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스테이크 5

여자는 차들 사이를 쏘다니는 남자가 얼마나 위험해 보였는지 말하고 싶었다. 당신이 당장이라도 로드킬을 당할 것 같아서 난 속이 메스꺼웠다고. 그러나 여자는 말하지 않았다. 로드킬 당한 모든 짐승들을 위해 울 수는 없음을 여자는 알고 있었다. 누군가는 로드킬 하고 누군가는 로드킬 당한다. 그러나 누가 누구의 꿈 속에서 헤매는지 꿈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언할 수 있는 짐승은 없다. 기억과 의지를 잃은 채 긴 악몽을 꾸는 신의 꿈 속을 헤매는 짐승들, 여자는 금발을 한 정복자들의 침략을 슬프고 무력하게 예언하는 라틴아메리카의 신을 떠올렸다. 신은 죽음과 고통을 막을 수 없다. 신은 십자가에서 울부짖었고 신의 신경을 훼손한 못에서는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고 찢겨나간 신의 다리 사이에서는 오물과 피가 흘러내렸으며 그는 지친 신도들이 그를 무덤에 묻는 것을 막지 못했다. 검은 흙 밑에서 신은 피투성이의 벗겨진 손톱으로 단단하게 굳은 냉혹한 흙의 속살을 파헤쳤다. 그는 그를 기다리는 신도들을 그의 부활을 기쁘게 여길 신도들의 어린아이 같은 웃음을 서글프게 떠올렸다.

하지만 그보다 가련하며 보다 덜 사실인, 그러나 그보다 훨씬 만연한 여자들은 벌거벗은 몸으로 그녀를 기다리는 사람이 누구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들은 창녀였고 따라서 그녀들을 위한 장례도 기도도 없었고 그녀들을 끈질기게 배웅하며 울부짖는 신도와 연인조차도 없었다. 그녀들은 사물처럼 깊은 흙에 묻혔고 그녀들이 원한에 사무쳐 바깥으로 기어나와 마을 남자들을 괴롭히지 않도록, 무덤의 인부들은 그녀를 가장 깊은 자리에 묻어 둔 뒤 그것으로도 모자라 끔찍하게 무거운 돌들을 그녀의 무덤 위에 열 개나 올려놓았다.

흙 속에서, 그녀는 토막난 몸을 헐떡이며 살아 있었다. 그녀의 심장은 살아 있었다. 그녀는 미친 여자처럼 붉었다. 그녀는 숨이 막혔고 바깥을 원했다. 더 많은 삶과 더 많은 상처와 더 많은 열림을, 벌어짐의 숭고한 붉음을 원했다. 그녀를 숭배하라! 여자는 날카로운 음성으로 생각했다. 그녀들을 숭배하라! 가장 깊은, 질식하는 땅 속에서 벌레처럼 헐떡이는 음험하고 가련한, 토막난 채 살아 있는 징그러운 창녀들을 숭배하라! 그녀들이 신이라는 것을, 생물이라는 것을, 살아 있다는 것을, 신보다도 더 신성한 삶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녀를 압박하며 그녀의 상처 속으로 밀려드는 검은 흙은 알고 있다. 창녀들을 숭배하라! 빌어먹을, 찢겨진 살을, 찢겨짐을, 벌어짐을 숭배하라! 그녀들은 신보다 더 많은 것을 살고 있다. 그녀들에게는 단 한 명의 늙은 신도조차도 없다. 그녀들에게는 교리도 성경도 심지어는 언어조차 없다. 하지만 그녀들은 신보다 더 살아 있으니! 신보다도 더 여자이며 신보다도 더 음험하며 신보다도 더 웃는, 벌어짐과 와해를 주저하지 않는 여자들이니, 그녀들을 숭배하라! 그녀들을 저주한 자들을, 그녀들을 토막내며 욕설을 지껄인 빌어먹을 살해자들을, 그녀들은 용서도 원한도 없이 검은 눈으로, 불투명한, 우주적인 검음으로 바라본다. 그녀들은 살아 있다. 천 번을 토막내어도 그녀들은 살아 있다. 심지어는 사실조차 아닌 채로, 그녀들은 땅 속 깊은 곳에서 잔혹한 붉은 숨을 헐떡이고 있다. 힘없이 골목을 떠도는 벌거벗은 여자들을 그들은 창녀라고 불렀고 가장 깊은 곳에서 살아 있는 여자들은 스스로 창녀의 머리가죽을 뒤집어썼다! 창녀의 립스틱을 광대처럼 짙게 바른 그녀들의 미소는 귀 밑까지 음험하게 찢어져 있다. 그녀들은 자신이 창녀라고 말한다. 그녀들은 기꺼이 미쳤다. 그녀들은 기꺼이 내어주었고 그녀들은 기꺼이 벌어져 그것을 모두 소유했다! 그녀들의 안을 헤집어놓는 병균까지도 그녀들은 기꺼이 삼켰다. 그녀들은 구토했고 하혈했고 출혈하며 마침내는 웃었다. 살해자는 그녀들의 웃음을 보고 토막난 채 헐떡이며 살아 날뛰는 그녀들을, 신을 보고 악몽에 쫓기듯 도망쳤고 그녀들은 가장 깊고 어두우며 축축한 땅 속에 묻혔다.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누구도 참관하지 않고 목격하지도 증언하지도 않는 그녀들을, 그 아름답고 비참한, 소외된 신들을 나는 기꺼이 숭배하리라! 그녀들은 용서하지도, 용서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녀들은 용서와 법과 저주가 닿지 않는 곳에서 피투성이 손가락을 움찔거리며 살아 있고 여자들의 밤을 목격하는 것은 오직 증인 효력을 가질 수 없는 사물들의, 미쳤으며 죽어버린 창녀들의 밤뿐이다. 그러나 나는 그녀들을 숭배하리라! 마치 그녀들이 사실이 될 수 있는 것처럼, 그녀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처럼, 그녀들이 수많은 짐승들의 아름다운 눈동자들이 별처럼 떠다니는 무대의 한 가운데 서서 노래할 수 있는 것처럼, 그녀들을 숭배하리라. 전유되지도 빼앗기지도 못한 채 버려진 반짝이는 삶의 토막들을. 가장 악독하고 비열한 재현에도 편입되지 못한 채, 보여지지 못한 채 폐기되어버린 썩어가는 살들을. 썩어가면서 가장 짙은, 달콤한 악취를 풍기며 발열하는 살점들을! 여자는 창 밖의 검푸른 어둠을 열렬하게 응시하며 생각했다. 여자는 운전석을 향해 서글프게 웃었고 그들은 함께 천사의 고기를, 조리조차 하지 않은 날고기를 물어뜯었다.

