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ㅡ아이

아이가 울고 있었다. 여자는 아이를 품에 안고 어르며 진정시키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아이는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아이는 울고 있었다.

아이가 여자의 가슴을 물었을 때 여자는 아이가 그녀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이는 아직 죽지 않은 아이 살아서 울고 있는 아이 귓속을 찢을 듯이 울고 있는 그 아이는 여자를 원하고 있었다.

아이는 여자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을까? 여자는 수백 명의 아이들을 받았다. 여자는 유능했다. 여자는 그녀가 한 번도 낳지 않은 수백 명의 아이들의 탄생을 지켜보았다. 라텍스 장갑을 낀 그녀의 손은 붉게 젖어들었다. 피는 짙어서 장갑 속까지 붉게 물들었다.

여자는 찢김에 지쳐버린 산모가 안을 수 없는 아이를 안아들었다. 처음을 경유한 아이들은 모두 여자의 품에 안겼다. 아이들은 모두 여자를 닮아 있었다. 하나같이 붉고 자그마한 얼굴, 마치 여자의 것처럼 연약하고 가느다란 뼈마디, 아이들은 산모보다도 여자를 닮았다. 여자는 그녀가 받아낸 모든 아이들을 사랑하였다. 그들은 모두 여자의 아이들이었으니까. 작은 침대 위에 놓인 아이들, 오른쪽 발목에 산모의 이름과 제 이름을 매단 아이들은 끔찍하게 무력했다.

여자가 그들에게 남긴 흔적은 그들의 생애를 내내 따라다닐 것이었다. 여자가 알지 못하는 시간과 여자가 가 닿지 못할 공간까지. 아이들은 여자에게 내맡겨진 여자의 범죄였다.

여자가 처음으로 두 아이의 이름표를 바꾸었던 것은 여자가 처음으로 산부인과에서 근무했던 무렵이었다. 바뀐 아이 중 하나는 한 해를 넘기지 못하고 죽었지만 다른 아이는 그에게 예정되어 있던 이름과 운명을 벗어나 살아남았다.

여자는 그 애가 다니는 학교에 몰래 찾아가 더 이상 붉지 않은, 여자를 닮지 않은 얼굴을 훔쳐본 적도 있었다. 그 애는 여자를 알아보지 못했다. 교실 밖 창문에서 교실 안쪽을 흘금 쳐다보는 여자를 아이들은 흥분에 젖은 불길함으로 인식하였다. 그러나 그 애는 여자를 알아보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침묵으로 여자는 그녀가 치명적으로 인식되었음을 알아차렸지만 그뿐이었다. 아이는, 그녀가 이름지은 아이, 그녀가 그곳으로 몰아붙인 아이, 그녀의 손으로 죽음을 피하게 된 아이, 그녀의 손을 피로 적시며 삶을 맞이하던 그 아이는 여자를 알아보지 못했다. 여자는 더 이상 그 애의 붉고 연약한 생에 닿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 애와 무관한 사람이었다. 그 애는 탄생의 순간을 벗어내었고 그 애가 버린 허물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강박적으로 책상 밑을 긁어내는 손, 커터칼이 쥐어진, 굵고 거친 손, 여자는 그 손을 끈질기게 바라보았다. 지느러미처럼 축축하게 젖어 있던 여린 뼈와 살, 그녀가 손수 떼어내었던 짓무른 살은 어디로 갔을까? 당장이라도 찢겨질 듯 연한 살은?

여자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그곳에서 기다렸다. 교실 앞문으로 들어서던 교사가 그녀에게 어떻게 오셨느냐고 물었을 때도 그녀는 입을 다물고 꼿꼿이 서서 버텼다.

교사는 그녀를 내버려두고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수업을 받으면서, 교사는 수업을 하면서 그녀를 집요하게 방치했다. 그들은 종종 여자를 돌아보면서도 여자에게 말을 걸지는 않았다.

여자는 검은 털로 뒤덮인 아이의 머리와 짙은 눈썹, 두꺼운 목과 철제 안경을 바라보았다. 그 애가 맞을까? 정말 그 애일까?

