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2(람세스 호텔)

우리는 울고 있었어요, 하고 소녀는 속삭였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한참을 울다가 우는 게 나뿐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 애는 이미 죽어 있었을지도 몰라요.

선생님은 끝까지 문을 열어주지 않았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난 그 애가 왜 다쳤는지 알고 있었어요.

난 그 애를 보고 있지 않았지만 그 애는 날 끈질기게 따라왔죠. 내 발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 애는 다리가 없는 불구였는데 난 그때까지 사람이 그만큼 작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죠. 의자에 앉아 있을 때 그 애는 조금도 눈에 띄지 않았어요. 하지만 유달리 근육이 발달된 두 팔로 묘기를 부리듯이 의자에서 뛰어내리고 나면 끔찍할 정도로 두드러져 보이는 거예요. 그 애는 어린 짐승처럼 작았고 피부는 저녁 무렵의 흙처럼 갈빛이었죠. 하지만 머리만은 유달리 컸죠.

그 애가 작았으니까, 그리고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으니까 아이들은 그 애랑 같이 놀지 않았어요. 그 애가 내게 말을 걸었을 때 난 화가 났어요 내 발 때문에 내게 말을 거는 애들이 없었기 때문에 그 애가 나를 원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난 그 애와 같아지고 싶지 않았어요. 그 애와 같이 있는 것도 싫었고 다른 애들이 나와 그 애를 같이 묶어서 무어라고 부르는 것도 싫었고 그 애가 가진 왜소하고 비굴한 상냥함이 내게 번지는 것도 싫었어요.

난 그 애에게 대답하지 않았죠. 이전까지는 한 번도 그렇게 무례하게 굴어본 적이 없었는데 그 애를 외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다른 애들도 모두 그 애를 무시했으니까. 그 애는 휠체어를 살 돈도 없어서 차력사처럼 유달리 탄탄하고 굵다란 양팔로 바닥을 짚고 상체를 운반하곤 했죠.

그 애가 내 책상 옆에서 그토록 우스꽝스러운 꼴로, 앉아 있지도 서 있지도 않은 괴이한 자세로 머물러 있는 게 싫었어요. 그 애에 비하면 난 그리 눈에 띄지 않았으니까. 발은, 언제든지 가릴 수 있었어요. 난 그 애보다 훨씬 컸고 멀리서 보면 평범하게 보일 정도였죠. 하지만 그 애는 계속, 상처처럼 흔적처럼 끈질기게 내게 다가왔어요. 내가 그 애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 애는 내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 애가 내 발을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게 너무 역겹게 느껴졌어요. 난 다른 사람들에게는 거리낌 없이 발을 보여줄 수 있었지만 그 애에게만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죠. 난 발 말고도 다른 것들을, 얼굴과 귀와 머리카락과 입술과 목과 가슴과 배와 양팔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 애가 내게서 동질감을 느끼는 게 끔찍하게 싫었어요. 난 그 애의 이름조차 몰랐는데 그 애는 계속해서 내 주위를 맴돌았죠. 다른 애들은 아무도 내게 가까이 다가오고 싶어하지 않았어요. 오직 그 애만 내게 다가왔죠.

그래서 난 그 애를 거부했던 거예요. 그 애가 나를 원했으니까, 그 애가 나를 구해주기를, 내가 그 애를 구해주기를, 내가 원하지 않았던 무언가를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었으니까. 그 애가 나를 사랑하게 만든 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어요.

그 애는 내게 무례한 질문들을 서슴없이 했죠. 너희 엄마 아빠도 너 같은 발을 가지고 있었는지 태어날 때부터 그랬는지 아프지는 않은지. 다리가 없다는 이유 하나로, 끔찍하게 작다는 이유 하나로 그 애는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모욕적으로 굴었어요. 그 애는 절망적으로 수다스러웠어요. 난 그 애에게 한 마디 말도 할 수 없었는데 말이에요.

우리는 정확하게 같은 이유 때문에 그토록 다르게 굴었던 거예요. 그 애는 내가 불구였기 때문에 그토록 수다스러울 수 있었고 나는 그 애가 불구였기 때문에 그 애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죠. 저리 가라는 말도, 하다못해 이름이 뭐냐는 말도 할 수 없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굴욕적이고 서글픈 침묵밖에는 없었죠.

