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과 장미 13

Act. 22.

백내장 걸린 눈동자처럼 흐릿한 거울 앞에서 앨리스는 그녀가 준비한 긴 대사를 읊었다. 거울은 창문이 아니어서 바깥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려주지 못했다. 달걀 노른자가 묻어 질척거리는 소맷자락으로 그녀는 눈물을 닦았다.

희망 없음 희망 없음 희망 없음 희망 없음 희망 없음 희망 없음

그녀는 그녀의 엄마고 그녀의 아이며 그녀의 남편이고 그녀의 아빠며 그들의 가능한 모든 관계들이다.

개구리처럼 웃고 있는 아들은 여자의 몸에 갇히고 먹혀서 다시는 빠져나갈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고 했다. 어린 시절 그는 여자의 음부에 집어삼켜져 질식하는 꿈을 꾸었으며 지금도 두렵다고 했다.

희망 없음 희망 없음 희망 없음 희망 없음 희망 없음 희망 없음

아무도 그녀를 원하지 않는다. 그녀가 연기한 짐승들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가 연기한 배우들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배우들을 연기하기 때문에 그녀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배우들을 연기하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배우들을 그녀가 연기하기 때문에 그녀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가 무엇 안에 삽입할 수 있는가? 그녀가 무엇에 힘을 행사할 수 있는가? 그녀가 무엇일 수 있는가? 어째서 어떤 사람의 죽음은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는 것일까. 어째서 어떤 사람의 범죄는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일까.

그녀가 그녀의 불투명한 물질 앞에서 응시한 그 무능하고 현기증 나는 반사들은 어디로 갔는가. 그녀가 거울 앞에서 범한 그 많은 범죄들은. 그녀는 엄마를 강간했고 아빠를 살해했고 아빠를 강간하고 엄마를 살해하고 여동생의 자지를 빨았고 쥐들의 소굴에 쥐약을 탄 우유를 부었고 가장 깊은 우물에 날개가 절단된 천사들을 떨어뜨렸고 천사의 고기를 먹고 죽은 아이들의 이름을 훔쳤는데,

그녀의 범죄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아무도 그녀를 잡으러 오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의 범죄에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의 머그샷을 찍지 않았고 아무도 그녀를 재판하지 않았고 아무도 그녀를 처형하러 오지 않았다.

택배 배달원마저도 그녀의 불완전한 시체를 두고 도망갔다. 그는 그녀의 살해자가 아니라고 했다.

아무도 그녀를 기다리지 않는데 그녀는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 그녀는 혈관을 열고 죽을 것이다.

인터넷은 타인의 이름과 타인의 노래와 타인의 영상과 타인의 얼굴과 타인의 목소리들로 가득하다. 서점에는 그녀의 것이 아닌 책들이. 눅눅한 벽지 아래에는 강력한 맹목들이 있다. 인물과 인물 사이, 대사와 대사 사이의 헐거운 간격들, 노출되는 빈 공간들, 표상될 수 없는 열림들, 그곳에 사는 것이 그녀뿐인가?

그곳을 원하는 것이 그녀뿐인가?

살아 있음의 속에 닿고 싶다. 그것의 가슴 속에 손을 집어넣고 끔찍하게 주무르고 싶다. 손이 절망적으로 끈적해질 때까지.

상품들이 말한다. 히스테릭한 그림이 말한다. 마임이 말한다. 살해된 여자가 말한다.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아이들은 교단에서 한 장씩 카드를 뽑았고 거기 적힌 것이 되었다.

앨리스의 카드에는 여배우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의 카드에 적힌 언어를 읽지 못했다. 오직 그녀만 그것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 자신과 닮은 언어를.

마네킹들이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말한다. 합창을 하듯이 운율을 맞춰서.

우리는 아마 우리 자신을 가장 닮았을 거예요.

읽을 수 없는 카드를 뽑은 것이 그녀만은 아닐 것이다. 불가능한 언어에 중독된 사람들의 말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아무도 그들이 사회적으로 열등한 입을 벌려 속삭이는 것을 듣지 않는다. 익사해가는 지렁이의 비명을 아무도 듣지 않듯이. 매운탕 냄비 안에서 산 채로 끓고 있는 전복의 절규를 아무도 듣지 않듯이.

우리는 아마 우리를 뽑았을 거예요.

우리는 아마 우리를

우리는 아마

우리는 아마 우리를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거리로 뛰어든다. 하얀색 잉크로 가득 차 있는 물풍선을 마네킹이 전시된 유리창에 던진다. 유리창이 불투명하고 더러운 하얀색으로 젖어든다.

