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젤과 그레텔 7

불을 끄기 전에 여자는 세헤라자데처럼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그녀는 세헤라자데처럼 현명하고 아름다웠지만 그 둘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세헤라자데는 죽음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이야기했고 그녀는 죽음을 조금이라도 서두르기 위해 이야기를 했다는 점일 거예요. 그녀는 다른 어떤 시간보다도 잠자는 시간, 그리고 잠들기 직전의 시간을 가장 좋아했는데 왜냐하면 잠드는 순간에도 계속해서 죽어간다는 사실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아무런 사유도 진정으로 날카롭고 잔혹한 날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믿는 채로 죽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견딜 수 없이 죽고 싶을 때에는 그녀는 손목과 목을 긋고 경동맥에서 피가 흘러나와 그녀의 코끝까지 차오르는 상상을 하다가 지쳐 잠이 든다고 했어요. 잠드는 동안 그녀는 아주 서서히 출혈하여 끔찍하리만큼 천천히 죽어간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아무리 늦더라도 조금씩은 삶을 소진해간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생각한다고 했어요. 그러면 단번에 죽어버리지 못했던 것을 조금 더 쉽게 견딜 수 있다고요.

남자는 소년을 사랑했어. 하고 여자는 말했죠.

우리가 밤이라고 믿는 시간이었어요. 그녀는 내 곁에 앉아서 새장 속에서 해골처럼 앙상한 얼굴에 불쑥 튀어나온 새하얀 눈을 반짝이며 우리를 건너다보는 헨젤을 마주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죠.

소년이 생일파티 도중에 집에서 뛰쳐나와 숲속을 헤매는 동안 남자가 소년에게 접근했지. 소년은 연분홍빛의 설탕 반죽으로 더러워진 얼굴로 남자를 바라봤어.

남자는 위험해 보였어.

그의 새까만 얼굴과 하얀 눈, 소년은 사내의 얼굴이 새까맸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눈이 너무도 희었기 때문에 그가 위험하다고 느꼈지. 사내는 소년에게 기회를 주듯 주춤거리며 아주 천천히 소년에게 다가갔어. 끔찍하게 느린 속도였지.

소년은 당장이라도 도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

도망치면, 그래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어리둥절하게 케이크를 들고 있는 가족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테지. 소년은 그의 얼굴을 뒤덮고 바닥으로 떨어진 케이크 조각들을 생각했어. 새끼손톱만 한 사랑스러운 개미들이 얼굴과 몸을 묻고 분홍빛 케이크를 할짝거리며 분홍빛으로 물든 채 작고 연약한 풍선 같은 몸으로 두둥실 떠올라 그의 삭막한 집안을 둥둥 떠다니고 있는 광경을 떠올렸어. 그의 생일은 끔찍하게 삭막했고 끔찍하게 조용했으니.

가족들, 그의 엄마와 아빠와 여동생은 흔하디 흔한 노래 한 마디 불러주지 않고 다짜고짜 그에게 촛불을 불어 끄라고 강요했지. 그가 어둠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년은 벌써 아흔 번 아니 백 번, 어쩌면 백스무 번도 더 어둠 속에서 울었음에도 불을 끄고, 거실불 뿐 아니라 주방과 안방, 화장실 불까지도 전부 끄고 소년에게 촛불을 끄라고 했던 거야. 촛불을 끄라고, 마지막 남은 불마저 전부 꺼 버리라고.

소년은 촛불을 세 보았어 하나 둘 셋 다섯 여섯 아홉 열두 개, 다시 세어 보았지만 하나 둘 셋 열둘, 그래 열두 개였지 소년은 믿을 수가 없었어.

촛불이 모두 몇 개예요?

열 개잖니, 아가. 큰 초 하나만 꽂을 수도 있었지만 그럼 너무 초라하니까 작은 초 열 개를 꽂았어. 마음에 드니? 내년부터는 큰 초 하나와 작은 초 하나를 꽂을 거야. 작은 초 열 개를 꽂는 건 올해가 마지막일 거야.

