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과 장미 25

Act. 10.5.

어촌의 순박한 소녀가 횟집에서 부모님의 일을 돕는다. 그녀는 살아서 꿈틀거리는 낙지를 천사처럼 웃으며 매운탕 냄비에 떨어뜨린다. 낙지가 몸부림치고 중년의 손님이 소녀의 드러난 갈색 종아리를 만지작거린다. 소녀가 매운탕 냄비의 뚜껑을 덮는다. 신선한, 끓어서 삶아지기 전까지 살아 있을 생물을 손님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마련된 투명한 냄비그릇에 수증기가 번지고 낙지가 꿈틀거린다. 전복이 꿈틀거린다. 몸부림친다.

천국이 지겨워진 천사. 어린 악마들을 유혹해 잡아먹는 신. 그들은 불행하다. 그들은 행복만큼이나 불행하다.

그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녀는 낙지를 연민할 수 있을 것이다. 낙지를 연민할 기회 정도는 그녀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낙지를 기도하기 위해, 낙지를 연민하기 위해 낙지를 죽이게 될 것이다. 그들처럼, 그녀도 연민할 대상을 원한다. 그들처럼, 그녀도 희생자를 원한다. 물을 원하는 금붕어처럼, 사탕을 원하는 수줍은 아이처럼.

그녀는 아직 적합한 대상을 찾지 못한 잔혹성을 가지고 있다. 지나치게 작고 연약한 해산물로는 만족되지 않는. 그녀는 다정한 왕자를 기다리듯 그녀만을 위한 희생양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그녀의 사형수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 역시 그녀의 사형수들을 원한다. 그녀에게 가지런한 목을 드러내놓고 있는, 그녀의 잔혹성을 기다리고 있는 희생양들을. 그녀는 그녀가 사형수를 기다리듯 그녀를 절박하게 기다리고 있는 희생양들을 원한다. 그들은 서로를 원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서로를 위해 죽음을 주고받을 것이다. 그들은 정중하게, 혹은 아주 친근하게 인사하고 자리를 잡을 것이다. 사형수들은 그녀의 허벅지를 베고 누울 것이다. 그녀는 그들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케이크 칼로 목을 자를 것이다. 잘린 경동맥에서 솟구치는 피가 바닥을 따끈하게 적실 것이다. 자궁처럼 부드럽고 아늑한 핏속에서 그녀는 그녀를 눕히고 도려낼 사형 집행인을 기다릴 것이다.

여기, 말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의 말이 존재하는지와는 별개로.

그녀는 그를 반길 것이다. 그가 창문을 깨고 있는 동안 그녀는 그에게 미소지어 인사할 것이다. 여기로 오세요, 하고 소리친 뒤 그녀는 현관문을 열어줄 것이다. 그는 그녀의 미소를 두려워하거나, 그녀의 미소에 무관심할 것이다. 그는 그녀의 미소가 싫어서, 그녀가 그를 원하는 것이 싫어서 오직 그녀를 절망시키기 위해 돌아가버리거나, 그녀가 미소를 짓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녀를 죽일 것이다.

그가 그녀와 마주 웃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녀와 마주 웃는 그를 상상한다. 가장 완벽한 친구를 상상하듯이. 가장 완벽한 희생자를. 그녀를 위해서 이 자리에 나타난 그를. 그녀를 살해하기 위해, 그녀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 이곳에 나타날 그를. 그녀의 노예고 그녀의 희생양일 그를. 오직 그녀를 위해 그녀를 자르고 그녀를 해체하고 그녀의 시체를 청소해줄 그를. 그녀의 하녀, 그녀의 청소부, 그녀의 증인일 그를. 그들은 서로의 미소를 보며 깔깔거리며 웃을 것이다. 벌어진 입 속에서 혀가 내장처럼 번들거릴 것이다. 그들은 웃겨서 죽어버릴 것이다.

Act. 13.

어린 앨리스는 딸기 생크림 케이크가 먹고 싶었습니다. 너무 먹고 싶어서 그것을 처음 먹게 되었을 때 전부 토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말살당하는 느낌.

어린 앨리스는 유치원 교무실에 앉아 있다. 선생님은 상냥하게 무언가를 말한다. 그녀가 열심히 말하는 것을 어린 앨리스는 성실하게 듣는다. 성실하게 듣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말의 리듬에 맞춰 고개를 끄덕인다. 눈은 크게 뜨고, 너무 많이 깜빡이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 목구멍에서 이상한 소리가 올라오려 할 때마다 목에 힘을 준다. 침을 삼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주의한다.

이게 먹고 싶었어? 선생님이 갑자기 웃으면서 묻는다.

