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스테이크 1

나는 학대당한 틴에이저. 사실 나 자신은 스스로 완벽하게 만들어낸 오만하고 버르장머리 없는 피학대 청소년의 역할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이것이 내 삶이다.

네 글은 로드킬 같아, 미프티.

(헬레네 헤게만, 혹은 미프티 in 『아홀로틀 로드킬』.)

기꺼이 미치는, 가장 붉은 여자들에게.

그녀는 피해자이며 동시에 가해자였다.

빌어먹을, 그녀는 미성년이었다. 열다섯 혹은 열넷, 혹은, 아무도 그녀가 무엇인지, 그녀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 자신조차도. 왜냐하면 그녀는 빌어먹을 미성년이었으니까. 과잉의 착란이 그녀의 속살을 헤집고 미친 듯이 파먹고 있었다. 소녀는 종기가 차오른 축축한, 이슬을 먹은 낭랑한 튤립과도 같은 염증을 느꼈다. 밤은 염증이다. 소녀는 그녀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들, 그녀에게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무의식적인 생명이 그녀의 내부에서 부드럽게 차올랐다. 소녀는 헐떡이면서 눈물을 흘렸다. 간혹, 그녀는 과도한 눈물을 흘렸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녀가 미쳤다고 했다. 미쳤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했다. 미쳤기 때문에, 그녀는 감옥에 가지 않았다. 그녀는 보호감찰 처분을 받았을 뿐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장광설을 펼치는 강의를 몇백 시간 들었고 그동안 그녀는 음부 깊이, 누구도 볼 수 없는 곳에 은밀하게 글을 썼다.

이것은 그녀가 살인의 벌을 충당하기 위해 쓴 글이다. 육식식물처럼 깊이 벌어진, 최후의 이파리와 같은 그녀의 내부 속에 들어 있는 글을 그 누구도 사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미성년이었고 피해자였으며 동시에 가해자였으니까.

그녀가 피해자임을 알려준 것은 기자들이었고 그녀가 가해자임을 알려준 것은 판사였다. 검사는 그녀가 가장 악독한 종류의 범죄자라고 했다. 변호사는 그녀가 미쳤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하며 스스로의 이성과 주권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미성년이라고 했다.

재판정에서, 그녀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그녀는 미성년이었으나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그 애를 죽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너무 많은 것을, 그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살인한 것이었다. 그 애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미성년이었고 그녀보다 더 어렸다. 그 애는 아홉 혹은 여덟 살이었다. 그 애는 행복했고 웃고 있었다. 그 애는 웃고 있었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 애를 죽였다.

판사는 그녀가 미친 것이라고 했다. 그녀에게는 처벌보다는 보호와 치료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녀가 알지 못하는 어른들은 창백하고 긴 얼굴에 진물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녀를 용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용서를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웃으며 그들을 용서했다. 왜냐하면 살아 있는 것은 그녀였으니까. 용서할 수 있는 이는 살아 있는 이뿐이었다. 용서받을 수 있는 이 역시 살아 있는 이뿐이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신은 죽은 자들을 용서하지 않는다. 죽어서 부활하지 못하는 이들은 신의 끈질기며 집요한 생명력을 치장하는 가엾은 희생양일 뿐이다. 신은 제물을 원한다. 제물이 다시는 살아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며, 무례하게도 신을 닮은 가엾은 짐승들의 몸 위에 불을 지르길 바란다. 신도들이 불을 지르기를 거부하면, 신은 신도들을 죽인다. 그리고 신은 가장 끔찍하고 잔혹한 악몽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신은 죽은 자들을 용서하지 않는다. 신이 용서하는 것은 오직 죽인 자들뿐이다. 신의 명령에 따라 산 짐승을 잡아 바친 잔혹하고 순종적인 신도들은 신성한 살해를 용서받으며 죽음 이후 천국에 대한 광신적인 믿음을 허가받는다.