하지만 아니에요, 엄마. 열두 개인 걸.

무슨 소리야. 열 개인데, 하고 여동생은 낄낄거리면서 초를 하나 둘 셋 하고 세었어. 하나 둘 셋 넷 다섯 아홉 열, 열 개 맞잖아 바보야,

소년도 다시 세어 보았지 하나 둘 셋 넷다섯여섯일곱여덟열열둘 분명히 열두 개였어. 아무리 세어도 다시 세어도 거꾸로 세고 빼어서 세어도 열둘 열둘이 확실했어.

소년은 가족들이 모두 그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그것도 불까지 전부 끄고-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

불을 꺼 아가, 불을 꺼, 불을 꺼, 하는 소리를 참지 못하고 소년은 꺼지지 않은 촛불에 곧장 얼굴을 박아넣었어. 뭉그러진 케이크 조각이 바닥에 군데군데 떨어졌고 얼굴에는 그을음 자국과 함께 케이크 반죽이 묻어났지.

가족들은 깜짝 놀라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소년을 바라보았어. 볼 한쪽이 타들어가는 듯 아팠지만, 완전한 어둠에 대한 공포 때문에 소년은 아픔도 제대로 느낄 수 없었어. 하지만 솔직히 말해 완전한 어둠은 아니었지. 어딘가에서 희멀건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고, 케이크의 어렴풋한 잔상과 가족들의 벌어진 입속은 훤히 들여다보였으니까.

소년은 아무도 지르지 않은 비명소리를 들었어.

소년은 곧장 집 밖으로 뛰쳐나왔고 이곳 버려진 숲까지 들어온 거였지. 어린 소년들을, 특히 새벽에 홀로 신문배달을 하는 소년들을 납치하는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년도 들어본 적이 있었어. 부모님은 소년과 여동생이 홀로 집 밖에 나갈까봐 두려워서 헨젤과 그레텔의 이야기를 들려줬지.

여자는 싱긋 웃으며 우리를 돌아보았어요.

그래. 헨젤과 그레텔 말이야. 검고 어두침침한 숲 속에서 마녀의 과자집에 홀려 겁도 없이 마녀의 집에 들어가서 죽을 뻔했던 애들의 얘기.

마녀는 헨젤과 그레텔을 화덕 속에 넣어 구워 먹었지. 처음 불이 타오르기 시작한 이후로 한 번도 불이 꺼진 적이 없는 마법 화덕이었어. 고약한 마녀는 과자를 구워 주겠다고 가엾은 그레텔을 속여넘겼어. 화덕 속의 반죽을 꺼내주라고 한 뒤, 순진한 그레텔이 활짝 열린 화덕 속에 고개를 들이민 순간 그레텔을 활활 타오르는 불 속에 밀어넣어버린 거야.

그레텔이 비명을 지르고 흐느끼는 동안에도 마녀는 울지 않았어.

여동생의 비명소리를 듣고 놀라 달려온 헨젤에게 마녀는 그레텔이 화덕 깊은 곳에 빠졌는데 어쩌면 좋으냐고, 화덕 안쪽 깊은 곳에 들어가서 그레텔을 구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소리쳤지.

용맹하고 아둔한 헨젤은 주저없이 그레텔이 불타고 있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불타버린 화덕 안쪽으로 걸어들어갔고, 마녀는 화덕의 문을 잠갔지.

살려달라는 비명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마녀는 울지 않았어.

소년과 여동생은 헨젤과 그레텔의 끔찍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화덕의 안쪽에서 신비롭게 불타고 있는 거대하고 강렬한 태양에 대해 생각했어.

나라면 화덕 안쪽에 들어가는 방법을 모르겠다고 마녀를 속여서 마녀를 밀어넣고 마녀가 가지고 있던 금은보화를 전부 훔쳐서 달아났을 거예요. 하고 여동생이 말했을 때, 소년은 나라면 마녀를 훔쳐서 달아났을 거야, 하고 말했고 여동생은 다시, 그럼 난 화덕을 훔쳐 와야지, 하고 말했으며 부모는 그럴 수는 없다고, 마녀는 아주 악독하고 사악하며 비열하고 치사한 음모꾼이라서 너희같이 순수한 아이들의 꾀에는 결코 넘어가지 않는다고 말했어.

