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과 레몬캔디의 물방울 – 고해성사 2

그 일이 있고 난 뒤에도 삼촌은 고해성사실에 숨어드는 버릇을 버릴 수 없었어요. 삼촌은 잠을 청하듯 습관적으로 고해성사실로 들어가 타인의 악몽에 귀를 기울이곤 했죠. 죄인들은 밤낮없이 고해성사실로 들어왔어요. 삼촌은 마른 몸을 잔뜩 웅크리고 피아노 현들 위에서 날카로운 음률이 제 몸을 가르는 것을 즐기며 잠에 든 쥐처럼 죄인들의 흐느낌이 피부를 갈라내는 감각을 만끽했죠.

신부님, 저는 아내를 죽이고 말 거예요. 틀림없어요. 어쩌면 이미 아내를 죽였는지도 몰라요. 어쩌면 좋죠? 난 그 사람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는데, 그 사람 없이는 꿈조차 꿀 수 없는데. 어쩌면 좋아요? 난 그녀를 죽였어요. 아니, 아직 죽이지 않았더라도 그녀를 마주치면 분명히 죽이고 말거예요. 난 그녀를 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니 언젠가는 그녀를 찾고 그녀와 마주치며 살아가게 되겠죠. 하지만 그녀를 보게 되면 난 분명 그녀를 죽일 텐데. 어떡하죠. 신부님. 난 나를 죽이지 않고 그녀를 죽이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 낼 수가 없어요.

삼촌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사내는 제 갈라진 목소리 속에서, 흐느낌 속에서 하나의 뚜렷한 목소리를 들었던 듯, 가령, 괜찮습니다, 진정하시고 제대로 설명해 보세요, 처음부터 계속 말해 봐요, 난 당신을 듣고 있으니, 하고 속삭이는 나지막한 목소리를 그의 무수히 갈라진 환청들 속에서, 마치 음울한 노래처럼 서로의 파동에 뒤얽혀 흐르는 기묘한 신음소리 속에서 분명하게 들었던 듯 이렇게 대답했어요.

전 아내를 사랑합니다.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요. 저는 아내 이외의 여자를 품어본 적도 없고 그녀와 헤어질 생각을 해본 적도 없어요. 저는 언제나 아내에게 부치는 편지만을 글쓰고 그녀에게 전해주고 싶은 그림만을 그릴 정도랍니다. 하지만 전 아내와 동시에 죽음 역시 사랑하고 있어요. 그러니 언젠가는 아내를 죽이고 말겠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상태로 누워 있는 것을 지켜보고야 말겠죠. 그래요. 저는 욕망할 수 없는 것만을 욕망하고 있어요. 죽은 것들이 좋아요. 아무런 초점 없이 무방비하게 뜨인 눈이요. 살아 있는 사람들은 날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 같아서 안심할 수가 없어요. 눈을 감고 있거나 고개를 돌리고 있어도 마찬가지에요. 살아 있다는 건 그런 거잖아요. 언제라도 눈을 뜨고 내 눈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신부님은 제 눈이 얼마나 흉측한지 모를 거예요. 제 눈동자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크답니다. 안구를 위해 마련되어 있는 구멍에 꼭 들어차다 못해 나날이 쥐어짜이고 있는 제 눈이 얼마나 추악하게 일그러져 있는지, 아마 당신은 영원히 알 일이 없을 거예요. 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요. 그래서 언제라도 정교하고 아름다운 눈빛들이 내 일그러진 동공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사실이, 그들이 나를 뚫어지게 관찰하고 있더라도 곧바로 알아차리지 못한 채 한동안 그들에게 내 일그러진 빛의 조리개를 그대로 내어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게 무서워요. 그래서 난 그들이 나처럼 일그러지고 비참한 눈동자로, 불에 그을러 더 이상 제대로 볼 수조차 없는 먼눈으로 나를 마주보는 상상을 해요.