선생님이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사탕 상자를 꺼내든다. 어린 앨리스는 그 자리에 사탕들이 놓여 있었음을 처음으로 깨닫는다.

어쩐지, 너무 열심히 보고 있더라니. 선생님이 키득거린다. 말을 하지 그랬어.

앨리스는 선생님이 건네준 사탕을 받아든다. 고맙습니다. 앨리스는 사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막대사탕을 입 속에 밀어넣는다. 끈적한 것이 혀와 입천장에 늘러붙는다. 침과 섞인 단물이 손가락으로 흘러내린다. 불쾌하고 역겨운 단맛 때문에 앨리스는 감미로운 고통을 느낀다. 선생님이 앨리스의 작은 등을 밀며 교무실 밖으로 내보냈을 때, 앨리스는 그곳에서 들었던 말들을 잊어버린다. 그녀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몰두하려 했던 말들을. 선생님은 그녀가 사탕을 보고 있지 않았음을 몰랐다. 선생님은 그녀가 선생님을 보고 있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선생님은 그녀가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굴욕적인 수치심과 함께 앨리스는 깨닫는다. 그녀가 눈을 크게 벌린 채로 열렬히 외면하던 것을. 그녀는 선생님의 부드럽게 열린 눈과 붉은 입술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지 않기 위해서.

중학교 1학년 때 앨리스는 반장이다. 그녀는 앨리스가 아니라 반장이다. 모든 아이들이 그녀를 반장이라고 부른다. 눈에 띄지 않는 아이인 그녀가 반장인 것은 오직 그녀의 성적 때문이다. 교사는 입학고사에서 1등을 한 앨리스를 반장으로 임명했다. 그때부터 그녀는 반장이었다.

교사가, 그녀의 아담이 그녀에게 반장이라는 이름을 내려주던 날, 그녀가 반장임이 선언되던 날, 앨리스는 두 번째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선물을 받았다고 믿었다. 그러므로 그녀는 금색 포장지를 벗기는 순간의 크리스마스 아이처럼 기뻐했다.

교사는 반장에게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라는 임무를 던져준 뒤, 교실 문을 닫고 바깥으로 나가버렸고 반장은 처음으로 받은 임무를, 선언을, 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르는 채로 멍하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교탁으로 향했다. (적어도 수업 시간에는) 교사들만이 올라갈 수 있는 비밀스러운 단 위에서 그녀는 불신과 경계의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는 낯선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부반장인 남자아이와 눈이 마주치기 전까지 그녀는 그대로 서서 끔찍하게 떨고 있었다. 제단 위에 홀로 남겨진 제물처럼. 집행인이 퇴근한 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끔찍한 불안감 속에 남겨진 사형수처럼, 그녀는 그곳에 있었다. 그때 그녀는 그를 알아보았다. 아이들 속에서, 그녀와 함께 선물을 받은 그를. 그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들은 같은 운명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같은 제단 위에 서야만 한다. 왜냐하면 교사는 그녀와 그 둘 모두에게 선물을 주었으니까. 선물을 받은 건 그녀만이 아니었으니까. 어쩌면 그들은 교단 위에서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상기된 얼굴로 활짝 웃으며 그 애의 책상으로 뛰어갔다. 남자아이는 창백하고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다. 그녀가 그의 책상 바로 앞까지 다가간 뒤에도 그는 그녀를 올려다보지 않았다. 그녀가 그 애의 어깨를 살짝 건드린 뒤에야 남자아이는 얼굴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발견했다는 듯. 그녀는 그에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도와줘.

남자아이의 얼굴은 창백했고 앨리스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남자아이는 침착했고 그녀는 초조했다. 남자아이의 눈은 건조했고 그녀의 눈은 굴욕적으로 젖어 있었다. 남자아이는 픽 웃으면서 내가 왜? 하고 물었다.

내가 왜?

앨리스는 말할 수 없었다. 그야, 너는 부반장이니까. 선생님이 네게 선물을 줬으니까.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라고 했잖아. 그 알 수 없는 말을 던져줬잖아. 앨리스는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 반장은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 여자아이는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

앨리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굴욕적인 충격 속에서 다시 칠판 앞으로 돌아가야 했다. 아이들이 키득거리며 비웃는 것을 그녀는 교단의 높은 시선으로 조망할 수 있었다. 그녀는 무엇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어째서 거절당한 것인지, 어째서 이곳에 홀로 남겨진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교사가 그녀에게 준 것을 다시 돌려줘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버릴 수는 없었다. 그녀는 예의 바르고 착한 아이였으니까. 그녀는 나쁜 아이를 연기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으니까.) 그녀는 동물원의 짐승들을 구경하듯 그녀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 앞에서 울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교사가 돌아올 때까지 그녀는 치열하게 버텼다.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시선들을 피하고 시선들을 들키지 않기 위한 책도, 그림도, 그녀의 무능을 던져 줘 버릴, 그녀의 포기 선언을 들을 어른도 없었다. 그녀는 교단 위에 혼자 있었고 아이들은 무리 지어 앉아 있었다. 그녀는 보고 싶지 않았고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성기를 내보인 채 서 있었다. 그녀가 한 번도 자세히 본 적이 없는 그녀 자신의 성기를 내보인 채로.