하지만 오빠가 비명을 지르면 마녀도 넘어가고 말걸, 오빠만큼 지독하고 끔찍하고 끈질기게 비명을 지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고 여동생은 소년의 귓가에 입술을 붙인 채로 이죽거렸고 소년은 여동생이 화덕 속에 빠져 비명을 질러도 결코 구해주지 않겠다고, 오직 화덕 바깥에서 소년을 매혹적인 목소리로 부르는 마녀만을 데리고 도망치겠다고 결심했지.

소년은 침대보를 코끝까지 올린 채 엄마를 올려다보며 비밀스럽게 제 결심에 대해서 이야기했어.

엄마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아니야, 우리 착하고 용맹한 헨젤은 여동생과 마녀와 화덕과 금은보화를 전부 구해서 탈출할 수 있을 거란다. 하고 속삭였어.

여자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여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던 우리에게 이야기했어요.

소년은 사내가 자신을 납치하여 소년이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끔찍한 화덕 속에, 마법처럼 타오르는 신비로운 불조차 없는 어둡고 축축한 화덕 속에 밀어넣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아무런 해도 없는 사람일 수도 있었지만 숲 속에서 만난 검은 남자, 더욱이 눈이 그토록 흰 남자가 위험하지 않은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어.

소년은 당장 달아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바닥에 엎어진 케이크조각들, 가족들의 활짝 벌어진 입과 침묵하는 비명들 비명하는 침묵들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개미들의 여린 피막, 둥실둥실 떠가면서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는 살이 터지고, 오빠는 끔찍하고 끈질긴 비명을 지르니까, 소년은 비명을 지를 것이고 톱날이 윙윙거리며 돌아가는 소리, 세상이 제 살을 날카로운 면도날로 파헤치며 신음하는 소리, 악마들의 웃음소리,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 모두가 소리를 지르고 있어. 하지만 가족들은 아무도 소리를 지른 적이 없어.

아무도. 아무도 소리를 지르지 않았어.

그렇지만 개미들의 배가 터지는 소리 치과의사가 멀쩡한 이를 윙윙거리는 톱날로 절단내는 소리 비행기가 떨어지고 수천 개의 얇은 칼날들이 비처럼 쏟아져내리는 소리 하지만 아무도 소리지르지 않았어 얘야 오빠 또 왜 그러는데 아무도 너를 해치지 못할 거란다

하지만 모두가 모두를 해치고 있는데요.

이미 바닥에 엎어진 케이크조각들 시꺼먼 열기가 우글거리는 오른쪽 볼과 칼날이 허공을 물어뜯는 소리

소년은 다시 침묵하는 끔찍한 비명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남자는 아주 천천히 언제라도 소년이 도망갈 수 있도록 천천히 소년에게 도망을 종용하는 듯 천천히 소년에게 다가왔고, 소년은 꼼짝없이 사내를 올려다보고 있었지만, 이 시간이 한없이 길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

나를 납치할 거예요? 하고 소년이 물었을 때 남자는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고개를 젓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끄덕였어.

다른 곳으로 데려다줘요, 하고 말하면서도 소년은 남자를 믿지 않았어.

얼굴이 검고 두 눈이 흰 남자, 그토록 흰 눈을 가진 남자는 다른 곳, 마녀의 과자집도, 얼음처럼 차갑고 단단한 불이 한 순간도 사그라든 적 없이 타오르는 마법 화덕도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지. 하지만 사내가 을 보여줄 수는 있다고 생각했어.