하지만 제 아내는 아주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있답니다. 바다의 물결과 초록이 황홀하게 뒤섞여 있는 그녀의 눈빛이 얼마나 맑고 아름다운지. 난 몇 번이고 아끼는 보석을 관찰하듯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았는데, 그때마다 그녀의 투명한 눈 위에, 마노처럼 비참한 눈 위에 비추어지는 내 일그러진 눈이 얼마나 무섭게 느껴졌는지. 난 그녀와 몸을 섞을 때마다 그녀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어요. 몸 아래쪽에서 머리까지 흐르는 혈관을 꽉 쥐고 있으면 그녀의 눈은 투명한 눈물에 이지러지면서 정수리 쪽으로 돌아가곤 했는데, 그러면 난 그녀가 더 이상 나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내 추악한 눈의 거울상을 더 이상 마주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심하며 사정할 수 있었죠. 하지만 그짓거리도 한계가 있었어요. 아내는 점점 나를 피하기 시작했어요. 그녀는 깨어 있을 때에도, 그러니까 평소처럼 마주앉아 식사를 하거나 소파에 함께 누워 창밖을 지나다니는 날짐승들의 작고 가느다란 눈들을 살펴볼 때에도 눈을 보여주지 않게 되었어요. 유리병처럼 연약하고 아름다운 눈을, 인공적으로 조합한 물감으로는 감히 흉내낼 수도 없는 신비한 색채를.

난 그녀의 목을 잡고 내 쪽으로 돌렸어요. 그때 그녀는 소스라치며 일어나서 흐느끼더군요. 흉측하게 부어오른 녹색의 멍을 보여주면서요. 난 그 멍의 빛깔이, 붉은 색과 보라색, 녹색이 황홀하게 뒤섞여 있는 그 살의 색깔이 그녀의 눈빛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했고 그녀는 진저리를 치며 문 밖으로 달려나갔어요.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죠. 그 뒤로 난 언제나 그녀의 죽은 모습을 상상하며 잠들었어요. 그녀가 두고간 옷가지들을 쓰다듬으며, 그녀가 두고 간 색색의 구두들로부터 그녀의 눈의 색채를 조합해내며 그녀가 죽었으면, 그래서 나를 두고 도망가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곤 했죠. 하지만 난 도저히 그녀를 따라 바깥으로 나갈 수는 없었어요. 왜냐고 물으신다 해도 대답해드릴 말은 없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그저 나갈 수 없다는 하나의 명제만이 제 존재를 구성하는 서술 중 하나였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해요.

난 그 방에서 그녀를 기다리며, 그녀의 죽음을 기다리며 잠들었어요. 내가 없는 곳에서, 내가 그녀를 찾아갈 수 없는, 내가 그녀의 텅 빈 눈을 지켜볼 수 없는 바깥에서 그녀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절부절 못하며 꾸었던 악몽들을, 낯선 사내와 여인들이 그녀의 눈동자를 훔쳐 달아나는 악몽들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더 이상 그녀의 죽음만을 상상하면서 버틸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그녀가 아닌 생명들의 죽은 눈을 떠올리곤 했죠. 매일 악몽 속에서 살아서 나를 노려보는 반짝이는 눈빛들을, 그 속에서 번들거리는 삶의 불씨를 꺼뜨리며 수음하기 시작했어요. 죽은 눈을 마주보지 않으면 그녀의 죽음을 떠올릴 수 없었고, 죽은 눈을 깨물고 애무하는 상상 없이는 편히 잠들 수조차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죠. 이제 난 그녀가 돌아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너무나 명료하게 떠올릴 수 있어요. 나 그녀의 목을, 이제는 새하얗게 바래버렸을 살을, 아름다운 색채가 머물렀다는 기억만으로도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그 하얀 살을 단단하게 움켜쥐고 눈물에 흐려지며 희게 드러나는 그녀의 눈을 마주볼 거예요. 그래서 죽은 눈동자를, 죽음의 추상적인 의미만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을 보며 그녀와 사랑을 나눌 거예요.

사내는 말을 멈추고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는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갈 기력도 용기도 없는 것 같았다고 삼촌은 말했어요. 그는 이내 그가 내뱉는 소음 사이에서 또다시 신부의 목소리를 들은 듯, 그러니까 가령, 아내를 죽일 필요는 없어요, 그녀와 함께 그녀의 죽음을 상상하는 일은 죄도 아니고 유별난 일도 아니죠. 그러니까 언젠가 그녀가 돌아온다면 그녀와 함께 그녀의 죽음을 상상하고 기도하도록 해요. 당신이 그녀의 죽음을 돕지만 않는다면, 그녀의 죽음을 차지하려 하지만 않는다면, 그저 다른 모든 이들이 그리하듯 생에 주어진 시간만을 인내한다면 당신은 더 큰 죄를 짓지 않아도 될 거예요. 당신이 우려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기대하는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 이라는 말이라도 들은 듯 사내는 헛구역질을 멈추고 차분히 숨을 들이쉬더니 고백을 이어나갔어요.

