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젤과 그레텔 5

오빠는 버려진 놀이터의 꿈에 대해서 재잘거렸어요. 난 수십 번도 더 들은 이야기였죠. 얘기의 골자는 이래요. 붉은 시소가 여섯 쌍 연결되어 있는 놀이기구에 아이들이 하나씩 올라타요. 오빠는 숲의 입구, 나무가 시작되고 나무가 번져나가는 그늘에 서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 애들은 언제나 오빠 또래의 아이들이에요. 오빠가 네 살 무렵일 때는 네 살 무렵이었고 여섯 살 무렵일 때는 여섯 살 무렵이었죠. 사실 오빠에게 애들 나이를 기민하게 알아차리는 능력은 없지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채 알게 되는 꿈 속에서의 독특한 메커니즘으로 오빠는 그 애들이 오빠와 같은 나이라는 것을 알아요.

붉은 시소 여섯 쌍 중 한 자리가 비었기 때문에 다섯 명의 아이들은 시소에 올라타지 못해요.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는 시소에서 한 자리라도 비게 되면 중심이 맞지 않을 테니 짝이 맞지 않는 아무도 올라탈 수 없는 거예요.

다섯 명의 아이들이 같은 시소에 올라타 놀 수는 없었어요. 비어버린 하나의 숫자, 하나의 자리는 꼭 오빠를 위해 예견된 것처럼 보이죠. 오빠는 한 번도 내가 아닌 다른 아이들과 놀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숲 근처 마을, 우리 마을 같은 시골에는 애들이 거의 없죠. 엄마아빠가 오빠를 낳았을 때 또 나를 낳았을 때 목수들은 비명을 질렀고 여자들은 흐느꼈어요. 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를 낳는 사람은 없었으니까-미친 듯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조심스럽게 감싸쥐고 숲 바깥으로 걸어나가요. 햇빛에 달구어진 아이들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아요. 기다란 타원형의 얼굴들은 아이보리빛 달걀처럼 보여요.

그때 오빠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고 느껴요.

눈이 보이진 않지만 눈이 마주쳤어, 하고 오빠는 확신해요. 새빨간 티셔츠를 입은 아이 하나가 오빠를 향해 달려와요. 다른 네 명의 아이들은 아직도 텅 빈 시소를 보며 수군거리고 있어요. 그 애들이 하는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지만, 적어도 아이 한 명이 오빠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어요.

가까이서 본 아이는 완전한 타원형의 달걀과 같은 얼굴, 눈도 코도 입술의 흔적도 하나의 틈도 없이 완벽하게 둥글고 완벽하게 매끄럽고 완벽하게 닫힌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오빠는 불길함을 느끼지만 놀라지는 않아요. 오빠는 이미 그의 꿈에 예정된 시작과 끝에 대해 알고 있으니까. 꿈을 꾸는 순간에는 명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오빠는 아주 어릴 적부터 매일같이 그 꿈만을, 꿈을 꾸며 잠드는 모든 날에는 그 꿈만을 꾸었으니까. 하지만 오빠는 그 꿈을 악몽이라고 부른 적이 없어요. 치명적인 불길함과 허탈함, 소외감 속에서도 오빠는 꿈은 언제나 낫다고 말했어요. 무엇보다 나은지는 말해주지 않았죠. 그때 내가 느끼기로는 삶보다, 혹은 현실보다 같은 말을 덧붙이고 싶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차마 삶은 꿈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었겠죠. 게다가 말하는 중에 오빠 자신도 무엇이 무엇보다 낫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걸 깨닫고 만 거겠죠. 모든 미결된 문장이 그러하듯 오빠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그 아이는 입술도 없이 오빠에게 인사를 건네고 사정을 설명해요. 오빠가 이미 짐작했고 잘 아는 사정을, 사실 설명할 필요도 없는 사정을. 오빠는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설명을 들어요.