남자는 뒷좌석에 널브러진 여자의 잠을 내버려 두고 앞 좌석으로 돌아가 안개가 낀 앞 유리창의 눈 먼 반사상을 응시하며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책을 읽는 눈 먼 소녀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사를 읊었다.

발몽어떻게 하면 사악한 이 몸뚱이를 제거해버릴 수 있을까요아직 아무도 읽지 않은 책과 같은 내 핏줄을 열 거예요가위처럼 다리를 벌리겠어 직업적인 유머에 따라내가 흘린 피로 당신은 새로운 낯짝에 화장을 할 거야피를 보고 싶다면 네 혈관을 찢어발겨서 피를 내 아니면 서로 그렇게 해 주던가 너희를 도살자로 만드는 건 여자들에 대한 질투지

남자는 항상 연기를 하는 일이 보이지 않는 밤의 문자들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언어를 읽어내리는 일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즉석에서 대사들을 변용했고 그에게 필요한 대사들을, 그의 내부에 재치있게 떠오르는 문장들을 읊어나갔다.

발몽, 당신은 정말 천부적인 창녀예요. 당신이 나를 어떻게 학대하는지 나를 어떻게 모방하고 변용하여 훔쳐가는지 보라지! 투르벨 부인이 창녀의 언어로 젖가슴을 내미는 당신을, 언어를 둥글게 뭉쳐 만든 역겨운 젖가슴을 부여잡고 발작하듯 웃어젖히는 당신을 보면 뭐라고 말할지 궁금하군요. 오, 당신은 정말 창녀로군요! 당신이 강간하고 싶었던 건 당신 자신이었군요! 당신은 내 자궁을 질투하고 있었던 거로군요! 당신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남자들을 도살자로 만드는 건 여자들의 젖가슴에 대한, 그리고 자궁에 대한 질투죠. 당신은 언어로 만들어진 축축한 붉은 자궁을 펼쳐 보이며 야릇하게 웃는군요. 그리고 우리를 당신의 몸 속으로 이끌어 들어오는군요. 오, 나의 창녀, 나의 죽음, 나의 악성 궤양, 당신은 여자가 되었고 당신은 웃으면서 살해되었고 당신은 승리자가 되었어! 난 당신의 머릿가죽을 쓰고 더 음험한, 불가능할 정도로 웃고 있는 창녀가 되겠어.

남자는 두 가지의 교환 불가능한, 그러나 서로를 연기하는 여자들을 연기하며 때로는 굵은 소리로, 때로는 스스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높은 소리로 대사를 읊었다. 독을 마시고 죽어버린, 여자를 연기하던 남자를 죽으며 남자는 눈을 감았다. 밤의 습기에 엉겨붙은 잿빛의 속눈썹이 남자의 머리 위에서 나비처럼 파들거리며 경련했다. 남자는 그의 연기가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음을, 그의 제복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고 숨 가빠지고 있음을 느꼈다. 언젠가 그는 황홀을 견디지 못하고 제복을 벗을 것이며 그러면 저 건방지고 오만한 여자아이가 말한 대로 그는 길거리를 떠돌다 로드킬 당할 것이다. 그는 사물처럼, 길거리에서 토막살해 당한, 신원조차 없는 창녀처럼 쓸쓸하게 묻힐 것이다.