신부님, 제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저는 방을 나서지 못한다고 말했는데요. 사실 저는 아직도 방을 나설 수 없어요. 저는 아직도 제 비좁고 네모난 어둠 속에 갇혀서 그녀가 나간 경계만을 바라보고 있답니다. 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이 수도원을, 고해성사실을, 그리고 신부님을 제 방 안으로 제 악몽 안으로 불러들이고 만 거예요. 이 악몽 속에서 제가 얼마나 많은 동공들을, 그것들의 생을 단단히 엮어 놓은 매듭들을 풀어왔는지 당신은 아마 상상도 할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이곳으로 오는 길에 아내를 닮은 색들을 아내와 같은 색들을 무참하게 죽여 왔어요. 난 아내의 죽은 눈을 몇 번이고 입 속에 넣었답니다. 그건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짭조름하고 불쾌한 맛이었지만 그녀의 죽음을 느끼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러지 않고서는 그녀를 기억할 수도 애도할 수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곳에서 이 눅눅하고 차분한 어둠 속에서 제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아시나요, 신부님?

삼촌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어요. 대답하는 것은 다만 거칠게 몰아쉬는 사내의 숨소리뿐이었어요. 사내는 제게서 흘러나온 소음을 또렷하게 알아듣고 대답했죠.

그래요. 이곳은 더 이상 제 방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에요. 어쩌면 난 오래 전부터 악몽에서 깨어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와 공유했던 경계를, 아니 내게만 강제되었던 경계를, 아니 아무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던 경계를 눈을 감은 채 넘어왔을 지도 몰라요. 난 내 방을 돌아다닌다는 착각 속에 평소처럼 악몽으로 기어드는-사실은 악몽의 바깥에서 삶을 영위하는- 새파란 눈동자들을 죽이고 빛으로 꼬여진 짙은 매듭을 풀어헤치고 그것들 무엇도 제대로 묻어주지 않은 채 수음조차 하지 않은 채 무던히도 버려진 숱한 죽음들을 낭비하며 이곳까지 기어들어왔는지도 몰라요. 신부님, 신부님. 부디 저를 용서하지 마시길. 만일 신이 있다면 저를 죽음으로 인도해 주시길.

삼촌은 사내에게 죽은 채로 방치된 몸들-죽은 개들-이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돌연히도 사내의 얼굴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소년의 작은 머릿속을 엄습해왔다고 삼촌은 말했어요. 그의 불쾌하게 압박당한 눈동자, 삶의 먼지에 짓눌리듯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단단한 뼈의, 돌이킬 수 없는 뼈의 크기에 맞추어져 고통받는 눈동자를 직접 마주보고 싶다고, 어둠 속이어도 좋으니, 빛 하나 없는 그늘 속에서 죽은 이처럼 풀어져 있는 일그러진 동공이라도 좋으니 사내의 눈을 보고 싶다고 삼촌은 사내의 부조리한 기도를 들으며 계속해서 생각했다고 이야기했어요. 결국 삼촌은 참지 못하고 사내에게 이야기했죠. 한껏 꾸며낸 목소리는 근엄하기보다는 침울하게 들렸지만 사내는 그 자신의 우수에 취해 특별히 의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어요.

눈을 보여 주시겠어요? 당신의 눈 속에 아직 빛이 남아 있다면 당신을 위해 기도드릴 수 있을 겁니다.

저는 한 번도 빛을 본 적이 없는데요.

괜찮습니다. 빛 속에 어둠이 있듯 어둠 속에도 반드시 빛이 있으니, 당신 눈이 순수한 어둠뿐이라고 해도 그 속에는 빛이 있을 겁니다.