사내는 소년이 보는 앞에서 제 양손을 수갑으로 결박하고 목에는 가죽 목줄을 달았지. 소년의 손에 가죽 목줄의 끈을 쥐어 주었을 때 소년은 사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수 있었어. 윙윙거리는 끔찍한 톱날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개들이 더러운 피가 엉겨붙은 이빨로 구름을 찢어발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구름의 팽창한 피부가 터지는 소리가 비들이 낙사하는 소리가 오천사백구십구 개의 물방울들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사내는 소년보다 앞서려고 하지 않았어. 그는 소년이 사내보다 앞서기를, 그래서 소년이 쥔 사내의 목줄이 팽팽하게 펴지기를 바라는 것 같았지. 소년은 사내가 바라는 대로 사내를 움켜쥔 목줄이 팽팽해질 때까지 앞서 걸었어. 하지만 소년이 가야할 방향을, 사내를 이끌고 가야 할 방향을 지시하는 건 사내의 목소리였어. 소년은 사내가 어디에 당도하기 바라는지 정확히 알아맞힐 재주까지는 없었으니까. 소년은 사내를 끌고 가고 있었지만 사실 소년에게 목줄을 쥐어준 것은 사내였고 끌고가고 있는 사람, 사내와 소년을 모두 끌고가고 있는 사람은 결국 사내였어.

사내를 끌고가는 소년이 사내에게 끌려가는 괴상한 행렬이 도달한 곳은 숲 한가운데 다른 나무보다 유독 크고 굵직한 느티나무가 있는 곳이었지. 느티나무 아래에는 보기만 해도 끔찍한 연장들이 놓여 있었어. 벌목꾼들이나 쓸법한 거대한 전기톱과 굵직한 공업용 밧줄, 날카로운 은빛을 번득이는 공구들이 들어 있는 공구 상자는 활짝 벌어진 채 제 위협적인 내부를 드러내고 있었지.

사내는 몰락한 공장의 유산과도 같은 위협적인 쓰레기 옆에 다리를 뻗고 앉았어. 소년은 아직까지 사내의 목줄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사내의 앞에 멀거니 서서 그를 내려다볼 수밖에 없었지.

사내는 소년에게 매듭 묶는 방법을 아느냐고 물었어.

소년은 고개를 저었어.

사내는 천천히 묶어도 된다고,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고 말했어.

소년은 고개를 저었어.

사내는 수갑에 결박된 손으로 서툴게 매듭을 묶었어. 소년에게 따라해보라고 말하면서.

소년은 사내의 요구에 따라 사내의 목줄을 내려놓고 줄 반대편을 묶었지. 손이 덜덜 떨리는 바람에 몇 번이나 줄 끝을 놓쳤고, 땀에 젖은 손가락 사이로 줄이 흘러내렸고, 거친 줄이 손 사이를 파고들며 생채기를 냈지만, 사내는 끔찍한 인내심으로 소년을 기다렸어.

마침내 소년이 매듭을 다 묶고 났을 때, 소년은 생애 최초로 생산해낸 구멍을 완전히 매혹당한 얼굴로 쳐다보았지.

사내는 소년에게서 올가미를 받아들어서 자기 목에 걸고 반대쪽 줄을 굵다란 나뭇가지에 걸어 묶었어. 축축한 내장처럼 울퉁불퉁하게 올라온 땅 위의 나무뿌리 위에 올라선 사내는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았어. 마치 죽음 위에 위태롭게 서서 묘기를 부리는 곡예사처럼.

소년은 사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어.

소년은 사내를 지켜보았지. 아무런 말도 없이, 사내를 위로하지도 말리지도 않고, 비난하지도 않고,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 사내를 바라보았어.

사내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어.

아빠가 호수로 갔을 때 엄마는 아빠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었어. 정확하게 알고 있었지. 하고 사내는 말했어.

침대가 비어있는 걸 엄마가 알아차렸고, 엄마가 사라졌을 때 침대가 비어있는 것을 나도 알아차렸지만, 나는 사라질 수 없었어.

