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와 아이들(고해성사)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당신을 완전히 소유하기보다 당신을 잃어버리기를 택했다.

당신은 너무도 그녀를 닮았고 우리는 당신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졸도할 듯 기뻤다. 당신은 어른이었고 여자였고 슬펐고 축축했다. 개를 연기하는 여교사를 연기하는 당신의 부드러운, 젖은 턱을 우리는 쓰다듬어 주었다. 당신의 턱과 가슴은 형편없이 젖어 있었다.

선생님을 가진다는 것, 그건 금지된 일이었다. 선생님을 개로 기른다는 것, 그것 역시 금지된 일이었다.

당신은 내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작은 맨발을 핥았고 우리는 깔깔거리면서, 그러나 아직은 완전히 벗지 못한 환희에 찬 두려움에 일렁거리는 눈으로 당신을 응시했다. 당신은 순순히 우리를 따랐다. 마치 우리가 당신의 주인인 것처럼. 당신을 소유했다는 우리의 생각이 진실인 것처럼. 우리 없이 살 수 없을 것처럼. 우리가 아니면 다른 어떤 곳으로도 떠나지 않을 것처럼 당신은 우리가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우리는 개를 훈육하듯 당신을 훈육했다. 당신의 갈빛 유두와 희고 둥근 어깨 밑에 드러난 검고 반지르르한 굵은 털을 볼 때면 우리는 꼬리를 삼키는 뱀을 바라보는 선인장처럼 매혹되었다. 우리는 당신을 사랑했다. 당신이 우리에게 그러기를 바라는 만큼 당신을 사랑했다.

만약 당신이 우리가 죽기를 바랐다면 우린 기꺼이 죽었을 거야.

그 정도로 우리는 당신을 사랑했다. 왜냐하면 당신은 우리가 가진 최초의 개였으니까. 최초의 어른이었고 최초의 여자였고 최초의 개였으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당신을 사랑했다. 어린 어머니처럼 우리는 당신을 정성껏 돌보고 훈육했다.

복수가 아니었다. 우리의 여교사가 우리를 정성껏 돌보고 훈육하였기 때문에 우리가 당신을 그렇게 발가벗긴 채 우리의 개로 삼았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우리는 우리의 것을 갖고 싶었고 투명한 유리병에 꽂혀 있는 장미가 뿌리를 갈망하듯 그렇게 당신을 원했던 것뿐이었다.

평일과 낮의 여교사는 너무 빨리 자란다는 이유로 혹은 너무 늦게 자란다는 이유로, 순진하다는 이유로 혹은 순진하지 않다는 이유로 우리를 사랑하지 않았다. 물론 그녀도 우리를 사랑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만큼 우리를 사랑하지는 않았다. 우리를 발가벗겨 개처럼 기르고 어르고 달래며 턱을 부드럽게 쓸어주고 입을 맞추고 우리의 귀 뒤를 어루만지고 새로운 이름을 붙여 줄 만큼, 그녀의 집까지 우리를 초대할 만큼 그렇게 사랑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집까지 함께 걸어갔던-혹은 몰래 따라갔던 것뿐일지도 모른다 그 애 역시 사랑받지 못했으니까. 여자아이에게 여교사는 끝까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여자아이가 비명을 지르고 문을 열어달라고 악몽을 끝내 달라고 아니 악몽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흐느껴도 그녀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녀의 악몽에는 누구도 초대받지 못했다. 우리는 교실에 우리끼리 홀로 남겨진 채로. 우리를 사랑하지 못한 채로. 그러니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채 누구도 사랑하지 못한 채 추위와 외로움과 불길함에 몸을 움츠렸다. 우리에게는 사랑할 만한 대상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랑받고 싶었으므로.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었으므로. 붉은 장미를 신처럼 사랑하는 여주인처럼 우리는 우리의 장미를 원하고 있었다.

청소 도구함에 숨겨 놓은 벌거벗은 여자는 우리의 흰 장미였다. 안쪽이 형언할 수 없는 음험하고 탐욕적인 욕망으로 붉게 달아오른, 끔찍할 정도로 황홀한, 거대한 장미. 그녀는 정말이지 늙고 거대한 장미였다. 그녀의 키는 여교사만큼 컸고 그녀는 여교사만큼 나이 들어 보였다.