사내는 고해성사실의 격자무늬 벽 쪽으로 눈을 가져다 대었어요. 용서하는 자와 용서받는 자, 고백받는 자와 고백하는 자, 죄를 듣는 자와 죄를 짓는 자가 나뉘어진 얇고 단단한 나무 벽 쪽으로 무언가가 다가들었다는 것을 소년은 곧 확인할 수 있었어요. 소년은 별처럼 촘촘이 나 있는 벽의 소리구멍으로 눈을 가져다 대었어요. 우연히도, 무수히 많이 나 있는 나무의 격자 구멍들 중 하나의 구멍에서 소년과 죄인의 눈이 마주쳤어요. 소년은 바다의 물결과 초록이 황홀하게 뒤섞여 있는 눈빛을, 아름다운 눈빛 위에 이지러진 추악하고 비참한 눈빛을, 마노처럼 절망적인 눈빛을 마주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기도실을 뛰쳐나갔어요. 아무도 그를 뒤따라오지 않았다고 삼촌은 말했어요. 그날 삼촌은 아무런 대상도 등장하지 않는 악몽에 둘러싸여 깊은 잠을 잤다고, 그가 일어났을 때 보았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슴푸레하고 혼곤한 눈빛을 하고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삼촌은 기억을, 혹은 악몽을 더듬으며 말했죠.

보통의 고해신부들이 죄를 사하는 방식을, 죄인들의 고백을 들어주며 그들의 말을 투명하고 단단한 언어의 직조물로 바꾸는 방식을 삼촌은 배우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는 죄인들의 죄 속에, 마노와 같은 비참한 눈빛 속에 섞여 들어갔죠. 밀폐된 방 안에서 부풀어 오르는 음절들의 매캐한 악취를 삼촌은 향을 맡듯 가만히 견뎌내곤 했죠. 그곳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이후 삼촌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자라나게 될 음악의 불씨를, 작곡과 조작의 재능을 피워냈는지도 모른다고, 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홀로 생각했죠.

위대한 사드 후작의 작품에 대한 서문을 작성하면서 일생을 사드 연구에 바쳤던 모리스 엔은 신을 어둠으로 뒤바꾸는 대신 신의 시선 밑 심연에 빛을 밝혀 그의 눈을, 무엇보다도 밝고 찬란하게 빛나야 할 그의 선량한 눈을 참혹한 상으로 뒤덮게 만드는 사드의 천재성에 대해 상찬했죠. 하지만 그날, 삼촌에 눈에 비추어진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벌레의 겹눈처럼 고요하고 아름다운 눈빛에서 삼촌은 추악한 벌레의 얼굴을 보았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마노처럼 비참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죽음을 감지했을까요? 어둠만큼이나 고결하고 순수한 비애가 누구의 눈에 머물렀는지 삼촌은 이해했던 것일까요? 그 원상을 발견했기에 삼촌은 비로소 외진 곳에 자리잡은 사람들의 음악을, 그와 같은 음률을 듣고 있으면서도 들리지 않는다고 믿어왔던 사람들의 자연적인 기계장치를 망가뜨리고 그 속에 숨어 있던 노래의 파동을 미친 듯이 증폭시킬 수 있었던 것일까요? 모두가 환멸하고 모두가 좌절한다면, 누가 감히 죄를 탐하게 될 것인지 삼촌도 우리처럼 고민했을까요? 그가 신도들의 죄를 흡혈귀처럼 빨아 그의 광증을 부풀렸듯 나 역시 삼촌의 이야기로부터 그의 비의(秘儀)를 베껴왔더라면 나도 무수한 죽음들을 육체처럼 조작하고, 관절들이 으스러진 무정형의 신체를, 음악의 신체를, 시의 신체를, 기관 없는 신체를 탐닉할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난 아무도 죽이지 못했어요. 심지어 상상 속에서도 죽은 눈을 마주 볼 수는 없었죠. 마노 빛깔의 홍채에 둘러싸인 검은 동공은 오직 당신의 언어 속에서만, 당신이 적어내리는 글 속에서만 무수히 뒤엉킨 음절들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겠죠.

당신이 그를 이해했더라면 당신도 볼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당신의 삼촌이 죽은 개들을 묻으면서 남의 개를 훔쳐 묻는 사내의 마음을 이해했듯, 격자 사이로 마주친 여리고 축축한 눈을 바라보며 죽은 눈의 악몽에 사로잡힌 사내의 광증을 마주보았듯.

아니에요. 당신은 착각하고 있어요. 삼촌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내가 삼촌을 이해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래도 당신의 삼촌은 그들을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했던 거예요. 그런 착각 없이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죠. 당신이 삼촌을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듯.

그래요. 삼촌은 사람들이 그를 이해할 수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그 병을 만들었던 거예요. 아무리 깨물어도 깨뜨릴 수 없는 병을, 귓 속에서 모래처럼 차올라 하나의 음만을 노래하는 독과 같은 병을.

