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자 2(목격자)

그녀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마치 훼손되지 않은 것처럼, 파괴되지도 와해되지도 찢어발겨지지도 않은 것처럼 그녀는 천천히 눈을.

그녀의 부활을 기뻐해주는 신도들은 없었다. 그녀는 잊혀진 신처럼 시체안치소에서 홀로 눈을 떴다. 끔찍이 차가운 냉동 장치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희미한 부패의 냄새, 그것이 그녀가 처음 맡은 냄새였다. 그녀는 눈을 떴고 비좁은 냉동고 안에서 몸을 빼내었고 그녀와는 달리 죽음의 영속적인 원리에 순응하며 누워 있는 시체들에서 피어나오는 무거운 냉기가 그녀의 발목을 문지르며 애무하는 것을 느꼈고 그 차가움 때문에, 그리고 미미하게 치밀어오르는 역겨움 때문에 그녀는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살아 있었다.

살아 있었다. 부패의 향을 맡지 않고서는 호흡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살아 있었다.

그녀는 침실을 빠져나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시체 안치소를 벗어났다. 아무도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그녀는 살아 있었고 자유로웠다. 끝이 잘린 날개가 기적적으로 다시 돋아 열린 새장 문밖으로 날아가는 새를 붙잡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여자는 목에 교살의 흔적을 그대로 매단 채로 어두운 계단을 내려갔다. 유달리 등이 굽은 검은빛의, 망자의 인상들이 여자를 말 없이 흘겨보았다. 언어로는 담을 수 없는 격심한 고통의 흔적들.

여자는 안치소 건물의 입구에서 그녀의 유령을 보았다. 유령은 미친 듯이 떨면서 흐느끼고 있었다. 여자는 타인의 고통을 목도하듯 무감하게, 그러나 서글프게 그녀의 유령을 바라보았다. 유령은 여자처럼 헐벗었고 검은 눈은 눈물로 일그러져 있었다.

유령이 속삭이는 말을 여자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언어를 입지 못한 말을, 왜냐하면 그건 그리 멀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건 아직 여자의 몸에 남아 있는 일이었으니까. 여자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지만 유령은, 여자에게서 떨어져나온 손톱이나 머리칼과 같이 이미 여자에게 속하지 않는 그것은 여자에게 합류하지 못하고 안치소의 유리에 붙어 바들바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여자는 긴 손톱을 목에 박고 긁어내렸다. 여자는 벌레처럼 헐벗은 채였다. 미지근한 물기가 허벅지 사이에서, 목 뒤와 팔 밑에서 흘러내리는 불쾌한 감각이 느껴졌다. 마치 그녀 자신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은근하고 불길한 땀이 흘러내렸다.

날카로운 캔 뚜껑과 유리 조각들, 폐지와 플라스틱 파편들이 벌거벗은 발을 파고들었지만 여자는 묵묵히 걸었다. 얼어붙은 세상의 골목에서 고양이들의 마지막 잔당들이 여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꼬리는 한결같이 하늘로 치솟았고 황금빛 눈은 기적처럼 밝게 빛났으나 여자는 무심하게 계속 걸었다.

비대하게 차오른 백색의 달에 비추어진 그녀의 흰 몸은 아름다웠다. 여자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쓰레기들을 짓뭉개며 요란스럽게 지나가는 버스를 보면서 여자는 밤이 영원히 계속되리라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대체 언제까지 걸어야 하는 것일까? 무너져내린 건물들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았는데.

그러나 드문드문 먼지처럼 남은 삶도 있었다. 입구가 파손된 교회에서 부랑자의 턱 밑에 면도날을 쑤셔넣던 창녀가 그녀를 보며 웃었다.

밤처럼 새까만 노인은 죽은 짐승처럼 흐느적거리며 추락했다.

그가 가려던 곳에는 절대 도착할 수 없을 거야, 하고 창녀는 유달리 두툼한 입술을 은근히 벌려 속삭였다.