저기, 우리는 다섯 명인데 시소 자리는 여섯 개라서. 이해해? 우린 아무도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할 사람을 한 명도 선택할 수 없어. 다섯 명을 적절하게 분배하려고 해보지 않은 건 아니야. 꼭 여섯 명이 다 채워져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두 명 세 명, 세 명 두 명, 한 명 두 명 두 명, 한 명 네 명, 어떻게 나눠도 짝이 맞지 않아. 가령 두 명이 먼저 시소에 타서 놀고 그 다음에는 세 명이 탄다고 생각해 봐. 두 명이 놀 때까지는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 하지만 세 명의 시간이 돌아오는 순간 정확하게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거야. 우린 어쩔 수 없이 세 명을 두 명 한 명으로 나눠야겠지. 두 명이 시소를 타는 동안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야. 하지만 한 명이 남는다면? 그럼 우리는 이미 시소를 타고 논 다섯 명 중에서 한 명 혹은 세 명 혹은 다섯 명 전부를 스스로 선택해야 할 텐데 그러면 한 명은 영원히 한 번만 시소를 타고 나머지 누군가는 한 번 더 시소를 타야 하겠지 이런 과정이 두 번 세 번 네 번 반복되다 보면 모두가 똑같은 수만큼 시소를 타게 될지도 모르지만 우리에겐 종이도 펜도 없고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만한 암산 능력도 없어, 그 애는 이렇게 말했다고 했어요.

난 이런 꿈을 여러 번 꿔 봤어. 하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지. 한 명 네 명 네 명 한 명 두 명 세 명 세 명 두 명 어떻게 나눠도 마찬가지였어 우리는 절망했고 정확히 짝을 맞추기 전에는 이 꿈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 난 이제 다른 꿈을 꾸고 싶어. 다른 애들도 다 마찬가질 거야. 이 공터, 이 시소, 한결같은 붉은 빛, 난 지긋지긋해, 솔직히 시소를 타고 싶은 것도 아니야. 저 애들도 지긋지긋하고 이 공간도 이 시간도 지긋지긋해. 하지만 난 다른 누구보다도 저 애들을 많이 봤고 저 애들도 마찬가지겠지.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너도 나에 대해 더 알 필요는 없을 거야. 네게 부탁하고 싶은 건 하나뿐이니까. 하고 말했을 때, 오빠는 당장이라도 달걀 머리의 소년과 함께-소년의 목소리는 여자아이처럼 가늘고 높았지만 오빠는 그 애가 소년임을 알았다고 했어요-뛰어가 여섯 자리의 시소를 채워 꿈의 요건을 충족시킬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했죠.

하지만 소년은 오빠에게 문구용 커터칼을 건네며 말해요. 널 보는 순간 처음으로 뺄셈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 어째서 오빠의 존재가 덧셈이 아닌 뺄셈과 연결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빠는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오빠는 그 순간 처음으로-적어도 그 꿈의 내부에서는-뺄셈의 가능성을 자각해요.

소년은 오빠의 앞, 축축한 풀이 자란 부분에 눈부시게 하얀 무릎을 꿇고 앉아서 오빠를 올려다봐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나면 턱 안쪽의 부드러운 살을 그으라고 소년이 말 해주지 않았더라도 오빠는 정확하게 같은 곳을 그었을 거라고 말했어요.

오빠는 소년의 턱 안쪽 깊은 곳, 턱과 목이 연결되는 연약한 부위를 커터칼로 그어요. 오빠는 그리 힘이 세지는 않지만 소년의 목이 잘리는 광경을, 그의 손에 의해 소년의 목이 충분히 죽을 수 있을 정도로 손상되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고 했어요. 그 정도로 소년의 목 안쪽 깊은 곳은 여려 보였다고.