삼촌은 자주 악몽을 꿨어요. 아니, 악몽 속에서 살아간다는 진부한 표현이 그의 삶에는 더 적합할 거예요.

그래도 그는 계속 고해성사실에 드나들었나요?

네. 얼마나 집요하게 드나들었는지, 또 그곳에서 겪었던 일들을 마치 자신의 죄인양 얼마나 집요하고 자세하게 털어놓았는지 나도 삼촌의 죄를, 삼촌이 훔쳐온 죄를 공유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요. 어쩌면 삼촌도 네크로필리아(necrophilia)나 솜노필리아(somnophilia)처럼-사실 네크로필리아 음악가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하나의 변하지 않는 성벽을, 타인의 환상을 훔쳐와야만 제 존재를 느낄 수 있는-혹은 잊을 수 있는- 괴벽을 앓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살해당하는 환상에 도취될 때에만 절정에 달할 수 있는 성벽에 사로잡혀 목을 매고 누군가가 제 목을 졸라주는 위선적인 상상을 하며 죽어가는 사람들처럼. 타살을 기도하며 자살하는 이들이 제 머리를 얼마나 잔혹하게 부술 수 있는지, 뒷머리를 망치로 몇 번이나 내리쳐 집요할 정도로 역겨운 상황을 연출해낼 수 있는지, 그 위악적인 환상을 위해서 몇 번의 죽음을 연기하고 또 살아낼 수 있는지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물론이죠. 난 당신이 죽이지 못한 환상들의 목을 숱하게 졸라 살해해 왔어요.

그건 살아있지 않은데도?

죽어있지도 않은데도.

신부님. 저는 추악한 여자입니다. 하고 불쾌한 악취를 진동하며 떨리는 목소리가, 짐승의 신음처럼, 이빨이 다 빠진 텅 빈 잇몸의 구멍 사이에서 쉭쉭거리며 새어나오는 비명처럼 기묘한 목소리가 고백하기 시작했을 때 삼촌은 고해성사실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잠을 청하고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다정한 어루만짐에 중독되듯 절절한 죄의 고백에 중독된 그는 더 이상 그 좁고 아늑한 어둠 속이 아니면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종종 사제복을 입은 고해신부들이 그의 베일을 열고 고해성사실의 안쪽으로 들어왔지만 그들은 유령을 무시하듯, 또 세계의 모든 구석자리에서 번식하는 쥐들의 정사를 무시하듯 소년의 죄를 무시했다. 그날도 희끄무레한 사제복의 빛무리가 둥글게 접힌 꿈의 모서리처럼 졸음에 겨운 눈에 비추어졌다고 했다. 고해성사실의 얇고 어두운 벽은 조리되지도 잡아먹히지도 않고 방치된 살점의 악취처럼 지독한 냄새가 부풀어가며 곧장이라도 폭발할 듯 일렁이고 있었다. 매주 세탁을 하며 깨끗한 옷을 갈아입고 주님께 바친 몸을 정결하게 유지하는 신부에게서 이토록 고약한 악취가 날 일은 없었으므로 갈수록 비등하는 악취는 죄인의 몸에서 비어져나오는 것이 분명했다. 악취의 몸뚱이는 살을 부풀리며 흐느끼고 있었다. 여자는 비명하듯 죄를 고백했다.

그녀는 소돔의 학교에 끌려가 겪어야 했던 일에 대해 애통한 어조로 고백했다. 사드 후작이 감옥에서 상상만으로 건축한 그 경이로운 괴물의 설계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그럼요. 난 그의 작품이 인간의 심연에 자리한 흉악한 자연의 모습을, 아니, 인간의 심연에 자리한 어둠이 자연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의 끔찍한 죄악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부님, 그건 단순한 허구가 아니에요. 물론 사드 후작의 머릿속에서 부풀어오르며 놀랍도록 섬세한 사지와 섬모들을 갖춘 그 괴물이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실제적인 기술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우연한 기회에 그의 작품을 읽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도 사실이죠. 난 그가 묘사한 성에서의 참살과, 소돔의 방탕주의 학교에서의 악행과 놀랍도록 유사한 일을 겪었어요. 마치 그가 그곳에서 신의 눈으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요.

신은 당신들을 훔쳐보지 않아요. 신은 다만 당신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를, 당신들의 신실한 고백을 자애로운 침묵으로 감싸며 위로해 주실 뿐이죠.