색채가 사라진 투명한 눈동자로 여자는 판사를 노려보았다. 판사는 그녀를 용서하겠다고 했고 그녀는 용서를 받아들이는 대신 은밀하게, 판사를 용서하였다. 기자들과 죽은 아이와 죽은 아이의 부모와 죽은 아이의 친구들과 죽은 아이의 이웃들과 죽은 아이를 사랑한 모든 이들을 그녀는 용서하였다.

그녀는 살아 있었다. 삶은 가혹한 봉헌이었다. 그녀는 살아남았고 죽은 아이보다 더 많은 것을 기도하였다. 신은 죽은 아이보다 그녀를 더 원할 것이다. 신은 이미 가진 것을 갈망하는 멍청이가 아니었으므로. 아이의 축축한 염증과도 같은 잿빛 눈동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죽은 아이가 희생양의 눈을 하고 있었냐고? 전혀 아니었다. 죽은 아이는 가해자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죽은 아이는 고양이를 죽이고 있었다. 병든 고양이의 날카로운 발톱이 아이의 부드러운 볼을 할퀴었고 불그죽죽한 상처에서는 미친 듯한 출혈이 쏟기었다. 아이는 비명을 지르고 울면서도 고양이의 최후를 붙든 손을 놓지 않았다. 마치 톱날처럼, 고양이는 터진 피부를 긁어내렸다. 하나가 아닌 생이 하나가 아닌 생을 빼앗았고 하나가 아닌 생은 여전히 하나가 아니었다.

그녀는 아이를 그녀의 집으로 초대했다. 고양이의 사체 위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처럼 피를 흘리며, 아이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이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나도 고양이를 죽여본 적이 있어, 하고 속삭였다.

색채가 빨려나간 아이의 투명한 눈동자. 아이는 아름다웠고 아이의 볼에서 흘러내리는 피는 더 아름다웠으며 아이의 볼에 난 벌어진 상처는 그보다 더.

그녀는 아이의 볼을 핥고 그 애의 붉은 눈물로 입술을 치장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애의 은밀한 곳을 더듬고 싶었다.

아이는 여자에게 혼자 사느냐고 물었다. 여자는 그렇다고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녀는 여름밤 탐욕스럽게 부풀어오른 빌어먹을 모기들과 오래도록 물을 주지 않아 말라 비틀어진 선인장,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시들어가는 산세베리아, 책 속을 가득 메운 투명한 책벌레들과 육식식물처럼 화려하게 살아 있는 무의식적인 심장들과 함께 살았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 산다고 말했다. 아이를 유혹하기 위해서. 그리고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그녀가 함께 사는 것들의 이름을 일일이 대기 시작하면 아이는 그녀가 미친 여자라고 믿을 것이므로. 그녀가 미친 여자라는 것을 들키고 나면 아이는 집에 가겠다고 나설 것이고 그녀는 결코 떠나가는 아이를 붙잡을 수 없을 것이므로. 그러면 여자는 홀로라는 그릇된 믿음에 유폐된 채 지긋지긋한 여름을, 썩어가는 종양과도 같은 밤을 지새워야 할 것이므로.

아이는 그녀에게도 엄마가 있느냐고 물었다. 아니, 나는 엄마가 없어.

죽었어요?

아니. 여자는 웃으며 속삭였다.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 엄마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나는 마치 처음부터 엄마가 없는 아이처럼 엄마가 없는 삶에 적응했어.

어쩌면, 아이는 중얼거렸다. 아줌마는 악몽을 꾸었는지도 몰라요. 아줌마는 몇 살이에요?

열다섯, 아니면 열넷.

아이는 눈을 크게 뜨며 속삭였다. 난 아줌마가, 아니 언니가 아주 늙은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오십, 아니면, 아이는 스스로 알고 있는 가장 큰 수를 세듯 발작적으로 속삭였다. 아니면, 구십구.

