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펠리 전쟁의 물방울 – 소녀와 언어

코코펠리 여왕이 전쟁을 치를 무렵의 일이였죠. 처음에 그녀는 선한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투쟁하는 인간상을 완성시키기 위해 전쟁에 매달렸어요. 초록 혹성에서 학대받는 여자들을 해방하고 사람의 죽은 시체를 품고 있는 검은 나무들을 하얗고 가벼운 송진 가루로 되돌리는 것 이외에 여왕이 바라는 일은 더 없었어요. 여자들이 잠을 청하던 밤 몰래 로켓을 만들고 빌어먹을 대지를 탈출한 것도 그 때문이었죠. 무언가를 꿈꾸지 않는다면 하루라도 더 살아가려 투쟁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어요. 그녀가 코코펠리에 불시착했을 때, 모든 국민들이 그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그녀를 반겼을 때, 그녀에게 왕관을 씌워 주었을 때, 그녀는 비로소 성공했다고 생각했어요. 실패뿐이던 고향을 떠나서 그녀는 다른 토양의 다른 먼지로 구성된 전혀 다른 물질이 되어 새로운 운명을 개척해나간 것이라고요.

여왕이 되고 나서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었어요. 문제는 코코펠리의 백성들이 시간이나 산수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개념조차도 모르는 천치들이었다는 데에 있었어요.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같은 날짜, 시간에 대한 개념을 공유해야 했는데 그들은 시계조차도 갖고 있지 않았죠. 그들은 단지 그와 같은 시간을 사는 왕만을 폐위시킬 수 있었지, 그를 죽이고 난 뒤 새로운 이름으로 연호를 세우고 시간을 지배하려는 여왕의 고향혹성에서의 오랜 전통을 도무지 이해조차 하지 못했어요. 더욱이 그들은 다른 혹성들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조차 없었죠. 그들은 자신들과 피를 나누지 않은 이들, 다른 색깔의 하늘 아래에서 전혀 다른 고통과 쾌감을 경험하는 이들을 정복하거나 해방시킬 필요성을 조금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천문학자들에게 다른 혹성의 백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물어보았을 때, 그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아직도 외계인을 믿으시냐는 불경한 질문을 올렸을 정도였죠.

그래요. 그들은 다른 생명체의 존재를 그다지 믿지 않았어요. 코코펠리 혹성에 동물원이 없었던 것도, 거대한 우리의 한쪽 구석에서 서로의 젖은 털을 할짝거리면서 조그맣고 자폐적인 소리로 울부짖는 어린 사자들이 없었던 것도, 물속에서 한철을 지내고 나온 뱀의 숨겨진 성기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피를 마시기 위해 호숫가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도 모두 그러한 까닭이었죠. 그들은 사랑하지 않는 것은 미워하지 않았고, 미워하지 않는 것을 사랑하지 않았어요. 그들의 혹성 너머에도 무수한 삶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것이 진짜 삶이라고 확신하지는 않았죠. 귀신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도 귀신이 제 목을 조르거나 제 뱃속으로 스며들 수는 없으리라고 확신하는 고향 행성의 예술가들처럼 말이에요. 지구에서는 밤길을 걸을 때 혹여 얇고 더러운 날파리들이, 도저히 살아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생명들이 우리의 입속으로 들어갈까봐 입을 꾹 다물고 걸어본 적이 있었던 여왕도 그곳에서는 마음껏 찬 공기를 입속으로 들이쉬며 걸어다니게 될 정도로, 코코펠리의 혹성은 고적했어요.

여왕은 대대적인 재판을 시작했어요. 그녀는 혈연을 죽이는 죄를 알려 주었고 혈연을 잡아먹는 죄를 알려 주었으며, 무엇보다도 다른 무언가를 먹는 죄를 심판하였죠.

코코펠리 백성들은 자신과 다른 피를 가진 이를 먹고 죽이고 사랑하고 미워해야 한다는 것을 서서히 배워나갔어요. 그녀가 코코펠리 혹성의 문명에 익숙해져가는 동안 코코펠리 혹성은 원죄의 개념을 체득해나갔죠. 그들은 더이상 서로를 갈구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그들과는 다른 색의 대기를 들이마시는 생들을 필요로 하게 되었죠.