그녀는 잘 알려진 비극의 형식을 질투한다. 그녀는 군중들 앞에서 처형당한 여배우의 운명을 질투한다. 그녀는 질투한다. 여배우를 연기하는 모든 배우들을. 모든 배우들을 연기하는 여배우를. 그녀는 질투한다.

그렇지만 그녀의 질투는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24X60의 단위로 분할된 시간들. 원형의 시계와 같은 면적의 사각형을 그리시오. 사지를 잘라서 그리시오. 관절을 뽑고 헐거워진 부분을 빵칼로 잘라서 그리시오. 생크림이 묻은 빵칼의 울퉁불퉁하고 하얀 날로 잘라서 그리시오.

엄마를 강간한 남자는 엄마가 4살이었던 그를 성폭행했다고 인터뷰했다.

손님을 죽인 창녀는 침대에 앉아서 경찰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시체의 점막에서 들끓던 구더기들이 무럭무럭 자라 파리가 되어 날아다니는 순간에도 경찰들은 오지 않았다. 창녀는 그녀가 목을 졸라 살해한 손님의 사체를 직접 토막내어 처리해야 했다. 모텔 옆 슈퍼에서 고기 써는 칼과 믹서기를 샀다. 여자는 잠시 기다렸다. 음식물 쓰레기 봉지 서른 장과 앞치마도 샀다. 여자는 잠시 기다렸다. 모텔 주인에게 방을 더 빌리겠다고 말하고 돈도 냈다. 모텔 주인이 그녀에게 물어보기를 그녀는 기다렸다. 그녀가 남자를 전부 버릴 때까지 경찰들은 오지 않았다.

시체가 사라진 방에, 남자의 살을 먹고 자라난 파리-천사들이 짐승의 눈동자처럼 빼곡이 덮여 있는 침대 시트 위에 누운 채로 여자는 울었다. 그녀의 범죄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아무도 그것을 찾지 못할 것 같았다.

요즈음에는 친구가 많고 밝으며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여행을 좋아하고 낯선 사람과도 쉽게 말을 섞으며 우울조차 명랑한 사람들의 글만이 읽힌다.

I need you

앨리스는 혼자다.

질투에 훼손된 채로, 고통스러운 무능력으로 열린 채, 그녀는 혼자다.

인터넷에도 그녀의 친구는 없다. 정신병의 조각들을 함께 부딪힐 친구도, 부러진 손톱을 마주 긁어내릴 친구도 없다.

YouTube를 하는 어린 시인은 예쁘고 발랄하고 활기차다. 그녀는 그녀의 일상을 영상으로 찍어서 올린다. 예쁜 커피잔과 예쁜 고독과 예쁜 친구들과 예쁜 애인과 예쁜 편지와 예쁜 침대 시트와 예쁜 자막과 예쁜 댓글들과 예쁜 배경음악과 예쁜 유리창과 예쁜 악몽과 예쁜 선반과 예쁜 책들과 예쁜 작업실과 예쁜 거리와 예쁜 신발과 예쁜 미소와 예쁜 거울과 예쁜 칠판과 예쁜 e-book과 예쁜 선물들과 예쁜 취향과 예쁜 미래가 그곳에 있다.

앨리스는 그것을 훔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녀는 그렇게 예쁜 것이 될 수 없다. 그녀에게는 화려하고 미친 친구들도, 다정하고 친밀한 적들도 없다. 그녀는 그런 것일 수 없다. 그녀는 명랑함을 꾸며내는 방법조차 모른다! 그녀에게는 명랑함을 감지하고 생산하는 부분이 뻥 뚫려 있다. 레이스처럼, 그녀의 몸은 구멍투성이다. 그곳에 손가락을 넣어서 벌린다. 벌어진 레이스가 손가락을 조여온다. 그녀는 가장 고통스러운 무능력으로 말한다. 열린 것, 대책 없이, 돌이킬 수 없이, 방향도 없이 열린 것들이 그녀다. 빈공간을 뻐끔대면서 그녀는 말한다. B는 죽었어. 그 애는 죽었어. 달처럼 무거운 트럭이 그 애의 등뼈를 짓밟고 지나갔어. 그 애가 으스러졌고 그걸로 끝이었어. 결국

그 애는 한 명의 친구도 사귀지 못하고 죽었어.