우리는 그녀를 사랑했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불가능했으므로.

우리는 그녀를 벌거벗겼고 그녀의 부드럽고 두툼한 살을 황홀하게 매만졌다. 그녀는 거부하지 않았다.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고 도망가지도 않았다. 그녀가 그렇게 했다면 우리로서는 그녀를 붙잡을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어른이었고 우리는 아이였으니까. 살아 있는 것을 영원히 붙잡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 영원처럼 원하는 것은 오직 살아 있는 것이었다. 살아서 우리를 도망갈 것을 붙잡아두기를 우리는 원하고 있었다. 오직 불가능한 것만을 간절히 바라는 어린아이들.

여자는 흐느끼고 있었다. 우리가 그녀의 겨드랑이를 더듬고 음부를 쓸어 보며 죽을 것 같은 공포와 경이에 온몸을 바르르 떨며 식은 땀을 흘리는 동안 여자는 계속해서 소리 없는 울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비현실의 궤적을 훑어내리듯 우리는 그녀 몸의 가상과도 같이 희미한 흰 윤곽을 쓰다듬었다.

살은 놀랍도록 찼고 젖어 있었다. 얼음 호수에 빠진 돼지고기처럼. 그녀를 만지면서 우리는 참지 못하고 몇 번이나 구역질을 해댔다. 과잉 호흡 때문에 바닥에 쓰러져 헐떡거리는 아이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그녀를 끝까지 만졌다. 그녀를 받아들이기 위해, 그녀를 사랑하기 위해, 그녀를 더 사랑하기 위해 우리는 그녀의 가장 더럽고 은밀한 곳까지 만졌다.

내 볼은 그녀의 것만큼이나 축축했다. 나는 슬픔도 없이 울었고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사랑 때문에, 미칠 듯 벅차오르는 사랑 때문에 울었다. 우리는 두려웠다. 그녀를, 어른 여자를 소유하는 것, 금지된 것을 소유하는 것, 금지를 소유하는 것, 그 모든 상상이 우리를 미치게 만들었다. 악몽만큼이나 현실인 상상들이.

당신은 도망가지 않을 거냐고, 영원히 우리를 떠나지 않을 거냐고, 영원히 젖어 있을 거냐고, 영원히 죽어갈 거냐고, 영원히 살아 있을 거냐고 난 간절히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 너무도 절박하게 물음들을 떠올렸기 때문에 실제로 그녀에게 그 물음을 던졌는지 그렇지 못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상관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어떠한 대답을 했든 하지 않았든 약속은 지켜질 수 없는 것이었으므로. 청소 도구함 안에서 그녀를 꺼낸 뒤부터 우리는 이미 영원히 그녀를 잃어버린 것임을, 아니 그녀를 만난 순간부터 아니 그녀를 만나기 이전부터 우리는 그녀를 잃어버렸음을 알고 있었다. 살아 있는 것은, 소유는 곧 상실이니까.

그녀는 너무도 어여쁘고 매혹적이고 가련하고 애처로운 개였다. 그녀는 너무도 거대한 개였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의 교사였다. 우리는 그녀를 교사로 만들었고 또 개로 만들었다. 그녀가 개를 연기하는 여교사를 연기하도록 했다. 그녀는 순순히 우리들의 요구에 따랐다. 우리는 어른에게 요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미칠 듯이 기뻤다. 그녀는 정말 개처럼, 사람의 손길이 없이는 바깥을 살아남지 못하는, 유전적으로 길들여진 애완 개처럼 우리에게 응석을 부렸다. 우리의 손이 떨어져나가면 더 쓰다듬어달라는 눈치를 보이며 등을 내밀었고 목이 마르니 물을 달라고 다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는 그녀를 선생님이라고, 그리고 개라고 불렀다. 호칭들은 마구잡이로 섞여들었다. 그러나 그 어느 쪽도 진실이 아니었으며 그 어느 쪽이라도 진실이었으므로 우리는 하나의 이름만을 선호할 수 없었다.