어쩌면 더 빨리 도착했을지도 모르지, 하고 여자가 대답하자 창녀는 입술을 당겨 시원스럽게 웃었다.

여자는 습한 안개에 감싸여 순식간에 부패해가는 시신과 벌거벗은 창녀 옆에서 잠들었다. 창녀는 검고 헝클어진 머리칼에 길고 유려한 손가락을 집어넣고 머리를 더 헝클어 놓으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창녀의 젊고 대담한 눈길을 마주 보며 갑작스럽게, 그녀 자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갑작스럽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어깨를, 가슴을, 배와 무릎을 미친 듯이 떨어대면서 여자는 소리 죽여 울었다.

창녀는 그녀와 함께 울어주지 않았지만 여자는 계속해서 울었다.

창녀가 듣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창녀는 어쩌면 아무런 소리도 신음도 울음도 없이 우주처럼 적막한 밤을 보내고 싶을지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자는 참지 못하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를 죽여 달라고. 힘을 잃고 쓰러진 저 부패해가는 늙은이처럼 그녀를 죽여 달라고.

그러나 창녀는 고개를 저었다. 창녀는 창녀들을 죽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창녀들은 이미 죽은 존재나 다름없으므로, 창녀는 창녀들을 죽일 필요가 없다고.

여자는 창녀에게 더 애원할 수 없었다. 여자는 기이한 안도감에 숨을 헐떡거리면서 끔찍하게 차가운 바닥에 드러누웠다. 어둠 속에서 날고기의 달콤한 악취를 감지하고 날아든 파리들이 그녀의 몸에도 들러붙었다. 여자는 쉴새 없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겨웠으나 파리가 그녀의 안에 낯선 생명을 심어놓기 전에 계속해서 손과 다리를 흔들어 그들을 쫓아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너무 깊이 파고들지 않도록.

창녀는 여자의 옆에 누운 채 그녀의 둥근 어깨를 위로하듯 감싸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속삭였다. 창녀들은, 벌거벗은 여자들은 어디서나 죽는다고. 벌거벗은 것만으로, 그녀들은 이미 범죄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라고.

그러나 여자는 아무도 그녀를 발견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죽었으니까. 죽은 자들은 산 자들보다 훨씬 많아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존재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치기 마련이니까. 다시 살아났더라도 그녀가 죽음을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죽음은 영원하고 항구적이었다. 설령 약간의 위반이나 변칙이 있다고 하더라도.

밤새도록 창녀는 노인의 잘려나간 턱에 입을 맞추었다. 노인의 턱 밑 살은 깊이 벌어져 마치 또 하나의 입처럼 보였다. 끝맺을 수 없는 말을, 헐거운 구멍으로 하염없이 흘리고 있는.

창녀는 죽은 남자의 왜소한 몸 위에 올라타 그를 정성껏 주무르기 시작했다. 중병 환자를 간호하는 간병인처럼, 죽음을 위로하고 애무하듯, 여자는 단단한 바닥에 귀와 관자놀이를 댄 채 옆으로 누워 어둠 속에서, 그러나 지나치게 거대하고 희멀건한 달 때문에 훤히 누설되어버린 더럽혀진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창녀를 바라보았다.

창녀는 달빛에 검게 반사된 혀를 꺼내어 노인의 몸을 정성껏 닦았다. 말라빠진 옆구리와 파리들이 들끓는 배꼽과 치골, 말라빠진 엉덩이골이 그대로 드러난 인체의 치부를, 창녀는 마치 죽은 노인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가 그녀의 더 없이 사랑스러운 애인인 것처럼 애무했다. 탐욕에 눈먼 파리들이 그녀의 입속으로 흘러드는 것도 아랑곳 않고.