그들은 함께 밤을 보냈다. 여자와 아이는 색종이를 접었다. 여자는 책장 서랍 깊은 곳에 있던 색종이 뭉치를 꺼냈다. 그 속에는 황금색과 은색의 색종이가 있었고 아이는 기쁨에 겨워 비명을 지르며 여자에게 학 접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자그마한 손가락이 색종이 위를 분주하게 오가며 어지러운 도형들을 아로새겼다. 색종이 날에 베인 아이의 검지 손가락에서 눈부시게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여자는 아이의 손가락을 빨아 주었다. 잔혹한 살인자와 관대한 희생자의 역할을 여자는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거울에 비추어진 부드러운 미소를 음미하는 착한 여자처럼 그 역할들은 여자에게 흡족했다. 양날이 꼭 들어맞는 비현실적인 도형의 역학은 여자가 발명해낸 것이었다. 아이는 울고 있었다.

아이는 웃으면서 울고 있었다.

아이가 더 살고 싶다고 했던가? 아니면 죽여 달라고 했던가? 아니다.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 줘요. 왜냐하면 우리는 같은 악몽을 꿈꾸고 있으니까. 왜냐하면 우리는 천사의 고기를 먹었으니까.

아이가 어디로 갔는지 여자는 알지 못했다. 아이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현실의 궤적을 따라 흘러내리는 엉망진창의 리얼리티. 리얼한 것 그리고 더 리얼한 것, 살인자와 희생자의 배역은 여자가 가진 최초의 리얼이었다.

여자는 중독적으로 모니터에 그녀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검은 마스크를 코 위까지 올려 쓰고 있는 여자의 흰 단면과 문장들, 문장들, 그리고 문장들이 끝없이 도래하였다. 그토록 많이 이름이 불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무한곡선을 질주하는 혜성의 스펙타클. 여자는 황홀한 현기증에 고개를 숙였다. 기울어진 문장들이 여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열렬한 시선들을 여자는 기꺼이 빨아들였다. 목 뒤에서부터 벗겨진 피부로, 피부가 벗겨진 알몸 그리고 알몸보다도 더 벌거벗은 알몸으로 여자는 잔혹한 살인자 그리고 관대한 희생자의 역할을 마음껏 흡입하였다. 여자가 두 개의 역할을 발명해내지 못했다면, 잔혹한 살인자, 혹은 관대한 희생자 둘 중 하나의 역할만을 지리멸렬하게 답습했다면 여자는 이러한 황홀을 어지러운 정신의 부유하는 화학작용들을 만끽할 수 없었을 것이다. 멀리 떨어진 거울에 비추어진 두 개의 몸 그리고 무한히 증폭되는 사물의 그림자들. 여자가 잔혹한 살인자에 불과하다는 검사에게 그리고 여자가 관대한 희생자라고 안타까워하는 관중들에게 여자는 묻고 싶었다.

항문섹스를 해 본 적이 있나요? 사물의 그늘이 떠다니는 몽상의 모서리를 주의 깊게 바라본 적이 있나요? 윤곽이 이지러진 사물이 마치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 만큼. 그렇게 항문섹스를 바라본 적이 있나요?

여자의 몸 속에서 울려퍼지며 증폭되는 음절 하나하나는 여자의 가슴을 난도질하는 면도칼이었다. 여자는 기꺼이, 숨을 들이마쉬었으며 숨결의 끝에 매달린 수천 개의 면도날에 찢기었다. 왜냐하면 면도날은 아름다웠으니까.

