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11년 12월 1일 – i11년 12월 1일

i11년 12월 1일

소년은 물질처럼 단단하고 지친 환영을 느꼈다. 소년은 가느스름한 상처를 벌려 떴고 그의 앞에는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물들의 애틋한 반영이 있었다. 소년은 울음을 터뜨릴 듯 얼굴을 찡그렸다.

선생님 언제 내 이름을 불러줄래요? 내가 앞에 나가서 이야기해도 될까요? 소년은 오렌지빛 뺨을 떨며 흐느꼈다.

형이상학적 언어와 대수적 기호들이 일그러진 신체에 맞닿을 때 소년은 몸서리치며 작은 육체를 웅크리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소년은 그 자신을 데려가고 싶은 욕망으로 흐느꼈다. 앞으로, 모두가 그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비둘기는 서글픈 붉은 부리로 제 몸을 뜯어내고 있었다. 소년은 희고 불가해한 기호들 사이로 투명하게 번져오는 비둘기의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소년은 죽음을 연습하듯 눈꺼풀을 반복해서 깜빡거렸다. 붉고 거무스름한 막이 세계를 닫고 열기를 거듭했다. 어둡고 중립적인, 그래서 슬픈 성분이 소년의 체내에 차올랐다. 소년은 그 성분을 설명할 언어를 아직 갖지 못하였다.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있을까? 소년이 갖지 못한 시간 동안 기이하게 생존해온 언어들을 수집해온 나는? 검은 우유를 담아 놓은 유리병의 벽면에 달라붙은 장미 잎사귀. 익사자의 손가락처럼 퉁퉁 부어오른. 나는 실패한 언어와 실패한 목소리로 그 애를 묘사하는 것을 사과해야 할까? 살아남음에 대한 진부하고 씻을 수 없는 죄책감.

소년은 작고 누르스름한 귓바퀴를 접었다 펴기를 반복하며 그를 둘러싼 숨소리들을 느꼈다. 소년은 공기중을 떠도는 울먹임을 느꼈다. 소년은 검은 칠판의 불투명하고 견고한 시선을 느꼈다. 소년은 꿈의 밑바닥에 늘러붙은, 거울 속 무한한 장미들의 주름진 찌꺼기를 느꼈다. 소년은 먼지투성이 언어를 느꼈다. 소년은 이유 없는 갈망을 느꼈다. 소년은 목적 없는 기적을 느꼈다. 흰 벽에 부딪혀 돌아오는 빛의 조각들. 소년은 느꼈다. 새야 새야 푸른 새야 내게 한 뼘의 하늘을 물어다 다오. 새야 새야 푸른 새야 너의 푸른 노래를 불러 다오. 이토록 넓고 견고한 하늘, 한 점의 미동도 없이 흘러가는 채색된 시간. 이토록 작은 몸이 이토록 살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지.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백한 벽을 눈 먼 아이처럼 손가락으로 더듬거리며 걸었다. 연필과 벽의 마찰로 남겨진 흑연 가루는 다음과 유사한 형태로 모여 있었다. 점심 풍선 먹고 싶어 별 하트 귀신 괴물 별 삼각형 별 별 죽음 별 날고 싶어 사탕 먹고 싶어 병신 오른쪽 검지 손가락의 유분과 습기가 흑연 가루를 조금 번지게 만들었다.

소년은 느슨한 축축함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었다. 소년은 뒷문을 열어둔 채로 복도로 나섰다. 운동장의 금속성 잿빛 모래가 소년의 발목을 휘감았다. 소년은 달리기 시작했다. 장밋빛 핏줄이 소년의 얇은 손등 피부 위로 불거져올랐다. 겹쳐지고 어긋나는 시간의 무늬, 새들의 무표정한 다정함과 분쇄되고 응축되기를 반복하는 풍경의 색채들. 열매처럼 주름진 아이를 토해내는 어린 암캐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시간을 닮은 빛의 삼각형, 소년의 투명하고 부드러운 점막을 더듬고 짓무르며 지나가는 그 모든 무의미한 의미심장함. 소년은 어린아이의 낙서처럼 삐뚤빼뚤한 골목길을 따라 달렸다. 골목길 위로 길게 이어져 있는 계단을 산짐승의 작은 발로 뛰어올랐고 계단 앞으로 이어져 있는 횡단보도를 따라 달렸다.

i11년 7월 15일

오빠5 : 선생님 우린 이제 가야겠어요.

교사 : 안돼. 가지 마.

오빠5 : 우린 가야 해요. (초조하게) 다른 애들도 다 갔잖아요.