여자는 끔찍하게 서글픈 기분에 휩싸였으나 울지는 않았다. 어쩌면 여자가 잠든 사이 죽음의 규칙이 바뀌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날이 밝으면 노인은 다시 살아날 것이고, 노인은 그를 죽인 창녀를 죽일 것이고, 창녀가 그의 턱 밑을 절단하고 후두에 쑤셔넣었던 면도날로 창녀의 목을 자를 것이고, 그녀의 젖가슴을, 그녀의 귀와 가지런한 발가락을 전부 자를 것이고, 그녀의 배를 가를 것이고, 그녀를 갈기갈기 해체할 것이고, 다음 날이 되면 창녀는 다시 살아날 것이고, 마치 한 번도 찢겨본 적이 없는 것처럼, 한 번도 죽은 적이 없는 것처럼, 죽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아프지 않은 것처럼 살아나 노인의 턱을 절개할 것이고, 노인의 몸 위에 짐승처럼 엎드려 두툼하고 탐스러운 혀로 그의 은밀하고 노쇠한 관절에 헐겁게 붙어 있는 살을 핥아낼 것이고, 어쩌면 이 모든 죽음은 일종의 연극에 불과할 지도 몰랐는데, 왜냐하면 삶은 이처럼 도를 넘어서는 위험한 장난 없이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길었으니까.

여자는 같은 조직으로 짜인 늙은 살을 맛보며 절정에 치달아 헐떡이는 창녀를 음울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창녀는 음탕하게, 그리고 절박하게 헐떡거리면서 흐느끼듯 신음했다. 수십 마리의 파리들이 그녀와 함께 윙윙거리면서 절정을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노인을 묻을 거냐고 여자가 물었지만 창녀는 절정에 취해 대답하지 않았다.

다음 날 새벽, 여자가 깨어났을 때 창녀는 노인의 앙상한 가슴에 이마를 대고 잠들어 있었다.

밤이 저물고 희미한 빛이 사라져버린 거대한 위성 대신 차오르자 여자는 창녀와 시신을 내버려두고 일어섰다. 그녀가 걸어가는 동안 유달리 목이 길고 날개가 짧은 돌연변이 비둘기들과 몇 마리 고양이 이외에 그녀의 길을 막아서는 것은 없었다.

그곳은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였다. 붉은 벽돌로 감싸인, 흉측하게 벌어진 장미처럼 만개한 건물. 깨진 창문 안쪽에는 돼지처럼 벌거벗은 남자가 있었다. 얇고 붉은, 터무니없이 매끈하게 반짝이는 피부는 아이처럼 순수하고 돼지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여자는 텅 빈 도축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는 여자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여자는 두툼한 젖가슴과 같이 불그스름한 그의 머리에 입을 맞추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여자를 피해 새의 깃털을 벗기고 있는, 마찬가지로 헐벗은 그의 붉은 손을 여자는 서글프게 감싸 쥐었다.

그는 눈부시게 흰 깃털을 하나씩 뽑아내면서 중얼거렸다. 내가 도축에는 재능이 없다는 걸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차라리 구걸을 했다면 우린 더 부유하게 살았을 거야. 그렇지만 누군가는 무엇을 죽이고 말 거야. 내가 없는 곳에서 내 것이 아닌 다른 손에 절개되는 짐승들의 피부를 견딜 수가 없어. 난 날마다 그들이 내 몸을 뜯어먹고 내장에 코를 박는 꿈을 꿔. 난 그들이 포식하도록 내버려 두지만 그들은 결코 식사를 끝마치지 않지. 결국 그들 누구도 심장을 먹지 않아. 결국 난 심장과 함께, 목 아래로 선명하게 들여다보이는 벌거벗은 새빨간 심장과 함께 살아남지.

그는 여자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녀가 죽은 이유도, 그녀가 죽은 뒤에도 살아 있는 이유도.

남자는 냉혹한 날이 드글거리는 겨울 안개에 팅팅 불어버린 붉은 몸 전체를 들썩거리며, 배와 가슴, 목의 두툼한 주름 전체로 헐떡거리며 흐느꼈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었어. 알아? 네가 떠났을 때 난 아무렇지도 않았어. 네가 훔쳐간 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믿었으니까. 이제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지폐 몇 장과 빛을 잃은 보석들, 원래부터 네 것이었던 옷들. 난 감옥에 갈 거라고 믿었어. 네가 아니라 내가. 하지만 넌 내 범죄까지 훔쳐 달아났지. 그 애가 죽은 건 나 때문이었는데.