여자아이는 잠들어 있었고 그는 고독을 느꼈다. 두 개의 혼란스러운 배역이, 투명한 머릿가죽이 그에게서 떨어져나갔고 그는 깊은 피로감에 무거워진 머리를 가눌 수 없었다. 그는 마치 다른 꿈에서 새어나온 은밀한 꿈처럼 순식간에 잠들었다.

다음날 새벽, 그의 주위에서 요란하게 울리는 클락슨 소리에 그는 깨어났고 30m를 더 전진했다. 여자 역시 깨어나 뻐근한 어깨를 경직시켰다 풀어내며 뒷좌석 등받이에 등을 대고 앉았다. 짙은 녹빛의 여름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자는 끔찍한 간지러움에 온몸을 둥글게 움츠리며 흐느꼈다. 그녀는 씻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차 안에는 우산조차 없었다. 남자는 반쯤 마신 생수병을 여자에게 건네며 물을 다 마셔도 괜찮다고 말했다. 여자는 생수병 입구에 마른 입술을 붙인 채 한 번도 입을 떼지 않고 물을 전부 마셨다. 남자는 여자의 손목을 차 손잡이에 구속하고 밖으로 나가 차량 옆 아스팔트의 빈 공간에 빈 생수병을 세워 놓았다. 그들 말고도 많은 차량들이 빈 생수병이나 음료수병을 차량 옆에 세워 비를 받고 있었다. 남자가 다시 운전석 문을 열고 들어오자 차 내부는 순식간에 밀어닥친 빗물로 축축해졌다.

여자는 꿈을 꾸듯 속삭였다. 어제, 당신 목소리를 들었어요. 당신은 눈 먼 여자아이처럼 더듬거리며 책을 읽고 있었어요.

난, 남자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연기를 하고 있었어.

거짓말, 여자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난 그런 대사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건 셰익스피어도 소포클레스도 아니었어요. 그게 뭐죠?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편지소설 위험한 관계를 변용한 하이네 뮐러의 사중주의 내 방식의 변용 및 첨가.

여자는 웃으며 말했다. 아쉽군요. 그런 특별한 공연인 줄 알았다면 자지 않고 당신의 연기를 전부 보았을 거예요. 난 당신이 햄릿이나 오이디푸스 왕을 연기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잠결에 당신의 목소리는 악몽처럼 내 안으로 파고들었어요. 뱀의 입에서 스스로 떨어져나간 혀들이 내 볼을 쓰다듬었고 오, 나의 창녀, 나의 죽음, 나의 악성 궤양. 음험하게 웃는 메두사들은 독이 든 이빨로 내 혀를 깨물었고 나는 검게 변해버린 이파리로 이렇게 말했어요. 난 당신의 머릿가죽을 쓰고 더 음험한, 불가능할 정도로 웃고 있는 창녀가 되겠어.

넌, 남자는 놀란 듯 말했다. 정말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구나.

여자는 어떠한 감정이라도 머물 수 있는 결절점인 오목한 입술을 들썩이며 웃었다.

꿈 속에서, 여자는 속삭였다. 꿈 속에서 당신은 불가능한 것을 바라고 있었어요. 난도질 당하는 건 차라리 기쁨이야. 당신은 살아남기 위해 불가능이 되려 했어요. 하지만 이루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 꿈 속에서 난 당신에게 그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사물처럼 죽을 거라고. 우리는 가장 작은 것만을 원하도록 교육받았죠. 그래야 조금이라도 만족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야 행복을 믿을 수 있을 테니까. 우리는 감사해야 했어요. 하지만 음험하고 음탕한 창녀들은 만족할 줄 몰랐죠. 우리는 만족할 수 없었어요.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터무니 없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것을, 생을, 신을 바랐어요. 우리는 신을 요구했어요.

여자는 격양된 목소리로 꺽꺽거렸다.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갖지 못할 거예요. 우리는 버림받을 거고 행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물처럼, 사물로 죽어버리겠죠. 우리의 장례는 없을 거예요. 당신도 나도 로드킬당한 채 길가에서 널브러져 미래가 되지 못한 짓뭉개진 얼굴만을 눈물처럼 쏟아내며 죽을 것이고 그 누구도 우리의 장례식에 오지 않을 거예요. 우리 스스로도 우리의 죽음을 잊고 말 거예요.

조금 쉬렴. 남자는 여자에게 밤새 받아 놓은 빗물이 담긴 생수통을 건네며 말했다.