기자들은 휴대폰의 녹음기 부분을 여자의 입술 근처에 가져다대며 마치 그녀가 여배우라는 듯이 그녀가 포착할 만한, 볼 만한, 들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듯이 그녀에게 안간힘을 썼다. 그녀의 가슴과 머리와 음부와 발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정의 과녁들, 그들은 기꺼이 그녀에게 날카로운 증오와 연민의 비수들을 내리꽂았다. 여자는 그토록 많이 가져본 적이 없었다. 끔찍하게 많은 정동의 너울에 여자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그러나 물론, 여자는 숨을 쉬었다 면도날 하나와 면도날 구백구십구 개의 이코노미- 그녀가 알지 못하는 무수한 사람들이, 그녀를 알지 못하던 무수한 눈들, 검거나 갈빛이거나 야생의 맹금류처럼 노란 눈들이 여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여자는 한 순간에 유명해졌다. 어째서 이전까지는 이런 범죄를 발명하지 못한 것일까? 그녀의 입가에 말라붙은 장미꽃처럼 늘러붙은 휴대폰들에 여자는 입김을 불었다.

마치 화농성의 염증처럼, 나는 행복해요.

여자는 목 안쪽에서 맴도는 불온한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속삭였다.

유족들에게 미안하지 않으십니까?

날개를 잃어버린 나비처럼, 우리는 자유로워요.

유족들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이는 죽거나 사라졌고 여자는 아이를 사랑했다는 그들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여자를 위해 섭외한 배우들이었다. 여자의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마침내 무대 위에 올라선 얼굴 없는 배우들. 여자는 그들을 위해 기꺼이 웃을 수 있었다. 여자는 성공한 여배우만이 가질 수 있는 관대한 웃음으로 그들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녀는 거대한 상처 덩어리, 멸종 위기의 도롱뇽 입 속에서 벌어진 끔찍하고 부드러운 궤양이었다.

아이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이는 여자를 알고 있다고 했다. 여자 역시, 아이를 알고 있었다. 뒤늦게, 여자는 아이가 여자를 무척 닮았으며 아이가 자라서 곧 여자와 같은 키와 여자와 같은 얼굴과 여자와 같은 치열을 가지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아이는 종종 숨을 참아본 적이 있다고 했고 여자는 아이의 볼에 맺힌 검은 핏방울을 보며 그녀가 아이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넌 정말 이상한 아이야, 하고 여자는 말했고 아이는 당신이 사라진 우리 엄마를 닮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아이는 엄마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고 여자는 여자가 아닌 그 누구도 닮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함께 천사의 고기를 먹었어, 하고 여자는 꽃다발 같은 휴대폰들에 대고 속삭였다.

심장을 물 속에 넣고 삼십 분 간 핏물을 제거한 뒤 심실과 심방을 절개하고 팬 위에 놓고 구웠지. 기름기가 끼어 있던 심장에서는 고소한 탄내가 났고 우리는 한 번의 구역질도 없이 기꺼이 성찬을 받들었어. 심장을 꺼내 놓은 천사는 텅 빈 가슴을 드러낸 채 황홀을 이기지 못하고 웃고 있었어. 우리는 톱날처럼 결정적인 기쁨 속에 함몰되었어. 그리고 우리는 갈기갈기 찢겨 와해되었어. 온갖 형태의 과격함이 우리의 내부에서 떠돌았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괴이한 도형들의 날카로운 꼭짓점들이 우리의 피부를 몸 안쪽에서부터 밀어내고 솟아올랐어. 팔등과 가슴에 기이한 발진이 솟아났어. 우리는 서로의 물집을 손톱으로 이빨로 짜주었어. 물집 속에는 아무 맛도 없는 미지근한 액체가 가득 차 있었어. 우리는 웃었고 아이는 다른 곳에 가고 싶다고 했어.

엄마를 찾아 가고 싶니? 하고 내가 묻자 아이는 고개를 저었어.

그게 아니에요. 난 다른 곳에 가고 싶어요.

다른 곳? 조명이 꺼진 무대? 눈물샘을 절제당한 어린 돼지들이 둥둥 떠다니는 거울 속 마을? 날개가 잘린 천사들이 추락사하는 절벽?

아이는 꺄르륵 웃으면서 아니라고 했어. 나는 다른 곳에 가고 싶어요. 그뿐이에요.