내가 그 애를 죽였어. 죽음 뒤에 천국이 있다고 한 것도, 죄 없는 어린아이와 짐승들은 천사가 되어 천국에서 영원히 거주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나였는데. 넌 그 애를 본 적도 없잖아. 날개를 달아준 것도 나였어. 그 애가 죽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죽음 없이는 날 수 없다는 걸, 죽어서도 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난 그 애에게 죽은 짐승들의 뼈를 붙여 만든 역겨운 날개를 건네 주었고 그 애는 믿지 않으면서도 그걸 받아들였어.

어쩌면 그 애는 우리 딸이었을지도 몰라. 네가 감옥에서 낳은 아이, 말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난 그렇게 생각했어. 네가 감옥에 가리라는 것을, 내 범죄를 훔쳐가리라는 것을 상상도 못 한 채로 그게 우리 아이일지도 모른다고. 난 가끔 감옥에서 아이를 낳는 꿈을 꿀 수 있었으니까. 감옥에서, 끔찍하게 습하고 끈적거리는 역겨운 감옥에서 나는 살인범, 절도범, 강간범, 사기꾼들이 보는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사람의 머리를 낳았고 머리는 소시지처럼 끝없이 이어져 있었어. 난 머리와 연결된 목을 목과 연결된 가슴을 가슴과 연결된 어깨를 어깨와 연결된 배와 다리를 다리와 연결된 발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어. 그건 우리의 아이였어.

그 애는 돼지고기처럼 붉고 향긋했어. 나는 뒤늦게 비명을 질렀고 잠에서 깨어나서 내 옆에 편히 잠들어 있는, 죽은 아이처럼 고요하게 잠든 네 얼굴을 보았어. 너는 터무니없이 희었어. 너를 내려다보면서 난 네가 내 아이를, 꿈 속에서 낳은 내 아이를 닮았다고 생각했어. 감옥에서 아이를 낳던 게 너인지 나인지 알 수 없었어. 그건 너였고 그렇지만 내가 느끼고 감각하고 움직이고 비명하는 너였는데 그곳에서 너와 내가 낳은 게 괴물인지 고깃덩이인지 사람의 아이인지 확신할 수 없어서 난 두려운 마음으로 아이의 손가락과 발가락 개수를 천천히 세었어.

잘못 세었을까 무서워서 일곱 번이나 다시 세고 세고 또 세었지. 그때 너는 내 옆에 없었어. 너는 내 속에 있었지. 우리는 척추의 안쪽을 비밀스럽게 문지르고 있었어. 내 안에 네가 있는 걸, 네가 범죄처럼 조용하고 음험하게 숨쉬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어. 하지만 네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지. 그 순간 내게 가장 필요했던 건 네 목소리였는데도.

깃털이 뜯겨나간 닭이 애처로운 비명을 질렀다. 여자는 범죄적인 침묵 속에서 가만히 버티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해 줄 말이 없었다. 여자는 그가 그녀의 연인을 두려울 정도로 빼닮았지만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그녀와 추상적인 보편의 추억 이외에는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는 이방인이라는 것을 서서히 깨달았던 것이다.

남자는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네가 떠나고 나서 난 농장 울타리를 도끼로 전부 쳐부쉈어. 얌전하게 울타리 문을 열어놓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어. 돼지들은 주춤거리면서 나를 올려다보았어. 그 많은 돼지들 서른 마리 아니 쉰 마리나 되는 돼지들이 전부 나를 올려다보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낮고 서글픈 소리로 울고 있었어.