그 애의 장례식에 누가 갔는지 그녀는 알지 못한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닫힌 공허와 열려 있는 공허 중 그녀는 열린 것을 택했다. 이제 아무도 그녀에게 말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데도 그녀는 말한다. 그녀는 말한다. 아무도 그녀에게 시키지 않은 방식, 아무도 그녀에게 원하지 않는 방식, 아무도 그녀에게 기대하지 않은 방식으로, 아무도 그녀에게 바라지 않는 것을. 그녀는 말한다. 그녀는 말한다. 그녀가 말하는 것은 너무 이상하고 너무 은밀해서 어디에도 없는 것이 된다. 그녀는 여러 개의 눈동자를 가진 시선들을 교란시키고 간섭시키고 회절시키고 침입하게 하고 발생하게 하고 더 이상 알아볼 수 없게 파열시키고 폭발시켜서, 도저히 알아볼 수 없게, 응, 그래, 더 이상 알아볼 수 없게 만들어서 씨발 들리지 않게 만든다. 0 x 0 x 0 x 0 x 0 x 0 x 0 x 0 + 0 x 0 x 0 – 0 x 0 = 0 = – 0 = + 0 = 0

더 이상 알아볼 수 없게 만들어. 다정한 눈 웃음도, 나지막한 바이올린 연주 소리가 들리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테이블도, 하얗고 반질반질한 고양이도, 살해자가 목을 조를 때 오르가즘을 느끼는 희생자도, 고양이의 내장 속에서 갈기갈기 찢긴 성기를 그러모아 자위를 하는 쥐새끼도. 휘어지고 꼬이고 질식하고 뭉그러져서 이제는 알아볼 수 없는 것들.

앨리스는 그러한 취향에 근접한 세계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침대는 따뜻했(하)고 냉장고 속에는 콜드브루 원액이 들어있다. 엄마는 그녀를 뱃속에 넣은 채로 매일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들었다. 아무도 술을 마시지 않았고 아무도 마약을 하지 않았고 아무도 직접 살해하지 않았고 아무도 살해당하지 않았다. 아무도 강간하지 않았고 아무도 강간당하지 않았다. 창문 옆에 놓인 화분에서는 오래도록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금붕어들은 배가 불러 터져버릴 때까지 사료를 먹었다. 그러나 오줌에 절은 침대에서는 역겨운 냄새가 났다. 그녀는 콜드브루를 국그릇에 담아 먹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꿈 속에서 그녀를 강간하고 모욕했다. 그들은 끊어진 바이올린 E 현으로 그녀의 손가락을 감아 잘랐다. 이제 다시는 E flat을 연주할 수 없겠구나! 모차르트가 웃으면서 그녀에게 속삭였다. 베토벤은 그녀의 잘린 손가락을 그의 귓속에 쑤셔넣고 있었다. 꿈 속에서 모두가 모두를 살해하고 강간하고 모두가 모두에게 살해당하고 강간당할 때 그들은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는 옷을 입은 채로 가만히 서서 그들이 난장으로 어질러져 뒤얽히고 흘러내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끔찍하게 수치스러웠다. 오직 그녀만이 깨끗했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오직 그녀만이 옷을 입고 있었다. 오래도록 물을 주지 않은 화분에는 식물의 썩은 고기들이 매달려 있었다. 파리들이 마른 이파리 위에서 잠자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들 옆에 쭈그려 앉은 채로 파리들의 달콤하고 더러운 악몽을 지켰다. 터져서 죽은 금붕어들이 어항 위로 둥둥 떠올랐다. 그녀는 그것들이 끔찍했다. 할머니가 부엌 싱크대에서 어항 물을 갈아 올 때마다 금붕어의 수는 몇 마리씩 줄어 있었다. 어항에 금붕어가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될 때까지 그녀는 금붕어들의 수를 세었다.

『향연』, 179b-e. 오르페우스는 유약한 영혼을 가졌다. 그는 알케스티스처럼 사랑을 위해 죽을 용기를 갖는 대신, 산 채로 하데스의 세계를 통과하는 데에 온갖 술책을 썼다.

그녀는 B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다. 이제 B가 살아서 그 자신에 대해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너무 감정적이고 감각적이고 물질적인. 부패하기 쉬운 빛의 고기들.

물고기가 출혈 속으로 가라앉는다. 밑바닥에는 천사들의 젖은 머리칼들이 흔들리고 있다. 앨리스는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웃는다. 그녀는 그 앞에서 투명해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투명해진다. 감독이 투명한 그녀의 굴곡 너머로 비추어지는 배우들을 향해 싸인을 보낸다. 신호들, 읽을 수 있지만 개입할 수는 없는.