여자는 그 애의 명찰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여자가 바꾸어 달았던 이름, 그 애의 것이 아니었던 이름, 남자아이의 검은 눈과 눈이 마주쳤을 때 십수 년 전에 그녀가 내려다보았던, 마주칠 것을, 되비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응시하였던 그 눈과 닿았을 때 여자는 죽을 듯 놀랐다.

그 애는 고개를 돌려 여자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 애는 창문 유리 너머로 무력하게 드러난 여자의 얼굴, 유독 붉고 작은 얼굴을 끈질기게 관찰하였다.

여자는 찢어져 나가는 것처럼 괴로웠다. 광폭한 흐느낌이 부풀어오른 얼굴 틈으로 새어나갈 것 같아 고개를 숙이고 싶었으나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 애는 여자를 보고 있었다. 여자가 처음을, 생을 받아낸 바로 그 아이, 그때 그 아이는 터럭 하나 없이 미끈하고 부드러운 해양생물 같았다. 이름을 바꾸는 동안에도 그 애는 구겨진 비닐봉투처럼 잔뜩 찡그린 얼굴로 색색 숨만 내쉬고 있었다.

책상 아래를 집요하게 파내는 손, 칼을 쥐고 있는 손, 피부를 찢어내고 도려내는 손, 침입하는 손, 상처를 남기는 손.

남자는 여전히 여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여자가 모르는 남자였다. 여자는 공포와 수치에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느슨해진 무릎이 그녀를 창문 아래로 감추었다. 여자는 무엇을 받아낸 것인가? 여자는 무엇을 감추고 무엇을 선택한 것인가? 그 애, 여자의 아이와도 같았던, 여자에게 처음을 내맡겼던 헐벗은 생은 어디로 갔는가? 정말 그는 나의 아이일까?

남자는 확증해줄 수 없었다. 그녀는 남자와 함께 있었다.

남자는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나무를 도려내던 손으로 부드러운 살을 파내던 칼과 맞닿아 있던 손으로 여자의 팔 아래 살을 주무르며 말했다. 남자는 여자를 보았다고.

그러나 여자는 남자를 본 적이 없었다. 여자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어떻게 네가 나를 보았다고 할 수 있어? 너는 눈 멀어 있었어. 너는 끔찍하게 축축하고 여린 막으로 감싸여 있었어. 난 네 젖은 몸을 보았어. 네 여린 피부를 난 당장이라도 찢어낼 수 있었어. 넌 그렇게 가느다랗고 그렇게 작고 그렇게 연약했어. 하지만 남자, 칼을 쥐고 있던 손, 칼처럼 예리하고 날카로운 검은빛의 손.

남자는 여자의 둥근 무릎 위에 칼을 박아넣으며 말했다. 그녀가 남자를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고.

그러나 칼은 더 이상 어디에도 없었고 손 역시. 여자는 남자의 검고 또렷한 눈을, 안경 안쪽에서 투명하게 반들거리는 눈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더 이상 붉지 않았다. 남자는 더 이상 여리지도 않았고 남자는 더 이상 최초와 맞닿아 있지도 않았고 울고 있지도 않았다. 그때 그 애를 훔쳐 달아나야 했을까?

남자는 여자가 그에게 삶을 선물해주었다는 사실을, 죽은 아이의 삶을 강탈하여 그에게 안겨주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바꾸어놓은 아이, 남자가 되었어야 할 아이는 부모에게 목이 졸려 죽었다. 온몸이 멍자국이었다던 아이, 아무것도 먹지 못해 깡말랐다던 아이, 욕조에 방치되었다던 아이, 아이는 죽었고 남자는 살아남았다. 여자는 그 둘을 모두 데리고 도망쳐야 했을까?

그녀는 누구를 죽이고 누구를 살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 둘은 더 이상 여자가 아니었으므로.

남자는 여자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고 말했다. 남자의 입술은 벗겨진 나무껍질처럼 짙은 갈빛이었다. 거칠거칠한 입술이 여자의 어깨에 맞닿았을 때, 여자의 피부가 그곳부터 돋아났을 때, 그의 손이 여자를 찔렀을 때, 뱃속이 찢어지고 잘려나가며 피가 넘쳐흘렀을 때 여자는 아이의 동그란 머리를 받아들었던 손을 내려놓았다.