결국 그녀들은 나를 떠났지. 마치 떠나지 않을 것처럼 나와 함께 남을 것처럼 오랫동안 주춤거렸던 것이 망설였던 것이 전부 거짓이었던 것처럼 망가진 울타리를 뛰어넘고 숲 속으로 사라졌어. 결국 그녀들은 살고 싶었던 거야. 울타리 속으로 들어와서 도살의 토요일을 축하하던 일이 없었던 것처럼 그녀들은 뛰어나갔어. 숲 속에서 그녀들은 조금 더 오래 살겠지. 어쩌면 더 빨리 죽어버릴지도 몰라. 남자는 아이처럼 훌쩍이면서 형편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애처롭게 속삭였다.

떨어진 건 너였어. 그렇지? 창문 밖으로 떨어진 건, 울타리 밖으로 나가버린 돼지들이 삶이 아니라 죽음으로 돌진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난 막지 않았어. 망가진 울타리 안쪽에는 한 마리도 남지 않았어.

남자는 미친 것이 분명했다. 그는 자폐적으로 덜덜 떨면서, 간혹 비명을 지르면서 계속해서 그만이 이해할 수 있을 연결점으로 접합된 문장들을 읊고 있었다.

학대당한 닭은 경악하며 죽음에 맞서 힘없이 바르작거리고 있었다. 충동적인 손길에 뜯겨나간 깃털 안쪽에서 축축하고 역겨운 피가 흘러내렸다.

천국이 있다고 말했던 건, 하고 남자는 오열하며 속삭였다. 천국을 믿었기 때문이 아니었어. 삶을 더 잘 견디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종종 하던 거짓말을 했을 뿐이었어.

끔찍하게 찢겨나간 날갯죽지에서 출혈하는 검붉은 피, 사내는 죽어가면서도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난 너무 많은 꿈을 꿔, 그 꿈들이 전부 독립적으로 살아 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아. 그건 내가 아니지만 가장 결정적인 순간,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그곳에는 내가 있었지. 내가 존재하지 않는 순간에도 꿈들은 살아서 늙어가고 죽어가고 죽음 이후를 살아갈 거야.

꿈을 꾸기 전까지는 있으리라고 상상도 못했던 그 모든 삶들이 죽음들이 짐승들이 고기들이 살갗들이 눈물들이 피들이 내 안에 있어. 아니. 나는 그 안에 있어. 죽고 나서 난 다시 깨어나. 난 아직 살아 있어. 그리고 머지않아 다시 꿈을 꾸리라는 것을 알아. 결말을 목격할 수 없는 꿈을 이제는 내 바깥에 있는 꿈 소재지를 찾을 수 없는 꿈 언제 일어났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꿈 시간과 공간이라는 인식의 틀 너머에서 유동하고 있는 꿈 결코 다시 살 수 없는 꿈 어쩌면 그 꿈들은 보이지 않는 고리들로 이어져 있는지도 몰라. 하지만 그 고리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운동하고 경련하고 흐느낌을 꿈을 상상을 실어나르는지 난 절대 알 수 없겠지.

돼지들이, 하고 사내는 소리쳤다. 꿈 속에 있었는지 꿈 바깥에 있었는지 모르겠어. 아니야. 둘 다겠지. 하지만 처음 보았던 건 꿈 속에서야. 난 죽은 돼지밖에는 볼 일이 없으니까. 난 한 번도 돼지를 직접 죽여본 적이 없고 내가 돼지의 멱을 따고 머리를 자르고 뼈를 해체한 건 언제나 죽은 뒤였으니까.

사내는 헐떡이며 숨을 몰아쉬었다.

난 네가 그 애를 어떻게 낳는지 전부 봤어. 그 애가 어떻게 너를 찢고 나오는지, 네가 어떻게 죽어가는지 난 전부 느꼈어. 네가 죽은 뒤에, 청소부들은 아스팔트에 늘러붙은 네 시체들, 흘러내린 장기와 유골을 전부 긁어서 거대한 함에 넣고 사라졌지. 그들은 시체 운반용 버스에 너를 태웠어. 좌석마다 너처럼 추락사한, 동사한, 분신한, 목 매단 시신들이 누워 있었지. 검녹빛의 캡 모자를 쓴 노인이 너를 시체 안치소 가장 왼쪽 구석 자리에 집어넣었어.