내가 간혹 숨을 참는 걸 보고 그 애가 현실을 떠나지 말라고 말했을 때는 정말 죽어버리고 싶었어요. 이곳이 현실이 아니라고 해도 난 그런 말을 듣는 게 미치도록 싫었으니까. 왜냐하면 나는 현실에서 현실을 상상하고 있는 것이지 현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다른 곳을 상상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다른 곳을 가질 수 있었다면 난 숨을 참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 나를 외면하는 애들보다도 그 애가 내 유년을 훨씬 더 고통스럽게 했어요. 난 그 애를 원망했지만 사랑할 수는 없었죠.

그 애는 달랐어요. 그 애는 나를 사랑했고 어느 정도는 멸시하기까지 했죠. 내가 발을 가리고 다녔으니까. 그 애처럼 서커스 같은 우스꽝스러운 짓거리를 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내가 그 애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니까. 내가 그 애의 이름을 묻지도 않았으니까. 미룰 수 없는 만남을 계속 지연시키려 숨을 멈추고 있었으니까.

넌 비겁해, 하고 그 애가 말했을 때 나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 애를 노려보지도 완전히 외면하지도 못한 채로, 고통스럽게 비좁고 갑갑한 틈새를 견딜 수밖에 없었어요.

만날 수 없는 것에게 만남을 강요받는 일만큼 괴로운 일이 또 있을까요. 난 간혹 그 애의 죽음을 상상하고는 했어요. 그 애가 어느 날 죽어버려서 다시는 내게 말을 걸지 않으면 내가 그 애에게 말을 걸 필요조차 없게 된다면, 우리가 영원히 만나지 않을 수 있다면 임박한 접촉의 순간을 잃어버릴 수만 있다면.

그 애가 열린 하수구에 빠진 건 나 때문이에요. 난 그때 버릇처럼 숨을 참고 있었고 그 애는 언제나와 같이 나를 따라오고 있었고 그날은 비가 내리고 있었으니까 그 애는 제대로 걷지 못하고 계속 미끄러졌고 난 어쩌면 그 애가 떨어지고 말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선생님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죠. 초인종 벨은 고장나 있었고 난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는데 내부에서 여자가 서성이는 소리, 유선 수화기를 달칵거리며 들어올리는 소리, 무어라고 속삭이며 흐느끼며 중얼거리는 소리, 견딜 수 없다고 울부짖는 소리가 모두 들릴 정도로 문은 얇았는데, 난 그녀가 날 듣고 있다는 걸 알았는데, 듣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리지 않을 수 없다는 걸 가능한 것은 무시와 치욕적인 외면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그녀는 문을 열지 않았죠.

그 애의 미래는, 죽음은 모두 내가 짊어져야 했어요.

빗물에 젖어서 그 애는 자꾸만 내 등에서 미끄러졌고 난 그 애를 흘려버릴 것 같아서 두려웠어요. 모든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 애가 그때까진 죽지 않았고 그 애의 죽음과 악몽 같은 무응답 사이에 어떠한 개연적인 연관관계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난 뒤에도 난 무호흡의 세계에서, 이 잠수함에서 그 애의 유령을 몇 번 마주쳤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지하의 서커스 무대에서 육중한 상체를 날렵하게 운반하면서 묘기를 부리는 그 애를, 불구덩이와 짐승들의 아가리 사이를 횡단하는 그 애를 본 것 같아요.

사실 그 애는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말이죠.

그 애를 데리고 있던 여자가 횡단보도에서 그 애를 떠밀었고 그 애는 화물트럭에 깔려서 으스러져 죽어버렸다고 했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당신을 닮은 여자가 내게 그 애를 아느냐고 물었을 때 난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죠. 난 그 애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으니까. 뭉그러진 얼굴이 어땠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았으니까.

사실 난 조금도 울지 않았어요. 빗속에서, 여자의 망가진 초인종 앞에서 난 목과 가슴이, 배와 팔이 갈기갈기 찢어질 정도로 고통스럽게 울었지만 사실 난 조금도 울지 않았어요. 어쩌면 그 애의 죽음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사라지질 않아요. 지금, 당신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처럼.