다음 순간 소년은 쓰러져 있고 그의 목에서는 눈처럼 새하얀 피가 흘러나와요. 오빠는 소년의 가슴에 손을 대 봐요. 심장이 뛰는 소리가 선연하게 느껴지고 오빠는 소년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죠. 오빠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소년을 살리기 위해 넷이 되어 버린 다섯을 다시 다섯으로 돌리기 위해 아이들을 향해 뛰어가요.

아이들은 죽어가는 소년처럼 달걀과도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보이지 않는 눈들이 오빠를 돌아보는 걸 느껴요. 오빠는 넷이 다시 다섯이 되었음을 깨달아요.

그들 다섯은 다시 여섯 자리가 남은 시소에 다섯을 적절히 배치하는 방법을 궁리해요. 오빠는 뺄셈의 가능성을 떠올리지 못하고 다른 네 명도 마찬가지예요. 오빠는 숲의 초입에 쓰러진 소년의 존재를 잊고 나머지 넷도 마찬가지예요. 그들은 끝내 다섯이고 처음부터 영원히 다섯이었다고 생각해요. 오빠는 결국 그 기묘한 모양의 시소를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죠.

여자는 오빠의 꿈 이야기가 대단히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되는 양 큰 소리로 웃으며 이야기를 들었어요. 난 무엇이 그렇게 웃긴지 알지 못하면서도 여자를 따라 웃었죠. 오빠도 그녀를 따라 웃었어요.

난 이전에는 한 번도 오빠의 꿈이 웃기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오히려 음침하고 불길한 상상이라고만 여겼지만, 여자가 웃으니까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인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곳에 오고 난 뒤부터는 그 꿈을 꾸지 않아요. 아니 다른 어떤 꿈도 꾸지 않죠, 하고 오빠가 말했어요.

오빠는 꿈속에 두고 온 네 명의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고 했고, 난 오빠에게 넷이 아니라 다섯이라고 고쳐 주었으며, 여자는 오빠와 나에게 다섯이 아니라 여섯이라고 고쳐 주었죠.

우린 그제야 시소 근처에서 시소에 대해 생각하던 아이들이 넷도 다섯도 아닌 여섯이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여섯이었다면 왜 우린 시소에 타지 못했을까? 여섯 자리가 남았었는데 정확히 여섯이었는데 우린 뭘 고민하고 있었던 걸까, 하고 오빠가 물었을 때 난 아무런 대답도 해줄 수 없었죠. 그래, 여섯이었는데. 넷도 다섯도 아닌 여섯이었는데, 우린 뭐가 남고 남지 않는다고 고민했던 거지?

끝이 시작되었을 때, 그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절망적으로 알아차렸을 때, 난 아무런 꿈도 꿀 수 없었어요, 선생님, 하고 여자가 불현듯 말했다.

그때는 오빠와 여자의 악몽에 대해서 생각했죠. 난 오랫동안 불면하면서 잠을 두려워했는데 그래도 자고 있는 동안에 꿈을 꾸는 동안에 죽어간다고 생각한 뒤부터는 마음이 편해져서 더 수월하게 잠들 수 있었어요.

아직도 꿈 속에서 오빠를 봐요. 오빠는 다섯 명의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난 그 이야기를 이미 질릴 정도로 잘 알고 있는 그 이야기를 다시 듣죠. 그러면서도 우리는 다섯이 아니라 여섯이었다는 생각을 떠올리지 못해요. 우린 언제나 중요한 건 그렇지 못한 것보다 쉽게 잊었으니까.

여자가 과자 집에 처음 들어왔을 때, 하고 여자는 말을 이었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살아 있는 것은 아무도.

일상적인 죽음만이 비좁은 집안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고 했어요. 죽은 나무로 만든 테이블과 팔뚝만 한 연필, 나무로 만든 시계들, 시계들, 그리고 시계들 여자가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 시계들은 절망적으로 많았다고 했어요. 게다가 모두 같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고 했죠.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었다고 했어요. 열두 개 아니 열다섯 개 아니 이백 개 아니 서른다섯 개나 되는 시계들이 전부 같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고 하면 누가 믿어줄 수 있겠어요?