말살당하는 느낌.

Act. 13.5.

가정교사는 그녀를 혼내고 있었고 그녀는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넌 빌어먹을 애야.

네.

넌 나쁜 애야.

네.

넌 이기적이야.

네.

미친년.

네.

그녀는 열렬한 신도처럼 끄덕거렸다. 그녀는 나쁜 아이의 문법을 익히지 못했으므로 착한 아이의 세계에서 내쫓기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녀를 몰아붙이는 가정교사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혼나고 있는 그 순간 가정교사를 사랑하기 위해 분투했다.

어째서 혼나기 시작했는지, 어째서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인지 앨리스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가정교사가 그녀에게, 오직 그녀만을 향해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녀는 그 말에 수긍해야만 함을, 적어도 수긍하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함을 알고 있었다. 다 먹은 식판을 교사에게 보여 검사받는 것처럼. 그녀는 그녀가 듣고 있고 그것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오, 물론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웃어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가정교사는 그녀가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가정교사는 그녀가 사악하다고 말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고 가정교사는 너 같은 애가 제일 싫다고 말했다.

반 아이들 누구도 개입하지 않았다. 그녀들은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축축한 시선으로. 증오, 혹은 사랑으로 달아오른 시선으로. 그녀는 머리가 아플 때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일수록 가정교사는 분노했다. 굴욕 앞에서 상기된 얼굴로 열렬히 끄덕이는 것, 그 순간 자기 자신의 학대자를 그토록 사랑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음을, 앨리스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 사형 선고가 내려지는 자리에서 열정적으로 끄덕이는 것은 가장 끔찍하고 불온한 반항임을. 마치 불청객에게 그를 기다려왔다고 속삭이는 것처럼. 사랑에 빠진 목소리로 그를 꿈꿔왔다고 말하는 것처럼. 가정교사가 그녀를 완전히 증오하게 될 때까지 그녀는 계속해서 끄덕였다.

Delusion level 6.8.

다큐멘터리 영상. 소녀는 그림자에 감싸인 채 의자에 앉아 인터뷰한다. 인터뷰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소녀가 말한다. “저는 등급이 나쁜 소고기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먹히지 않겠다는 거죠.”

Act. 31.

안녕하세요. 저는 앨리스라고 합니다.

(웃음소리)

그래요. 웃긴 이름이죠. 아, 네 맞아요. 농담입니다. 이건 농담이고 그래서 현실입니다.

제가 여기서 여러분께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사실 제가 여기서 무슨 말을 하든 여러분은 그다지 듣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고민했습니다. 전 군중 공포증자거든요. 아, 그렇다고 카메라 앞에서 더 나은 건 아니에요. 카메라 앞에서 저는 돌이킬 수 없게 얼어붙고 그래서 가장 많은 말, 가장 이상한 말을 하죠. 그래서 저는 실패한 겁니다.

꿈 같군요.

(웃음소리)

여러분이 저를 부를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여러분은 성공하고 유능한 어른을 원하는 게 아닙니까? 여기 연단에서 여러분을 내려다보면서 여러분에게 꿈과 미래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할 만한… 제가 여기에 있는 건 아마 착오겠죠. 그게 아니면 꿈이겠고요. 우연히 저와 같은 이름과 저와 같은 메일 주소, 혹은 저와 아주 유사한 메일 주소를 가진 사람에게 갈 메일이 저에게 잘못 와서 제가 여러분에게 이렇게 지껄일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겁니다. 실패한 여배우를 부를 이유는 어디에도 없죠. 제 출연작은 하나도 없고, 제가 연기한 내용을 아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는데요. 그건 망상에 불과합니다. 제가 연기하고 제가 살았던 그 많은 죽음들 말입니다. 어쩌면 저를 섭외한 선생님은 제가 여배우가 되었다는 소문만을 듣고, 제가 얼마나 실패했는지 알아보지도 않은 채 저를 불렀을지도 모르죠.

