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물방울

도굴꾼이 무덤을 망가뜨리는 순간 무덤 바깥으로 쫓겨나 있던 귀신은 살아남았다. 척박한 땅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이제 어디로 가면 좋죠? 무덤에서 쫓겨난 유령들은 이제 어디로 가서 죽음을 계속할 수 있나요?

이미 죽은 사람은 죽어가는 사람의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걸, 죽어가는 사람은 죽은 사람을 찾을 수 있어도 죽은 사람은 죽어가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난 할아버지가 보고 싶었어요. 그가 다시 내 앞에 돌아온다고 해도 다락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발목이 잘린 여자와 곰인형의 속을 헤집던 이모와의 시간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래도 어쩐지 할아버지의 실종과 그의 곁에 있었던 시간들이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하나의 신경을 찾아서 잘라낼 수 없을 정도로 온통 허물어져 엉켜 있는 썩어가는 신경다발처럼. 할아버지의 실존과 우리의 결속, 어쩌면 오직 나만이 느꼈는지도 모르는 그 내밀한 결속의 충만감을 분리해낼 수 없는 것과 같이 느껴져요. 할아버지의 무덤은 만들지 못했어요. 그래요. 내 할아버지는 당신의 할아버지와는 다르니까요. 마을사람들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연금술사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할아버지를 신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래서 아무도 그가 죽을 것이라고는, 병들고 늙어 죽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것 같았죠. 할아버지가 실종된 지 십여 년이 지난 후에도 아무도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건, 끝내 그의 무덤을 만들어줄 수 없었던 건 그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난 아직도 할아버지의 유령이 그의 연구실에 앉아 환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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