여자는 빗물을 들이마신 뒤 집요하게 중얼거렸다. 우리는 사물이야. 당신은 쥐새끼고 나는 살인자 창녀니까 우리는 둘 다 인간이 아니야.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감옥에 가지 않은 거예요. 상담사도 알고 있을걸. 내가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백 명의 어린 범죄자를 지옥으로 보내도 당신은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걸. 당신은 언젠가 로드킬당하거나 쥐약을 먹고 뒈져버릴 쥐새끼고 나는, 여자는 흐느꼈다. 우리는 어쩌면 창녀를 연기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창녀들은 너무 많이 죽어가고 창녀가 사람을 죽였다는 이야기를 난 거의 들어보지 못했어요. 아마 판사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는 내게 치료감호를 선고한 거야. 내가 미쳤기 때문에, 그리고 어쩌면 내 범죄는 모두 망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체 안치소에서 그 애는 내 이름을 불렀어요. 유리, 난 당신이 천장으로 가라앉는 걸 봤어요. 언니의 머리는 침묵을 묶어 놓은 푸른 봉투에 묶여 있었어요. 언니는 젖어 있었고 검은 비가 언니의 몸에서 흘러내리고 있었어요. 유백색의 허벅지는 조금 벌어져 있었어요.

어느덧 비는 그쳤다. 창문 밖으로 더위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아이들이 나와 바닥에 쭈그려 앉은 채 아스팔트 위에 손을 얹고 장난을 하는 게 보였다.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야외에서의 삶을, 비구름을 관통하며 흘러내리는 세 줄기의 햇살에 함뿍 젖은 아이들의 흰 손등이 그려내는 무늬를 여자는 알지 못했다. 여자는 아이들의 손등이 움직이는 경로를 은밀하게 주시했다.

밤새 거리에서는 창녀와 짐승들이 살해되었다. 그러나 어떠한 신문사도 보도하지 않았으며 재판조차 없었다. 살인사건조차 없었다. 오직 실종과 분실, 혹은 그조차 아닌 일들. 이번에 남자는 식량을 거래하기 위한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연극을 마치고 난 뒤 남자는 끔찍하게 지쳐 보였다. 그는 경찰 임명식을 하던 순간 받았던 농담과도 같은 명령을 떠올렸다.

1. 결코 제복을 벗지 말 것, 특히 임무를 수행하는 중에는, 죽어서는 안 되는 순간에는

2. 악몽만을 꾸는 미친 개처럼 고속도로를 혼자 돌아다니지 말 것. 그의 어머니는 다른 모든 쥐 여자들이 그렇듯 창녀였다. 배수구를 돌아다니는 비루먹은 수컷 쥐들은 닥치는 대로 암컷 쥐의 성기에 몸을 밀어넣었고 그 순간 암컷 쥐는 버티거나 도망가는 일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그는 다른 쥐들과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알지 못했다. 쥐들에게 아버지는 희미하며 쓸모 없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가 그녀보다 큰 몸집을 가질 때까지 그에게 젖을 주었다. 열 개의 단단한 유방 한쪽 구석에서 그는 치열하게 젖을 빨았다. 젖은 몹시 비리고 달콤했다. 어머니는 그녀의 몸 이곳저곳에 진드기처럼 들러붙어 집요하게 젖을 빠는 축축한 짐승들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들은 어차피 곧 죽을 것이었으므로.

그에게 요제피네와 노래와 쥐들의 운명과 그가 끝내 될 수 없을 것과 절망적인 숙명을 가르쳐준 것은 모두 꿈이었다. 꿈 속에서 진주빛의 이브닝 드레스를 걸친 요제피네는 그녀에게 숭배를 바칠 것을 요구하였고 삶을 숭배하는 일이 얼마나 매혹적인 것인지 가르쳐 주었다. 진주빛 드레스의 끈 사이로 드러난 요제피네의 젖들은 어린 소년의 쥐처럼 작고 앙증맞았다. 그러나 지하에서 불어오는 불길한 바람이 그녀의 털복숭이 다리 위로 올라오며 그녀의 원피스 자락을 들어올리자 그녀의 아홉 번째와 열 번째의 가슴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가슴의 빈 자리가 드러났다. 요제피네는 팝 배우처럼 두 개의 손바닥을 겹쳐 치마 아랫단을 밀어누르며 야릇하게 웃었다. 그녀의 가슴 구멍은 남자의 망막에 1/16초 간 맺혀 있었다.

남자는 요네피네를 향해 걸어갔다. 군중들은 그를 위해 두 갈래로 갈라져 길을 열어 주었다. 그는 요제피네의 진줏빛 드레스를 거칠게 들어올렸고 네 쌍의 부드럽고 작은 가슴들 아래 나 있는 선명한 두 개의 구멍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그는 작은 소년의 머리를 여자의 가슴 구멍에 대고 그 속을 명멸하는 검붉은 화면을 응시하였다.

