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른(낚시꾼)

서글프게, 그러나 담담하게 일족은 자신들의 절멸에 동의하였다. 그들은 끔찍하게 긴 역사를 가지고 있었고 이제는 역사에 짓눌려 압사당할 지경이었다. 노인들은 가느다란 갈비뼈를 겨우 추스르며 가느랗게 헐떡이는 것이 고작이었고 젊은이들까지도 기형적으로 구부러진 등을 곧추세우지도 못한 채 절룩거리며 기어다니고는 했다. 그들은 더 이상 역사적인 존재 바깥의 세계를 상상할 여력조차 없었다.

쥐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몰락하고 있었다. 요제피네가 실종된 이후, 여가수의 불가해한 음률에 대한 공고한 사랑만으로 버텨오던 그들이 그녀를 부정하기에 이르게 된 지금, 쥐들에게 더 이상의 미래는 없는 것 같았다. 인간들, 그리고 숱한 짐승들은 그들의 절멸을 바라고 있었고 쥐들 자신조차도 그들의 길고 거친 박해 속에서 구태여 생존해야만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도 무거운 역사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불결하고 유해한 존재들인 그들이 살아남아야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삶은 즐겁지 않았고 역사는 행복하지도 자랑스럽지도 않았다. 그들은 더 이상 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들은 너무도 오래도록 살아 있었고 쥐들의 한결같은 역사는 곧 그들이 기억하고 운반해야 할 생명이었고 그 생명은 너무도 고약한 악취를 풍겼으므로, 그들은 더 이상 숨쉬고 싶지도 않았다. 가까이에서, 그들은 서로의 끔찍한 악취를 맡을 수 있었다. 살과 살이 맞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쥐들은 서로가 증오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그들은 너무도 서로를 닮았으니까, 기다란 주둥이, 하루라도 갉아내지 않으면 턱과 심장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앞니, 공격성으로 벼려진 첨단들, 배설물과 토사물, 피가 굳어서 더 검게 보이는 털, 무의미하게 움칠거리는 무수한 수염들, 그들은 추악한 몸을 견뎌낼 수 없었다.

그들은 더 이상 쥐이고 싶지 않았다. 같은 장소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동류의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미칠 지경이었다. 몰락해가는 노쇠한 생명의 냄새는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쥐들은 요제피네의 노래가 그리 특별하지도 고상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요제피네 역시 한 마리의 암컷 쥐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그녀는 일족을 책임지는 대신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제피네가 임신한 뒤 자살했으리라는 추측이 난무하였다. 그것은 절망적일 정도로 그럴듯한 추측이었다. 무대를 떠난 그녀, 쉰 소리로 조심스럽게 찍찍거리지 않는 그녀는 너무도 흔해 빠진 암컷 쥐에 불과하였고 암컷 쥐들은 언제나 임신해 있었으니까.

어둠 속에서, 골목길에서, 혹은 광장 한복판에서라도 노래하지 않는 그녀가 존경할 만한 여가수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수컷 쥐가 그녀를 겁간하였고 그녀는 이전의 느긋하고 신비로운 노래가 아닌 신경질적인, 흔해빠진 암컷 쥐의 비명을 찍찍거렸고 아무도 그녀의 비명을 알아차리지 못하였고 그녀의 주위를 지나가는 숱한 군중들은 오로지 길거리에 산재한, 강간당하는 암컷 쥐의 비명만을 들었을 뿐이고 그래서 아무도 그녀를 구할 수 없었고,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 버린 그녀가 군중을 떠나 자살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있을 법한 것이었다. 어째서 이전까지 그런 위험한 가능성을 떠올리지 못했는지 의아할 정도로.

요제피네의 신비가, 가녀린 희망의 울음이 실종되어버린 뒤, 쥐들의 끈질긴 생이 그녀를 질식시키고 겁탈하고 살해한 뒤, 그들이 그들 자신의 희망을 부수어버린 뒤, 쥐들은 끔찍한 유혹, 절멸에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모두가 쥐들의 죽음을 원하고 있었으니까. 너무도 오래도록 불결함을 실어나른 그들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기를 모두가 원하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그들 자신마저도.

이제는 갓 태어난 아이들마저도 터무니없이 늙어 있었다. 폐허에 파묻힌 잿빛의 검은 눈에는 어떠한 미래도 깃들어있지 않았다. 그들을 지속시켰던 역사를 배우는 것만으로, 아직 한 번도 산 적이 없는 과거를 익히는 것만으로 갓 태어난 생이 저물어갈 정도로, 그들은 노쇠하였다. 조상들에게서 익혀온 대로 도로의 그늘 곳곳을 쏘다니는 것, 죽은 자들의 시체를 파먹고 음식물 찌꺼기를 훔쳐먹는 것이 얼마나 비열한 일인지, 삶이 얼마나 비열하고 음침하며 서글픈 것인지 그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무지한 아이들의 대담한 순진성은 없었다. 증오와 경멸에 찬 짐승들의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죽을 듯 괴로웠다. 짐승들과의 협상을 위한 사절단들이 살해당하고, 거절당하고 경멸당한 쥐들이 무력감에 강으로 뛰어들고 난 뒤, 쥐들에게는 어떠한 희망도 없는 것 같았다. 짐승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의 사라짐뿐이었다.

쥐들은 천성적으로 더러웠고 병균들이 득실거리는 그들의 주둥이, 구더기와 벼룩들이 들끓는 그들의 몸을 버리지 않는 이상 그들은 영원히 환대받지 못할 것이었다. 그러나 쥐의 몸 없이 그들이 어떻게 쥐일 수 있겠는가? 몸을 버리고, 그들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겠는가?

사내가 인간들의 뜻을 전해 주었을 때, 인간들 모두가 그들의 죽음을 바라고 있다고 그들이 쥐들을 돌이킬 수 없이 증오하고 있다고 말했을 때, 쥐들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신비를 잃은 삶으로 넘쳐나는 역겨운 가죽 주머니 속에서 그들이 꺼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쥐들은 날카롭게 찍찍거렸고 그것이 전부였다.

언젠가 그들이 사랑했던 여가수가 들려주었던 신비로운, 구원에 대한 암시로 가득했던 속삭임을 그들은 더 이상 기억할 수 없었다. 그들은 결국 쥐였고 쥐가 아닌 다른 것일 수 없었다. 그들은 쥐로 태어났고 쥐로 살아왔으니까, 너무도 긴 세월 동안, 그들이 경험한 적도 없는 역사 내내 그들은 쥐들이었으니까.

쥐들은 생에 대한 고착 이외에는 어떠한 의미도 없다는 것이 이미 밝혀지고 증명되고 확증된 표류를 그만두고 싶었다. 더욱이 누구도 그들의 유익성을 역설해주지 않는 상황에선,

아무도 원하지 않는 더러운 몸을 그들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물결처럼 흐늘거리는 허약한 호흡들 위에 당당히 선 채로 사내는 그들의 종말을 선언하였다. 그는 천사처럼 창백하고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늙은 쥐들에게는 다른 가능성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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