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교실 2

네게는 슬픔을 부르는 흔적이 있어, 네 슬픔이 슬픔을 갈구하는 것이라고 아이들은 속삭였다.

소년의 피부는 아이들이 숨겨 놓은 비밀로, 은밀한 상처들로, 증오의 표식들로 가득했다. 소년은 아이들의 현존을 지시하는 가련하고 뚜렷한 붉은 흔적이었다. 아이들은 소년이 그들의 삶인 양 굴었다. 마치 자신의 몸을 대하듯 가혹하게, 고통스럽게, 집요하게 남기는 흔적들. 소년을 둘러싼 흐느낌과 상처들 피부가 되어버린 상처들.

그러나 소년은 아이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서글픔을 닮은 고통의 환희였다. 소년의 몸을 빼곡이 둘러싼 고통, 소년을 짓누르고 파고드는 깊은 고통은 소년의 것이었다. 소년은 은밀하게 아이들의 폭력을 갈취하였다. 그들이 소년의 몸에 덕지덕지 붙여놓은 흔적들을 소년은 탐닉하였다. 아무도 훔쳐갈 수 없는, 아무리 깊이 보아도 아무리 깊이 파고들어도 소년일 수 없는 상처들, 소년을 빠져나갈 수 없는 내밀한 고통들, 찢어진 살이 붙어나갈 때의 간질거리는 감각,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은 깊은 가려움은 소년만이 느끼는 것이었다. 아무도 소년이 얼마나 황홀한지 그 황홀함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비참하고 끔찍한 매혹인지 알지 못했다. 소년을 안다고 믿는 그 누구도.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이 소년의 머리칼에 붙인 껌을 조심스럽게 떼어내고 가위로 소년의 머리칼을 조각조각 오려내며 흐느꼈지만 소년은 그들 모두가 그 행위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이들이 소년의 몸을 갈취하기 위해 붙여놓은 그 많은 증오와 슬픔의 흔적들, 나날이 아무는 상처들을 견디지 못한 아이들은 상처의 현존을, 접촉과 마주침의 증거를 확인하기 위해 하루가 가기 전에 또다시 무언가를 소년의 몸에 남길 것이었다. 충족될 수 없는 갈망을, 그들이 결코 독차지할 수 없는 상처를. 접촉은 상처는 모두 소년의 몸이었으니까, 소년의 몸을 아파할 수 있는 것은 소년뿐이었으니까, 그들은 불감한 고통의 땅에 끊임없이 발자국을 남기고 허덕거리며 흙을 파헤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이다. 누적된 기억들의 몸은 소년에게 속해 있었다. 아주 먼 미래에도 화해는 불가능할 것이었다. 증오스러운 용서도 없을 것이었다. 그들은 소년의 몸으로 접촉의 피부로 얼룩덜룩하게 봉합된 불감의 사막을 살고 있었으니까. 삶은 미래의 생존도 과거의 후회도 없이 무한한 현재, 피부, 고통뿐이니까.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아픔 앞에서 헐떡거리며 갈증을 호소하는 아이들에게 소년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소년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주고 싶지 않았다.

소년은 탐욕스럽게 그 모든 접촉을, 폭력을, 아픔을 집어삼켰다. 껍데기 같은 벌어짐에 한 방울의 피도 남지 않을 때까지. 소년은 옷을 벗고 그들 앞에 서서 보여주고 싶었다. 그들이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는 것을, 상처는 모두 소년에게 속해 있다는 것을. 하지만 소년은 비밀스럽고 대범한 범죄를, 범죄와도 같은 환희를 고백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떠날 것이, 갑작스럽게 죄악감을 느끼게 된 아이들이 소년을 두고, 범죄의 흔적을 두고, 상처를 두고 멀어져갈 것이 끔찍하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이제 소년에게는 상처밖에 없었으니까. 상처 없이는 만남도, 접촉도, 피부도 없었으니까. 오직 상처만이 소년을 소년의 내부로 매혹하고 있었으니까. 온몸을 짓누르는 벌어짐의 압박만이 소년이 만끽할 수 있는 생이었으니까. 죽음을 닮은, 그러나 죽음보다도 깊은 생. 소년은 고통보다도 고통의 부재가 더 두려웠다. 그래서 소년은 아무에게도 그의 내밀하고 끔찍한 환희를 고백하지 않았다. 그가 상처받으며 살아있다는 사실을, 오로지 상처로만 살아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소년들이 커터칼로 소년의 배꼽을 찌르고 소녀들이 소년의 머리칼을 잘라내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마치 그 모든 범죄가 그들에게 속해 있다는 듯 순종적으로. 소년은 반항할 수 없었다. 한 번의 깨어짐만으로 하나의 작디 작은 상처만으로 그 미세한 고통만으로 그들은 아픔의 본질을 깨닫게 되어버릴지도 몰랐으니까. 소년의 깨어짐이 그들에게 한 번도 가 닿지 못했다는 사실을, 접촉의 흔적을 소년이 독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 치명적인 비밀을 체감하게 된다면, 그들은 이전처럼 소년을 괴롭히지 못할 테니까. 그들은 피부를 되찾아갈 것이고, 남은 상처는 검보랏빛의 죽은 멍으로 변할 것이고, 소년은 다시 홀로, 상처도 고통도 몸도 없이, 존재조차 없이.

담임 교사가 소년을 불러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을 때 소년이 고개를 저었던 것은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상처 없이, 고통 없이는 삶도 없었으므로. 소년은 그토록 깊숙이 상처에 연루되어 있었으므로. 소년의 부드러운 내장에 뿌리를 내린 고통의 흔적들이 떨어져나가면 소년은 죽어버릴 수밖에 없었으므로.

그러나 담임 교사는 살기 위해서 용기를 내어야 한다고 말했다. 네가 그런 식이면 선생님도 도와줄 수 없어.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교사는 소년을 도와줄 수 없었다. 상처는, 고통은 오롯이 소년의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상처는 소년 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상처는 접촉을, 마주침을, 서글픈 관계를, 범죄의 대상과 손과 날카로운 물체를 필요로 했다. 다른 피부를, 다른 몸을, 다른 물질을 필요로 했다. 소년의 것이 아닌, 소년에게 알려지지 않은, 단단하고 날카로운 낯선 몸들을. 홀로 피부를 뜯어내고 찢겨짐으로 피부를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교사는 모욕받은 듯 화를 냈다. 그는 소년이 비겁하다고 윽박질렀다.

소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진실로 소년은 상처를 사랑한다고, 그 역겹고 고통스러운 피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고통의 환희에 대해, 비밀스러운 범죄에 대해 말하지도 않았다. 소년의 삶이, 고통의 황홀이 모두 거짓이고 착각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소년은 거짓으로 살아갈 지신이 없었으니까. 소년은 살고 싶었으니까, 가장 깊고 증오스러운 고통을, 희고 슬픈 벌어짐을 아픈 마주침을 접촉을 폭력을 살고 싶었으니까.

상처 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소년은 알지 못했다. 상처로 빚어진 피부의 발생에 대해 설명할 방법 역시. 소년은 그저 살아 있을 뿐이었다 살고 싶을 뿐이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간절히. 죽어서라도 살고 싶을 정도로 깊이, 소년은 삶을 갈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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