코코펠리 여왕이 대대적인 전쟁을 선포했을 무렵, 국민들은 누구나 그녀의 벅찬 음성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시간을 셈할 수 있었고 붉은 혹성까지 건너가기 위해 필요한 거리를 계산할 수 있었으며, 그들이 사로잡아야 할 생의 숫자까지도 외울 수 있었죠. 오로지 내란을 저지하기 위해 구성되었던 군인들을 코코펠리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 바깥으로 파병을 나가게 되었어요. 생애 처음으로 붉은 대기 속으로 내려앉는 순간 그들은 마치 지옥 속으로, 혹은 죽음의 속살로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고 파병에서 돌아온 군인이 기록했던 내용은 코코펠리 정복 박물관의 서적 자료실에 남아 있지요.

붉은 대기 아래쪽은 놀랍도록 축축하고 뜨거웠어요. 군인들은 공포에 질리거나 낯선 토양에 불안해할 여력조차도 없이 눅눅한 붉은 안개 속으로 빨려들어갔다고 해요. 마치 꿈의 모서리 부분에서 이글거리며 잠의 경계를 휘어감고 한입에 삼키는 환각이 그러하듯. 코코펠리 군인들은 더 이상 그들의 목적을, 그들의 행위를, 그들의 존재를 기억해내지 못했어요. 그들은 바다 한복판에서 떠도는 죽은 선원들처럼 붉은 대기의 피부 위를 걸어다닐 뿐이었죠.

마침내 그들이 첫 번째 외계 생명체와 마주했을 때, 그들은 까무라칠 정도로 놀랐어요.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건 그곳에서 자라나는 꽃만큼이나 자그마한 소녀였는데 그 애는 코코펠리 주민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들이 군사용 로켓을 타고 고향 혹성을 떠나던 때에 연료 증기에 흐려진 창문 바깥으로 마치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굽은 허리로 그들을 배웅하던 가족들, 시민들의 모습이 꼭 그러했지요. 그들은 로켓의 푸르스름한 불빛을 쫓아, 유령의 그림자를 따라잡으려는 헛된 꿈을 가지고 새벽의 꽁무니까지 따라잡으려 뛰어가는 어린 소녀를 보았지요. 소녀의 잿빛 볼이 멀어지는 대기의 색과 합쳐져 마치 폭발하는 어린 별처럼 보였던 것을 그들 모두 기억하고 있었지요. 그들은 순간 그들을 쫓아 뛰어오던 어린 소녀가 마침내 그들의 로켓을 앞질러 이곳까지 먼저 도달한 것만 같다는 환상에 휩싸였지요. 하지만 소녀가 내뱉은 말은 그들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언어였어요. 그들은 그녀의 이질적인 숨소리와 마치 짐승의 울부짖음처럼 불가해한 언어에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그들은 그녀의 턱 끝을. 두려움에 사로잡힌 어린 짐승처럼 덜덜 떨리는 피부를 감싸쥐고 그녀에게 물었어요.

걱정하지 마렴. 우리는 널 해치지 않을 거야. 그냥 다른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만 알려줘.

소녀는 불가해한 소리로 무어라 중얼거렸죠. 어스름한 붉은 대기가 비추어진 그녀의 눈동자는 우주를 건너오면서 보았던 성운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웠어요.

네가 협조하지 않겠다면 우리에겐 별 다른 수가 없어.

그녀는 짐승의 언어로 중얼거렸죠. 순간 군인들은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어요. 그녀의 아름답고 선량한 얼굴 속에서 새어나오는 음성을 그들만이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에, 아마 이 혹성에서 그녀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은 그들 뿐만이라는 것에 그들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깊은 소외감을 느꼈죠.

네게 어려운 일을 바라는 건 아니야. 우리는 네가 상상할 수도 없을 먼 곳에서 이곳까지 왔고 넌 단지 조금만 우리를 도와주면 돼. 그럼 널 해치는 일은 없을 거야.

소녀는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음성으로 재재거렸어요. 아니,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녀의 말은 짐승의 언어였지만 그들이 바란 것은 짐승의 언어가 아니었어요. 소녀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그녀의 독특한 발음, 숨을 몰아쉬며 입술을 동그랗게 말아 내는 음성과 숨을 한 번에 내쉬면서 내리는 삐걱거리는 소리, 물 속에 빠져 죽어가는 쥐의 비명소리와 같던 소리가 몇 번이고 반복되었죠. 그들은 더 이상 서로의 말조차 들을 수 없었어요. 그들은 더 이상 자신의 말조차 들을 수 없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학대받는 짐승의 울음처럼 그들의 가슴을 찢어발겼고 그들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었죠.

그들은 그녀에게 감염되고 말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그들은 처음으로 낯선 언어를 들었던 것이고 훔쳐낼 수 없는 음성에 노출되었던 것이었어요. 그들은 그녀와 같은 입술모양으로 찍찍거리는 주민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잠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산산조각나는 것만 같은 고통에 휩싸였죠.

