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과 장미 9

Act. 15.

옷장 속에서 앨리스는 글을 쓴다. 노트북 화면의 불빛이 그녀의 매끄러운 표면을 날카롭게 찌른다. 불가능한 갈망의 우울한 쾌락 속에서 그녀는 (아마) (영원히) 알려지지 않을 것들을 쓴다.

(영원히)의 괄호를 허물기 위해서는 몇 단계의 물리적인 변화가 필수적이다.

1. 마조히즘적 죽음충동의 사디즘적 가공(이리가레)

2. 자살에 선행하는 타살

3. 음부의 봉합. 모든 구멍들, 뻐끔거리며 혐오스러운 비명을 속삭이는 구멍들의 봉합.

4. 타자의 욕망에 대한 굴복

5. 자궁을 절개하여 두툼하고 튼튼한 음경으로 재봉합해야 한다. 붉은 내장은 질긴 피부로 덮어야 할 것이다.

노트북 화면에서 불쑥 튀어나온 검은 남자가 칼로 자신을 찌른다. 총으로 자신을 찌른다. 죽음으로 자신을 찌른다. 목줄로 자신을 찌른다. 벨트로 자신을 찌른다. 미지근한 욕조 물로 자신을 찌른다. 전화선으로 자신을 찌른다. 가스오븐으로 자신을 찌른다. 잠든 개의 이빨로 자신을 찌른다. 밤으로 자신을 찌른다. 질주하는 열차로 자신을 찌른다. 병(病)으로 자신을 찌른다. 타인의 언어로 자신을 찌른다. 죽은 여자의 음부로 자신을 찌른다. 거세의 충동으로 자신을 찌른다. 절망으로 자신을 찌른다. 엄마의 자궁에서 죽은 쌍둥이 동생의 탯줄로 자신을 찌른다. 굴욕으로 자신을 찌른다. 배신자들의 선량한 노래로 자신을 찌른다. 아버지의 성기로 자신을 찌른다. 옥상에서의 추락으로 자신을 찌른다. 수면제와 물수건의 불분명한 혼합물로 자신을 찌른다. 적막한 비명으로 자신을 찌른다. 주방칼로 자신을 찌른다.

벌어진 손목에서 피가 울컥대면서 흘러나온다. 그는 조금씩 빠져나간다. 그의 발치로 흘러내린 것도 그와 같은 슬픔을 느끼고 있을지 그는 궁금해한다.

7살 무렵에 그는 놀랍도록 유연했다. 작고 부드러운 성기를 직접 입에 물고 빨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엄마 젖을 빨듯이 성기를 빨았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지만)

8살 때 그는 자기 자신의 눈꺼풀로, 눈의 부드러운 깜빡임으로 자기 자신을 거세하였다.

그는 엄마를 사랑했다. 세계를 사랑하는 만큼 엄마를 사랑했다. 엄마를 먹으면 엄마가 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엄마를 먹어서 엄마를 싸면 엄마의 엄마가 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렇게 낳은 엄마를 다시 먹고 또 낳아서 엄마를 영원히 낳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그가 엄마의 어깨를 깨물었을 때 엄마는 소리를 지르며 그에게 먹히는 것을 거부했다. 그래서 그는 엄마가 될 수 없었다.

그가 쥐약으로 자신을 찌른다. 그가 죽음으로 자신을 찌른다.

1살 때 그가 엄마 젖을 먹고 낳은 아이들, 엄마의 아이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는 기억할 수 없었다.

그는 간혹 변기에 얼굴을 처박고 그곳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수구로 떠내려간 그의 자식-형제들은 어디로 갔을까.

0 + 0 + 0 + 0 + 0 + 0 + … = 0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은 여자아이가 남자를 때리며 말한다.

– 널 사랑해서 때리는 거야 널 사랑해서 죽이는 거야 널 사랑해서 미워하는 거야. 널 사랑해서 낳은 것처럼.

(난 널 사랑해서 태어난 게 아닌데.)

남자는 여자아이를 붙잡고 어디에서 그런 말을 들었냐고 묻는다. 여자아이가 남자를 노려보다가 그를 밀어버린다. 남자가 옷장 밖으로 떨어진다.

그가 꿈으로 자신을 찌른다.