아이는 고양이의 여리고 가느다란 목을 동앗줄처럼 꼭 붙잡고 있었어. 고양이의 발톱이 아이의 여린 살 속으로 파고들었고 길고 아득한, 붉은 핏물이 비현실적으로 흘러내렸어. 로드킬당한 육식식물처럼 역겨운 현기증이 우리를 집어삼켰고 고양이의 시체는 골목 한복판에 버려졌어. 우리는 고양이의 시체를 두고 갔어.

꽃잎들은 시들어가면서도 아직 여자의 턱 아래 집요하게 붙어 있었다. 여자는 발작적으로 키득거렸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죽였는지 알고 있었어.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살았는지 알고 있었어. 우리는 우리가 차지한 현실을 알고 있었어. 아이가 접은 학에는 갈빛의 얼룩이 묻어났어. 아이는 학의 항문에 입술을 붙이고 숨을 불어넣었지.

우리는 깔깔대며 웃었어. 난 오랫동안 너를 기다려왔어. 하고 내가 말했고 아이는 수줍게 미소지었지.

천사의 고기를 우리는 나누어 먹었어. 천사는 행복감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 흘렸어. 일그러진 새하얀 얼굴을 우리는 거울 속에서, 우리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두 개의 평면 거울 속에서 보았어.

거울은 평면이야, 하고 내가 아이에게 말해 주었고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어.

재판장에서 치마 속에 손을 넣고 수음을 하는 여자를 바라보던 화장하지 않은 검고 맹렬한 눈들, 판사는 여자에게 보호감찰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여자는 미쳤으니까,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기꺼이 미쳤으니까.

살해된 아이의 사진을 여자는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여자는 아이를 죽였다고 했고 골목에서 고양이를 죽이던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죽였다고 했고 아이와 함께 천사의 심장을-혹은 마약을?- 먹었다고 했고 그 인근에 사라진 아이는 오직 한 명뿐이었으므로 경찰은 여자를 체포하였고 검사는 여자를 기소하였고 여자는 살인죄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살해된 아이의 사진을 여자는 알아보지 못했다.

그 애의 엄마는 실종되었다고 했어요 그 애는 엄마가 없다고 했어요.

여자를 면회하려 온 사라진 아이의 엄마에게 여자는 말했다. 조명을 받은 여자의 얼굴은 천사처럼 희었고 아이의 엄마는 여자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여자를 한참 집요하게 바라보다가 돌아갔다.

피부를 발라낸 손은 낡은 손수건처럼 너덜너덜했어요, 하고 여자는 속삭였다. 여자를 위해 마련된 수십 수백의 화려한 무대들과 여자를 위해 개방된 둥글고 깊은 동굴과도 같은 귀들, 여자는 상담사에게 기꺼이 털어놓았다. 상담사는 개구리처럼 커다란 젖은 눈을 여자에게 고정시킨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살의 껍질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피부가 벗겨진 붉은 고깃덩이 같은 손으로 집안 곳곳을 헤집고 다녔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어요. 피부가 벗겨진 손이 가려워서 우리는 웃었어요. 고양이의 눈은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어요. 고양이는 애처로운 아이처럼 비명을 질렀고 아이는 끈질기게 고양이의 목을 조르고 있었어요.

나도 고양이를 죽여본 적이 있어, 고양이는 달처럼 샛노란 둥근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었고 난 고양이를 움켜쥔 손을 결코 놓지 않았어, 하고 나는 아이에게 말했어요.

