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2년 4월 4일 – i11년 7월 15일

a12년 4월 4일

여자는 식탁 위에 아이를 올려놓았다. 아이는 갓 도축한 돼지처럼 붉었다. 시곗바늘은 4와 4를 가리키고 있었다. 긴 바늘이 4를 초과해 넘어가는 동안에도 짧은 바늘은 여전히 4에 머물러 있었다. 아이는 여자를 마주보며 웃었다. 그것의 붉은 볼이 밀려올라갔고 그것의 둥근 이마가 더 붉게, 피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여자는 아이를 올려놓은 하얀 접시 옆에 놓인 투명한 와인잔에 푸른 심장을 꺼내어 담았다. 심장은 축축했고 진득거렸다. 심장을 움켜쥐었던 여자의 손끝에 파란 점액이 묻어났다. 아이는 여자를 향해 앙증맞은 두 손을 흔들어보이며 속삭였다. 불행한 의식이 생명에 대해 그 현존과 작동에 대해 의식한다면, 그것은 단지 이런 현존과 작동에 대한 고통일 뿐이다. 왜냐하면 불행한 의식은 단지 자신의 대립항과 자신의 고유한 무만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오, 헤겔이다. 여자는 아이의 볼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아이의 볼에 푸른 물이 묻어났다. 물 속에서만 피는 꽃도 있어. 여자는 중얼거렸다. 창공으로 투신하는 어린 새들이 여자의 유리창 바깥에 있었다. 여자는 식탁에 앉아 은빛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썰었다. 부드럽고 여린 살이 나이프의 날카로운 압력에 짓뭉개졌고, 여자는 보았다. 아이의 흰 머리칼, 눈雪 빛 이빨. 오, 그녀는 아이의 눈 속 호수에 푸른 독을 탄다.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다.

잠이 묻은 그녀의 눈꺼풀이 밀려올라가고, 피폭된 그녀의 호수는 본다. 그녀의 발 아래, 유리 그릇처럼 깨져버린 하나의 아이. 오직 하나의. 어째서 그것은 유리 인형이나 화병이 아니었던 것일까. 그녀는 아이의 멈춘 심장, 더는 요동치지 않는 호수에 입술을 가져다 붙이며 더듬거린다. 그러려던 게, 그러려던 게 아니었어. 아가. 그냥, 그냥 팔에서 힘이 빠졌을 뿐이야. 아이의 골절된 두개골에서 심장의 푸른 피가 흘러넘쳤다가, 곧 멎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푸른 심장을 꺼내어 유리잔 속에 담가 놓았으니까. 어떤 꽃은 피 속에서만 피니까. 여자는 미세하게 열린 창문의 좁은 틈새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곳에 구원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지만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장미처럼 매혹적인 밤의 태양이 떠오를 때, 그녀가 찔러넣었던 행복의 칼. 그것은 날카로웠고, 빛처럼, 눈물처럼 번득이고 있었다. 어째서 깨진 것은 유리 오르골이나 눈으로 만든 장식품이 아닌 것일까. 어째서 깨진 것은 어떤 시간, 어떤 기억, 어떤 미래인 것일까. 시계는 4와 5의 사이의 어떤 지점과 7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이는 죽어서도 숨 쉬고 있었다. 여자는 아이의 하얀 머리칼을 엮어 시계를 고정시키던 은빛 못에 목을 매었으나 목을 맨 뒤에도 여자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왜냐하면 무엇인가 죽지 못한 것, 죽을 수 없는 것이 남아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시계가 6과 12를 가리켰고 남자가 미세한 문의 틈새를 그 어떠한 주저함도 없이 벌리며 들어왔다. 남자는 여자가 식탁 위에 올려 놓은 하얀 접시를, 그 위에 담긴 붉은 고기를 보았다. 남자는 웃었다. 그의 웃는 얼굴은 희었고, 뼈로 깎은 십자가처럼 보였다. 여자는 그의 앞에 허겁지겁 무릎을 꿇고 앉았다. 선생님 선생님 죄송해요. 나는 오늘 악마들과 포커를 쳤어요.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 검은 머리칼, 내 병든 영혼과 더 이상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떤 관념들을 전부 잃었고 마침내 유령들의 소지품과 유령들의 이미 잃어버린 육신과 유령들의 마음까지 걸기 시작했죠. 나는 내 아이의 하얀 머리칼과 눈빛 이빨과 물빛 심장을 걸었고 그것을 모두 잃었죠. 악마는 웃고 있었어요. 악마는 체념한 것처럼 웃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내 것이 아닌 모든 것, 이미 잃어버린 모든 것마저 걸고 레이즈를 했고 악마는 웃고 있었어요. 그는 내가 가진 것 그리고 내가 가지지 않은 것마저도 가져갔어요.

당신은 시를 너무 많이 썼어. 에세이도 비평문도 아닌 시를. 그래서 미쳐버린 거야.