소녀는 점점 시퍼렇게 변해가는 안색으로, 전율하듯 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 그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뒷걸음질쳤지만, 그들은 그녀를 놓아줄 수 없었어요. 그들은 그녀를 알고 싶지 않았고 동시에 알아야만 할 것 같은 강박감에 시달렸어요. 그들은 그녀의 언어를 모르는 채로 그녀를 놓아줄 수 없었어요. 그러나 난생 처음 듣는, 마치 아름다운 사막의 밤, 그 부드럽고 신비로운 피부의 틈에서 새어나오는 바퀴벌레들의 울음소리처럼 징그럽고 추악한 그녀의 언어를 그들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죠. 그들은 그녀를 사로잡은 채, 그러나 감히 그녀의 무시무시한 입술 근처는 더 이상 만질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그녀의 끔찍한 언어를 홀린 듯 바라보고만 있었어요. 그들은 그녀의 비명소리가, 아마 공포에 질려 더듬더듬 흘러나오는 묘한 언어보다도 훨씬 절망적이고 날카로울 그녀의 단말마가 너무나 무서워서 감히 그녀를 해칠 엄두조차 내지 못했죠.

그녀는 마침내 흐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녀의 울음소리는 그들이 익히 아는 사람들의 울음소리와 같았어요. 소년병은 용기를 내어 그녀의 눈물을 핥아 보았어요. 그녀는 몸서리를 치며 비명을 질렀지만, 그녀의 비명소리마저도 그들이 알고 있는 이들의 비명소리와 같았죠. 그들은 순간 배신감에 휩싸였어요. 그들은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소변을 흘리는 그녀를 붙들고 차례차례 그녀의 눈을, 짭조름한 소금기가 느껴지는 그녀의 부드러운 눈을 핥아 보았죠. 그녀는 분명히 살아있었어요. 그녀는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비명을 질렀고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흐느꼈어요. 그녀의 공포와 불안, 서러움은 분명히 그들에게 익숙한 것이었어요. 그런데도 그녀는 그들과는 다른 언어로 그들을 기만했던 것이라고, 그들은 생각했어요. 침묵 속에서 밤이 다가올 때까지 그녀는 익숙한 울음만을 흐느끼며 그들의 품에 안겨 있었지요.

그들은 마치 폭소를 터뜨리는 듯 다급하고 숨찬 언어로 그들에게 저주를 퍼붓는, 혹은 자비를 호소하는, 혹은 그들을 배웅하는 그녀의 음성을 들으며 벌거벗은 그녀를 붉은 흙 위에 남겨둔 채 숲 속으로 들어갔죠.

붉은 숲 속에서 잠을 청하면서도 그들은 계속해서 기묘한 언어로 밀어를 속닥거리는 소녀의 입술 형태를, 낯선 형태로 벌어지고 모아지는 입술의 모양을 떠올렸죠. 소년병은 결국 뜬 눈으로 어둠을 지켜보는, 마치 산 채로 박제된 짐승이 육체로부터 떨어져나간 제 눈을, 더 이상은 관찰할 수 없는 눈의 유리체가 썩어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다고 믿는 것처럼 허공에 투영된 제 썩어가는 유령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은 군인들을 그대로 내버려 둔 채로 붉은 숲을 빠져나갔어요. 그는 수도원에서 남몰래 빠져나가 농원의 소녀에게 몰래 숨겨온 포도주를 건네고 그녀의 입술에 묻은 달콤한 과일의 잔향을 핥아 음미하는 소년 수도승처럼 그녀의 기묘한 입술의 형태만을, 그 입술에서 흘러나오던 끔찍한 언어만을 계속해서 떠올리며 숲 밖을 걸어나갔어요. 하지만 그들이 지나온 곳 어디에도 그녀는 없었죠. 그녀가 몸을 떨며 눈물을 떨구던 붉은 흙마저도 희끄무레한 밤 바람에 피부가 벗겨져 실낱같은 흔적조차 남지 않은 채 적요할 뿐이었죠.

이 모든 비극은 당신이 제대로 개를 묻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거예요, 하고 너는 다그치듯이 선생에게 캐물었다.

선생은 고개를 저으며 너를 바라보았다.