아이는 내가 아주 늙은 여자처럼 보였다고 했어요.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그리 늙지 않았어요. 나는 열다섯 혹은 열넷 혹은 그보다 많거나 적은 나이죠. 어느 쪽이건 그다지 늙은 나이는 아니에요. 난 가끔 내가 열다섯 혹은 열넷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요. 간혹 난 내가 아주 늙은 여자라는 생각을 해요. 부드럽고 축축한 뇌를 파고든 가장 깊은 주름들이 있고 그 위에 올라앉은 옅고 서글픈 회색빛의 지층들이 있어요 그 단백질의 미세한 덩어리들은 심장을 관통하는 시간의 고통에 순식간에 희게 바래 먼지처럼 부유해요. 내 두개골에는 젖은 먼지와 같은 삶의 기억들이 역겹게 늘러붙어 있어요. 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요 너무 오래 살았으니까 더는 살고 싶지 않다고. 나는 내 삶을 오랜 기억들을 내 두개골에 빼곡이 내려앉은 짙은 먼지들을 치욕스럽게 느껴요. 하지만 나는 아이에게 내가 그리 늙지 않았다고 말해요. 열다섯 혹은 열넷밖에 되지 않았다고. 그보다 더 늙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보다 더 어릴지도 모른다고.

아이는 놀라서 크게 뜬 눈을 내게 고정시킨 채로 나를 샅샅이 훑어 봐요.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내 얼굴과 목에 내려앉았을지 모르는 숨길 수 없는 노화의 흔적들을 찾으려는 듯. 그러나 내 얼굴에는 미세한 주름조차도 없고 아이는 결국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로 내 말을 받아들여요.

난 당신이 아주 늙은 여자인 줄 알았어요, 하고 아이는 말해요. 고양이의 발가벗은, 경악한 얼굴을 향해 내뱉던 뜨거운 숨을 내게 쏟아부으며 아이는 속삭여요.

언니, 날 다른 곳으로 데려가 줘요.

상담사의 얼굴은 눈부시게 희었다. 그녀는 설산에 사는 족제비의 유령처럼 보였다. 별 다른 말 없이 상담사는 여자의 말을 들었다. 여자는 상담사가 여자를 적고 있으며 여자를 듣고 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으므로 구태여 듣고 있느냐고 확인하지 않고 여자는 계속해서 말했다. 거울처럼 정면으로 맞닿은 얼굴을 향해.

선생님의 얼굴도 당신처럼 희었어요. 담임 선생님은 상냥한 여자였어요. 난 선생님의 얼굴을 보면서 그녀의 얼굴 속에서 찰랑거릴 절망적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붉은 피를 떠올리고는 했어요. 선생님이 발표를 시킬 때, 그러니까 국어 교과서의 특정 페이지의 특정 부분을 읽으라고 시킬 때 난 참지 못하고 내 안을 떠도는 불온한 생각의 날카로운 파편들을 내뱉어버릴까봐 두려웠어요.

당신은 톱날처럼 아름다워요, 당신을 로드킬하고 싶어요, 당신의 속이 얼마나 붉을지 보고 싶어요, 어린 우파루파의 속이 얼마나 투명한지 아나요? 투명한 피부로 비추어지는 작은 내장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아나요?

다행스럽게도 그런 실수를 한 적은 없어요. 대신 문장들을 읽을 때마다 치밀어오르는 염증과도 같은 어휘의 파편들을 갈무리하느라 난 종종 말을 더듬곤 했죠. 선생님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읽으라고 했어요. 내가 너무 빨리 읽어서 말을 더듬는 거라고요. 하지만 그녀는 잘못 알고 있었던 거예요. 난 빨리 읽었기 때문에 말을 더듬었던 게 아니에요. 이해하나요?

상담사는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 하고 존대어로 대답했다.

선생님, 난 선생님의 속이 얼마나 부드러운 분홍빛의 내장으로 차 있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속이 메슥거려요. 난 당신과 함께 천사의 고기를 먹고 싶어요.

상담사는 웃음도 일그러짐도 없이 고요한 입술을 벌리며 말했다. 난 당신의 선생님이 아니에요.