그는 불현듯 차 문을 열고 도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여자의 수갑을 차량 손잡이에 고정하지도 않은 채. 여자는 놀라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남자는 검은색 아반떼의 운전석 창문을 두드렸다. 긴 검은 머리를 늘어뜨린 사람 여자가 내려가는 창문 틈으로 드러났다. 여자의 얼굴이 완전히 드러나자 그는 숨을 고르며 먹을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긴 머리 여자는 동공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검은 잿빛의 눈을 크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보이지 않는 소음을 털어내듯 발작적으로 고개를 젓고는 제복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경찰증과 지폐 몇 장을 보여주었다. 긴 머리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차량 선반에서 초콜릿 다섯 봉지를 건네주었다. 남자가 돈을 주려 하자 여자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괜찮아요, 그녀는 소리 없이 입술만을 움직이며 그렇게 말했다. 아니, 남자는 여자의 얼굴을 그렇게 읽었다. 침묵으로 벌어지고 수축하는 여자의 입술, 남자는 갑작스럽게 모든 일이 빌어먹을 악몽처럼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그는 참지 못하고 그대로 소리내어 말했다. 모든 건 빌어먹을 악몽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는 벙어리이고 귀까지 먹었을지도 몰라, 하고 남자는 생각했다. 어쩌면 귀머거리에 벙어리인 건 저 여자가 아니라 나일지도 몰라.

아이들은 여전히 차도에 쪼그리고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날카로운 돌이 햇볕에 뜨겁게 달아오른 아스팔트를 갉아내며 지나가는 소리가 죽어가는 어린 동물의 처절한 비명처럼 들렸다. 혹은 로드킬을 앞둔 급브레이크의 아우성처럼.

아이들은 모두 사람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도 아닌 아이가 이런 곳에서 쪼그리고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을 리는 없었다.

남자는, 당신은 창녀예요, 발몽, 하고 홀로 생각했다. 당신은 창녀예요. 당신은 빌어먹을 창녀예요. 그건 메르테유의 대사였다. 모든 여자들이, 그리고 짐승들이 창녀라면 이건 좆 같은 희극이야, 하고 남자는 생각했다. 좆 같은 창녀들, 남자는 홀로 킬킬거렸다. 그는 눈을 타고 흘러내리는 투명한 물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슬픈 것은 창녀가 아니었다. 슬픔은 물방울처럼 사물들의 결절점을 오가는 자본이었다. 투자된 것에 남겨진 상흔은 더 깊은 틈으로 벌어지고 더 많은 슬픔이 그 골에 고인다. 그것뿐이다. 그것이 전부다. 남자는 생각했다. 그리고 죽음은 없을 것이다. 끝 역시 없을 것이다. 아니, 죽음은 있지만 끝은 없을 것이다. 해갈되지 못한 정동들은 사물의 시체 위에 고인 채 천천히, 혹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흘러내릴 것이다. 정말 그 애 말대로야, 하고 남자는 생각했다. 죽음은 있지만 끝은 없어. 남은 것은 사물의, 창녀의 시체일 뿐이지. 하지만 시체는 끝이 아니야. 창녀의 시신 위에 오줌을 쏴 갈기는 것은 창녀들일까? 아니면 그녀를 살해한 남자들일까? 메르테유를 연기하는 발몽을 연기하는 쥐. 창녀를 연기하는 발몽을 연기하는 창녀. 창녀를 연기하는 창녀를 연기하는 창녀. 음탕하고 집요한 햇빛의 줄기들은 점점 증폭되고 있었다.

남자는 끔찍한 메스꺼움에 신음하며 둥글게 둘러앉은 아이들을 지나쳤다. 그는 역겨움을 이기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해댔지만 아이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기이한 무늬를 계속 그려나갔다. 그는 손 안에 들린 다섯 봉지의 끈적한 초콜릿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아이들에게 전부 줘 버렸다. 남자는 원 안으로 거침없이 파고들었고 희고 날카로운 선 위를 짓밟았다. 그제야 아이들은 그를 당혹스럽게 올려다보았다. 병든 나무처럼 크고 검은 그는 불길한 계시처럼 보였다.

유달리 창백한 남자아이가 발작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그에게 조심하라고 소리쳤다. 아저씨는 금을 밟았어요. 그건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칼이에요. 칼 위에는 늪에 빠져 죽은 뱀들의 독이 발라져 있어요. 아저씨는 이제 죽을 거예요.

남자아이는 떨리는 입술을 깨물며 비명을 질렀고 다른 아이들도 곧 남자아이를 따라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꽥꽥거리는 악몽 같은 소음에 남자는 얼굴을 찡그렸지만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남자를 기이한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쓰러져 죽어버리는 광경을 기다리는 것처럼. 그러나 남자는 죽지도 쓰러지지도 않았고 마치 졸도하지 않은 사물처럼 멍하니 서 있었을 뿐이었으며 아이들은 서서히 흥미를 잃고 비명을 멈추었다. 고장난 라디오처럼 갑작스러운 침묵이 그들을 끈적한 햇빛으로 뒤덮었다. 남자는 말 없이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내밀었다. 아이들은 새빨간 포장지를 보고 게걸스럽게 달려들었다.

경찰차로 돌아가자 짙은 쉰내가 진동했다. 여자는 남자를 보자마자 비명과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치마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어째서 날 묶어두지 않고 가버린 거야?