여자는 마룻바닥에 이마를 짓찧으며 대답했다. 선생님. 그래요. 정말 많이 썼어요. 선생님. 아직 세상에 쓰이지 않은 모든 것을 제가 썼죠. 봐요, 선생님. 내가 우리 아이를 걸었고 내가 우리 아이의 흰 머리칼을 걸었고 그것을 빼앗겨버렸어요. 여자는 손가락에 묻은 먼지를 머리위로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그들이 내 아이를 화장했어요. 내가 보는 앞에서, 그들은 내게 말했죠. 네가 네 아이를 죽인 거야. 하지만 선생님. 나는 정말 그럴 생각이 아니었어요. 갑자기 팔에서 힘이 빠졌고 그게 전부예요. 그들은 웃으면서 내 레이즈를 받았고 내 아이의 감은 눈을 빼앗아갔어요.

i12년 5월 5일

빛의 뺨 속에서 검은 물고기들이 물을 마신다. 물고기들의 입술은 언어로 피 흘린다. 검은 거울 속에서는 언젠가의 장미들이 피 흘리고 있다. 장미의 숨결이 우리의 뺨을 간질이고 우리는 거울 내부와 거울 외부의 시차를 앓는다. 우리는 어디? 거울 내부? 혹은 외부?

오늘은 어린이날이므로 학교에 가지 않는다. 이 나라의 토양이 될, 이 나라에 속해 있는 장미들의 양분이 될, 어린이들. 유령처럼 희끄무레한 달이 어제부터 나를 계속 쫓아오고 있다. 빛의 내장을 유영하는 암흑물질. 암흑물질은 검지도 희지도 않다. 그것들은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이므로. 검은 것은 빛이고 빛의 그림자다. 흰 것은 빛의 그림자고 빛이다. 골목의 그림자에 홀로 몸을 부딪히는 강아지. 빛의 미로는 끝나지 않는다. 출구는 도처에 있고, 그러므로 그 어느 것도 유일한 출구는 아니다.

나는 평소처럼 등교했고 그 애를 보았다. 그 애는 책상 위에 올라가 다리를 벌리고 수음하고 있었다. 안녕. 안녕.

여기 오는 길에 퍼레이드를 봤어. 그 애는 잠이 묻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가면을 쓴 여자들과 남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 디오니소스의 창녀에게 그림자를 주라. 그림자를 충분히 먹여 주라. 어둠의 치아가 빛의 음부를 짓씹고 우리가 너무 많이 꺾어버린 어떤 장미의 피를 그녀에게 주라. 커다란 머리를 가진 암고양이가 퍼레이드용으로 개조된 트럭-무대 위에서 뛰어내려 내게 한 송이 장미를 줬어. 그녀는 오래도록 나를 기다렸다고 말했어. 오, 당신은 우리의 유일한 관객입니다. 그녀는 고양이의 머릿가죽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뜯어내며 내게 말했지. 선생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녀의 얼굴가죽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마침내 발가벗겨진 장미의 얼굴로 그녀는 내게 말했어. 선생님. 이런 말씀을 드리게 되어 죄송하지만 우리 연극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습니다. 그게 뭔데요? 내가 물었어. 오, 선생님. 그건 우리 연극에 비극 배우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내가 물었어. 저 사람들은 누구죠?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저 사람들 말이에요. 선생님. 그들은 코러스들입니다. 암컷 장미가 내게 말했지. 코러스들은 언제나 노래를 부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비극 배우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비극 배우는 뭔데요? 내가 물었어. 선생님, 비극 배우는 신들의 운명입니다. 그 말을 듣자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 우리 연극 말이야! 유리, 난 배우가 되고 싶어. 난 무대 위에서 살고 무대 위에서 죽고 싶어. 나는 신들의 운명이 되고 싶었어. 암컷 장미에게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난감해하며 두툼한 잎사귀들로 뒤덮인 머리를 젓더군. 안 됩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우리의 유일한 관객입니다. 관객을 잃어버린 무대는 관객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선생님. 비극 배우가 없는 연극은 비극 배우가 없는 연극이지만 관객이 없는 연극은 아무것도 아니죠. 그런 연극은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그래도 선생님이 정 비극 배우를 연기하고자 하신다면 말릴 수는 없겠죠. 선생님의 운명과 교섭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진 건 선생님이니까요. 나는 이상한 희열을 느끼면서 비극 배우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어. 나는 단숨에 트럭 위로 뛰어올랐고 그곳에서 물고기처럼 벌거벗었지. 내가 신들의 운명이다. 하고 내가 소리치자 코러스들이 내 말을 이어받아 합창했어. 우리가 신들의 운명이다. 물고기는 물을 버렸고 태양은 눈물 속에서 익사했다. 열린 정맥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트럭의 그림자를 적셨고 오 부서진 시계에서 시간이 흘러내린다. 트럭 위에서 녹아내린 얼음들이 쏟아져내렸고 나는 울었어. 유리. 코러스들이 가면을 벗었을 때, 그들의 얼굴은 모두 굴절된 거울이었어. 그곳에는 나도 그들도 아닌 어떤 붉음이 비추어지고 있었어. 유리,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출구가 이렇게 많은데, 세계가 온통 출구들뿐인데, 유일한 출구는 하나도 없어. 유리. 코러스들은 나를 벌거벗기고 내 목을 베지 않았어. 그들이 꺾지 않은 꽃, 그들이 베지 않은 나무가 처음과 같은 곳에 살아 있어. 그 저물지 않는 시간들. 아직 어둡지 않은 붉음.