앨리스가 화면의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남자를 향해 장난스럽게 손을 흔든다. 그녀 역시 그녀 자신의 자궁으로 그녀의 엄마와 그녀 자신을 낳고 싶었다. 낳고 싶다. 그러나 엄마를 케이크 반죽으로 만들어 전부 먹어치운 뒤에 그녀는 심장이 뛰는 아이를 낳는 대신 설사를 했다. 그것에서는 역겨운 악취가 났다. 그녀는 도저히 그것에게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 그녀는 도저히 그것을 끌어안을 수 없었다. 그녀는 도저히 그것을 사랑할 수 없었다. 그녀는 도저히 그것에게 입맞출 수 없었다. 그녀는 도저히 그것에게 젖을 줄 수 없었다. 그녀는 도저히 그것의 손을 잡고 공원을 거닐 수 없었다. 그녀는 도저히 그것에게 노란색 풍선을 선물할 수 없었다. 그녀는 도저히 그것과 함께 잠들 수 없었다.

그녀는 그것을 변기 속에서 낳았고 다른 무수한 짐승-고기들의 아이가 간 곳으로 떠내려 보냈다.

(어째서 아무도 그녀를 그곳으로 떠내려 보내지 않은 걸까. 이제 그녀는 변기의 비좁은 구멍으로 사라지기엔 너무 자라버렸다. 목이 좁은 유리병의 안쪽에서 태어난 도마뱀은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 누군가 유리병을 깨주기를 기다리거나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으면서.)

불가능한 꿈에 뿌리내린 생, 불가능에 내맡겨진.

미래가 될 수 없는 갈망들.

질투할 만한 불행조차 없이.

아픔을 게걸스럽게 주워 삼키는 말들. 말이 되지 않는. 말과 말 사이의 미소-틈-상처-벌어짐들. 그녀의 육체를 혐오스럽게도 빼곡이 덮고 있는 무수한 미소들-틈들-상처들-벌어짐들. 그녀가 웃는다. 갈망하는 것들의 고통스러운 빈자리를 끌어당기면서.

그녀는 웃고 있다. 웃음들이 그녀의 몸에 흉측하게 벌어져 있다. 벌어진 것은 침입을 갈망하고 있다. 앨리스는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하기를 바랐다. 앨리스는 사람들이 그녀의 미소에 따뜻한 살을 넣어주기를 바랐다. 앨리스는 사람들이 그녀의 미소를 좋아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녀는 더 웃었고 더 벌어졌고 더 상처가 되었다.

앨리스는 사람들이 그녀의 미소를 벌리고 혀를 넣어주기를 바랐다.

미소들은 붉다. 앨리스는 웃옷의 목 부분을 길게 잡아 늘이며 붉은 상처들을 유심히 바라본다. 붉음은 내부와 외부의 접촉을 표시한다. 그녀의 내부가 외부에 닿았기 때문에, 그녀의 외부가 내부를 만졌기 때문에 미소들은 붉은 것이다.

양이 장미를 우적우적 씹어 삼키고 있다. 장미가 양을 으깨어 씹고 있다.

남자가 옷장 서랍에서 마론 인형을 꺼내어 그녀가 입고 있는 드레스를 벗긴다. 편평하게 봉합되어 있는 음부를 핥는다.

0 + 0 + 0 + 0 + 0 + 0 + … = 0

Delusion level 2.9.

a. 사랑받을 수 있는 능력의 상실

b. 외부세계에 대한 회피

c. 모든 리비도 투자의 파산

d. 극히 고통스러운 체념

e. 자아 존중감의 저하와 자기비하의 주저함

f. 고통과 절망에 대한 능동성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능동성의 억제

g. 자기애의 항구적인 불가능성

h. 부적절함의 영속화

앨리스는 한 뼘 들어오는 햇빛에 그녀의 증상들이 적힌 페이지를 비추어보고 있다. 흰 빛이 정액처럼 그녀의 뺨을 적신다.

키스하고 싶어 사랑받고 싶어 섹스하고 싶어 삽입당하고 싶어 사람의 여린 내부가 내 여린 내부에 달라붙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영원히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장과 내장이 늘러붙어 찢기지 않고서는 떨어질 수 없었으면 좋겠어.

옷장 속 노트북 화면 속의 남자가 공중에서 추락하면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오랜 사회적 고립으로 인하여 마비되어버린 입술을 경련하듯 움직이며 무엇인가를 속삭이려 한다.

여자는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나 여자는 발견한다. 그의 입 속은 붉다. (체내의 피가 산소와 접촉하기 전까지는 투명하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피가 오로지 외부와의 접촉 때문에 붉어지는 것이라면, 출혈하지 않는 입술과 혀와 입 속 점막과 항문과 음부가 붉은 이유는 무엇인가? 오로지 갈망 때문에 붉어질 수도 있는가)

그의 입 속은 가슴이 아플 만큼 붉다.