여자는 남자가 그녀를 결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가장 깊고 습한 곳에 끔찍하게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도망칠 수 없었다. 검게 녹아가는 역겨운 아스팔트 위에서 그녀에게는 갈 곳이 없었다.

아무도 나를 로드킬하지 않을 거야. 나는 알고 있어, 여자는 흐느꼈다. 그러니까 나는 끝까지, 존재하지 않는 끝까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끝까지 비틀거리면서 걸어가야 할 거야. 단 한 번의 충돌과 파열과 출생과 죽음 같은 건 내게 없을 거야. 가장 깊은 구덩이 안에서 나는 빌어먹을 숭배를 향해 미쳐버린 손톱을 긁어대야 할 거야. 검은 흙이 내 안으로 흘러들 거야 그게 아니라면, 아주 운이 좋은 경우라도 나는 시체 안치소에서 냉동된 채 희고 갑갑한 냉동고의 천장이나 바라보고 있겠지. 검시관은 아무런 말도 없이 내 옷을 벗길 거고 불길한 웃음을 보듯 일그러진 얼굴로, 혹은 끔찍한 무표정으로 나를 썰어낼 거야. 내 내장을 가르고 내 안을 헤집어놓고는 내게 쌓여 있는 지층들을 마구잡이로 탐색하겠지. 난 그 모든 침묵을 살아서 경험해야 할 거야.

그날 밤에는 다시 비가 내렸다. 남자는 조금 더러워진 생수병을 차 밖에 내어 놓았고 여자는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반짝이는 물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허기는 고통과 우울마저도 몰아내었다. 그러나 깊은 갈증은, 빗물을 미친 듯이 들이켜도 가시지 않는 붉은 갈증은 그들의 목구멍 내부에 염증처럼 들러붙어 있었다.

검사는 그녀가 최악의 범죄자라고 했다. 변호사는 그녀가 가엾은 희생자라고 했다. 판사는 그녀를 엄숙한 석상과도 같은 무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판사는 그녀가 미성년이고 미쳤기 때문에 감옥에 갈 수는 없다고 했다.

그녀는 아직 몇 명의 아이를 더 죽일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몇 개의 거울과 몇 개의 얼굴과 몇 개의 유리가면을 망가뜨리고 나면 그녀는 더 오래 망상과도 같은 어린시절을 믿을 수 있을 것이다. 식칼을 박아넣은 사과는 웃고 있었다. 쪼개고 부수고 으깨 놓은, 산산조각난 붉은 사과는 끈적한 과육을 흘리며 웃고 있었다.

당신이 아주 늙은 여자인 줄 알았어요. 아이의 얼굴은 탐스러운 과일처럼 단단했다. 여자는 아이의 머리를 끌어안았고 아이에게 입을 맞추었다. 거울을 들여다보듯 집요하게 아이의 입술을, 거울처럼 차가운 입술을 더듬었다. 여자는 그녀의 입술이 병자처럼 뜨겁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의 볼에는 죽어가던 희생자가 남긴 붉은 손톱 자국이 남아 있었다.

여자는 아이의 얼굴에 문구용 가위를 꽂았다. 고무 인형의 속은 텅 비어 있었다. 찌그러진 인형의 날카로운 단면은 훼손된 그대로 웃고 있었다. 오케이, 그녀는 최악의 살인자였다. 오케이, 그녀는 관대한 희생자였다. 그녀는 오래도록 고아였고 그녀의 항문에서는 찰과상과 열상이 발견되었다. 소량의 정액도 검출되었다. 검시관은 여자가 강간당해 죽었다고 썼다. 그녀의 가슴 두 개는 절개되어 있었고 코코넛 열매처럼 둥근 기포 다발이 그녀의 검은 구멍을 빼곡이 메우고 있었다. 오케이, 그녀는 최악의 살인자, 그리고 관대한 희생자였다.

아이는 냉동고의 천장 위로 가라앉은 채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 먼 거울처럼, 그녀를 조용하게. 미래를 잃어버린 머리들은 얼굴 없이 붉은 두피로 웃었다. 흰 두개골의 단면이 반짝이는 미소처럼 언뜻언뜻 내비쳐 보였다. 익명의 누군가는 그녀가 미쳐버린 것이 당연하다고 썼다. 창녀들을 전부 보호 시설에 넣고 감시하고 멸균하고 말려버려야 한다고도 썼다. 그녀가 창녀인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모두가 창녀가 될 수는 없다고 썼다.

그녀는 그녀를 향해 퍼부어지는 말의 파편들을 황홀하게 주워 모았다. 여자의 휴대폰은 구식 2G 버전이었기에 인터넷은 사용할 수 없었지만 간혹 상담사는 그녀에게 기사를 검색해 볼 수 있도록 노트북을 빌려 주었다.

혹은, 여자는 멍청한 쥐새끼와 감호 시설의 도둑 소녀가 훔쳐온 스마트폰을 훔쳤고 밤 사이 그녀의 이름을 열렬히 검색해본 뒤 희게 발열하는 휴대폰을 도둑 소녀의 치맛자락 밑에 되돌려 놓았다.