엄마가 아빠를 따라 호수로 갔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어. 아무것도 보지 못했지만 모든 것을 볼 수 있었어. 아빠가 얼음을 깨고 물 속으로 가라앉은 바로 그 자리로 엄마는 옷을 벗고 들어갔어. 가라앉는 아빠와 눈을 마주쳤을 때, 엄마는 침대 위에 홀로 남은 나를, 홀로 사라질 수 없었던 나를 생각하지 않았어. 엄마는 가라앉았고 아빠는 발버둥을 쳤지만 엄마는 발버둥을 치지 않았지. 아빠는 물 위로 떠오르고 있었지만 엄마는 물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어.

엄마를 보는 순간, 저를 데리러 온 삶의 눈부신 나신을 보는 순간 아빠는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빠를 보는 순간, 아빠의 새까만 옷과 새까만 피부 그리고 눈부시게 흰 눈을 보는 순간 엄마는 죽어야겠다고 생각했지.

난 엄마와 아빠가 사라져가는 것을 침대 위에서 눈을 감고 기다렸고, 악몽이 사라지기를 무력하게 기다리듯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렸고, 엄마가 가라앉는 동안 아빠는 떠올랐고, 아빠가 떠오르는 동안 엄마는 가라앉았지만, 결국에는 모두 사라져버리고 말았지.

침대 위는 영영 비어 있었고 난 내 빈 자리를 끔찍한 공포에 젖은 채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 하지만 난 사라질 수 없었어. 고아가 된 순간 난 곧장 그들을 따라 호숫가로 달려가야 했어. 신경질적으로 얼어버린 호수가 익사를 희망하는 모든 자살 예비자들의 진입을 가로막기 이전에 그들을 찾아서 바로 그 밤에 엄마를 따라, 아니면 아빠를 따라 호수로 갔어야 했어. 하지만 호수는 얼어버렸고 난 사라질 수 없었지. 익사가 아닌 다른 방법을 상상하는 건 절망적으로 어려웠어. 내가 아는 사람들은, 우리 집안의 모든 자살자들은 호수에, 아니면 강에, 아니면 바다에 빠져 익사했으니까. 익사가 아닌 다른 방법은 생각할 수도 없었어.

난 아주 어릴 적부터 내가 물에 빠져 죽으리라고 믿고 있었어. 다른 죽음에 대해서는 정말 상상도 해본 적이 없어. 그런데 물은 모두 얼어버렸고, 몇 날 며칠을 파헤쳐도 물의 부드러운 내부는 보이지 않았고, 어쩌면 호수의 밑바닥까지 가라앉은 채 떠오르지 못한 자살자들의 사라짐까지도 모조리 꽁꽁 얼어버린 건 아닌지 궁금해질 지경이 되었을 때, 난 호수를 포기하고 돌아서는 자살 미수자들의 굽은 등의 행렬을 무력하게 지켜봤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악몽을 꾸듯 악몽을 견디듯 그렇게 무력하게 지켜보고 나서야 나도 익사는 불가능하다는 것, 이런 세상에서는, 이런 날씨에는 익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

물에 빠져 죽은 엄마와 아빠는 한 번도 내 악몽에 나타난 적이 없어. 난 엄마의 얼굴을, 아빠의 목소리를, 그들의 말투를, 포옹을 전부 잊었지. 죽어가는 순간에, 가라앉고 떠오르며 익사하는 순간에, 호수와 함께 얼어가는 순간에 엄마와 아빠도 나를 잊었을 거야. 내 얼굴을, 목소리를, 말투를, 포옹을 전부 잊었겠지. 하지만 난 나를 전부 잊을 수는 없었어.

다른 죽음을 발명해내야 해. 삶을 발명해내는 예술가가 그러하듯, 진짜 예술가는 죽음을 발명해내기 마련이니까. 자신에게 적합한 최후를 설계하기.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보다도 익사보다 더 매혹적인 선택지는 없는 것 같았어. 불결하고 아름다운 수초들에 목과 발과 허리가 모두 감겨 물 속으로 이끌려들어가는 오필리어의 형상만큼 날 매혹시킨 건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어떤 어린시절은 물에 쉽게 현혹되고 어떤 어린시절은 불에 빠져들기 마련이라는데, 난 완전히 물에 빠질 운명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어.