사회적으로 열등한 입 속이 절망적으로 붉다. 여자의 음부처럼 붉다. 남자의 내장처럼 붉다.

천 번의 마찰처럼, 죽음과 죽음의, 살과 살의, 미래와 미래의 상호마찰처럼 붉다.

앨리스는 그녀의 희멀건 피부를 뒤덮은 상처-미소들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낀다. 출혈하지도 않는 내장이 조금이라도 덜 붉다면 불가능한 갈망도 조금은 덜 아플 수 있을까?

여자는 남자가 응시하고 있는 화면을 집요하게 응시하며 입을 벌린다. 그녀도 이곳에서 무엇인가 연기하고 있다. 그녀가 연기하고 있는 이 불가능을 그도 볼 수 있다면.

그러면 그도 조금은 덜 불가능할까.

남자는 알아보지 못한다.

여자아이는 언제나 선생님과 친구들이 원하는 표정만 지었다. 원하는 대답만 했고 원하는 제스처만 취했다. 그들이 보는 자리에 그녀는 없었다. 그녀가 연기하는 것은 흐릿한 거울 이외엔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녀가 거울을 연기하는 데 그다지 재능이 없음을 금세 알아차렸다. 처음으로 사귄(사귀었다고 생각했던) 친구는 그녀의 착한척이 역겹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말하고 미소 짓고 멈추어 투명해지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네, 그래, 고마워, 안녕, 좋아.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교실을 벗어난 뒤 그녀는 곧장 해고되었다.

아무도 그녀의 연기를 원하지 않았으므로.

타인의 기대에 순응하는 연기조차도 그녀가 제대로 하지 못했으므로.

욕망이 없는 것처럼, 거스르지 않는 것처럼, 원하지 않는 것처럼 연기하기에 그녀는 지나치게 원했으므로. 그녀의 무엇인가가 그들을 거북하게 만들었으므로.

그녀는 무대에서 추방당했고 완전히 없는 것이 되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여전히 원한다. 그녀의 고통스러운 미소들을 비출 타인의 매끄러운 눈동자를. 그녀의 미소에 삽입될 타인의 미소를. 타인의 얼굴을. 타인의 언어를. 타인의 붉음을.

그녀는 허공에서 연기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촬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는데도. 촬영들은 그녀가 없는 곳에서 시작하고 끝나고 시작하고 있는데도.

Deality level 9.9.

은수는 꿈을 꾸었다. 아이가 물고기의 유골 속에 바스러진 꽃잎들을 작은 손가락으로 쑤셔넣고 있었다. 어디선가 끔찍하고 집요한 비명이 들려서 은수는 아이를 아이의 등 뒤에서 끌어안고 말렸다.

– 제발 그만해. 아가. 제발 그만.

아이는 동그란 머리를 돌려서 은수를 봤는데 경악스럽게도 아이의 얼굴은 은빛 비늘로 뒤덮여 있었다. 아이의 눈은 구워 놓은 고등어의 눈알처럼 툭 불거져 나와 있었다. 당장이라도 쏟아져 흘러내릴 것 같은 시꺼먼 눈.

– 뭘?

– 물고기가 울잖아.

아이는 연인처럼 다정하게 웃으며 은수를 달랬다. 물고기는 울지 않아.

그 말이 견딜 수 없이 슬퍼서 은수는 어린애처럼 엉엉거리며 울었다. 은수가 울어젖히는 동안 아이는 은수의 맨발 옆에 흩어진 꽃의 나머지 잔해까지 전부 물고기의 유골 속에 우겨넣었다.

Act. 15.

아가미처럼 뻐끔거리는 미소들-상처들-벌어짐들. 그것들이 투명한 갈망의 거품을 내뱉는다. 징그럽게, 절박하게, 용서받을 수 없이 아름답게.

피는 허파에서 흡수한 산소를 머금고 있으므로 체내에서도 붉다.

앨리스가 처음 태어난 날은 그녀의 생일이 아니다. 그녀의 엄마는 처녀였기 때문에 그녀는 그녀의 생일에도 태어날 수 없었다. 그녀의 아빠가 잘게 잘라놓은 눈을 처녀막 근육 근처에 삽입하여 앨리스의 존재를 들여다보는 동안에도 그녀는 태어날 수 없었다.

그러므로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는 없었다.