그래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정말 그녀를 닮았어요. 선생님은 내게 그다지 관심이 없었죠. 그래도 난 선생님을 원망하지 않았어요. 분홍색 주름 치마를 입은 매끄러운 흰 허벅지를 볼 때면 그녀의 내부도 그처럼 부드러운 주름들로 가득 차 있으리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어요. 주인을 잃은 날카로운 손톱들이 끔찍하게 연약한 내 내부를 헤집었어요. 여름 방학식 날 선생님은 처음으로 나를 교단으로 따로 불러 심부름을 시켰어요. 교무실에서 작문 노트들을 가져오라는 심부름이었어요. 그리고 작문 노트들 옆에 있는 무언가도 가져오라고 했죠. 그건 유리, 네게 줄 상이야, 하고 선생님은 말했어요. 내 작문이 우리 반에서 1등을 했기 때문에 그녀는 내게 상을 줄 것이라고 했어요. 난 속이 메슥거릴 정도로 기뻐서 고개를 끄덕이고 서둘러 교실을 나갔죠. 난 앞문을 열고 나갔어요. 앞문을 여는 건 교사나 교사의 대행자들에게만 가능한 특권이었어요.

난 당당히, 앞문을 열고 한창 수업중인 교실 밖으로 나갔어요. 텅 빈 복도는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웠어요. 새의 그림자로 얼룩진 설원처럼, 하고 여자는 속삭였다. 상담사는 식물처럼 입을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애도 그 복도를 보았을까요? 깨끗한 거울처럼 투명한, 색채를 잃은 복도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 애에게 말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럴 수 없겠죠. 그 애는 고양이의 목을 조르고 있었고 가느다란 손목에는 풀잎처럼 푸른 핏줄이 솟아서 바들거렸어요.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물었고 서로의 이름이 같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죠. 난 고양이를 죽여본 적이 있다고 했고 그 애는 내가 아주 늙은 여자 같다고 했어요.

그 말은, 상담사는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이미 들었어요. 아니에요. 내가 실언을 했군요. 계속 말해요. 듣고 있으니까.

여자는 크게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사실 나는 아주 늙은 여자일지도 몰라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늙어버린 여자들은 화학약품에 담겨 매끈하게 팽창한 부드러운 뇌를 가지게 된다고 해요. 그러면 그 여자들은 뇌의 가장 깊이 인 박혀 있는 주름들만을 기억하며 그 주름들만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다시 그 주름들을, 어린 시절을 살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나는 열다섯 혹은 열넷이지만 어쩌면 그것보다 훨씬 늙었을지도 몰라요.

상담사는 미소 지으며, 그건 사실이 아니니까 안심해요. 기록에 따르면 당신은 열네 살이고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열세 살이기도 하니까, 하고 말했다.

여자는 검은 눈을 크게 뜨며 상담사를 마주보았다. 당신은 정말, 선생님을 닮았군요. 난 오래도록 복도를 헤맸어요. 교무실에 가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죠.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교무실을 찾아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어요. 극히 미세한 직관조차도 없이, 난 나침반을 잃어버린 어린 선원처럼 복도를 떠돌았죠. 다시 교실로 돌아가 선생님에게 교무실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면 선생님은 내게 교무실의 위치를 알려주는 대신 다른 아이에게, 언제나 심부름을 맡기던 착하고 순종적이며 믿을만한, 견고한 나침반을 가지고 있는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킬지도 몰랐으니까. 어쩌면 내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며 그녀가 나와 다른 아이, 그러니까 정말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아이를 착각했음을 깨닫고 내게 사과를 할지도 몰랐으니까.

복도를 나온 뒤에야 난 내가 작문 숙제를 제출한 적이 없음을 알아차렸던 거예요. 그러니까 작문 과제에서 1등을 해서 심부름을 하고 상을 받을 영예를 누릴 자격이 내게는 없었죠. 작문 과제는 꿈에 대한 것이었고 미래에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것에 대해 적었던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나는 밤 혹은 낮에 잠을 자면서 혹은 깨어서 꾸는 악몽에 대해 썼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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