엄마는 내가 물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마다 무언가 불길한 기분이 들었는지 날 물가에서 떨어뜨려놓고는 눈을 가렸지. 우린 호숫가로 산책을 가는 일도 별로 없었어. 하지만 집 밖을 나와 몰래 떠돌 때 난 항상 호숫가로 달려갔지.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었을 거야. 가령 인적 없이 어두운 숲속이나 텅 빈 학교, 아무도 없는 공원은 불가능한만큼 매력적인 장소니까.

그래도 난 항상 호숫가로 달려갔어. 엄마가 목을 맸을 때도 아빠가 가스불에 질식해 쓰러졌을 때도 난 호숫가로 달려갔어. 내 삶이 물로 진입하기 위한 투쟁이었다면 엄마와 아빠의 삶은 물에서 멀어지기 위한 발버둥이었어. 그들 각자의 조상 모두가 물에 빠져 죽었다는 것, 물에 빠져 죽은 후손들의 결합으로 한층 강한 물의 악취가 진동하게 되었다는 것을 엄마와 아빠 모두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러나 그들은 물 속에서의 죽음을 경멸했지. 물론 그들 역시 다른 모든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죽고 싶어 했어. 어린시절을 벗어난 이들에게 가장 먼저 들이닥치는 충동은 자살에 대한 욕망이니까. 하지만 그들은 물에 빠져 죽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던 거지. 그들의 엄마와 아빠, 엄마의 엄마와 아빠의 아빠와 엄마의 엄마의 엄마와 아빠의 아빠의 아빠가 그러했듯이 물에 빠져서 죽고 싶지는 않다고.

엄마는 발 없이 떠오른 호수의 시체가 엄마의 엄마였다고 말해줬어. 마을 사람들은 발이 잘렸기 때문에 그녀가 살해되었다고 믿었지만, 반대로 엄마는 발이 잘렸기 때문에 그녀가 자살했다고 믿었다고 했지. 엄마의 엄마는 항상 발을 견디기 어려워했으니까. 다른 모든 사람들이 수월하게 견디는 발, 누구나 달고 살아가는 그 발 말이야. 그녀는 발에 손을 대는 것도 끔찍하게 여겨서 발톱도 제대로 자르지 않고 살았다고 엄마는 말했어. 상처난 부위를 감싸는 붕대로 발을 몇 번이고 휘감아서 두 발로 걸을 수도 없었다고. 그녀는 발이 없어질 때를 예비하듯 멀쩡한 발을 두고 두 손으로 바닥을 짚어서 기어다니곤 했어, 하고 엄마는 말했어.

발이 없는 시체가 떠올랐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엄마는 놀라지 않았어. 엄마가, 그러니까 엄마의 엄마가 사라지던 날부터 엄마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그날과 마찬가지로 침대의 빈 자리를, 아빠의 사라짐을 보았을 때 엄마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직감한 거지.

마찬가지로 나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었어. 곧 두 구의 죽음이 떠오르리라는 것도. 하지만 엄마의 예상과 달리 내 예상은 터무니없이 틀린 것이었지. 시체는 한 구도 떠오르지 않았어. 엄마와 아빠의 뭉개진 얼굴을 난 다시는 볼 수 없었어. 호수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얼어버렸고 아무도 호수의 깊은 심부를 들여다볼 수 없었으니까. 거울 같은 끔찍한 고요가 내 부모의 관이라는 사실을 난 끝내 증명할 수 없었어.