나는 그 애에게 달이 나를 쫓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건 곧 나를 따라잡을 것이고,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그건 잡아 먹히는 것보다, 갈기갈기 찢어져 검은 담즙에 담기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이지. 우리가-가지고-있는-. 우리가-가지고-있지-않은-. 미소가 우리를 쫓아온다. 나는 졌어. 나는 그 애에게 힘 없이 속삭였다. 이미 오래전에 졌어. 출구들은 닫혔고 미세한 틈새에는 잘린 손가락들이 끼어 있어. 공중을 파고 그 속에 드러누우면 잘린 손가락들의 무덤을 볼 수 있지. 그곳에서 손가락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려. 손가락들은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최후 같은 건 없어.

나는 나의 죽음을 봤어. 그 애가 말했다. 나는 비극 배우를 연기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위대한 예언가 코러스들이 내 운명을 노래하기 이전부터 내 죽음을 보고 있었어.

달이 눈을 뜬다. 구더기로 가득 찬 돼지 방광처럼 부풀어오른 그녀의 눈이 말한다. 우리는 오직 앞으로 가지 않기 위해 나아간단다. 그림자를 충분히 줄게. 썩지 않는 빛으로 몸을 데우렴. 그곳에서 밤에 뜨는 태양은 하나의 익사체란다.

배우는 말한다. 배우는 자신이 배역의 운명을 이미 알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배우는 자신의 삶과 죽음, 그리고 새롭고 오래된 태어남의 예언자이다. 비극 배우 자신의 존재가 운명이다. 배우는 그것을 알고 그것을 행사한다.

배우는 무대 위에서 자신이 유희하는 것을, 그리고 투신하는 것을 본다. 공중으로 투신하는 수억 마리의 새들. 공중의 무덤이 검은 물을 마신다. 새벽의-검은-우유. 우리는 그것을 지나치게 많이 마셨다. 행복에, 혹은 불행에 자신을 의탁한 채. 우리는 새벽의 검은 우유를 마신다. 나는 뒤늦게서야 그 애가 이곳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 그 애는 있을 것이다. 실종자들이 사는 어떤 시간, 어떤 공간에 그 애는 있을 것이다. 아이는 부모를 똑바로 올려다보며 묻는다. 아버지 어머니 저를 사랑하니 때리셨죠? 저도 어머니 아버지를 사랑하니 때리겠습니다. 아리스토파네스는 부모의 뺨을 때리고 부모의 뺨에 입 맞춘다. 혹은, 부모의 뺨에 입 맞추고 부모의 뺨을 때린다. 사랑도 폭력도 없는 곳에서 물고기들은 새벽의 검은 우유를 마신다. 아이들은 교사의 옷을 벗기고 교사의 종아리를 매질하고 교사를 끌어안는다. 창녀들은 신의 가면을 쓰고 신의 가면을 벗고 처녀들은 창녀의 가면을 쓰고 창녀의 가면을 벗고 우리는 가면과 가면을 맞대며 입을 맞추었는데 그 애는 더 이상 여기에 없다. 우리가 함께 연극을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우리가 쭈글쭈글한 얼굴 가죽을 함께 꿰매어 이상한 가방을 만들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내가 만들려 했던 괴상한 생태계에 그 애를 초대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어둠의 치아가 나를 씹는다. 내 얼굴에 남은 잇자국에서 피와 언어가 흘러내린다. 코러스들은 나를 사랑했어. 코러스들은 나를 죽였어. 그들이 내 가슴에 칼을 박아넣을 때 나는 홀로 소프라노의 노래를 불렀어. 그 애가 중얼거린다. 검은 입 구멍은 입술을 다물어도 닫히지 않는다. 구멍은 언제나 그곳, 그 자리에 있다. 삼키고 삼켜도 사라지지 않았던 붉은 목의 점막, 같은 구멍이 그 자리에.

i11년 7월 15일

(오빠5가 텔레비전 28번 채널을 켠다. TV 화면 프레임 안에서 두 명의 배우-돼지와 늑대-가 선생님과 학생 연기를 번갈아 한다. )

돼지 : 너, 늦었구나.(늑대를 똑바로 바라보며)

늑대 : 그래요. 늦었어요. 선생님. 선생님 나는 가장 비천한 벌레라서 기어오느라 늦은 거예요.

돼지 : 손바닥을 대. (늑대가 앞발바닥을 내밀고 돼지는 나무 회초리로 늑대를 몇 번 때린다.)

늑대 : 선생님, 저를 사랑해서 때린 거죠?

돼지 : 아니야. 난 네가 늦었기 때문에 너를 때렸다. 나는 너무 오래 기다렸어. 너처럼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학생은 없을 거야. 넌 분명 나와 약속을 했는데. 그렇지? 그렇잖아. 나는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 나와 함께 너를 기다리던 형제들은 너를 기다리다가 심장이 터져 죽어버렸단다.

늑대 : 거짓말. 그들이 목을 매고 죽은 걸 보았어요. 물고기가 검은 물을 마시고 있군요. 물이 물을 물이 물고기를 마시고 있군요. 선생님, 선생님은 행복하지 않나요?

돼지 : 행복하다고?

늑대 : 그래요. 선생님은 나를 기다렸고 마침내 나를 만나게 되었으니까.

돼지 : 그래, 행복해. 아니, 행복하지 않아. 오 내가 행복하다고?

늑대 : 그래요, 선생님.

돼지 : 대지 위로 투신하는 새처럼, 잔존의 시간을 작동시키는 살-기계처럼 그렇게 행복하다고.

늑대 : 그래요, 선생님. 미래의 기억처럼 선생님은 행복하지 않은가요?