여자는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시계들이 가리키는 정신나간 기적을 해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어요. 무엇보다도 일제히 겹쳐져 증폭되는 초침소리를 견디기 어려웠던 거겠죠. 귀신들이 가장 잘 모사하는 소리가 시계 소리라는 말을 떠올린 이후부터는 더 버티기 힘들었다고 했어요.

다른 모든 집과 마찬가지로 이 독특한 과자집 안에도 세공된 죽음들이 널려 있었으니 여자는 초침소리와 귀신들의 소리를 구분할 수 없었다고 했어요. 시계를 정확히 같은 시간, 초까지 똑같은 시간으로 겹쳐놓은 것도 귀신의 장난인 것 같다고 했어요. 귀신은 세계에 물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을, 그 정의상 그렇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미친 듯이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어요. 열두 개 아니 열다섯 개 아니 이백 개 아니 마흔 개 아니 서른다섯 개의 시계를 한 번에 다 해체하는 작업은 불가능했다고 여자는 말했죠.

그녀는 시계의 시침이 열네 번을 회전할 때까지 고투하고 나서야 겨우 시계 하나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었다고 말했어요. 다른 시계가 이 분을 지날 때마다 시계의 시간을 일 분씩 앞당기는 일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해서 결국 시계가 다른 시계와 정확하게 같은 시간을 가리킬 때까지 여자는 시계를 조작했다고 말했어요. 시계가 하루와 하루를 완전히 혼동하게 되어버렸을 때, 더는 같은 날짜의 같은 시간을 알리는 장치로 기능할 수 없게 되어버렸을 때, 망가진 시계는 더는 돌이킬 수도 구분할 수도 없는 전혀 다른 시간의 차원을 가리키게 되었고 그제야 여자는 그 시계를 완전히 파괴해버릴 수 있었다고 했어요.

어떤 식으로 불구가 되어버린 시계를 완전히 없애버렸는지에 대해서 여자는 설명해주지 않았어요. 여자는 처음 그 집에 들어선 이후로 한 번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그녀가 매일 낳은 알만을 먹고 살아왔다고 설명했으니 아마 그녀가 모든 부질없는 것을, 그리고 가장 유용하고 치명적인 것들을 불태워버리는 화덕에 넣고 재와 연기로 바꾸어버린 것이겠죠. 그런 식으로 여자는 서른다섯 개의 시계를 전부 해체했다고 말했어요.

먹지 않고 남긴 알이 부화하여 새가 된 알이 먹지 않고 남긴 새가 서른다섯 개가 넘어갈 때까지. 시계를 모두 끝장내버린 뒤에도 째깍째깍 소리가 들려왔을 때는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어, 하고 여자가 말했어요.

난 그리 겁이 많은 성격이 아닌데도 새벽 내내 암탉들 사이에 뒤섞여서 알을 낳는 동안에도 귀신을 두려워해 본 적은 없는데도 그때는 무언가 불길한, 끔찍한, 혐오스러운 엷은 막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 째깍째깍 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이 파손된 시계들의 원혼인지 시계들을 흉내내던 귀신들의 항상적인 울음인지 짐작할 수가 없었지만 마지막 시계를 끝장낸 뒤에도 째깍째깍 소리가 들린다는 사실은 내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지. 마침내 째깍째깍 소리의 근원을 발견했을 때 난 곧장 안심했지만 더 큰 두려움에 휩싸였어.