아이는 삶과 죽음으로 분류되었다. 두 개의 머리는 더는 교유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남자는 여자의 목 주름을, 쳐진 유방을 좋아했다. 남자는 여자를 만짐으로써 그녀의 나이듦을 느끼고 싶어했다. 그녀가 몸을 가지게 된 경위를, 그녀를 축성한 세월을 훔쳐가려 했다.

남자는 빨리 나이들고 싶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은 감옥과도 같다고 남자는 말했다. 남자는 더 이상 그를 둘러싼 아이들의 맹목적인 행복을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자는 여자와 함께 살고 싶다고 말했다.

여자는 남자의 말을 찢어내고 나오는 나지막한 목소리를 들었다. 여자는 남자가 끔찍하게 낯설었다. 그가 그녀의 몸에 있는 것이 맞을까? 그가 벌려놓은 상처는 정말 그녀의 피부가 되었나? 여자는 여전히 희게 벌어져 피를 흘리는 상처를 볼 수 있었다. 여자의 찢김은 두 개의 눈이 되었다. 여자는 고통으로 벌어진 두 개의 틈으로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여자의 상처에 두 개의 유리를 갖다대었다. 차가운, 끔찍하게 차가운 남자의 살이 맞닿았다.

여자는 남자를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남자를 알지 못했으니까.

그날, 교실의 뒷문이 열렸을 때 남자는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남자는 여자보다 키가 컸고 끔찍할 정도로 단단했다. 여자는 남자가 아이가 아님을, 더 이상 그녀의 자비롭고 잔혹한 범죄에 예속되어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남자는 여자의 팔 밑 살을 조심스럽게 더듬었고 여자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남자의 안경 유리가 여자의 코 끝에 내려앉았다. 여자는 둥글게 일그러진 남자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내가 학교에 가는 건 오직 불행하기 위해서야, 그곳에는 불행밖에 없어 그곳은 감옥이야 끔찍하게 나태한 범죄자들밖에 없는 감옥, 범죄를 저지르기에는 너무 게으르고 방만한 아이들밖에 없는 감옥.

난 너를 원해, 하고 남자가 말했다.

아이는 울고 있었다. 아이는 여자의 가슴을 물어뜯었다. 살과 피로만 가득찬 가슴, 한 방울의 흰빛도 들어있지 않은 가슴, 아이는 여자의 찢김을 원하고 있었다. 아이는 여자를 찢고 여자에게 들어가기를, 그리하여 찢어지기를 원하고 있었다. 여자의 안에서 찢어지기를. 돌이킬 수 없이 갈기갈기 찢어져 다시는 바깥으로 나갈 수 없기를. 바깥은 너무 춥고 넓으니까.

남자는 여자의 둥근 무릎을 어루만지면서 울었다.

남자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곳에는 너무 많은 아이들이 있다고. 남자가 원하는 여자아이들 누구도 남자를 원하지 않는다고. 아무도 남자를 원하지 않는 곳, 그곳에서 남자는 아무런 범죄도 저지를 수 없다고. 왜냐하면 남자는 그녀의 안에서 찢기고 싶으니까. 오로지 찢기기 위해 그녀의 안으로 들어가고 싶으니까.

그녀는 유리조각처럼 깨어진 남자의 혀를 삼켰다.

남자의 가슴과 등은 멍투성이였다. 아이는 울면서 여자에게 매달렸다. 아이의 둥글고 붉은 머리, 과육이 토실토실하게 차오른 열매와도 같은, 여자는 손에 힘을 푸는 것만으로 그 모든 범죄를 끝낼 수 있었다. 아이는 여자를 원하고 있었으므로, 여자의 가느다란 양팔에 힘겹게 매달려 있었으므로 다만 손을 놓기만 하면 되었다. 그녀가 남자의 손을 뿌리쳤던 것은 남자가 그녀의 손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여자는 한 명의 아이를 죽음으로, 한 명의 아이를 삶으로 내려놓았다. 아이들은 놀랍도록 여자와 닮아 있었다. 쌍둥이처럼 작고 붉은 아이들의 머리통, 여자는 그 모두를 사랑하였다. 여자는 피투성이였다.