돼지 : 응. 오빠. 난 별로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 우린 너무 오래 기다렸으니까.

늑대 : 똑바로 해. 선생님, 똑바로 해요. 내가 없으면 선생님도 없으니까. 알아요? 자, 손바닥을 대요. 벌을 줄 테니.

돼지 : 난 여주인의 식탁에서 죽어가는 장미처럼 지쳤어. 하녀처럼, 주네의 하녀들처럼 지쳤다고. 오빠. 나를 달빛 아래 묻고 물을 줘. 붉은 물뿌리개에 빗물을 가득 담아서 매주 월요일마다 내게 물을 주러 와.

늑대 : 선생님. 무슨 말이에요? 선생님은 좀 더 기뻐해야 해요. 왜냐하면 선생님은 마침내 늑대를 만났으니까. 내가 오기 전까지 선생님은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지금 선생님은 선생님이잖아요?

돼지 : 그래. (시무룩하게) 그런데 네게서 돼지 냄새가 나는구나.

늑대 : 그건 선생님 냄새겠죠. 봐요. 선생님. 새들이 날고 있어요. 이상한 도형을 그리면서. 저건 어떤 초상, 어떤 징후일까요?

돼지 : 못하겠어. 오빠. 이제 바꾸자.

늑대 : 뭘?

돼지 : 역할을 바꾸자고.

늑대 : 네가 늑대를 하겠다는 거야? 아니면 학생을 하겠다는 거야? 아니면 오빠를 하겠다고?

돼지 : (흐느끼며) 오빠 늑대가 약속한 걸 해줘.

늑대 : 그래. 그래요,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잡아먹으러 왔어요. 선생님 집은 어디에 있죠?

돼지 : 여기, 여기, 여기에! (환호하며)여기, 여기가 전부 내 집이야.

늑대 : (입김을 분다.)자, 당신이 지은 집은 전부 쓰러졌어요.

돼지 :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어, 오빠. 집은 처음 그대로야.

늑대 : (짜증스럽게)똑바로 해. 안 그러면 네가 매를 맞아야 할 거야.

돼지 : 마음대로 해. 제발 진짜 늑대를 불러 와. 내가 지은 집, 내 살과 피, 그건 모두 그의 거야.

늑대 : 오 선생님. 내가 얼마나 멀리서 왔는지 모르나 보군요. 나를 찾는 돼지들은 산더미처럼 많죠. 그렇지만 내가 그들의 부탁을 모두 들어줄 수는 없어요. 나는 그들의 생을 취하고, 그들은 내가 그들에게 가기만을 간절히 기다릴 수밖에 없죠. 나는 그들의 목을 깨물고, 석류알처럼 붉은 핏방울들이 흘러내리고 오, 선생님 나를 처음 만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나를 다시 만나는 건 기적과도 같아요.

돼지 : 제발 이제 내 목을 물어줘. 자, 난 이렇게 벌거벗었잖아. 내 목이 붉고 부드러운 게 느껴져?(늑대의 손을 제 목 위에 올리며) 어서. 어서.

늑대 : (돼지의 목을 깨물며) 이제 만족해요?

돼지 : 아, 아, 아!(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아니야. 오빠. 오빠 이는 날카롭지 않아. 오빠 이는 잡식동물의 이야. 오빠 이는 돼지의 이야. 오, 얘야. 너는 네 자비와 친절로 나를 파멸시키려는 거지? 그럴 필요 없다. 내가 얼마나 너를 오래 기다렸는데. 내게는 단 한 덩이의 유언조차 남지 않았단다. 내 언어는 식물성의 살코기로 엉겨붙고 엉겨붙어 더는 알아볼 수도 없게 되었지. 나는 정말 오래 너를 기다렸어. 빛이 보이지 않는 밤에도 빛이 살아서 움직인다면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 있으리라고 믿었지. 믿으려 했지. 더 세게 물어 줘. 제발. 너는 마치 침 흘리는 달팽이 같구나. 이 점액질. 이 흐느낌. 너 울고 있니?

늑대 : 그래요. 선생님은 돼지새끼예요. 선생님은 천박하고 더러운 돼지새끼예요. 돼지새끼들은 기다려야 마땅해. 기다림은 차라리 너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것이지. 그러니 선생님은 내게 무릎을 꿇고 기도해야 해요. 내가 너희를 기다리게 했고 내가 너희를 고통받게 했고 내가 너희를 숭고하게 했나니. (암퇘지 위에 올라타며)우리 아이도 기다릴 거야. 우리 아이도 평생 늑대를 기다려야겠지.

돼지 : 우리 아이는 돼지일 테니까. 얘야. 방주에서 구조된 것은 멸종된 짐승들이었단다. 그 유령들이 울고 있어. 유령의 눈물이 말라야 메시아가 올 텐데. 그것들은 젖어 있어. 아직도 젖어서 살아 있어. 오빠 나를 묻어줘. 그리고 내가 카네이션처럼 피어나면 그 위에 물을 뿌려줘. 알겠어? 얘야. 새가 비행하며 그리는 숫자를 읽을 수 있겠니?

늑대 : 선생님 새는 몇 개의 직선들을 엮으며 날고 있어요. 그 직선들은 하나의 시죠. 시는 미래의 기억이에요. 선생님. 신은 시들의 몽타주고 시간들의 몽타주고 무엇보다도 미래의 기억이죠. 영속적인 파라바시스, 영속적인 죽음, 영속적인 아이러니. 오 반어는 영속적인 파라바시스니. 선생님은 더 기다려야 할 거예요.