오전에 수업을 들을 때면 우리는 그녀를 청소 도구함에 숨겨 놓았다. 그녀가 쪼그리고 앉을 수 있도록 마대와 쓰레받기, 걸레나 기름걸레, 빗자루 같은 것들은 사물함 위에 늘어놓은 책 선반 뒤쪽에 숨겨 놓았다.

굳이 돌아가면서 당번을 정해 놓지 않아도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새벽 일찍 학교로 와 그녀를 돌보았다. 그녀가 유령처럼 학교 복도를 떠돌지 않도록, 누군가 심지어는 그녀 자신마저도 그녀를 훔쳐갈 수 없도록 우리는 그녀에게 걸레 빠는 대야를 요강으로 마련해 주었고 그곳에서 변을 보도록 가르쳤다. 역겹고 달콤한 악취가 진동하는 그 거대한 대야를 우리는 군말 없이 학교 화장실에 버리고 씻어냈다. 오래도록 씻지 못해서 그녀에게는 시큼한 악취가 났다 우리는 그 악취마저도 사랑했다. 그것은 어른의 냄새였기 때문에. 우리는 그녀의 감지 않은 머리를 두드러기가 돋아난 목과 검누런 기름이 반질거리는 젖은 가슴을 시큼한 악취가 풍겨 나오는 사타구니를 사랑했다. 우리는 그녀의 둥글고 축축한, 질기고 단단한 기름 거품과도 같은 어깨를 깨물었으며 작고 촘촘한 이빨 자국을 홀린 듯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의 냄새는 우리의 냄새였고 그녀의 상처는 우리의 상처였고 그녀의 생명은 우리의 생명이었다. 땀으로 젖어든 그녀의 가슴팍의 푸르스름한 음영에서, 식물 잎사귀의 엷고 가느다란 선영과도 같은 얼룩에서 울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는 그녀를 사랑했다.

불가능을 원하듯이 그녀를 사랑했다. 우리는 학교의 유리창을 닦던 푸른 걸레를 맨손으로 깨끗이 빨아 그녀의 밑을 닦아 주었다. 배설물의 찌꺼기들이 말라붙은 그녀의 밑과 땀이 흘러내린 그녀의 등과 그녀의 주름 사이사이를 정성껏.

우리는 가장 아끼는 동화책 소설책 그림책을 가져와 그녀에게 읽어주었다. 개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린 속도로. 그녀의 엉덩이골과 항문, 회음부와 성기, 요도구를 젖은 걸레로 닦아주는 아이 옆에서 책을 읽는 목소리들이, 아직 끝맺지 못한 문장들이 글자들이 음운들이 섞여들었다. 그녀는 우리 모두의 것이었으므로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기를 원하는 우리는 각자가 가장 사랑하는 이야기를 동시에 읽어나갔다.

어떠한 순서도 규칙도 없이 우리는 그녀를 사랑하였다. 우리는 동시에, 무책임하고 무분별하게 그녀를 사랑했으며 그녀를 애걸했으며 그녀를 요구하고 그녀를 어루만지고 그녀를 씻기고 그녀를 돌보고 그녀를 소유했다. 그녀에게는 시큼하고 짭조름한 땀냄새가 났으므로, 그녀의 밑에는 배설물의 찌꺼기가 말라붙어 있었고 대야는 끔찍할 정도로 따뜻했으므로, 우리는 그녀가 살아 있는 것을 알았고, 우리는 그녀가 살아 있는 만큼 더 그녀를 사랑하였고,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더 우리는 그녀를 소유하기를 원했다.

그림자 괴물은 외롭다고 말했어요. 외로워. 외로워. 왜 내 친구가 되어주지 않는 거야. 백설공주의 그림자는 눈처럼 희고 아름다웠어요. 공주는 목을 매고 다음 계절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어리석은 나무꾼들은 나무를 전부 베어버렸어요. 그래서 목을 맬 수 없었답니다. 얼어붙은 호수로 뛰어들 수도 없었어요. 나무꾼들은 마지막 남은 성냥으로 몸에 불을 붙였습니다.