내가 원하던 것들은 모두 나를 원하지 않았어요, 하고 남자는 울었다.

하지만 난 널 원했어, 하고 여자는 생각했다. 내 손에 무력하게 내맡겨진 너, 너희들, 너희들 모두를 나는 원했어.

아이는 울고 있었다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여자는 아이의 목을 졸라야 했을까? 더 이상 누구도 아이의 애원을 무시할 수 없도록? 더 이상 아이가 여자를 원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지만 여자는 아이를 삶으로 내려놓았다. 아이는 자라서 남자가 되었다.

남자는 책상 밑바닥을 집요하게 긁어내던 그 손으로 여자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남자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휘어진 계단을 하염없이 올라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계속해서 같은 자리로 돌아가지만 언제부터 올라가고 있는지 언제부터 내려가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없다고 했다. 그가 인식하는 것은 그가 도달한 곳이 언제나 같은 자리라는 것뿐이라고 했다. 남자는 그 울렁거리는 일그러짐을 견디지 못하고 계단 바깥으로 추락할 때까지 계속해서 내려가고 올라가고 내려가기를 반복할 것 같다고 했다.

정말 그는 나의 아이일까? 여자는 생각했다. 정말 그는 내 아이가 맞을까?

여자는 남자의 거친 입술을 망설이며 더듬었다. 남자의 입술은 침과 눈물로 젖어 있었다. 남자는 울고 있었다. 아이는 울고 있었다. 여자는 그가 원하는 것을 선물하지 못했다. 그에게 예정되어 있던 운명을, 그가 이미 차지해야 했던 멀고 검은 바깥을, 고통을 느낄 필요도 이해할 필요도 공감할 수 없을 필요조차도 없었을 바깥을, 여자는 어쩌면 살고 싶어했을 아이에게 건네줘 버렸다.

흰 조명이 아이의 심장을 물어뜯어 짓씹는 동안 여자는 심장을 강탈당한 아이의 곁에서 흐느꼈다. 눈물도 신음도 없이 고요하게, 여자는 흐느꼈다. 아이는 여자가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여자조차도 여자가 우는 것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지나치게 커다란 소리로 울어젖히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의 가슴을 짓누르면서 젖은 숨을 뱉었다. 깊고 날카로운 숨이 여자의 목 아래부터 아랫배까지 길게 베어내었다. 여자는 벌려진 가죽 속으로 남자가 흘러드는 것을 느꼈다. 남자는 울고 있었다. 아이는 울고 있었다. 아이는 언어도 범죄도 없이 울고 있었다.

범죄는 여자의 것이었다. 언어는 여자의 것이었다.

여자는 아이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아이들 모두가 여자보다 오래 살기를 바란다고 속삭였다.

아이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남자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곳의 누구도 남자를 원하지 않는다고. 남자를 원하는 것, 남자가 원하는 것은 여자뿐이라고 말했다. 그곳에는 교사도 학생도 존재하지 않아요. 학교에는 사실 아무도 없어요. 학교에는 여전히 학교를 믿는 환영밖에는 없어요. 신이 존재하지 않듯 그러한 환영은 실재하지 않아요. 교사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직업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어요. 교사는 학생의, 학생은 교사의 부수적인 현상이므로 교사가 더 이상 없다면 학생도 없는 것이죠. 그들 모두가 실재하지 않는 거예요. 왜냐하면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배우려고 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으니까, 이미 알지 못하는 것을 배울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 교사는 더 이상 아무것도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학생은 더 이상 아무것도 배우려고 하지 않아요 그곳에서 무언가를 욕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우리가 그곳에서 하는 일은 교실에 들어온 가여운 벌레들이나 죽이고 그 시체를 창문 밖으로 내버리는 일뿐이죠. 그럼에도 다들 끈질기게 학교로 돌아가는 건 그들이 학교 외에 다른 장소를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평생 학교에서 살았으니까 학교 바깥에 있는 동안에도 우리는 학교에 가게 될 것을 알았고 결국 바깥에서도 학교 내부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여자는 더 이상 학교에 속하지 않았으므로 남자를 위로할 수 없었다. 여자는 남자를 느낄 수 없었다. 남자는 울고 있었으나 여자는 고통스럽지 않았다. 오로지 가냘픈 서글픔뿐이었다. 그 서글픔은 남자를 이해할 수 없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여자는 학교가 고통스럽지 않았다. 여자는 유년이 아프지 않았다. 여자는 처음부터 여자였던 듯 고적했고 그녀는 언제나 바깥에 속해 있었다. 남자는 학교의 바깥을 상상할 수 없다고 했지만 여자는 학교의 내부를 상상할 수 없었다. 남자가 창문 밖에서 서성이던 여자를 보는 순간, 남자는 교실의 내부에 여자는 교실의 외부에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비추어지지 않는 것, 서로 간섭할 수 없는 것, 처음부터 끔찍하게 떨어져 있던 것을 보았던 것이다.