돼지 : 아, 아, 아!(울부짖으며) 오빠 그는 대체 언제 올까? 우리가 얼마나 기다렸지? 그가 우리보다 먼저 죽었다면, 오빠. 그럼 우리는 미래를 기다릴 수도 없을 텐데. 시간, 시간, 단단하게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 이 빌어먹을 시간, 식물조차도 이보다는 더 많이 움직일 거야. 유령 같은 시간이 이제 지긋지긋해. 알겠어? 오빠. 우리 시간은 이미 너무 손상되어 버렸어. 진물과 고름을 뚝뚝 흘리고 있어. 유령들을 불태우자. 차라리 그것들이 찬란한 황홀과 고통으로 태양처럼 반짝일 수 있도록.

늑대 : (암퇘지의 위에서 앞발을 뻗어 암퇘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너, 울고 있구나. 선생님.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빛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지금 여기예요. 언제나 지금이고 언제나 여기야. 지금, 여기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죠.

돼지 : 지금 여기가 현실이라면, 현실이 죄의식과 실패로 이루어진 규칙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이야, 지금 여기는 시가 될 수 없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 여기를 가상으로 만들어야 한단다. 우리는 시적 가상을 살아야만 한단다.

늑대 : 선생님. 우리가 땅에 묻혀도 우리에게 물을 주러 오는 짐승은 없을 거예요. 하얗고 비천한 벌레들만이 우리의 피로 붉어지겠죠.

돼지 : 검은 실린더에 사과 조각들을 넣고 기다려. 곧 상어들이 올 테니. 오빠. 꿈 속은 작은 밀실이었어. 밀실 가득 붉은 물이 차 있었고 다섯 마리의 백조들이 그 속에서 날개를 퍼덕거리며 춤추고 있었지. 그들이 내 목과 가슴을 물어뜯었어. 속날개가 붉은 물에 젖어들었고 새벽의 검은 우유, 그건 사라지지 않아. 아침의 벚나무도 새벽의 검은 우유를 마시고 있고 그도 저녁마다 점심마다 아침마다 새벽의 검은 우유를 마시고 있다면 우리가 그를 기다려야 할 이유는 없는지도 몰라. (늑대를 어루만지며) 얘야, 너는 너무 분홍빛이구나. 네 살은 너무 두툼하고 부드러워. 천박한 장미들, 너무 천박한 장미들이 천사의 뇌 에 곰팡이처럼 피어 있어. 그걸 뽑아서 젖은 뿌리를 두 눈에 바르고 사막을 건너는 거야. 네가 내 것이 아닌 장미의 뿌리를 내 면전에 던졌을 때 나는 죽었단다.

늑대 : (짜증스럽게)그래서, 그만 하자고?

돼지 : 난 지쳤어. 알겠어? 오빠가 늑대를 연기하는 중에도 나는 늑대를 기다리는 걸 멈출 수 없다는 말이야.

늑대 :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내가 늑대를 연기하는 중에 나 역시 늑대를 기다리고 있어.

돼지 : 그럼 그만하자.

늑대 : 선생님. 그만하자고요? 그만하면요, 그러면 뭘 할 건데요?

돼지 : 넌 너무 시끄럽구나. 동사변화는 다 외웠니?

늑대 : 어떤 언어의 동사변화를 말하는 건가요?

돼지 : 늑대의 언어 말이야! 달리 뭐겠니?

늑대 : 꿀, 꿀. 꿀.

돼지 : 그건 돼지 새끼나 중얼거릴 법한 말인데. 벌을 줘야겠다. (하얀 리본을 묶어 올가미를 만든다.) 여기 머리를 집어넣으렴.

늑대 : 선생님이 혁명을 꿈꾼다면, 좋아요. (올가미에 머리를 집어넣는다. 중얼거리며)넌 네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할 거야, 넌 혼자 그를 기다려야 할 거야. 오, 단지 나는 하나의 파라바시스이니.

돼지 : 비둘기는 천사의 날개를 가지고 있어. 천사는 비둘기의 날개를 가지고 날아. 그녀에게 날개가 있다면 그녀는 천사가 아니라는 걸, 비둘기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면 그녀는 비둘기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 오빠, 우리는 벽돌로 된 집을 지었지. 우리는 그 속에서 잠도 없이 뜬 눈으로 그를 기다렸어. 그는 오지 않았어. 어쩌면 그는 단단한 벽돌을 보고 두려웠던 건지도 몰라. 그래서 그가 돌아가버린 건지도 몰라. 그래서 우리는 벽돌로 된 집을 허물고 나무로 집을 지었어. 우리는 기다렸고 그는 오지 않았어. 우리는 나무 집을 불태웠지. 얘야. 우리가 너를 기다릴 때 어째서 너는 오지 않았던 거니? 나무의 살은 장미처럼 출혈하며 타들어갔다. 우리는 그렇게 아름다운 것을 본 적이 없었어. 그토록 아름답게 죽을 수 있다면 어째서 그토록 아름답게 살 수는 없었던 걸까? 넌 오지 않았고 우리는 지푸라기로 집을 지었단다. 너는 오지 않았고 우리는 공기로 집을 지었단다. 허공의 입술에서는 오래 묵은 말의 껍질들이 비어져나왔어. 우리는 바짝 마른 껍질을 조각조각 주워 먹었고 그래도 너는 오지 않았지.