여자는 소녀에게 지하의 무대에서는 짐승들밖에 보지 못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뒤늦게 무대를 뒤덮은 천사들 사이에 소년이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고도. 그녀는 아무것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그녀가 본 것은 모두 터무니없이 긴 무호흡 때문에 발생한 착란에 불과할지도 몰랐으며 확신하지 못하는 희미한 인상으로 소녀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짐승들에 대해서도 천사들에 대해서도. 그러나 말은 항상 지시하는 바를 초과하며 범람하였다. 그녀들은 그녀들이 하지 않은 말을 들었다.

소녀는 여자를 달래며 소년에 대해 특별한 죄악감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속삭였다. 그 애가 나를 이용했듯이 난 그 애의 죽음에 공모한 거죠. 타자의 삶에 공모하는 일과 죽음에 공모하는 일 중에 무엇이 더 나쁜지 난 잘 모르겠어요. 결국 간혹 숨을 멈추던 나는 살아남았고 그 애는 죽어버렸죠. 어떠한 방식으로든 우리는 살아있었고 그걸 알고 있었어요. 난 숨을 참으면서 그 애는 숨을 쉬면서, 숨을 참는 나를 들여다보면서.

소녀는 갑작스러운 현기증을 이기지 못하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속삭였다. 아시겠어요, 무호흡은 삶의 회피가 아니에요. 우리는 무호흡으로 살아 있는 거예요. 당신은 병실 침대 위에서 그리고 나는,

미치지 않았다면 이토록 길게 숨을 참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호흡은 삶의 조건이며 삶을 지속하는 관성이니까.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서 물끄러미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소녀는 여자를 올려다보지 않았다.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그녀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차마 만질 수 없었던 것은 오직 거짓된 일관성 때문이었다.

소녀가 마침내 방의 내부를 보여주었을 때 여자는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두 명의 어린 여자들과 한 명의 사내, 그리고 소년을 보았다. 소녀의 발을 쳐다보지 않으려 애쓰면서 여자는 소녀가 그들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연루되어 있던 살해, 탐욕과 빈곤에 그러했듯 여자는 소녀가 입은 목소리, 소녀가 하지 못한 말만을 들으려. 여자를 향하지 않은 말을 듣는 것은 여자뿐이었다.

소녀는 색색거리는 숨소리만으로 속삭였다. 람세스 호텔에 오는 사람들은 죽음과 무관하지 않아요. 자살을 위해 방문한 영원한 체류자들도 무언가를 구경하기 위해 온 이들도 결국에는 죽음과 관련되어 있죠. 난 죽음이 무서워요. 그렇지 않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거예요. 죽음이 아름답게 느껴지든 꿈과 같든 낙원과 같든 희망이든 절망이든 그건 모두 위험한 만큼 매혹적이었던 거예요. 무섭지 않았다면 구태여 죽음을 바라지도 않았을 거예요. 당신들이 죽음을 원하지 않았다고 해도 아주 우연하게 이곳에 체류하게 되었다고 해도 나는 원하고 있어요.

언젠가 당신들은 나를 초대했어요. 기억하나요? 그때 초인종은 고장나 있었고 당신들은 문을 열어주었죠. 그리고 열어주지 않았어요. 기억하나요? 난 집 안에 들어가서 당신들의 귀머거리 아이를 돌보았고 그 애를 끌어안아 얼러주었고 또 난 그곳에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비를 맞으면서 흐느꼈어요. 당신들을 원망하는 건 아니에요. 모든 순간에 모든 당신들이 같을 수는 없다는 걸 원망할 정도로 내가 순진한 건 아니에요. 우주를 떠도는 자그마한 위성들이 모두 내가 사는 지상으로 떨어지리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그렇지만 난 원하는 게 있고 그게 당신들하고 다르다고 해도 어찌할 수 없는 거예요. 당신들이 나를 신경쓰지 않고 당신들의 아이를 돌보았듯, 그래서 당신들의 아이가 소년이 되는 것을 지켜보았듯 그렇게 나도, 나도 내가 원하는 걸 하려는 것뿐이에요. 당신들이 내게 무엇을 했기 때문에 내가 당신들에게 무언가를 한다고는 생각하지 말아요. 물론 우리는 독립될 수 없는 사건이겠죠. 당신들이 무언가를 했기 때문에 내가 당신들에게 무언가를 한다는 건 일정 부분 어찌할 수 없는 사실일 거예요. 하지만 당신들이 아이를 이름 없는 채로 기르지 않았더라도, 당신들이 나를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난 당신들을 죽였을 거예요. 당신들이 죽도록 내버려 두었을 거예요.