여자는 남자가 더 이상 아이가 아님을, 그녀의 손에 삶과 죽음을 순결하게 내맡긴 붉은 살이 아님을 깨달았다.

다시, 또 다시 아이는 울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가 죽기를 바랐다. 여자는 남자를 이해할 수 없었으므로. 그의 무자비한 울음, 흐느낌, 여자를 미치게 만드는, 여자를 끝없이 비정하게 만드는, 여자를 창백한 맹수로 만드는 찢김. 여자는 남자의 찢김을 견딜 수 없었다. 여자는 그녀의 내부에서 폭발하며 찢어져나가는 남자를 견딜 수 없었다.

아이는 울고 있었다.

아이는 여자의 안에서 울고 있었다. 그러나 여자는 아이를 느낄 수 없었다. 그녀의 내부를 느낄 수 없었다. 그것은 병적으로 낯선 고통, 구역질이 일 만큼 무감한 타자였다. 그녀의 내부에서 흐느끼는 남자를 여자는 조심스럽게 밀어내었다.

제발 나를 위선자로 만들지 말아줘,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지 말아줘, 여자는 으깨지는 무감함으로 속삭였다.

아이는 울고 있었다.

여자는 느낄 수 없는 것을 공포스럽게 들었다. 경련하면서, 그러나 아무것도 감각하지 못하면서. 여자는 흐느끼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의 어깨에 기대어 울었다.

여자는 그에게 고백해야 했다. 여자는 그가 조금도 아프지 않다는 사실을, 네가 찢어져나간 내 내부를 조금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을. 왜냐하면 그는 그렇게 믿고 있었으니까. 여자가 그를 앓고 있다고. 그가 여자의 내부에 남겨졌다고.

그러나 남자가 남긴 것은 여자의 냉혹한 무감함뿐이었다.

사악한 무방비함이 여자를 망쳐놓았다. 여자는 남자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에 파리의 자궁을 터뜨린 아이처럼 망가졌다.

남자는 어째서 여자의 앞에서 울었던 것일까? 아이는 어째서 여자의 품에서 울었던 것일까? 그들이 여자를 원하지 않았다면 여자는 그토록 잔혹해지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여자는 그녀가 끔찍하게 냉혹하다는 사실을, 그녀의 깊은 살 속이 결코 젖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깨닫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여자는 아이의 머리를 내려놓으며 흐느꼈다. 그들이 원하고 있는 여자를, 여자는 조금도 원하지 않았다. 여자를 원하고 있는 그들을, 여자는 조금도 원하지 않았다. 여자가 원하는 것은 그러한 것이 아니었다. 여자는 그들을 증오했다. 그들의 광폭한 연약함, 무방비한 고통, 그 깊음을 증오했다. 여자는 그녀가 울지 않음을, 그녀의 눈물이 오직 그녀의 내부로만 흘러들고 있음을 들킬까봐 죽을 듯 두려웠다. 들키지 않을 수 있다면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었다. 눈을 감고 입술을 다물고 영원히 깨어나지 않고 싶었다. 시트로 떨어진 안경을 주워들고 시력을 되찾은 남자가 여자를 응시할까봐, 그녀가 그에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음을, 그를 긍정할 수 없음을, 그의 아픔을 품을 수 없음을, 그녀가 사실 아무것도 느끼고 있지 않음을 그가 알아차릴까봐 여자는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처럼 괴로웠다. 그녀는 느낄 수 없음을 강렬하고 잔혹하게 느끼고 있었다.