늑대 : (기침을 하며)공기는 상처투성이었고 쇠맛이 나는 물을 흘리고 있었어. 태양은 살아 있는 불이죠. 선생님. 어둠을 물질하는 눈꺼풀들엔 모두 깊은 화인이 남아 있어요. 태양이 울고 태양이 저무는군요. 하지만 태양은 살아 있고, 움직이니까. 지금 여기가 아니면 다른 곳에 있겠죠. 우리는 태양을 잡으러 나설 수 없어요. 우리에게는 지금 여기뿐이니까. 우리는 태양이 지금 여기로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죠. 여기가 아니라면 그건 다른 곳에 있을 텐데. 선생님. 줄을 좀 당겨줘요. 공기로 만든 집을 허물고 나면, 어디에 집을 지으면 좋을까요?

돼지 : 어디든, 그건 지금 여기겠지.

늑대 : 우리의 기다림에는 원인도 목적도 없었어요. 선생님. 태양에 타들어가는 비계로 내 입에 입맞춰줘요. 자. (바둥거리며)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했던가?

돼지 : 아니. 그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

늑대 :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했던가?

돼지 : 아니. 그는 그런 말 하지 않았어.

늑대 : 우리는 너무 오래 울었고 우리는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그림자 섬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그림자 하나 하나에게 삶이 있다는 걸 우리는 잊을 수 없었죠. 그만큼 우리는 울었고 그만큼 우리는 신을 가지지 못했고, 신은 자궁을 도려낸 암캐의 텅-빔 속에서 울고 있어요.

향기로운 암의 결정들이 우리를 맞이하네. 먼지-카페트가 흡수하지 못한 붉은 구두의 춤 소리. 그녀가 춤을 추고 있어요. 그녀의 춤은 붉은 소리를 내며 먼지로 된 카페트 위에 뚝뚝 떨어지고 우리는 그녀를 가만히 듣고 있죠. 그녀의 연인은 유령의 팔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오래 된 현들은 비명을 지르며 뜯어지고 아 내가 오늘 새벽의 검은 우유를 마셨던가? 메리, 가엾은 메리. 그녀는 붉은 춤을 봤는데, 눈 먼 그녀는 언어가 추는 붉은 춤을 그 붉음이 카페트 위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는데 아무도 그녀를 믿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녀는 장님이었으니까. 아무도 그녀를 위해 바다에 뛰어들지 않았으니까.

깃털에 싸인 잠수부는 말라버린 바다를 부유하는 투명한 공기방울들을 주워담고 있네. 그건 너무 많아. 공기방울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아서, 물 속의 생물들은 산소 과다로 온몸이 터져 죽어버렸지. 먼저 내장이 터졌고 아가미가 터졌고 눈알이 터졌어. 그곳에는 더 많은 공기방울들이 들어 있었지.

백조의 깃털에 감싸인 잠수부는 울었어요.

눈 먼 메리는 그의 깃털을 더듬으며 물었죠. 아름다운 백조여,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아나요? 내가 붉음을 가장 붉은 것을 보고 있다는 걸 당신은 아나요?

우리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장미를 세었지. 내 귀여운 암퇘지야. 연골처럼 부드러운 장미 잎사귀 하나하나를 세면서 우리는 백조의 노래를 불렀지. 나는 내 시체를 버찌처럼 묻어달라고 부탁하지 않을 거야. 내 생일마다 내 시체에 붉은 물뿌리개로 물을 뿌려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을 거야.

정말이에요. 선생님. 유령들의 삶은 알려지지 않을 몇 편의 시에 불과하죠. 시는 미래의 기억이고 미래는 아득한 기다림이죠. 선생님. 부화 중인 천사의 알을 절개해 본 적이 있나요? 생일 케이크를 써는 달콤한 흰빛의 칼로 알을 베어내면 거기에는 어떤 날개, 어떤 웃음, 어떤 미래의 미성숙한 형식이 있죠. 불투명하고 축축한 막에 싸인 어떤 붉음이, 그 안에 있죠. 선생님과 같이 생일 케이크를 자르지 못해 유감이에요. 선생님. 나는 종종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백조들의 잎사귀가, 장미의 깃털이, 공중에 늘어진 헐거운 요람이 말했으니까요, 선생님이 내 여동생이라고. 그건 한 편의 시고 하나의 농담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내 여동생이라고. 나는 돌아올 수 없었죠. 떠날 수 없었으니까요.

나는 태어날 수 없었죠. 왜냐하면 죽지 않았으니까. 나는 죽지 못했죠. 왜냐하면 살아 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장미를 달여낸 붉은 욕탕에서 헤엄치는 마지막 백조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는, 어쩌면.

(오빠2가 무대로 들어온다. TV는 여전히 켜져 있고 TV 프레임 속에서 두 명의 배우들은 늑대를 기다리고 있다. 오빠5는 비둘기가 들어 있는 새장 앞에 웅크리고 잠들어 있다. 비둘기의 미스테리하고 검은 눈이 오빠2를 응시한다.)

오빠2 : (비둘기를 향해 어린아이처럼 달려오며) 엄마, 내가 새로운 소설을 썼어요. 들어봐요.

