으로 잡아끄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녀는 해갈되지 않는 무수한 삶을, 천 개의 삶을 원하고 있었으므로. 아무리 아이들을 받아내어도 그녀는 더 원하였다.

그녀가 받아낸 아이들은 오래 살지 못했다. 이 시기에 태어난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러했다. 공기는 치명적으로 병들었고 몸들은 더 이상 병 없이 살아갈 수 없었으니까. 독과도 같은 대기를 들이키고 호흡한 몸들이 유전할 수 있는 것은 누적된 깊은 역사와도 같은 한결같은 생명과 병뿐이었다. 불투명한 막에 감싸인, 피에 젖은 검은 눈들, 여자는 그 눈들이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일그러지는 모습을 보았다. 고통스러운, 그러나 살아 있는 눈들. 여자는 출산이, 생명이 영원히 지속될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살아 있는 한, 그들이 살아 있을 것임을. 왜냐하면 그들은 죽음만큼이나 삶을 바라고 있었으니까.

아이는 죽었을까? 뒤돌아보지 않는 무자비한 속도들이 소년을 관통하고 소년을 짓누르고 소년을 으스러뜨리고 지나갔을까? 여자가 원하지 않았다면, 여자가 삶을, 검은 눈을, 시선을, 사랑을 원하지 않았다면 소년은 버림받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원했고, 삶을 원하는 것을 그만둘 수 없었다. 여자는 더 이상 고백할 것이 없었다. 삶을 원했다는 것, 용서받을 수 없을 만큼 깊이 원했다는 것, 그 이외에 여자가 가지고 있는 진실은 없었다. 소년은 반드시 죽을 것이었다. 소년은 살아 있었으므로, 여자와 마찬가지로 소년 역시 살아 있었으므로, 여자에게 도래할 가장 확실하고 견고한 삶은 소년 역시 으스러뜨리고 말 것이므로. 여자는 출산하는 자궁에서 심장을 끄집어내듯 은은하게 반짝이는 틈을 향해 손을 집어넣었다.

유령이 다가오는 모습을, 아이들은 경악하여 바라보았다. 냉장고에 넣어 놓은 고기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을 보듯 아이들은 끔찍하게 소스라쳤다. 그들이 소유한 여자, 그들이 유예시켜 놓은 여자가 홀로 문을 열고 나오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살아있음의 불확실성을 아이들은 공포에 질린 채 깨달았다. 그들이 소유한 삶이 무엇을 할지, 아이들은 예감조차 없이 무방비한 몸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교실 뒤편에, 열기를 빨아들이는 굳건한 육체로 서서 그들을, 그들의 모든 응시를 조용하게 빨아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교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창문은 모두 열려 있었고 에어컨에서는 한결같은 열풍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여자는 그 자리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대담하게도 문을 열고 사라져버렸다.

아이들은 가만히 굳어서 여자가 사라지는 소리를, 구두의 희미한 또각거림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교사가 돌아올 때까지, 아이들은 또다시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곧 여자가 남긴 시큼한 체취는 사라질 것이었고 아이들은 이루어지지 않은 범죄를 잊어버릴 것이었다. 태어난 뒤로 계속해서 이어졌던 기다림을 그들은 반복할 것이었다. 어린 시절의 비밀스러운 몸의 지형들 속에서, 아직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은밀한 장소들 속에서 아이들은 교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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