당신들은 람세스 호텔에 묵지 않았다면, 인근의 컨벤셔널 호텔에 묵었다면 하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당신들은 이곳에 묵었을 거예요. 왜냐하면 당신들이 나를 초대했듯 나는 당신들을 초대했으니까. 꼭 당신들일 필요는 없는 당신들, 당신들과 다른 과거와 추억과 상처와 흉터들을 가지고 있더라도 당신들이었을 당신들, 난 당신들을 원하고 있었으니까. 문을 잠갔다면 당신들은 살았겠죠. 하지만 문을 잠갔더라도 난 언젠가 당신들을 찾아내었을 거예요.

당신들은 아직도 숨을 쉬고 있군요. 헐떡이면서 허우적거리면서 흐느끼면서 마치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 포유동물처럼. 숨을 쉬고 있어요. 우리가 당신들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여기에 왔다는 걸, 우리가 만날 수 없는 방식으로 만나고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나요?

평범한 여자도, 아주 평범한 여자도 살인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그녀도 가장 행복한 그녀들도 원하는 게 있으니까. 난 내가 원하는 것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채로 이곳에 있어요. 당신들을 보고 있어요. 당신들이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아요. 당신들은 끔찍하게 떨고 있고 심지어 울고 있고 헐떡이면서 바깥으로 나갈 수는 없으니까. 이곳에서는 숨을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당신들은 떨고 있고 울고 있군요. 도저히 숨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내가 의도한 게 정확하게 당신들의 죽음은 아니에요. 모든 죽음은 예정되어 있는 것이고, 마치 영원처럼 아득한 곳에 숨겨져 있는 보물과도 같은데 당신들의 몸에서 발굴해낸 죽음이 내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거죠. 보물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 예기치 못한 곳, 영원히 접근할 수도 상상해낼 수도 없는 거북스러운 곳에 숨겨져 있기 마련이니까.

난 내 보물이 숨겨져 있는 곳을 알고 있어요. 그러나 파낼 수는 없어요. 난 보물을 사랑하고 있으니까. 보물을 파괴하고 싶지 않으니까. 삶에서 굴착해낼 수 없는, 삶이라는 불가해한 지반과 위험성을 잃어버린 죽음은 더 이상 매혹적이지 않으니까. 당신들은 내가 하지 못한 말, 할 수 없었던 말을 들었어야 했어요. 꿈을 꾸지 말라는 말을, 듣지 못했나요? 꿈 속에서 우리가 조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나요? 그래요. 우리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곳에서 만나리라는 것은 너무도 희박한 가능성이어서 떠올리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불가능한 만남에도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영을 향해 점진하는 수에도 한두 개의 미비한 잠재태들이 떠다니고 있다는 것을, 당신들은 알아야 했어요. 절망에 대비하지는 못하더라도 그토록 헐떡거리지는 않게.

세상에, 당신들은 지나치게 울고 있어요. 도저히 바깥으로 뛰쳐나갈 수도 없을 정도로. 곧 끔찍한 현기증이 밀려올 거예요. 여기는 산소가 희박하고 그렇게 숨을 낭비해서는 오래 버틸 수 없으니까. 가장 평범한 여자조차도 살인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을 잘 믿으려 하지 않죠. 평범한 여자가 평범하지 않은 것을 갈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난 당신들이 죽기를 원해요 죽음을 원해요 내 죽음만큼이나 간절히, 천사의 심장처럼 번들거리는 죽음을 보기를 원해요.

당신들을 원망해서 그런 건 아니에요. 당신들은 내게 친절했죠. 문을 열어주지 않았지만 문을 열어주었고 아무도 초대한 적이 없는 나를 초대해서 당신들의 사랑스러운 아이를 맡길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 내가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당신들은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난 작고 평범한 여자애에 불과하니까 당신들은 나를 초대했던 거예요.