성냥팔이 소녀는 성냥이 다 타들어갈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어요. 소녀는 마지막 남은 성냥으로 목을 그었지만. 눈물에 젖은 성냥에는 불이 붙지 않았어요. 소녀는 성냥을 삼키고 울었어요. 목에 걸린 성냥에서 환한 불이 피어오르는 상상을 했어요. 그래서 온몸이 크리스마스의 화롯불처럼 따뜻하게 포근하게 달아오르는 상상을. 하지만 부러진 작은 성냥은 소녀가 알 수 없는 곳으로, 소녀가 영원히 볼 수 없을 곳으로 사라지고 말았답니다.

너는 친구들을 괴롭히기만 하잖아. 우리가 손을 내밀었을 때 너는 손을 붙잡고 울기만 했잖아. 우리 손이 노인처럼 쭈글쭈글해질 때까지 계속 울기만 했잖아. 그러니까 네게는 친구가 없는 거야.

그림자 괴물은 가지 말라고 외쳤어요. 가지마. 이제는 울지 않을게. 이제는 울어서 너희를 젖게 하지 않을게. 이제는 너희를 꺼뜨리지 않을게. 눈을 감고 입을 크게 벌려서 내 눈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전부 삼킬게. 그러니까 가지마. 나는 외로워. 외로워. 외로워.

나무에 매달려 잠든 공주님에게 왕자님은 입을 맞췄어요. 왕자님은 공주의 뱃속에서 아이가 떨어지기를, 붉게 익은 사과처럼 떨어지기를 기다렸어요. 왕자는 다음 계절에도 공주를 찾아왔어요. 공주의 배가 점점 불러왔어요. 하지만 아직 과일은 떨어지지 않았어요.

음흉하고 못된 늑대는 소녀를 사랑했어요. 소녀에게 검고 긴 손톱을 보여주면서 어째서 내 손톱은 그렇게 긴 거냐고 물었죠. 당신은 나를 해치려고 하는 거예요. 내 심장을 꿰뚫기 위해서 당신의 손톱은 그렇게 긴 거예요.

늑대는 울면서 아니라고 거짓말을 했어요.

영리한 소녀는 늑대가 거짓말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못된 양치기 소년은 늑대가 온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소년을 믿지 않았어요. 소년은 외톨이가 되어서 양들이 잡혀먹히는 것을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요. 양들은 찢겨나가면서 웃고 있었어요. 소년을 비웃으면서 마녀처럼 깔깔거리고 있었어요. 소년은 양들이 무서웠어요. 늑대보다도 그를 버려두고 사라지는 양들이 더 무서웠어요. 양들의 뼈를 소년은 묻어주지도 못했어요.

양들의 잔해를 두고 소년은 도망쳤어요. 양들이 다시 살아나 소년의 목을 조를까봐 길고 날카로운 검은 손톱으로 소년의 심장을 꿰뚫을까 봐, 아니 양들이 다시 살아나지 못할까 봐, 소년의 목을 조르지 않을까 봐, 길고 날카로운 검은 손톱도 없을까 봐 소년은 두려웠어요. 소년은 양들이 그를 두고 날아올라 구름이 되는 꿈을 꿨어요. 소년은 얼어붙은 동산에서 홀로 잠들었어요. 양들이 밤하늘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그 구름들이 양들이 아닐까봐 소년은 두려웠어요. 그래서 소년은 눈을 감은 채 하늘을 보지 않으려 양들의 부재를 바라보지 않으려 애쓰며 잠들었어요.

늑대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늑대는 거짓말이었으니까. 처음부터 늑대는 없었으니까. 소년은 거짓말쟁이였으니까.

늙은 개들은 울부짖었어요. 달이 보이지 않아. 달이 보이지 않아. 달이 보이지 않아. 늙은 개들은 달을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마치 달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듯이 울었어요. 하지만 그곳에 달은 그대로 있었어요.

그림자 괴물은 죄를 고백하듯이 수치스럽고 경건하게 속삭였어요. 나는 외로워.

그림자는 미로 속에 있었어요. 나무들은 그림자 괴물을 내려다보면서도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림자 괴물은 밖으로 빠져나가기를 원하지 않았으니까. 나무들은 그림자 괴물이 빠져나가길 원하지 않았으니까.