갓난아이가 그에게 걸어와 속삭였다. 너는 곧 이곳을 빠져나갈 것이니, 나를 믿고 나를 잉태하라. 갓난아이의 얼굴에서 분홍색 고약이 떨어져내린다. 아이의 얼굴이 녹아내리고 검은 그을음이 드러난다. 곧 네 아내의 절친하고 귀중한 친구가 네 몸값을 낼 것이고 너는 가장 귀중한 것을 들고 이곳을 나갈지니, 어서 나를 잉태하도록 해라.

남자는 눈물을 흘리며 깨어난다. 그는 무엇을 해야할지 알고 있었다. 그는 예전에 예배당으로 쓰였던 감옥의 한쪽 구석에 있는 성모상에서 성모가 끌어안고 있는 갓난 신의 도상을 떼어낸다. 남자는 갓난아이의 얼굴 위에 분홍빛 고약을 바른다. 붉고 축축한 고약은 도적에게 사로잡히던 순간 그의 허벅다리를 관통하던 찢김을 벌충하던 것이다. 그는 울고 있다. 레몽 루셀의 감옥 안에서. 그는 기적 같은 행운으로 탈출할 것이다. 도적들에게 잡혀 있는 그는, 귀부인이 된 아내의 옛 친구가 보내준 몸값을 내고 당당히 이 감옥에서 나갈 것이다. 그는 갓난아이의 얼굴 위에 분홍빛 고약을 바른다. 예정된 운명의 도래를 기다리며 그는 어린아이의 붉은 살을 덧칠한다. 그의 진짜 아이는 미리 적은 양의 돈으로 매수시킨 간수와 함께 내보냈고 그는 새로운 간수에게 아이가 더 이상 이 지옥 같은 소굴에 없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성상의 갓난 예수 위에 분홍 고약을 발라 아이처럼 분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아이의 돌-머리 위에 배 껍질의 섬유로 짜낸 모자를 씌우고 아이를 한쪽 구석에 돌려 눕힌다. 어둠에 젖은 아이는 가죽 속에 피가 흐르는 진짜 아이처럼 발그레해 보인다. 그는 자신이 빚고 잉태한 신의 살을 황홀하게 바라본다. 그가 빚은 것은 그의 운명이니, 그의 꿈에 따르면 그의 가짜 아이는 그를 생으로 이끌 것이다. 아이는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웃고 있다. 그 찬란한, 붉은 미소. 그는 그것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벌어진 상처에 붉게 달군 유리막대를 가져다 댄 것처럼 그는 깊은 고통을 느낀다. 그는 견딜 수 없는 슬픔에 돌로 된 아이를 끌어안고 아이의 축축한 볼을 더듬는다. 녹아내린 붉은 살이 그의 손가락을 적신다. 아이의 얼굴은 곧 훼손되었고 곧 더 이상 붉지 않게 되었다. 남자는 황망하게 아이를 바라보다가 곧 다시 선홍빛 고약을 짜내어 아이의 얼굴에 발랐다.

간수의 발소리가 들린다. 그가 돈을 주고 매수한 이전의 간수와는 다른 이다. 남자는 아이의 부재를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을 떨며 중얼거린다. 아이가 많이 아파서 구석에 누워 있소.

간수는 고약을 바른 예수가 누워 있는 구석 자리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간수가 그의 앞에 묽은 스프 그릇을 가져다준다.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소? 간수가 그에게 묻는다.

남자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간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아마 아이가 앓으면서 내는 소리일 거예요.

간수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린다. 그런 소리는 아닌데. 한 번 확인해 봐야겠소.

남자는 미칠 듯이 놀랐지만, 그의 심장이 그를 찢어내고 있었지만, 어찌할 수 없이 태연한 척하며 수긍한다. 간수가 감옥 내부를 어슬렁거리다 구석 자리로 다가선다. 쥐군. 보시오. 간수가 우물 모양으로 감싼 손바닥을 들어올리며 남자에게 다가간다.

남자는 간수의 손바닥 안쪽을 들여다본다. 그곳에는 쥐가 있다. 작은 쥐, 붉게 벌떡거리는,

남자는 멍하니 중얼거린다. 살아 있어요.

버려진 어린아이처럼 애처롭게, 남자는 중얼거린다. 살아 있어요.

간수는 고개를 끄덕인다. 남자는 허락을 구하는 아이처럼 간수의 눈치를 보며 묻는다. 이건, 그러니까 이거, 이거 말이에요, 이건 여기 있었던 거니까. 여기 있었어요. 이거, 그러니까 이거.

간수는 짜증스럽게 묻는다. 쥐 말이요?

남자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입술을 뗀다. 그래요. 쥐 말이에요.

벌어진 입술은 벌어진 상처다. 그는 그의 얼굴을 관통하는 깊고 치명적인 상처를 처음으로 깨닫는다.

쥐. 쥐. 쥐, 쥐 말이에요.