엘리베이터는 내 것이 아니었어요. 고장난 초인종도 현관문도 내 볼을 만지면서 흐느끼듯 웃던 아기도 모두 내 것이 아니었어요. 내 것은 하나도 없었어요. 몸조차도 내 것이 아니었죠. 몸은 내게 속해 있지만, 그래서 난 내 몸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사고들을 느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몸은 내 것이 아니에요. 내가 아무리 애원해도 발은 다시 자라주지 않았고 뛰어야 할 때 발은 움직여주지 않았죠. 몸의 느낌과 몸은 항상 어긋났어요.

난 언제나 발을 느꼈지만, 고통스러운 간지러움과 열기를 느꼈지만 그 자리에는 살도 뼈도 없었죠. 당신들의 아이를 안아들었을 때, 아무런 거리낌도 공포도 없이 당신들이 그 연약하고 부드러운 것을 내게 내맡겼을 때, 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깨달았어요.

아이는 작았고 사랑스러웠어요. 유령처럼 창백했지만 볼과 입술만은 발긋했죠. 그 애는 꺽꺽거리면서 벅찬 숨을 들이키고 있었어요. 당신들이 보지 않을 때 아이의 목 안쪽에 손을 밀어넣었죠. 엷은 살갗 아래 작은 새처럼 맥박하는 피가 느껴졌어요.

난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지만 아이는 조용하게 숨만을 끅끅 들이키고 있었죠. 그 애는 울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런 아이, 죽음으로부터 막 찢겨나온 아이는 급작스러운 삶의 빛으로 광폭하게 부풀어오른 탓에 아무것도 방어하지 못하니까.

이런 욕망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내가 살고자 하는 욕망 바깥에서 지낸 적이 있기는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당신들은 울고 있지만, 대체 무얼 두려워하는 거죠? 난 당신들이 이미 겪고 있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당신들은 모두 살 거고, 살아서 죽을 거고, 결국 내 말은 듣지 않을 텐데, 지금도 듣고 있지 않는데 대체 뭐가 두렵단 말인가요?

소녀는 놀랍도록 차분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러나 여자는 소녀의 작고 검은 얼굴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애를 죽인 건 당신들이 아니에요. 이건 사적인 복수도 아니에요. 난 당신들을 원하지 않아요.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걸 당신들도 가지고 있어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하지 않을 수 없는지 당신들은 알고 있어야 했어요. 이곳에서 만나고 싶지 않았다면 꿈을 꾸지 말았어야 했어요. 꿈이 얼마나 위험한지, 검은 숲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치명적인 병에 걸릴 수 있는지 당신들도 알고 있잖아요.

내가 아직 덜 여문 고깃덩이에 불과할 때, 축축한 양수 속을 부유하는 먼지뭉치와도 같을 때 난 당신들이 나를 먹는 것을 보았어요. 그래요. 이건 거짓말이에요. 누구도 자신이 죽어가는 것을 볼 수는 없어요. 느낄 수는 있어도 볼 수는 없죠.

하지만 나는 기억하고 있어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내가 아직 부드럽고 나른한 죽음을 떠다니고 있을 때 날카로운 무언가가 나를 베어내었고 찢어발겼고 나는 갈기갈기 찢겨나갔고 그리고 나는 당신들의 입 속에서 뭉그러지는 내 두 발을 보았죠. 그래요. 그건 당신들은 아니었어요. 당신들은 나를 먹은 자들과 같지 않아요. 당신들은 그들이 아니에요. 하지만 당신들은 그들과 같은 것을 가지고 있어요.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먹고 싶은 것, 아무도 내가 먹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황홀한 난장을 당신들이 한 번도 맛본 적이 없다고 해도 나는 어쩔 수 없어요. 아니에요. 난 내가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제까지 그랬듯이 숨을 멈추고 온당한 이미지들만을 비범죄적인 비퀴어적인 비이질적인 비장애의 안온한 위반만을 상상할 수 있다는 걸.

하지만 난 원하는 게 있어요. 당신들이 내게 줄 수 없는 것. 내가 당신들에게서 갈취할 수 있는 것. 그렇지만 공평하게 나눌 수는 없는 것. 나는 그것을 전부 원하고 있으니까. 오래도록 굶주린 여자의 탐욕스러운 갈급함으로 원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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