성냥팔이 소녀는 속이 메슥거려서 구역질을 했어요. 하지만 성냥을 토해내지는 않았어요. 성냥팔이 소녀의 눈은 성냥처럼 발그스름하고 따뜻했지만 불이 붙지는 않았어요. 타들어가는 재처럼 검은 눈꺼풀도 먼지처럼 사라지지는 않았어요.

나무꾼들은 나무를 미워하는 만큼 나무를 베어내는 도끼를, 그리고 도끼를 움켜쥐고 있는 검고 두툼한 손들을 미워했지만, 그 때문에 나무보다 스스로가 더 낫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나무는 나무꾼도, 나무를 베어내는 도끼도, 도끼에 잘려나가는 연약한 줄기도 미워하지 않고 있지만, 그 때문에 나무가 나무꾼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거짓말쟁이 소년은 유랑극단을 따라 마을로 향했어요. 극단의 거대한 천막 안에서 소년은 작은 단도들을 삼켰어요. 소년의 속이 갈기갈기 찢겨져나가고 있었어요. 소년은 아팠지만 눈물이 흐르고 땀이 흐르고 피가 흘렀지만 계속해서 칼을 삼켰어요. 하지만 소년은 다치지 않고 살아 있었어요. 왜냐하면 소년은 거짓말쟁이였으니까. 칼도 거짓말이었고 서커스도 무대도 전부 거짓말이었으니까. 사람들은 배가 터질 때까지 웃어젖혔어요. 소년은 거짓말처럼 계속 울고 있었어요.

보초들이 전부 달아나버렸어요. 법의 문 앞을 지키던 보초들은 자기들의 법의 문을 찾아 달아났어요. 이제 문 앞은 비어 있고 문의 안도 비어 있어요. 왜냐하면 법의 문이 가지고 있던 내용은 다른 이의 문 앞을 지키던 보초들의 근심과 고통이 전부였기 때문에.

공주의 다리 사이에서 검붉은 배아가 흘러내렸어요. 왕자는 공주에게 입을 맞추었고 공주는 깨어나서 끔찍하게 거대한 숲을 보았어요. 왕자는 더 이상 없었어요. 피도 아이도 없었어요. 왜냐하면 입맞춤 뒤 곧바로 깨어난 그녀는, 너무 늦게 깨어난 그녀는 시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시간이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소년은 거짓말을 그만둘 수 없었어요. 거짓말 없이는 양도 늑대도 잠도 악몽도 구름도 하늘도 서커스도 칼도 찢겨진 내장도 없을 태니까. 몸 속도 몸 밖도 없을 테니까 웃고 있는 사람들도, 그를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는 입술들조차도 없을 테니까. 거짓말을 그만두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아무것도 아무것도.

우리는 얼어붙은 눈꺼풀을 잠그고 아이처럼 곤히 숨을 몰아쉬는 여자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여자는 변기 속에 토해낸 둥근 달처럼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여자는 살아 있었다. 우리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여자에게서는 상상할 수 없는 악취가 났고 그 악취는 분명 과잉된 생명의 것이었다. 열기에 차오른 내압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는 곤충의 투명한 피처럼 끈적거리는.

우리는 급식의 일부를 남겨 하나의 빈 식판에 몰아넣은 뒤 여자에게 먹였지만 여자는 잘 먹지 않았다. 우리 중 누군가가 개들에게는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을 주면 안 된다는 말을 꺼냈다. 식물들에게 음식 찌꺼기를 주는 것은 괜찮지만 개들, 그것도 오래도록 함께 살아야 하는 애완 개들에게는 사람의 음식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여자가 갑작스럽게 죽어버릴까 봐, 거품을 물고 졸도하거나 아무런 전조도 징후도 없이 유령이 되어버릴까봐 더는 살아 있는 장미가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게 될까 봐 덜컥 겁이 났다. 결국 우리는 돈을 모아 개 사료를 사서 여자에게 먹이기로 했다. 그것은 우리가 어설프게 세운 최초의 계획이었으며 규칙이었다.