부러워하고 사랑하는 것 외에 그녀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쓴다. 그녀가 부러워하는 것들에 대해, 그녀가 원하는 것들에 대해, 그녀가 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살인자가 된 아들에 대해 쓴 여자처럼 쓴다. 살인자가 되어 유명해진 남자처럼 쓴다. 중학생 x는 존재하고 싶다고 썼고 그는 그의 희생자들보다도 더 존재한 것처럼 보인다. 엄마가 그녀의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삶을 그녀의 딸에게 물려준다. 공기는 단조롭고 평화롭다. 그녀를 열어젖히는 사람도 물어뜯는 짐승도 없다. 그녀는 그다지 갈취당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다지 피곤하지도 않다. 그녀는 그다지 아프지 않고 그다지 절망적이지도 않다. 원한다면 아무도 그녀를 요구하지 않는 곳에서 늙어갈 수 있을 것이다. 원한다면 아무도 그녀를 학대하지 않는 곳에서 전후에 태어난 아이처럼 즐겁게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그녀는 태어났다. 안락한 곳에서, 굶을 필요도, 사료를 우겨넣어 양 많은 고기가 되어야 할 필요도 없는 곳에서. 행복해야만 하는 모든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행복할 수 없었다.

행복해야만 하는 모든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행복할 수 없었다.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만이 그녀가 가진 유일한 자부심이었다.

감독님, 다시 할까요?

감독은 대답하지 않았다. 얼룩덜룩한 햇빛이 여자의 맨팔을 적셨다.

감독님, 우리 엄마가 나한테 물려준 걸 보여드릴까요?

감독은 대답하지 않았다.

감독님, 난 어쨌든 누군가를 부를 수밖에 없겠죠. 누군가를 부를 때마다 나는 질투로 깎여나가는 것 같아. 그래도 부를 수밖에 없겠죠. 나는 나를 읽지 않는 사람들의 언어를 읽고 나를 보지 않는 사람들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하고 나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원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겠죠. 아, 감독님. 죄송해요. 다시 할게요. (긴 사이) 다시 해도 되죠? (사이. 울먹이며) 아, 어, 아, 어, 어, (사이) 모르겠어요. 그래도 그렇게 나쁘진 않죠?

여자의 뒤에서 비명을 지르는 연기를 하던 배우의 입술에서 산딸기색 피가 흘러내린다. 감독이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여자는 질투로 부패하고 있는 허공을 느낀다. 그녀는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어디로? 무엇인가 그녀에게 돌아와야 한다. 무엇인가 그녀에게 와야 한다. 아직 그녀가 갖지 못한 기원이, 시작이, 최초가, 혹은 끝이. 그녀에게 와야 한다. 그녀는 기다린다. 치열하게 기다린다. 빌어먹게 견고한 집의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늑대를 기다리고 있는 세 마리 돼지들처럼. 나체의 도살자가 성기를 덜렁거리면서 녹슨 도끼를 질질 끌며 그들의 집에 방문하기 전에. 그가 초인종을 누르면 그들은 문을 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꺼이. 기꺼이. 왜냐하면 그들은 너무나 오래 기다렸으니까.

Delusion Level 0.3.

안녕하세요.

AAA 언어심리 클리닉 홈페이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AAA에 위치한 AAA 언어심리 클리닉에서는

언어, 놀이, 인지학습, 언어행동, 심리, 미술, 사회성 그룹 등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아동의 건강한 발달을 돕고 있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개인 특성을 고려한 세심한 맞춤형 치료를 통하여

아동이 신체적, 정서적으로 밝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AAA 언어심리 클리닉을 찾아주신

가족 모두가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자가 되고자 합니다.

아이 : 죽고 싶어요.

전문가 : 그건 잘못된 말이야. 죽고 싶어요가 아니라 살고 싶어요라고 해야지.

아이 : 죽고 싶어요.

전문가 : 넌 네가 뭘 원하는지 모르고 있단다.

아이 : 죽고 싶어요.

전문가 : 넌 네가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고 있단다.

아이 : 죽고 싶어요.

전문가 : 내가 알려줄게.

아이 : 죽고 싶어요.

전문가 : 가엽고 미숙한 아가야. 이럴 때는 슬퍼요. 속상해요. 하고 말하는 거야.

아이 : 죽고 싶어요.

전문가 : 어머니, 아이가 평소에도 이런 말을 자주 하나요?

여자 :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흐리멍텅한 눈으로 전문가를 바라본다. 전문가가 눈을 마주치자 여자의 얼굴이 부자연스럽게 경련한다.) 네. 선생님.

전문가 : 어머니도 불안해 보이는군요. 어머니도 죽고 싶은가요?

여자 : 네, 선생님. 저도 죽고 싶어요.

전문가 : 어머니의 불안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 것 같네요. 어린 시절이 어떠셨나요?

여자 : 네? (눈치를 보며) 네? 선생님. 죄송해요. 잘 못 들었어요.