넌 추위도 외로움도 답답함도 느낄 수 없었지. 넌 죽었으니까. 하지만 난 느낄 수 있었어. 네가 느낄 수 없는 추위와 외로움과 답답함을 난 느꼈어. 마치 냉동고에 갇힌 게 비좁은 함 속에서 식어가는 게 나인 것처럼 그렇게 느꼈어.

사내는 미친 듯이 흐느끼면서 중얼거렸다. 그곳에는 나처럼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었어. 아직 죽지 않은, 그렇지만 죽은 자의 꿈을 꾸고 있는, 감옥과도 같은 비좁은 함 속에 갇혀서 얼어가는 의식들이 있었어. 우리는 비명을 지르면서 서로에게 흐려져가는, 아니 오히려 끔찍하게 선명해져가는 고통스러운 존재를 알렸지.

우리는 언젠가 꿈에서 깨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꿈이 삶처럼 계속되리라는 불길한 절망에 시달리면서 오열했어. 네 손과 발은 지독하게 뭉그러져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어. 너는 죽었으니까. 심장은 박동을 멈추었고 이제는 그리 붉지도 않은 피들, 응고해가는 검은 피가 네 몸 속에서 창백하게 침잠하고 있었으니까.

시체의 냉동고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비열하고 도착적이며 강박적인 악몽을 알아보고 비명을 질렀어. 그건 자해와도 같이 파괴적인 꿈이었어. 그런데도 우리는 꿈을 꾸는 걸 그만둘 수 없었지. 어떤 이는 깨어서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어. 잠들지도 못한 채 가장 깊은 꿈을 꾸고 있다고.

그곳에는 시체의 꿈을 꾸는 자들, 미쳐버린 자들 밖에는 없었어. 우리는 우리가 미쳐버렸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고 울부짖었어. 하지만 울음은 삶에 대한 축소, 그것도 과장적인 축소에 불과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 우리의 비명은, 과잉의 비명은 절망과 결핍의 축소에 불과하다는 걸. 왜냐하면 실제로 시체 안치소는 죽은 듯 고요했고, 우리가 지르는 비명은 물질도 증거도 없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고, 우리가 영원처럼 느끼는 순간은 실제로는 육십 조각으로 나누어진 어떠한 단위로도 설명할 수 없는 조각이었고, 우리의 비명이 죽음처럼 적막하다는 것을 우리 자신도 느끼고 있었으니까.

깨질 듯 시끄러운, 폭력적인 침묵 속에서 난 네 얼굴을 떠올리려 했지만 그건 검었고, 한없이 검었고, 게다가 밤처럼 안전하고 부드러운 검음이 아니라 끔찍하고 역겨운, 부패한 고기의 검음이었고, 난 더 이상 네 얼굴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 대신 그보다는 덜 거북한, 그러나 침묵의 고통을 잊을 정도로 충분히 괴로운 삶의 단면에 골몰했지.

넌 너무나 갑작스럽게 돌아왔고 유리문 안쪽 문턱 가까이 서서 내가 죽은 새의 깃털을 뽑고 내장을 빼내는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었지. 새들은 천국으로 돌아가야 해, 날개 달린 것들은 원래 천사니까, 하고 내가 말했을 때 너는 서글픈 얼굴을 하고 있었어. 그제야 난 네가 이미 죽었다는 걸, 그리고 네게는 날개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

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면서도 네게 날개를 만들어 주었지. 너는 네 팔보다도 길고 거대한 두 개의 구조물을 양손에 들고 사라졌어 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난 네가 돌아오기를, 그래서 네게 천국 이전의 삶을 가르쳐줄 수 있기를 기다렸어. 난 천국에 가지 못한 짐승들의 이름과 생애를 네게 알려주기 위해 내 기억을 뒤지고 있었어. 그러나 아무것도 생각 나지 않았지. 아직 어린 소녀에 불과했던 네가 떠돌기에는 너무 깊고 너무 춥고 너무 긴 밤이 지나갔고 난 네가 영원히 떠나가버렸다는 것을, 내가 날개를 주면서 너를 내쫓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깨달았어. 어쩌면 넌 천국에 가고 싶지 않았을 거야. 날개가 없었으니까.