물론 규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몇몇 아이들은 돈을 낼 수 없었으며 몇몇 아이들은 돈을 내자는 약속을 잊어버렸고 몇몇 아이들은 여자에게 개 사료를 먹이는 것 자체를 꺼림칙하게 여겼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개 사료는 항상 교실에 있었고 배설물 대신 음식을 담는 작은 대야에 우리는 여자의 사료를 담아 주었으며 그녀는 우리가 급식실에서 훔쳐 온 커다란 성인용 숟가락으로 사료를 먹었다. 사료 옆에는 거대한 생수병을 마련해 언제든 여자가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챙겨주었다.

여자는 물을 자주 마셨다. 참을 수 없는 갈증에 시달리는 듯 여자는 배가 물로 불룩하게 튀어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물을 들이켰다. 식용 수돗물이 나오는 수도꼭지에서 몇 번이고 물을 채워 여자에게 주어야 했다. 너무 자주 물을 마시는 탓인지 여자는 종종 요강 용도의 대야가 아닌 교실 바닥에 그대로 오줌을 흘리곤 했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고 그것을 치웠다. 그녀의 오줌은 물처럼 묽었으며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그러나 여자가 다리 사이에서 피를 흘리기 시작할 때 우리는 끔찍한 공포에 시달렸다. 우리는 여자가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피는 꽃처럼 풀어졌으며 갈수록 검고 게걸스럽게 흘러넘쳤다 그녀는 지나치게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녀가 곧 죽을 것 같아서, 아니, 그녀가 지나치게 살아 있어서 두려웠다. 우리는 그토록 게걸스럽고 음험하게, 지나치게 살아 있는 어른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마치 몸의 내부에서 비밀스럽게 혈액의 길을 통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처럼, 바깥으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우리는 그녀의 피를 그녀의 안으로 주워 담아야 할지, 아니면 그녀가 지나치게 살아서 죽어가는 것을 내버려두어야 할지 알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녀는 울지 않았다.

그녀는 피 흘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피가 붉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우리는 아직 그 누구도 생명의 비밀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붉음에 대해 붉음의 이유와 증상에 대해 몰랐다. 그러나 여자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알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에, 그녀가 피를 흘린다는 이유 때문에 그녀를 놓아버릴 수는 없었다. 우리는 아직 여자를 미칠 듯이 사랑하고 있었고, 달을 사랑하는 진귀한 나방을 사랑하는 수집가를 비추고 있는 달처럼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우리는 교실 바닥에 남은 피를 젖은 걸레로 몇 번이고 훔쳐냈다.

핏자국은 묽은 오줌과는 달리 잘 지워지지 않았다. 아침이 오기 전에 개를 연기하는 교사를 연기하지 않는 진짜 교사가 앞문과 함께 우리의 낮을 열어젖히기 전에, 우리는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가느다랗게 흘러내리는 붉은 피를 서둘러 훔친 뒤 수라장처럼 붉은 얼룩들을 대충 닦아내고 자리에 앉았다.

그날 우리는 들키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사가 그녀를 발견한다면, 끔찍한 피 얼룩을 보고 얼룩의 근원을 따라 아직도 흘러내리고 있는 붉은 얼룩들을 따라 청소 도구함을 열고 우리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면 무엇을 말할 것인가? 거울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우리에게 물을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비밀을 모른 척 할 것인가? 감당할 수 없는, 자신의 것이 아닌 비밀을 맞닥뜨린 어른들이 종종 그리하듯 우리가 어떠한 범죄도 저지르지 않은 것처럼 넘어갈 것인가?

우리의 심장은 터질 듯 두근거렸고 어린 몸을 찢어발기는 거센 박동 때문에 우리는 괴로웠고 멎지 않는 눈물이 가느다란 속눈썹을 타고 흘러내렸고 비리고 신선한 피냄새가 풍기는 듯했고 그것은 우리의 피였고 우리의 악취였고 우리의 살이었고 우리의 생명이었고 우리의 비밀이었는데, 어째서 아무도 우리의 비밀을 절개해주지 않는 것일까. 우리의 비밀이 밀실에서 질식해 죽어버리기 전에 어째서 그 누구도 우리의 비밀을 끄집어내 주지 않을 것인가.