신부님, 신부님, 저는 그분을 모욕할 생각이 없었어요. 다만 제 상황을 더 진실에 가깝게 이야기해드리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물론 저는 그 상황이 진실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신부님, 지금 제 경솔한 말투와 무례한 언어 때문에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전 어릴 적에 수녀원에서 자랐답니다. 전 매일 깨끗한 물로 몸을 닦았고 기름진 음식으로 이를 더럽히지 않았으며 추악한 언어로 귀를 적신 적도 없었답니다. 그런데 그날부터, 사과나무 그늘에 앉아 눈을 감고 잠들었던 그날, 무참한 햇빛이 눈을 찌르고 지독한 두통이 눈 안쪽을 날카롭게 찢어내렸던 그날부터 모든 것들이 달라졌어요.

눈을 떴을 때에는 낯선 성에 있었어요. 창문 바깥의 풍경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지만 그 천혜의 풍경이 우리들을 가로막는 절망적인 요새였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답니다. 모든 것들이 사드 후작이 묘사한 그대로였어요. 우리가 갇힌 성은 마을로부터 한참 떨어져 있는 산의 절벽 너머에 세워져 있었고, 산의 건너편과 성을 잇는 골짜기에는 잘려나간 다리가 늘어진 짐승의 성기처럼 비참하게 흐느적거리며 절벽 아래로 늘러붙어 있었죠. 나와 함께 깨어난 소녀들은 창밖의 풍경에 눈을 빛내면서 그 나이대의 소녀들답게 공포를 잊고 순식간에 서로의 내밀한 언어 안쪽으로 다정하게 파고들었어요. 여덟 명의 소녀들은 순식간의 서로의 이름과 말투, 음색과 사랑스러운 비밀까지 알게 되었죠. 하지만 신비로운 모험의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았어요.

곧 무시무시할 정도로 추악한 생김새의 노파가, 동화 속에서 아이들을 납치했던 마녀와도 같은 노인이 우리를 찾아와 끔찍한 진상들을 이야기했거든요. 난 그 노파가 이야기 할 때마다 움푹 꺼진 입 속에서 싯누렇게 변색된 두 개의 치아가 혀에 쓸려 조금씩 기울어지는 역겨운 모양을 들여다보느라 그녀의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지만, 적어도 우리가 아름다운 모험의 세계에 들어온 것은 아니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껏 제대로 귀 기울여 본 적도 없는 추악한 짓거리를 해야만 한다는 것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었죠. 소녀들은 경악하며 두려움에 떨면서도 누군가 동화의 말미를 장식할 기사, 소년, 혹은 왕자가 우리들을 위해 요새의 불가능성을 횡단하여 날아오기를 은밀하게 기다렸지만 결국 그런 기적은 벌어지지 않았죠. 아, 신부님 우리는 기적조차도 바라서는 안되었던 거예요. 결국 우리는 왕자님이 물리쳐주길 바랬던 그 오물 투성이의 추악한 괴물이 되고 말았으니까요. 아마 지금 신부님이 제 얼굴을 본다면 그 노파와의, 마녀처럼 흉측한 얼굴을 움칠거리면서 우리에게 도래할 비극을 예고했던 그 늙은이와의 차이점을 찾지 못할 거예요. 여리고 아름다웠던 소녀들, 동화의 축복을 기대할 자격이 있었던 소녀들은 모두 우리의 몸속에서 오물에 짓눌려, 독에 질려 죽어버리고 말았던 거예요.

그녀는 원치 않았음에도 다만 살아남기 위해, 최소한 생명에 대한 집착을 지닌 무지한 짐승으로서, 삶을 지속하고자 하는 충동 이외에는 무엇도 갖지 않은 벌레로서 여자는 죄를 지었다고, 신을 섬기지 않고 신을 모욕하며 가장 추악한 오물을 그에게 들이붓는 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때 그녀는 죄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신의 자녀도 하다못해 이성의 축복을 지니고 살아가는 인간도 아니었으나 지금 그 방탕한 지옥으로부터 빠져나와 글을 배우고 이성에 대해 자각하며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하는 요즈음에는 이전의 죄를 새삼스레 짊어지게 되어 그것을 갚아나가지 않으면, 그 기억에 대한 책임을, 그녀를 그녀로 만드는 하나의 자의식에 묶여 있는 연속적인 순간들의 총체에 적합한 행위로서 갚아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었어요. 계속 그 소돔에, 그 지옥에 머물러 짐승으로 지냈어야 했어요. 하고 그녀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고 가녀린 목소리로 속삭였다고 삼촌은 말했다. 난 매일같이 다른 소녀들의 음문을 범하고 그 애들의 입에 오물을 집어넣었죠. 몸을 청결히 닦지도 않았고 신께 기도를 올리지도 못했어요. 무엇보다 끔찍한 건 내가 그 애들을 처형하는 일에 그 애들을 타락시키고 겁탈하는 일에 동원되었다는 데에 있어요. 우리를 납치한 자들은 결코 우리를 무결한 피해자로 방치하지 않았죠. 우리는 서로를 겁탈하고 서로를 처형했으며 서로를 해쳤어요.