네? 아, 대답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쨌든 저는 이 자리에 있고 여기서 여러분에게 무슨 말이든 해야 하죠.

(긴 침묵)

어, 그게, 어, 음, 어… 여러분께 해드릴 말을 준비하긴 했습니다. 사라져버렸군요. 잊어버렸습니다. 흩어져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닙니다. 중요한 순간에 저는 모든 것을 망치곤 하니까요. 이처럼 불편한 정적에 저는 익숙한 편이지만 여러분은 어떨지 모르겠군요.

아,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예술이 뭔지 알려드리고 싶었는데 그건 끔찍하게 실패하는 일입니다. 자기 삶을 끔찍한 실패로 만들어버리는 일입니다. 남미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히치하이킹하는 예술 작업을 하다 강간살해당한 여자처럼! 그렇다고 여러분이 예술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여러 번 도전하고 적극적으로 실패하라는 상투적인 말도 아닙니다. 그런 말은 여러분이 언젠가 귀착점을 찾을 수 있다고 위로하죠. 하지만 귀착점 같은 건 없습니다. 행복의 소굴 같은 것은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그것을 악랄한 함정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여러분이 그곳에 빠진다면 행복할 수 있을 겁니다. 죽을 때까지도요! 저는 그게 끔찍하고 엿 같다고 생각합니다. 욕을 했는데도 저를 쫓아내는 사람이 없는 걸 보니 이건 꿈이겠군요. 어쩌면 엿 같다는 말은 욕이 아닐 수도 있고요.

(침묵)

농담이었는데 웃지 않으시네요. 꿈이든 현실이든 간에-그런데 꿈은 현실이고 현실은 꿈이죠-제가 이곳에서 여러분에게 강의한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분명 저를 초빙한 선생님은 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분이셨겠죠. 제가 행복해지는 법, 꿈을 이루는 법에 대해 여러분에게 열정적이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해주기를 바랐겠죠. 그런데 저는 그런 법은 모릅니다. 지난주에 저는 4차선 도로에서 가드레일을 손으로 긁어대면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는데, 저를 부른 선생님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제가 여기에 있는 일은 없었겠죠. 그때 저는 사람들이 소리치는 걸 들었습니다. 저 미친년을 치워버려. 경찰들이 저를 붙잡고 도로 밖으로 끌어내는 동안 저는 그들에게 얌전하게 인사를 해야 할지 계속 미친 채로 있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저는 깨진 손톱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손으로 경찰의 손을 잡고 악수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하고 인사했고 두 발로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죠. 저 미친년을 치워버려. 누군가 이 말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고 있나 보군요.

Act. 0.

격렬하고 갈급한 사랑의 말들.

말살되는 기분.

말살되는 기분.

여자는 꽃에 사로잡힌다. 완전히 사로잡혀서 그것의 소유물이 되고 만다. 그녀는 꽃을 소유하는 순간 꽃의 소유물이 되어버린다.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원하던 아이는 그것이 두려워서 생크림 케이크를 뱃속에 밀어넣고 나자마자 변기에 전부 토해버렸다. 그것으로 살찌고 그것으로 행복해지는 것이 두려워서.

말살되는 기분.

말살되는 기분.

부모가 언급하고 싶어하지 않는 시간부터 그녀는 존재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녀는 어린이용 성교육 만화책에서 그것을 배웠다. 그녀는 어떠한 역겨움이나 거북함을 느끼지 않고도 그 순간을 상상할 수 있다. 그녀는 그 순간을 느낄 수 없었으니까. 착상의 순간에 그녀는 그녀의 장소에 없었으니까. 그들이 그녀를 축하하는 순간으로부터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어느 순간, 그녀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으니까. 그녀를 만들고 있던 이들조차 그녀를 의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순간, 거기에 그녀가 있으리라는 것을 그들은 깡그리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녀는 완전한 소외 속에서 잉태되었다.

아무도 그녀의 이름을 모르던 순간, 아무도 그녀의 얼굴을 모르던 순간, 조물주도 그녀에게 무관심하던 순간, 그들이 그녀를 외면하면서 그녀를 만들던 순간. 앨리스는 창녀를 연기하는 할아버지와 개를 연기하는 나무를 상상하듯 그 순간을 상상한다.

격렬하고 갈급한 사랑의 말들이 그곳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불쾌하고 시급한 침묵이. 사랑의 언어도 침묵의 언어도 그녀를 향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태어나고 있었다. 마치 그곳이 그녀를 위해 구성된 장소라는 듯이. 마치 세계가 그녀를 원한다는 듯이. 마치 누군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듯이. 태연한 맹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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