우리는 교사가 우리를 고발하기를 그래서 우리를 처벌하고 우리에게서 여자를 영원히 빼앗아가기를 깊이 바라고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고통스러운 사랑을 감당할 수 없었으므로. 생명에 대한, 피에 대한 광신적인 애정을. 우리는 그토록 과도하게 사랑하기에는 너무 어렸으므로. 비밀이 까발려지는 것, 빗물을 게걸스럽게 삼킨 탐욕스러운 어린 장미의 혈관이 터져 죽어버리는 것은 순식간일 것 같았다.

순식간에, 우리는 여자를 잃게 될 것 같았다.

누구 하나라도 여자의 출혈을 피 흘리는 여자에 대한 고통스러운 상상을 작은 머리에서 비등하며 터질 듯 부풀어오르는 역겨운 슬픔을 견뎌내지 못하고 교사에게 고발을 하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누군가 참지 못하고 청소 도구함으로 달려가면, 피 흘리며 죽어가는 여자를 노출시키면, 그러면 교사도 더는 모른 척할 수 없을 것이다. 더는 모를 수 없을 것이다. 더는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에 젖은 장미가 썩어버리는 것을 우리는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그토록 애타고 간절한 기다림은 아이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었다.

차라리 교사가 먼저 우리를 알아차린다면. 우리의 비밀을 열어젖히고 우리의 비밀을 끌어내고 우리의 비밀에게 옷을 입히고 우리의 비밀을 벌어져 피를 흘리는 비밀스러운 틈새를 잠그고 우리에게 벌을 준다면. 그래서 우리의 죄가 어디에도 남지 않은 채 해소되어 버린다면. 아, 우리는 차라리 처벌받지 않은 채 용서받지 않은 채 그 황홀한 범죄를 영원히 소유하고 싶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여자를 잃어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는 그녀를 잃어버리는 순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우리는 견딜 수 없었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힘겹게 벌어진 눈꺼풀 뒤에서 피를 흘리며 시들어가는 장미를 보고 있었고 교사는 여전히 칠판을 향해 등을 돌리고 있었고 우리를 보지 않은 채 우리의 간절한 애원을 바라보지 않은 채 울고 있는 우리를 의심하지 않은 채 그녀의 세계에 몰입해 있었고 우리는 일그러진 흰 문장들을 메슥거리는 심장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여자는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는지도 몰랐다. 우리는 아직 여자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여자의 가슴과 사타구니와 팔 밑과 턱 밑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지도 않았고 여자를 깨물지도 않았고 여자에게 짖지 않는 법을 가르쳐주지도 않았고 여자에게 물을 먹이지도 않았고 여자를 사랑하지도 않았고 여자를 훼손하지도 사용하지도 않았고 여자를 잃어버리지도 않았고 여자에게 동화들을 읽어주지도 않았고 여자에게 이름을 붙이지도 않았고 여자를 아직 꺼내지도 않은 채로, 아직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는, 그래서 테두리가 없는 음험한 그림자로 내버려 둔 채로 여자를 상상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니 우리는 영원히 그녀를 빼앗기지 않을 것인지도 몰랐다. 우리는 최초의 범죄를 계속해서 유예하고 있었으므로. 아직 저질러지지 않은 범죄는 비밀이 될 수 없으므로. 그러니 우리는 영원히 여자를 소유할 수 있을 것인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 여자를 가진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사실은, 우리는 이미 여자를 가졌다. 우리는 이미 여자를 빼앗겼고 우리는 이미 여자를 잃어버렸고 여자는 이미 우리를 초과하였다. 우리는 피를 흘리는 여자를, 과도한 생명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우리의 개가 아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우리에게 속해 있지 않았다 그녀는 피를 흘리고 있었고 우리는 그토록 피 흘리는 어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그 붉고 가느랗고 짙고 끈적한 피는 우리를 넘쳐서 우리를 통과하여 우리를 지나쳐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우리가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우리는 그녀를 더 이상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살아가는 것인지 죽어가는 것인지도 더 이상 알 수 없었다.

사실 우리는 한 번도 그녀를 안 적이 없었다 그녀의 내부에 그토록 짙고 그토록 젖었고 그토록 살아 있는 붉은 피가 있음을 우리는 짐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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