하지만 신부님, 어째서 당신은 죄를 저지르지 않았나요? 우리가 서로의 죄에 질려 벌벌 떨며 몸속에 악이, 독처럼 자라나는 악이 퍼져나가 산호와 같은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혈류를 굳혀가고 있을 때,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괴물이 되어가고 있을 때 어째서 당신은 우리와 함께 하지 않았나요? 신부님. 당신이 아니라도 당신의 신은, 우리의 신은 우리와 함께 남아 죄를 지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우리의 곁에서 우리의 추악한 몰골을 보고 우리의 수난자가, 메시아가 되어 돌로 변해 그 앙상하고 흉측한 뼈를 시커멓게 굳히는 독에 감염되어 우리와 같은 독을 앓아줄 수는 없었을까요? 아, 그분이 우리와 함께 죽어 주었더라면, 우리와 같은 고통을 앓고 우리의 뜨거운 눈을, 짐승들의 눈을 굽어 살피셨더라면 난 그 지옥에서도 버틸 수 있었을 거예요. 신부님, 하지만 아무도 우리를 위해 저주받은 땅에 내려오지 않았어요. 당신도, 당신의 주님도. 그 악마들은 우리가 신께 기도하는 것조차 금지했고 신의 이름을 부르는 일조차 가혹한 처형으로 막았기에 우리는 감히 자그마한 목소리로 손을 모으며 기도하는 일조차 하지 못했죠. 우리는 그분께 마땅히 드려야 할 경의를 포기했고 그들의 다리 밑에서 개처럼, 아니, 여느 개조차 거부할 추악할 짓거리들에 동참하며 그들의 그리고 우리 자신의 오물을 받아먹었어요. 그래요. 난 죄를 저질렀던 거예요. 그러니 신은 우리를 돌보지 않았을 수도 있죠. 그들도 그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자연을 거스르는 그들의 욕정을 불러일으킨 것 역시 자연이며, 자연을 창조한 것은 신이므로, 우리들이 믿고 따르는 신이 그들의 욕정을, 그 추악하고 끔찍한 기벽을 창조한 것이라고, 우리가 받는 수난 역시 신의 뜻이니 그에게 호소해 보아야 소용없다고요.

그래서 우리는 아무것도 믿지 않았어요. 당신의 신자이기를 포기했고, 메시아의 백성이기를 포기했으며, 미래를 믿는 인간이기를 포기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난 그때의 죄를 보상받기 위해, 아니, 사실은 그러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서 매일, 수백 번의 기도를 올린답니다. 몸을 팔아 버는 돈을 모두 그분께 헌납하지요. 다시 그분의 세계로 돌아온 난 자살조차 할 수 없어요. 하루에 몇 번이고 차갑게 고여 있는, 그 지옥에서 처형당했던 소녀들의 피부같은 강물을 보며 그곳에 얼굴을 쳐박고 짐승처럼 하반신만 둥둥 띄운 채 인간의 삶을 잊고 인간의 도리를 잊고 인간의 기억을, 미래를, 수치를 잊고 모든 생명에게 동등하게 주어지는 죽음의 안식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느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날마다 덮고 자는 더러운 침대 시트조차 얼마나 달콤한 안식처럼 보이던지. 가녀린 나뭇가지에 그 시트를 목에 두르고 온몸을 내맡기며 조금씩 추락해가는 낙엽을 흉내내고 싶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하지만 그리하지 않았죠. 그 아름답고 순결한 오필리아조차 신부님들은 제대로 기도조차 올려주지 않고 병자의 몸을 내버리듯 허겁지겁 마을의 무덤지기에게 넘겨주었다는 걸 알아요. 무덤지기는 고결한 처녀의 몸을 비웃으며 그녀의 백골이 어떤 모양새인지 궁금하다고 그녀를 모욕했죠. 모두 그녀가 창백하고 아름다운 물 속에 스스로 몸을 던졌기 때문이었어요. 하다못해 그녀가 짐승의 추악한 이빨에 갈기갈기 찢겨 죽기라도 했다면 아무도 감히 그녀를 비웃지는 못했을 거예요. 신부님들은 그녀의 고결한 죽음을 위해 가장 감미로운 기도를 올렸을 것이고, 그녀는 그녀만큼이나 향기로운 오동나무 관 속에서 영원한 축복 속에 안식을 찾았겠죠. 하물며 저같은 사람은, 이미 더러워질대로 더러워진 사람이-아직도 그때의 지울 수 없는 흔적들이, 너덜너덜한 상흔의 형태로 온몸에 남아 있답니다. 그건 단순히 심리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환영일 뿐만은 아니에요.- 자살을 한다면, 지옥의 망자들조차 제 죄를 나누어주지 않을 거예요.