달의 뒷면에 우리는 무엇이든지 묻을 수 있어요. 설령 그게 키운 적 없는 개라고 할지라도. 만약 소년이 달의 뒷면에서 그녀를 찾으려 했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겠죠. 소년이 이해하지 못한 목소리는 여전히 그의 귓속에서 수천개의 알을 낳으며 드글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소년은 그녀를 잊기로 했어요. 그의 일생동안 머릿속에서 소곤거릴 그녀의 밀어를, 그녀의 입술 모양을 모두 잊기로 했어요. 숲 속으로 돌아간 소년은 군인들에게 고향의 모어로 말을 걸었고, 밤새도록 소녀의 기묘한 언어만을 들은 군인들은, 수천 겹으로 겹쳐진 거울상처럼 끊임없이 증폭되는 목소리를 들으며 그들이 형용하지 못하는 숫자만큼이나 불어난 언어를 견뎌내어야만 했던 군인들은 소년의 모어를 알아듣지 못했어요. 그들은 끔찍스러운 소리로 소곤거리는 소녀의 입술을 보았어요. 그들은 기나긴 꿈의 끝에 마침내 돌아온 그들의 소녀를 놓아주지 않았죠.

그들은 소년을 납치하여 고향 혹성으로 돌아갔어요. 코코펠리 혹성에서, 수천 개의 입술과 수억 개의 어휘들을, 더 이상은 무엇이 잡음이며 무엇이 모어인지 구분할 수 없는 붉은 혹성의 언어를 들었을 때, 그들은 마침내 미쳐버리고 말았어요. 코코펠리 여왕은 완벽한 화성 속에 던져진 자그마한 잡음 하나가 얼마나 사람을 망가뜨려놓을 수 있는지 알게 되었어요. 그녀는 그들이 속해 있는 은하의 모든 민중들에게 하나의 모어와 하나의 시간 개념을 전파할 것을 선포했지요. 그녀의 시간에 공존하는 누구도 치명적인 잡음에 시달려 죽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요. 하지만 그녀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언어의 단일화 정책은 쉽게 성사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외계 혹성의 주민들은 그들의 행성의 자전 시간, 밤과 낮의 주기와는 무관한 코코펠리의 시간은 우스울 정도로 쉽게 받아들였지만, 그들의 고질적인 언어 습관만은 변하지 않았죠. 그리고 코코펠리의 주민들은, 오래도록 서로만을 사랑하고 미워하며 먹고 죽여왔던 주민들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외계인들에게 쉽게 매료되었어요. 특히 그들의 이질적인 언어를 듣고 나면 코코펠리 주민들은 누구나 쉽게 사랑에 빠지고 그들을 갈망하며 그들을 살해하기를 원하게 되었죠. 그건 오랫동안 근친의 교배만을 통해 이어져온 폐쇄적인 혹성 환경 때문에 생긴 일종의 유전병 때문인지도 몰랐죠.

그들은 긴 역사 내내 들어온 모어보다도 단 한 순간 그들에게 스며들어온 외계의 언어에 쉽게 전염되었어요. 한 번 외계의 언어를 들은 코코펠리 혹성 주민들은 말을 더듬고 일상적인 어휘들을 쉽게 찾지 못하며, 아무런 뜻도 없는 말을 유창하게 횡설수설댈 뿐만 아니라 심하게는 실어증에 시달리며 입을 꾹 다물고, 그들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그러나 그들의 뇌리에서 도저히 떠나질 않는 외계의 잡음에 골몰해 있고는 했어요. 참다 못한 코코펠리 여왕이 외계의 주민들과의 결혼과 생식활동을 합법화할 때까지 이러한 병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죠. 결국 여왕은 코코펠리 주민들이 코코펠리 점령지에서 외계 주민들과 결혼식을 올리고 가정을 일구어 살아갈 수 있는 법을 만들었죠. 코코펠리 주민들은 역마살을 앓듯 서로 다른 언어권의 행성으로 찾아가 아이를 낳고 나서야, 코코펠리의 피를 이은 그 아이가 중얼거리는 기묘한 언어를 두 귀로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자신이 정복하지 못한 언어가 자신의 피가 흐르는 입술 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오랜 광증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은하 곳곳에서는 코코펠리의 피가 섞인 고아들이 떠돌게 되었죠. 한 번 정복한 언어를 코코펠리 주민들은 쉽게 잊을 수 있었어요. 그들은 마침내 잊을 수 있게 된 언어에 자청하여 사로잡힐 마음은 없었죠. 극소수의 코코펠리 주민들만이 외계에서의 삶에, 새로운 모어에 친밀감을 느끼고 그곳에서의 안정적인 삶을 계속 이어나갔지만 다른 코코펠리 주민들은 끊이지 않는 역마살에 휘둘리듯 계속해서 다른 언어를, 새로운 잡음을, 불가해한 비명을 찾아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낳았어요. 그들은 수십 개의 언어를 정복해나갔지만 결국 하나의 외국어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죠. 그들이 갈망하는 것은 다만 권태뿐인 것처럼 보일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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