밤 내내 그들은 단 1m도 이동하지 못했지만 아침이 되자 차량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50m 정도를 이동했을 때 차량들은 다시 얼음처럼 정체되었다.

밤의 그림자처럼 길고 가느다란 남자가 차량들 사이를 쏘다니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는 길가에 칼을 든 괴한이 떠돌아다니니 조심하라고, 절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고 외쳤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차 밖으로 나가 남자에게 다가간 흑인 남자를 그림자 같은 남자는 은빛의 광선으로 찔렀다. 럭비 선수처럼 체격이 좋았던 흑인 남자는 비명조차 없이 뒤로 쓰러졌고 남자의 뒤통수가 아스팔트 바닥 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비현실적으로 증폭되어 들렸다.

여자는 그림자 같은 남자의 손에 들려 있는 피 묻은 회칼을 분명히 보았다. 사람들은 자그마한 비명이나 흐느낌조차 없이 재빨리 차 문을 잠갔고 아이처럼 울고 있는 괴한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렸다. 괴한은 울부짖으면서 검은 남자 위에 엎드려 그의 단단한 입술과 턱, 가슴을 열렬히 더듬었지만 검은 남자는 미동도 없었다. 괴한은 마치 죽어가는 연인을 바라보듯 허망하게 그가 죽인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여자는 악몽처럼 확대되어 그녀의 망막에 맺히는 영상을 멍하니 들여다보았다. 어쩌면 영화를 촬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카메라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쓰러진 남자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죽었다는 것을 여자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꿈처럼. 여름철의 햇살에 끔찍하게 빨리 부패되어가는 검은 살에 역겨운 파리들이 들러붙었다. 안개처럼 모여든 파리들의 게걸스러운 날갯짓을 차량 안에 격리된 관객들은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죽은 자의 불길한 검은 살과 피로 더럽혀진 날개가 차 안쪽으로 흘러드는 일이 없도록 차들은 창문을 모두 끝까지 올렸다. 오픈카도 자동식 차 뚜껑을 말없이 닫았다. 대기에는 불온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이 떠돌았고 그들은 다시 10m를 전진했다. 남자의 시신을 짓밟지 않기 위해 차들은 일그러진 곡선으로 맞붙었다.

저녁 무렵 정체는 해소되었고 주저하며 남자를 피해 엉금엉금 나아가던 차들은 곧 황홀한 속도를 따라 퍼져나갔다. 남자는 로드킬 당한 불길한 검은 짐승의 사체처럼 짜부라졌다. 검시관은 결코 검은 남자의 신원을 알아낼 수 없을 것이라고 여자는 생각했다.

상담사는 여자에게 말을 놓아도 된다고 했다. 그녀를 친구처럼 여겨도 괜찮다고. 상담사는 곧장 반말을 하기 시작했지만 여자는 집요하게 존대어를 고집했다. 여자는 교통정체가 심했기 때문에 며칠간 찾아오지 못한 것이라고 변명처럼 말했다.

상담사는 미소를 지으면서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담당 경찰관이 이미 전화로 말해주었다고.

여자는 끔찍한 소외감과 수치심을 느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렇다면 더 할 말이 없군요.

상담사는 차분하게, 괜찮다고 그녀가 말 할 수 있는 것을 무엇이든 말해도 좋다고 했다. 꿈 이야기도 좋아, 하고 상담사는 친근하게 말을 건넸다.

요즈음엔, 여자는 말했다. 꿈을 꾸지 않아요. 대신 꿈에 대해 상상할 뿐이죠.

그건, 상담사는 물었다. 꿈과는 다른 상상이니?

수성은 태양과 가장 가까이 있는 행성이에요. 난 수성으로 진입하는 상상을 해요. 태양은 너무나 뜨겁고 거대하고 끔찍하며 유일한 별이죠. 나는 태양의 대안을 상상해요. 하지만 수성은 별이 아니고 심지어는 태양과 인접해 있죠. 나는 고작 태양과 가장 가까이 있는 수성 따위를 떠올릴 뿐이에요. 역겨운 일이죠. 그게 아니면 나와 씹을 한 남자나 여자, 짐승과 사람을 떠올려요. 나는 아직 미성년이므로 그건 전부 강간이었죠. 혹은 나를 죽인 남자나 여자, 짐승과 사람을 떠올리고 그것도 아니면 내가 죽인 남자나 여자, 짐승과 사람을 떠올려요. 난 내가 죽인 아이와 같은 방을 쓰고 있어요. 그 애는 내 침대 위 허공에 떠서 잠들고 난 간혹 그 애의 휴대폰을 훔쳐서 내 이름을 검색해 봐요. 그 애는 마치 내가 그 애의 구원자라도 되는 것처럼 굴어요. 내가 그 애를 죽였다는 걸 그 애는 믿지 못하는 것 같아요. 난 그 애가 이미 죽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대신 그 애에게 그럴듯한 충고를 해 줘요. 그 애는 나를 숭배하고 있어요. 오늘 집으로 돌아가면 난 그 애에게 창녀가 되라고 말해줄 거예요. 그러면 그 애는 정말 창녀가 되겠죠. 희고 헐렁한 원피스의 한쪽 어깨를 내리고 작고 단단한 가슴을 드러낸 채 복도를 어슬렁거릴 거예요. 복도에서 그 애와 마주치면 그 애는 야릇하게 웃으면서 나를 죽여줘, 하고 말할 거예요.