간수는 남자의 손에 쥐를 쥐어준다. 그것은 살아 있었다! 남자는 느낄 수 있다. 살아 있음, 죽을 것처럼 살아 있음의 흉측한 아름다움. 쥐는 그의 손 아래에서, 피, 돌고 있었다, 심장이 뛰고 내장이 벌씬거리며, 쥐는 그의 손 아래에서 작은 날숨을 내쉬고 또 공기중에 남아 있는 산소를 들이마쉬며, 피, 돌며, 고통, 하며 살아 있었다. 그는 너무나 살아 있어 죽을 것 같은 그것을 느꼈다. 너무나, 너무나 살아 있어서 죽을 수 있는 무엇인가. 껍질이 벗겨진 병아리처럼, 심장이 드러난 허공처럼, 살아 있는 쥐 한 마리. 그것은 뜨거웠고 두근거렸다. 남자는 울었다. 울면서 그는 무엇인가 지나간 것을 느꼈다. 무엇인가 그를 관통해서 지나갔다. 그는 깊고 고통스러운 현실감을 느꼈다.

이거, 이 쥐, 살아 있어요! 남자는 아이처럼 소리쳤다.

그는 그의 가짜 아이의 정체를 폭로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왜냐하면 그건 가짜였으니까. 그건 살아 있지 않았으니까, 그 고약, 그 젖음, 그 붉음은 단지 표면에 고여 있는 껍질에 불과했으니까. 사실 그건 살아 있지 않았고 사실 그건 뛰지도 않았고 그건 가슴 저리게 아프지도 않았고 그건 피 흘리지도 않았고 그건 삶만큼이나 긴 창자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그는 무릎을 꿇고 간수에게 그의 죽음을, 그것의 죽음을, 그것의 삶-아님을 고백하고자 하는 욕망을 느꼈다. 쥐는 그의 손바닥 위에서, 사라짐의 경계에서 가련하게 전율하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 드러나면서 동시에 너무나 사라지고 있었다. 그 지나친 살아-있음, 남자는 쥐, 쥐, 쥐, 쥐하고 중얼거렸다. 너무나 살아 있어서 쥐는 곧 죽을 것이었다. 남자는 느낄 수 있었다. 이토록 뜨거운 몸, 이토록 뜨거운 심장, 이토록 발가벗겨진 생명은 결코 지속될 수 없을 것이었다. 그것은 하나의 깊고 맹렬한 광점과도 같았다. 바르르 떨고 있는, 무질서의 달콤한 심연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한 마리 빛나는 벌레처럼.

늑대 : 그들이 너를 낳게 해.

돼지 : 그들이 나를 낳게 해.

오빠2 : 그것이 그를 폭로하고 있었다. 그 징그럽고 역겨운 벌레, 작은 심장, 가슴이 미어지는 가련함이 황홀이 폭로하는 것이 그를 살고 있었다. 그를 낳고 있었다. 그는 허공에 머리를 처박고 구역질을 했다. 말해야 했다. 붉은 고약의 비밀을, 그가 끝내 잉태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가 잉태한 것이 살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그는 고백해야 했다. 간수의 무뚝뚝함과 무정함이 그에게는 신적인 전능으로 느껴졌다. 그는 간수의 옷깃을 붙들고 울었다. 그곳의 코러스들은 법도 진실도 모르고 있었다. 그곳에서, 그 무지와 무질서에서 코러스들은 유령의 진실을 노래했다.

돼지 : 그들이 너를 낳게 해.

오빠2 : 내 텍스트는 알려지지 않을 것만을 쓰고 들리지 않을 언어만을 울어요. 엄마. 마치 엄마처럼! 엄마도 이야기 속 작은 쥐새끼만큼이나 살아 있군요. 엄마는 정말 희고 정말 짐승 같아요. (흐느끼며)아냐, 아직도 엄마 목소리를 듣니? 내게는 더 이상 비밀이 없어. 나는 비밀을 모두 게워냈고 나는 끔찍하게도 텅 비어버렸어. 비밀, 비밀만큼이나 달콤한 보물이 또 있을까. 하지만 더 황홀한 보물은 폭로야.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폭로했고 이제는 단 하나의 비밀도 가지고 있지 않아. 신과 간수는 나보다 훨씬 현명했어. 아냐, 신은 그에게 미래에 대한 욕망을, 간수는 그에게 살아 있음의 욕망을 주었지. 욕망을 건네받은 그는 검고 아득한 비밀의 구멍으로 미쳐버릴 것 같았어. 그의 목은 그의 몸을 관통하는 긴 구멍이었고 그 구멍은 그를 영원히 다른 방향으로 찢어내고 있었어. 오, 그가 그와 다시 결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는 마. 그는 이미 알고 있었어. 그의 목구멍이 일말의 틈조차 없이 달라붙는 일은 없으리라는 걸. 그 구멍은 영원할 것이고 그 찢김은 영원히 메워지지 않을 것이니. 붉은 고약은 그의 상처 바깥으로 흘러나올 것이고 아이의 돌-얼굴 아래로 떨어져내릴 것이니.

늑대 : 그들이 너를 낳게 해.

돼지 : 오빠 하얀 베일을 쓴 내 오빠. 신부처럼, 천사처럼 하얀. 새벽의 알레고리처럼 하얀. 사람의 두피를 꿰매 만든 인형이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어. 날카로운 깃털을 가진 새는 가장 부드럽고 연약한 알만을 남기고 나머지 알들은 전부 깨뜨려버리지. 그녀가 유일하게 품었던 알 하나가 부화할 때 그녀는 양수에 젖은 새를 끌어안아. 그녀의 깃털이 어린 새의 목을 가르고 젖은 살점이 떨어질 때 어떤 시간이 어떤 장소에 모여들어.

늑대 : 그들이 나를 낳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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