신부님. 저는 아직도 그분만을 믿고 있어요. 아직도 그분을 믿고 있어요. 십자가에서의 수난을 감내하셨든 그분이, 모욕과 배신을 감내하고 용서하셨던 그분이, 제 곁에서 제 죄를 함께 견뎌주시기를, 저처럼 짐승이 되고 모욕받으며 오물에서 뒹구고 오물을 삼켜 오물이 되어버리는, 괴물처럼 끔찍한 멸시를 견뎌 주시기를, 그리고 저를 끌어안아 주시기를. 아니, 아니에요. 그분이 제 곁에서 제게 죄를 저질러 주신다면. 저를 다시 짐승으로 만들고 모욕하며 오물에서 뒹굴게 하고 오물을 삼키게 하고 오물로 만들어주는 괴물이 되어 주신다면, 그러면 전 이 오랜 주박으로부터 풀려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그곳에서 영웅적인 행위를 하고 탈출한 것이 아니에요. 괴물들을 무찌르고 저와 함께 고통받던 신도들을 풀어준 것이 아니고, 그저 괴물들의 변덕에 따라 진흙탕에서 도망치는 돼지들처럼 같은 짐승들끼리 검은 숲 너머로 달려갔던 것 뿐이죠. 어째서 제가 그곳에서 죽지 않았는지, 제 손으로 처형을 집행했던 짐승들의 운명을 왜 저는 살아낼 수 없었던 것인지는 더 이상 묻고 싶지 않아요. 다만 이제는 매듭을 짓고 싶을 뿐이에요. 그분이 저를 벌하신다면, 그분이 제 죄를 매듭지어주신다면, 전 인간으로서 모든 죄를 감수하고 오롯한 인간으로서, 천하의 악인으로서 죽고 싶어요. 전 매일 그분이 제 앞에, 제 누추하고 더러운 방에 도래하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래서 그분의 손에 학대받을 수 있게, 학대받으며 학대하던 손을 잘라 주시고 짐승처럼 울부짖으면서도 단 한번도 그분을 부를 수 없었던 혀를 태워 주시고 그분의 곁에 있으면서도 그분을 보지 못했던 눈을 멀게 하시고 수난받을 자들을 키워내는 대신 괴물들의 쾌락을 돋우웠던 가슴을, 그분께 도망가지 못한 다리를 잘라내 주시길. 그래서 다시는 저와 같은 짐승들이 태어나지 않도록 굽어 살펴 주시길. 이 모든 달콤한 벌을 위해 그분의 눈과 손을 더럽혀 주시길. 신부님. 당신이 그분의 이름으로 제가 기도한 모든 것을 행해 주신다면 전 더 이상 매일같이 내장을 태워내는 끔찍한 모욕에 괴로워하지 않을 거예요.

여자에게서는 지독한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오래 울어서인지, 아니면 그녀의 말처럼 이루 말할 수 없는 흉악한 고문을 당해서인지 잔뜩 쉬어 소곤거리는 소리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기도하는 중간중간 내질렀던 고통에 찬 신음소리조차도 쉭쉭거리는 바람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소년은 한 번도 그녀의 세계를, 짐승들의 세계를 살아본 적이 없었으므로 그녀에게 해줄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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