아이 : (활짝 웃으면서 소리친다) 죽고 싶어요!

여자 : (웃음을 터뜨린다)

전문가 : 어린 시절이 어떠셨나요.

여자 : 어린 시절이요? 선생님. 제 어린 시절을 말하는 건가요? (전문가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 네. 선생님. 제 어린 시절이요. 어, 그러니까요. 아, 음, 어, 그러니까요. 어, 선생님. 제 어린 시절이요.

전문가 : 부모님에게 사랑을 많이 못 받았나요?

여자 : 네.

전문가 : 많이 외로웠나요.

여자 : 어, 네. 선생님. (실실 웃으며) 죽고 싶었어요.

전문가 : 이리 와요. 내가 대신 안아드릴게요. (여자를 꼭 끌어안는다. 여자의 어깨가 떨린다. 흐느낌 혹은 웃음소리가 폭발적으로 새어나온다.) 세상에. 가여워라.

여자 : 선생님. 선생님을 어디에선가 본 것 같아요. 선생님과 얘기를 해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선생님, (긴 사이) 나 사람을 죽였어요. 어린 시절에요.

전문가 : 그랬군요.

여자 : 얘요. (고자질하듯 아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아이를 유심히 보다가 깜짝 놀란 듯이 탄성을 내지른다) 얘요. 선생님. 얘에요. 내가 죽였던 애요.

전문가 : 그렇군요.

여자 : 그런데, 음, 어, 안 죽였나? 죽였는데요. 선생님. 내가 어릴 때 얘를 죽였는데요. 얘랑 같이 사과를 먹다가 과도를, 아니, 가위였나? 그걸 얘 얼굴에 꽂아넣었는데요. 피가 흘렀고 깨졌고 천사들이 웃었는데.

전문가 : 치료를 받았나요?

여자 : 치료요?

전문가 :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어요?

여자 : 선생님을 만났어요. 그런데 내가 죽인 게 맞나요? 난 죽였는데 선생님은 내가 안 죽였다고 말했나요?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 잘 모르겠어요. 내가 안 죽인 것 같아요.

전문가 : 그건 꿈이에요. 나쁜 꿈에 불과해요.

여자 : 네? (멍하게) 나쁜 꿈이요. 나쁜 꿈이 전부 아닌가요?

아이 : 나 죽고 싶어.

여자 : (아이를 바라보며) 나도 죽고 싶어! (큰 소리로) 나도 죽고 싶어! (더 큰 소리로) 죽고 싶어! (깔깔거리며 아이처럼 웃는다)

전문가 : (눈물을 흘리며) 당신은 사랑받고 싶었던 거예요. 당신은 외로운 거예요. 당신이 죽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당신은 죽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여자 : 죽고 싶어요.

전문가 : 아이를 꼭 안아 주세요.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해 주세요. 아이가 나쁜 말을 할 때마다 아이가 해야 하는 말을 알려 주세요.

여자 : 죽고 싶어요.

전문가 : 그럴 때는 속상해, 싫어, 기분이 나빠, 에잇, 하고 말하게 하세요. 알려주셔야 해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여자 : 내가 죽인 게 다 어디에 갔는지 모르겠어요. 내 범죄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 같이 찾아줄래요? (절망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도와줄래요? (긴 사이) 재판이 열리기를 기다렸어요. 뱀이 저한테 말했어요. 진짜 재판이 열릴 거라고. 그런데 재판은 열리지 않았어요. 아직도 열리지 않았어요. 난 거짓말쟁인가요? 난 아무도 죽이지 않았나요? 그건 범죄가 아니었나요? 그런 범죄는 있었던 적이 없나요? 결국 나는 아무것도 저지르지 않았나요? 결국 아무도 나와 함께 천사의 고기를 먹어 주지 않았나요? 어린 시절에 아이를 죽였는데. 그 애랑 같이 종이접기를 했어요. 그러고 나서 우리는 같이 사과를 먹었고 나는 사과를 깎던 칼로 그 애를 찔렀는데. 그 애는 천사처럼 웃고 있었고 사랑처럼 붉었는데. 그런데 결국 진짜 재판은 열리지 않았어요. 모든 것이 꿈이었나요? 꿈이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꿈은 현실이 아닌가요? 선생님. 꿈은 현실이 아닌가요?

전문가 : 당신은 불안한 거예요. 당신은 혼란스럽고 슬픈 거예요.

아이 : 죽고 싶어.

전문가 : (웃으며) 그럴 때는, 엄마가 슬퍼서 나도 슬퍼, 하고 말해주는 거야.

아이 : 죽고 싶어.

Series Navigation<< 양과 장미 12양과 장미 14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