매월 말, 유치원에서는 생일파티가 치러진다. 하얀 식탁보로 깨끗이 감싸 놓은 테이블 위에 커다란 쉬폰 케이크가 올려지고 그 근처는 값싸고 화려한 슈퍼 과자들로 장식된다. 콘크리트 벽에 덕지덕지 붙은 색색의 풍선들과 조율되지 않고 곳곳에서 터지는 폭죽들. 그달에 생일을 맞은 세 명의 아이들이 테이블 앞으로 나선다. 유치원의 모든 아이들이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아이들이 꺄르륵 웃는다. 앨리스는 하얗게 질린 채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을, 아이들이 남긴 노래의 잔향을 응시한다. 그녀는 무엇인가 대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을? 그녀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그녀의 엄마는 영원히 처녀일 것이고 그녀는 영원히 태어나지 않을 텐데. 태어난 자들에 대한 질투와 열등감에 모욕받고 훼손되어가면서, 그녀는 신선한 눈물을 흘렸다.

하얗게 말라붙은 반죽을 얼굴에 바른 선생님의 긴 머리칼이 앨리스의 뺨을 간질였다. 선생님은 앨리스를 향해 고개를 숙인 채로 말했다.

자, 앨리스. 이제 답가를 불러야지. 다른 애들은 다 불렀어. 다들 널 기다리고 있잖아.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왜

앨리스는 질투로 손상된 작은 턱을 벌린 채로 꺽꺽거리며 노래를 쏟아낸다. 탄생의 반복적인 소멸로부터, 존재에 대한 실망으로부터, 치명적으로 잔인한 희망으로부터.

아무도 듣지 못한다. (누군가가 폭소를 터뜨리는 소리. 그들이 침묵이라고 부르는 그것.) 그들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앨리스가 많이 부끄러운가봐. 다들 생일 축하해요. 이제 자리로 돌아가.

선생님이 고개를 들어올린다. 선생님이 순식간에 자라나는 모습을 그녀는 투명한 창자를 꺽꺽 토해내는 와중에 흘깃 올려다본다. 앨리스의 발밑은 그녀가 낳은 절규로 흥건하다. 앨리스는 계속해서 구토하면서 걷는다. 경악스러운 고통의 은밀한 쾌락 속에서.

다음 해에도 생일파티가 치러진다. 앨리스는 아이들의 군중 속에 가만히 숨어 12월생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지켜본다. 12월생 아이들이 케이크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아이들이 흰 반죽으로 만든 가면을 쓰고 허공으로 부풀어오른 풍선들을 무기처럼 휘두른다. 앨리스는 누군가 그녀를 끌고 케이크 앞으로 데려다놓기를 비밀스럽게 기다리지만, 아무도 그녀를 발견하지 않는다.

엄마는 처녀로 죽었다. 아무도 그녀를 낳지 않았다. 그녀 자신조차도 그녀를 낳기를 거부했다. 그녀는 그녀 자신을, 혹은 자신을 닮은 무엇인가를 낳기를 단호히 거부했다. (자기애의 항구적인 불가능성. 자기 재생산의 거부.) 그러면서도 할례는 받지 않았다. 봉합되지 않은 음부는 벌겋게 벌어져서 뻐끔거린다. 태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절박한 미소로부터 엄마를 낳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 자신과 닮은 그 무엇도 낳지 않는다. 그녀가 그녀의 엄마를 낳지 않으므로 그녀의 엄마도 그녀를 낳을 수 없다. 그녀의 엄마는 천국에서 처녀로 죽었다. 강도도 강간범도 존재하지 않는 천국에서.

천국 같은 날이야, 앨리스.

천국 같은 날, 천국 같은 날, 천국 같은 날들이 반복된다.

우리는 투명하고 아늑한 행복에 익사해 죽어버릴 것이다.

희망과 선량한 질투와 열등감과 고립과 체념으로 연명하는 행복에.

그 모든 부적절한 양분으로 죽음을 영원히 연장시키는 행복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원하지 않는 것이 되어야 한다.

존재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매끄러운 유리가 되어야 한다.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아닌 것이 되어야 한다.

존재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것이 되어야 한다.

존재하기 위해서는 들리지 않는 것이 되어야 한다.

존재하기 위해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어야 한다.

Delusion level 10.0.

들었어?

은수는 정민을 간절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들었냐고?

정민이 슬퍼보이는 것을, 은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들었냐고.

정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끔찍한 경악과 함께, 그녀는 깨달았다.

아무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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