여자는 진실과 거짓을 될 수 있는 한 가장 모호한 방식으로 섞어놓고 사실들을 흐트러뜨리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말하고 싶었으나, 말하고 싶어 견딜 수 없었으나 그것은 말해질 수 없는 것이었으므로, 그녀는 의미를 가질 수 없는 미친 말들을 늘어놓았다. 난 나를 죽인 자들을 원망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죽음이지 죽인 자가 아니에요. 그 얼굴은 너무도 많아서 특정지을 수조차 없어요. 이해하나요?

상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은 젤라틴처럼 끈적하고 미끌거려요. 가위를 박아 넣고 찢어발겨도 얼굴은 계속 돋아나요. 적합한 방식으로 절개된 플라나리아처럼. 살아 있는 플라나리아와 박제된 플라나리아 표본과 플라나리아 박멸제를 각각 10달러에 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예전에는 쥐들도 같은 방식으로 판매되고 박멸되었어요. 언젠간 플라나리아들과 함께 식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잘려나간 사과는 찢긴 채 그대로 살아 있고, 그 안쪽에는 해변의 젖가슴처럼 여리고 부드러운, 역겨운 살이 차오르고, 나는 플라나리아의 투명한 머리 사이 조금 벌어진 틈을 보면서 죽을 것처럼 메스꺼운 슬픔을 느껴요. 죽음이 삶만큼이나 특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요. 침묵을 가진 사람만이 죽음을 완전히 소유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그러므로 나는 봉분조차 없는 깊은 흙 속에 잠겨서 영원히 허우적거릴 거라는 생각, 썩어가는 유골들은 과즙처럼 씁쓸하고 달콤한 염증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 자궁이 있던 자리에 들어앉은 작은 머리통의 유골이 살을 파고드는 구더기들처럼 내 안에서 자라나고 있다는 생각, 이미 죽은 아이들이 죽은 채로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 죽은 창녀들의 시체는 어디로 가나요? 살해당한 아이들의 시체는? 내가 죽은 아이의 시체는 어디로 갔나요?

그건, 상담사가 말했다. 아무도 알 수 없단다. 네가 알지 못한다면 더더욱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거야. 그리고 그런 생각들은 점점 희미해질 거란다. 시간에 희미하게 부식되어버린 틈 속에서 사라져가는 먼지의 문자처럼.

당신은, 여자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내 엄마처럼 말하는군요. 내게는 엄마가 없는데도요.

나를, 상담사는 말했다. 엄마처럼 여기는 건 그리 좋지 않아. 날 곧 잃어버릴 친구처럼, 떠나갈 친구처럼 생각하렴.

그건 불가능해요. 여자는 대답했다. 당신은 내 담임 교사를 닮았으니까.

여자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고 상담사는 꿈이나 그와 유사한 것에 대해 털어놓으라고 종용하는 대신 여자에게 흰 A4 용지와 펜을 건네주었다. 여자는 뒤통수가 벌어진 여자의 뒷모습을 그렸고 상담사는 여자가 정상이라고, 놀랄 만큼 정상이며 사실 여자가 이만큼 치료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감격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는 상담사가 무척 초보적이며 심지어는 작위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실수를 자주 범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담사에게 특별한 저의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여자를 테러범이나 세포 조직으로 의심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물론 상담사는 경찰로부터 사주를 받았을 것이다. 그녀로부터 자백을 끌어내고 범행의 구체적인 동기와 경과를 밝히라는.

혹은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않았을 수 있다. 범죄나 살해는 모두 망상에 불과할지도 모르므로. 변호사는 여자가 가엾고도 관대한 희생자라고 했다. 그녀는 이백오십사 번 살해당했지만 그 누구도 고소하지 않았다. 검사는 그녀가 범인을 고소하지 않은 것은 그녀의 관대함과 인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범인의 공범임을 보여주는 유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변호사는 검사의 말을 듣고 잠시 숙고하더니 발언을 정정하며 다시 말했다. 그녀는 죽었습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신고할 수 없었던 거지요.

하지만, 검사는 넋을 잃은 듯 멍하게 소리쳤다. 죽고, 다시 죽기 전까지의 시간이 있지 않았습니까? 피고는 죽음과 죽음 사이에 분명히 살아 있었습니다. 살아서 자신의 죽음을 신고하고 범인을 고소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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