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물방울

하나의 잘못을 고치면 모든 일이 곧바른 길을 찾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하나의 잘못된 저주를 삭이고, 하나의 잘못된 생각을 없애고, 하나의 잘못된 선택을 지우면 모든 일이 괜찮아질 거라고. 무참한 수압을 향해 피어나던 뿌리들을 제대로 목격했더라면, 그곳에 너희 대신 네가 갔더라면, 네가 갖지 못했던 고래의 검고 거대한 자궁을 기억했더라면, 고래는 너보다 깊은 심해를 기억할 아이들을 낳았을 것이고, 너희들은 납처럼 환하고 날카로운 빛을 뽐내며 웃었을 것이고 새로운 생명을 향해 기꺼이 피흘리는 수많은 성기들이 너를 대신하여 죽어갈 숱한 생들을 바다로 날라 주었을텐데. 마른 땅 안에, 사막 깊은 곳에 바다가 묻혀 있다는 말을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비가 그치지 않았더라면, 계속되던 가뭄에 하얀 육신이 제 몸을 제물로 바치고 재앙과도 같은 폭우를 빌어 주었더라면, 그랬다면 하나의 사막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말라붙은 모래로 변한 심해의 유골들은 모두 젖은 채 흐르는 파도로 돌아갔을까. 그래, 현의 검은 눈. 바다처럼, 하늘처럼 새까만 눈. 눈 속에 비치는 하늘과 바다에서 춤추는 유령들이 몇 겹의 바다와 사막을 거쳐갔는지 너는 알지 못한다. 그 날, 현을 붙잡았더라면. 그 날, 하나의 선택으로 사막이 되어가던 바다에 비를 내렸더라면, 너희가 꿈꾸었던 사막의 신기루는 모두 없는 것이 되었을까. 사막을 떠돌며 흐느꼈던 기사들도, 붉은 물에 몸을 담그며 눈처럼 하얀 하늘을 바라보았던 붉은 소년도 모두.

하지만 하나의 선택이 하나의 결과와 이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너희는 잘 알고 있다. 너희는 오래전부터 유령이었으므로. 마음은 현상의 세계에 어떠한 인과적인 영향도 미치지 못하므로. 너희는 다만 지켜볼 뿐이다. 무늬도 없이 일렁거리는 허공을. 매질도 없이 춤추는 공기를. 누군가 쓰고 버린 숨들을. 너희에게는 죄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다. 너는 죄조차도 가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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