내 새들, 내 아이들, 내가 범한 죄악들이 째깍째깍 거리면서 울고 있었던 거야. 가느랗고 깊다란 틈에서 째깍째깍 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오는 걸 분명히 보았어. 어린 애들은 가장 치명적이고 불온한 자극을 순식간에 흡수하고 모방하니까 그 애들이 째깍째깍하고 우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겠지. 하지만 그땐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어. 다른 누구도 아니라 내 애들, 내가 낳은 애들, 내가 낳은 알에서 깨어난 새들이 째깍째깍하고 운다는 걸, 째깍째깍하는 울음소리는 마치 나를 비난하고 원망하는 비명처럼 들렸어. 내가 그 애들을 낳은 걸, 그 애들에게 이 비좁은 피난처 이외에는 아무것도 줄 수 없는 걸, 하지만 내가 뭘 할 수 있었겠어?

나라고 해서 알을 낳고 싶었던 건 아니야 난 내가 낳은 알을 내가 낳은 알에서 나온 새를 먹고 살아남았지만 그렇게 해서 살아남고 싶었던 건 아니야. 알을 낳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낳지 않았다면, 난 아무것도 먹지 않았을 테고, 서른다섯 개의 시계를 끝장내기 전에 죽을 수 있었을 테지. 시간의 힘을, 시간의 광증을 가시화하는 부리들, 활짝 벌어진 틈과 정교한 리듬으로 울렁거리는 작은 배, 난 귀를 막아도 그 애들이 째깍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

귀에 연필심을 쑤셔넣고 고막을 찢어내면 더 이상 미칠듯한 째깍소리를 듣지 않아도 될까 생각해봤지만, 소용없으리라는 걸 깨닫고 그만뒀어. 그 애들은 온몸으로 형상으로 표상으로 째깍째깍하고 울고 있었으니까. 난 그 애들의 부풀고 수축하는 몸을 볼 때마다, 벌어진 부리를 볼 때마다, 째깍째깍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겠지. 두 눈을 모두 찔러 버리고 나면, 또 무엇으로 어떤 끔찍한 형태로 째깍째깍 소리를 듣게 될지 상상도 할 수 없었어.

서른다섯 마리, 어쩌면 더 많은 수의 째깍거리는 소리를 망가뜨리는 일은 시계를 해체하는 것만큼 어렵지는 않았어. 목을 부러뜨리고 화덕에 던져넣으면 내 아이는 순식간에 잘 구운 새 고기로 변했으니까.

너희도 알다시피 고기는 언제나 상태의 문제잖아. 가장 연약하고 사랑스러운 생물이라도 그럴만한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순식간에 고기가 될 수 있지. 우리는 모두 대식가는 아니었으니까 한 마리 작은 새의 고기를 전부 나누어 먹어도 충분했어. 그래. 새를 죽이는 일은 시계를 해체하는 작업보다 훨씬 간단하지. 문제는 새로 부화한 아이들이 아직 남아 있는 째깍소리를 듣고 또 째깍째깍하고 우는 방법을 배워나갔단 거야. 째깍거리는 소음은 무시무시한 전염병처럼 퍼져나갔어. 새들은 평생을 째깍거리며 울었던 것처럼 째깍거렸지.

이 집을, 째깍거림을, 생을 모조리 불질러버리고 싶은 충동이 치밀어 올랐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어. 난 죽음을 믿지 않았으니까.

얘들아, 난 이 마을의 사람들이 그렇듯 죽음을 사랑하고 죽음을 믿고 오로지 죽어가기 위해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음이 실제적인 것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어리석은 건 아니야. 경험적인 죽음, 실제적인 죽음은 불가능하지, 죽음은 거짓이고 미신이며 광적인 환각일 뿐이야. 그래도 우리는 신이 죽어버린 세계에서 여전히 하늘을 보고 기도를 올리듯 죽음을 향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거지,

그래도 모든 것을 불태우면 고통스러운 째깍거림이 끝날 거라고 믿을 정도로 순진한 건 아니었어. 얘들아, 그때 난 지금보다 훨씬 어렸지만 그래도 끝의 가능성을 진심으로 믿을 정도로 어리진 않았으니까, 하고 여자는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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