남자의 울음소리만이 덥고 축축한 방 안을 가득 메웠다. 남자의 눈물과 남자의 신음과 남자의 열기와 남자의 이야기만이. 여자는 공기 중을 떠다니는 희멀건 의혹이 그녀에게 내리꽂힐까봐 두려웠다. 그녀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남자가 알아차릴까봐 두려웠다. 그녀는 상처 입지 않았고 그녀는 찢어지지 않았고 그녀는 기절조차 하지 않았다. 방안을 가득 메운 울음소리는 오직 남자의 것이었다. 여자에게 찢김을 강제로 내맡긴 것, 여자에게 찢김을 삽입하고 죽어가던 것은 오직 남자뿐이었다.

난 네가 죽는 것을 바라지 않아, 네가 살기를 바라지도 않아, 난 너를 원하지 않아, 난 네가 고통스럽지 않아, 난 너를 느낄 수 없어, 하고 여자는 들리지 않는 소리로 속삭였다.

많은 말, 더 많은 말이 끔찍하게 작아서 여자의 입속으로 역류하는 말 속에서 수런거리고 있었다.

난 너를 이해할 수 없어, 난 이미 학교를 잊었어. 난 학교가 그렇게 괴롭지도 않았어. 어린 시절이 그렇게 고통스럽지도 않았어.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실 난 아무런 죄책감도 느낄 수 없었어. 네가 살아남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교실 안에서 벌레처럼 꿈틀거리면서 흐느끼는 너를, 네 역겨운 검은 눈을 보았을 때도 난 아프지 않았어. 너는 내가 아니었으니까. 네가 내 안에서 파열하고 찢겨나갈 때조차도 너는 나일 수 없었으니까.

남자에게 그녀의 고통스러운 무감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오로지 발각당하지 않기 위해 여자는 당장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맹수의 앞에서 스스로 심장을 멈춰버리는 개미처럼, 여자는 전율을, 침묵을, 불안을 모두 버리고 사라지고 싶었다.

아이는 아직도 울고 있었다.

장례식장에서, 그리고 요람에서 아이들은 울고 있었다. 그들의 순수하고 잔인한 갈증을 여자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들은 너무도 재빠르고 무자비하게 고통스러워했다.

아무도 내게 우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어, 하고 여자는 남자의 먼 눈에 대고 속삭였다. 아무도 내게 고통스러워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어. 아이가 울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함께 울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어. 아이를 원하는 방법을, 고통을 원하는 방법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어. 네가 나를 찌르고 찢어내는 동안에도, 네가 내 안에서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동안에도, 네가 내 안에서 울며 파열하는 동안에도 난 아프지 않았어. 넌 울지 말았어야 해. 울지 못하는 내 앞에서 네가 그토록 크고 아프게 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말았어야 해. 그래서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그토록 잔혹하게 알려주지 말았어야 해.

그러나 너무 많은 말, 너무 작은 말, 여자는 입술을 다물고 있었고 너무 작은 구멍으로 한 마디의 말도 새어나가지 못했다.

남자가 여자의 안에서 빠져나가 여자의 머리칼 옆에 떨어진 안경을 주워드는 동안, 남자가 시력을 되찾는 동안, 여자는 울고 있었다. 여자는 무너졌고 깨졌고 미친 듯이 경련하였다.