넌 천국에 갈 필요가 없었을 거야.

그러면 우리는 창문도 비행도 추락도 없는 내부에서 함께 밤을 보낼 수 있었겠지. 하지만 난 멍청하게도 그리고 비열하게도 네게 날개를 주었고 네가 천국으로 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들었어. 너를 천국으로, 죽음으로 쫓아냈던 거야.

사내는 한숨을 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시체 안치소에는 새들이 한 마리도 없었어. 죽은 새들은 모두 불타거나 얼음 밑에 파묻히거나 뒤따라 죽을 짐승들의 내장 속에서 형체도 없이 으물러 버렸지. 난 그곳에서 네 몸 속에서 너를 찾지 못하고 헤매었어. 그리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악몽에 끔찍한 균열이 일어나 조각조각 깨어지는 순간에야 난 내가 네 시체 속에서 떠돌고 있었다는 것을, 네가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

남자는 참지 못하고 새의 목을 졸라 죽여버렸다.

죽어버린 새는 더 이상 흐느끼지도 신경질적으로 그리고 절망적으로 울부짖지도 않았다. 사내는 발작적으로 침묵했다. 여자는 불면에 시달리며 방랑하는 새처럼 가늘게 경련했다. 그녀는 독립적인, 그러나 치명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수억의 꿈들에 대해 생각했다. 꿈들은, 삶과 분리할 수 없는, 그러나 삶과 동일시할 수 없는 다른 곳들과 다른 목소리와 다른 침묵과 다른 고통으로 들끓는 꿈들은, 완전히 벗어날 수도 함몰될 수도 없는 꿈들은, 그들의 삶과 가장 은밀하고 내밀한 방식으로만 닮은 꿈들은, 여자가 더 이상 기억할 수 없는 그러나 잊을 수도 없는 꿈들은, 기름 투성이의 무겁고 검붉은, 귀먹고 벙어리인 그러나 한결같이 날카롭고 미쳐버린 비명을 내지르고 있는 꿈들은, 법정 옆에 붙어 있는 사형장에서 목이 매달려 교살당하는 꿈들은, 목이 꺾여버리고 난 뒤에도 남아 있는 시신과도 같은 꿈들은, 야릇하고 경악에 찬 꿈들, 죽은 채로 살고 있는 징그러운 소음과도 같은 꿈들, 부러진 날개로 서성거리는 서글픈 꿈들은, 초대받지 못한 채 들어선 이방인의 벌거벗은 몸과도 같이 역겹고 불결한 꿈들, 그러나 무질서와 위반의 치명적인 관능을 가지고 있는 꿈들, 멸균된 병실에 떨어지는 흰빛의 부드러운 모래처럼 반짝이는 심연과도 같은 꿈들은, 그들이 믿을 수 없는 거리 사이에 달빛처럼 쌓여 있었다.

여자는 남자와 함께 밤을 보낼 수 없었다. 죽음과도 같은 적막 속에서 여자는 날개도 없이 깨진 유리문 바깥으로 사라졌다. 달을 관통할 듯 위협적으로 치솟은 느티나무의 검은 그림자가 여자의 벌거벗은 등을 쓰다듬었다. 여자는 불멸하는 축축한 수액의 꿈 속에서 잠든 나무 그림자를 조심스럽게 밟고 끔찍하게 흰 달을 향해 걸었다. 무력한 혼수상태를 헤매는 어둠을 인질로 잡고 있는 포악한 빛이 그녀를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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