나와 정확하게 같은 날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태어난 살인마가 있다는 걸 난 은밀하고 즐거운 비밀로 삼았어. 우리 집안에는 익사한 철학자도 익사한 교수도 익사한 사회학자도 익사한 작가도 익사한 음악가도 있었지만, 그 중에는 헤다야트도 있었지만, 얘야 믿어지니, 헤다야트도 우리 집안의 익사한 자살자라는 것이, 정확히 말하면 그는 익사하는 데에 실패한 자살자지. 파리에서 가스로 자살을 했다는 것이 밝혀졌으니. 게다가 우리 가족은 이란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으니, 어쩌면 헤다야트는 우리 집안의 자살자도, 익사한 자살자도 아닐지 몰라. 그래도 어린 시절에 난 헤다야트가 어머니 쪽의 가까운 친척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어. 아침마다 다시 떠오르는 해를 보면 아무리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려 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처럼.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또 나 자신이 헤다야트는 우리 집안의 조상일 리 없다고 설명해주었고, 또 난 분명히 납득했다고 여겼지만, 또다시 우리 집안의 유명한 자살자, 그것도 익사자를 떠올릴 때면 불쑥불쑥 헤다야트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몰라.

하지만 중요한 건 헤다야트가 아니란다. 난 헤다야트보다도 존 웨인 게이시로부터 더 많은 영감을 받았어. 그는 유명한 사람이었지. 그의 광대분장보다도, 그의 정치적 행보보다도, 그의 좋은 평판보다도, 살인으로 훨씬 유명해진 사람이었지. 만약 그가 감옥에서 썼다던 만 통의 편지들과 수천 점의 그림들을 구할 수 있었다면, 특히 그의 글을 구할 수 있었다면, 난 니체, 푸코, 들뢰즈와 벤야민을 탐독하듯이 그의 문장들을 게걸스럽게 읽어댔을 거야. 난 언제나 존 게이시를 읽었을 테고, 누군가 내게 요즈음 무엇을 하냐고 묻는다면 존 웨인 게이시를 연구한다고 말했겠지. 니체를 읽고 푸코를 연구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존 웨인 게이시를 공부한다고 말했을 거야.

유족들은 그가 그린 광대 초상을 구입해서 불태워버렸지만 그가 타자기로 작성한 편지들은, 존 웨인 게이시라는 서명이 마치 예술가의 서명처럼 고스란히 남은 채 수천 달러에 팔리고 있어. 그는 책 한 권도 출판하지 못한 무수한 무명 작가들과는 달리 유명해졌어. 끔찍할 정도로 유명해졌지. 모두가 그에 대해 썼으니까. 타임즈도 르 몽드도 베를린 자이퉁도 그의 일생과 그의 범행과 그의 최후에 대하여 대서특필했고, 그가 쓴 편지는 마치 오랜 예술가의 미발표된 유작인 양 미디어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작가들과 음악가들은 그의 범죄를 쓰고 노래했어.

그의 범죄에 매혹된 학생들은 감옥으로 편지를 보냈고, 그는 미디어의 잔혹성에 대해 통탄하며 자신의 진실, 그의 사건의 진실은 한 번도 밝혀진 적이 없다고, 그의 변호사는 잔혹한 괴물의 상품가치를 위해 그를 도매로 팔아버렸다고 항변했어. 그는 그의 잔혹성에 매료된 소녀에게 신을 믿고 스스로에게 진실하라고, 자신은 끝까지 진실했으며 그에게 죄가 있다면 오직 스스로에게 너무나 진실했던 것뿐이라고 했어.

그는 진실했다고 했어.

진실했다고, 진실했다고, 정말 진실했다고 썼어. 그는 욕망에, 지하실에, 범죄에 진실했어. 그가 설계하고 수립하고 실행한 살인들, 그가 선택하고 죽인 소년들, 죽이지 않은 소년, 그는 그 모든 관계가 진실했다고 쓰지 않았지만 그가 진실했다면 무엇에 진정으로 진실했는지 난 읽어낼 수 있었어.

타임즈와 르 몽드와 베를린 자이퉁은 그에 대해 보도했지만 그의 진실에 대해서 말한 적은 없다고 했지. 하지만 그들은 그의 편지까지도, 미디어가 거짓이라는 그의 글까지도 보도했고 사람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의 이름에 대해 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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