남자는 여자의 축축한 입술에 입술을 붙이고 울었다. 여자의 젖은 눈에 입을 맞추고 눈물을 핥았다. 남자는 그것이 짜다고, 살아 있는 짐승의 피처럼 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자가 삼킨 것은 여자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남자의 눈물이었다. 여자의 눈물은 모두 여자의 내부로 흘러들었다. 여자는 바깥을 위해, 바깥을 향해 우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남자는 여자를 위로했지만 여자는 그녀가 남자를 살렸다는 사실을, 한때 여자는 남자가 자신의 아이라고 믿었다는 사실을 고백할 수 없었다. 그녀는 평생 남자를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남자를 품을 수도, 남자를 낳을 수도 없을 것이다.

대체 어떻게 여자는 남자를, 우는 아이를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무엇이 그녀를 치명적이고 역겨운 환상으로 몰아붙였을까?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여자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입술을 여자는 도저히 사랑할 수 없었다.

여자는 그 입술이 완전히 사라져버리기를 바랐다. 그녀가 더 이상 잔혹하고 무자비한 살해자가 아닐 수 있도록, 그녀가 아무것도 후회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더 이상 느끼지 않아도 되도록. 그녀가 느끼는 것은 오직 그녀뿐임을 알려주는 젖은 음성.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동안 여자는 미동도 없이 흔들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여자가 그녀의 범죄를, 그녀의 존재를, 그녀의 취약성을 모두 바친다면 남자는 여자를 내버려둘까? 남자는 여자를 용서하고 여자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여자를 내버려두고 돌아갈까? 차라리 남자가 여자를 증오한다면 여자는 숨을 쉴 수 있을까? 그러나 여자는 증오조차도 질투할 것이었다. 여자가 바라는 것은 여자와 같은 외면과 침묵, 불구와도 같은 무심함뿐이었다.

여자는 남자가 태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가 흥건하고 비릿한 생의 피로 범벅이 되어 여자를 향해 울부짖지 않기를 바랐다. 그가 여자를 향해 울지 않기를 바랐다. 그가 여자를 원하지 않기를, 순수하고 애절한 요구로 여자를 모욕하지 않기를. 하지만 남자가 태어난 것, 남자가 여자에게 매달려 여자에게 눈물을 구걸한 것, 여자가 그와 함께 찢어지기를 원한 것은 남자의 잘못이 아니었다. 느끼지 못하는 것, 고통스럽지 못한 것, 남자를 앓지 못하는 것은 모두 여자의 잘못이었다.

처음부터 여자의 잘못이었다. 아이가 우는데도 울지 못하는 것은 여자의 잘못이었다. 아이를 죽게 내버려두고 살게 내버려둔 것 모두 여자의 잘못이었다. 느끼지 못하는 것은 죽음이어야 했다. 죽음처럼 고요하고 무감한 몸으로, 아무것도 분노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살로 죽음을 살았다.

여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죽어있다는 사실을 남자에게 고백해야 했다. 여자는 여자가 아닌 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심지어 여자의 안에서 터져나가는 폭음조차도 여자는 아프지 못한다는 사실을.

남자의 젖은 눈을, 아이의 말간 울음소리를 여자는 증오하였다. 여자를 여자의 바깥으로 밀어내는 발작적인 몸부림. 여자는 남자가 우는 것을 냉혹한 무관심으로 바라보았다. 남자가 산산조각나는 것을, 남자가 으깨지고 짓뭉개져 무너져내리는 것을, 남자가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을, 남자가 울면서 살아가는 것을. 울음은 남자의 삶이었다.

여자는 남자의 삶을 견딜 수 없었다. 구역질과 같은 외면이 치밀어 올랐다. 여자는 남자의 안경을 더럽히는 투명한 상처를 질시하였다. 여자의 무감하고 깊은 두 개의 구멍에 남자의 눈물은 흘러들지 않았다. 남자가 억지로 육중한 상처를 구겨넣는 상처에서 진물이 흘러도 여자는 아프지 않을 것이었다.

아픔은 오롯이 남자의 것이었다.

여자의 안에서 신열하고 와해되는 남자, 여자의 혈관을 타고 흘러다니는 진물들, 여자의 몸을 여자 바깥으로 밀어내는 틈입.

여자는 책상에 앉아서 수업을 듣던 남자아이를 교실 밖으로 내몬 것을 보지 못했다.

여자는 여자를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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