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과 현, 레몬캔디의 물방울

현과 네가 공유한 것이 침묵뿐인 것은 아니었다. 현이 병원에서 퇴원했을 무렵, 그는 자신이 퇴원한다는 소식을 교묘한 방식으로 가족들에게 숨겼고 학교 옥상에 작은 침낭과 과자들을 꾸려 노숙을 했다. 그 애를 용서하기 위해 학교로 찾아온 가족들이 현을 찾아 거뭇하게 그을은 그 애의 손을 끌고 돌아가기 전까지 너희는 모두가 그의 소재를 알고 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애를 용서할 수가 없었기에 그 애를 넓고 쓸쓸한 초록 페인트 위에, 지붕도 벽도 없는 거대한 바닥 위에 방치해 두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너는 밤마다 현을 찾아갔다. 학교 건물의 자물쇠는 걸쇠를 옆으로 몇 번 비틀어 당기는 것만으로도 쉽게 열렸기에 그 애를 몰래 방문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옥상에서의 밤은 놀랍도록 밝았다. 학교 바로 앞에 있던 유흥주점들의 밝은 불빛이 옥상과 운동장 사이에 놓여 있는 허공을 얄팍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너는 현의 옆,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에 걸터앉아 그의 이야기를, 아직 쓰이지 않은 소설 이야기를 들었다. 넌 그의 유일한 독차이며 청자였다. 현은 레몬캔디의 이야기를 했다. 그 애는 아우스터리츠에서 죽어가는 군인들과 아라비아 사막에서 배신자의 목을 자르는 술탄의 전설을 이야기하듯 다소 열띤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타인의 신비로운 죽음에 빠져들 듯, 비정한 검은 눈동자로 사로잡은 괴물의 목구멍에, 아름다운 저주가 흘러나오던 점막에 칼을 꽂아넣는 영웅의 노래를 듣듯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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