교사 : 가지 마. 제발.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부탁하마.

오빠5 : 안 돼요. 저녁을 먹기 전엔 들어가야 해요. 오늘 저녁은 특별한 걸 먹기로 했거든요.

교사 : 가지 마. 여기 남아 있으면 선생님들이 먹는 걸 먹을 수 있을 거다. 궁금하지 않니?

오빠5 : 하지만 우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형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할 거예요.

교사 : 형들은 알아서 먹을 거다. (사이) 네가 가면 난 죽어버릴 거야.

오빠5 : 저녁은 새 스프예요.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요? 임신한 암염소나 암소에게서 짜낸 젖 속에 살아 있는 새를 넣고 1시간 30분 동안 끓이는 거예요. 그리고 약간의 주문과 신비한 재료들만으로 요리는 완성되고 우리는 기적처럼 보물을 얻게 될 거예요.

교사 : 그러지 말아라. (애원하며) 너희는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게 될 거야. 너희 소중한 여동생을..

오빠5 : (어린아이의 순진한 목소리로) 그게 무슨 말이에요? 새 스프를 만드는 게 어째서 죄라는 거죠? 우리는 새의 장례를 치르고 무덤까지 만들어줄 거예요. 스프를 먹을 때 살을 최대한 깨끗이 발라서 뼛조각들은 한쪽 접시에 모아 두었다가 나중에 편지와 함께 묻을 거라고요.

교사 : 새를 죽이는 건 범죄가 아니지만 여동생을 죽이는 건 끔찍한 죄란다.

오빠5 : 여동생? (어리둥절하게) 여동생이라고요? (새장을 장난스럽게 흔들어보이며) 여동생? 선생님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겠죠?

교사 : (비명을 지르며) 네 가여운 여동생을 가만 내버려 두렴. 제발. 얘야. 이렇게 빈단다. (신경질적으로 흐느낀다.)

오빠5 : 선생님 돌았어요? (교사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새장을 교사의 눈앞에 들이댄다 새가 날카롭게 소리지른다) 이게 내 여동생이라고요? 이게? 정말 이게 내 여동생이라면 그 잘난 보물은 모두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죠. (낄낄거리며) 얘, 아냐, 네 보물은 어디에 있니? (새장을 거칠게 흔들며) 들려요? 선생님? 이년이 대답을 했나요? 내 엄마가 이런 걸 낳았다는 말이에요? 선생님. 들리냐고요.

교사 : 제발 그만둬. 너는 너를 용서할 수 없을 거다. 아무도 너를 용서할 수 없을 거야.

오빠5 : 내 여동생은 사막에 있어요. 선생님. 어머니 약을 구하러 사막의 우물을 찾으러 갔죠. 여동생은 돌아오고 있고 우리는 여동생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뿐이에요. 여기 있는 게 여동생이 아니라면 다른 어딘가에 여동생이 있는 거예요. 간단한 일이죠. 어리고 가엾은 새에게 여동생의 속성을 부여하려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에요. 선생님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연민하고 있나요?

교사 : (턱을 덜덜 떨며) 나를 용서해. 얘야. 나는 너를 모욕하려 그런 게 아니다. 다만 네가 여기 나와 함께 있기를 바랐을 뿐이야. 다른 애들이 올 때까지만. 단 한 순간만.

오빠5 : 단 한 순간은 영원이에요, 선생님.

i11년 12월 1일

모든 것이 끝나간다고 말해야 할까. 끝이 무엇인지 모르겠는데.

노파는 입맞춤처럼 축축한 울음을 울었다. 내가 언니와 함께 살 수 있도록 도와줘요. 내 피부를 벗겨서 어린아이의 것처럼 붉고 질기게 만들어줘요.

무두장이는 그녀에게 질문하지 않는다. 어째서 어린아이가 되어야 하냐고 어째서 어린아이냐고 모든 것을 그만두고 그녀의 노쇠함 속에서 살아가면 안 되느냐고.

잔혹하고 창백한 중립성으로 무두장이는 여자를 벗겨낸다. 여자의 피부가 어린 풀들 위로 떨어진다. 푸른 것을 적시는 붉은 것. 월요일 낮의 파멸적인 달콤함. 여자는 비명을 지르면서 흐느낀다. 돌이킬 수 없는 훼손에 대한 두려움, 달콤함에 대한 두려움, 고통스러울 정도로 감미로운 희망에 대한 두려움.

여자는 두려움에 몸서림치며 흐느낀다. 살려줘요. 제발 그만해. 그만해. 아니 끝까지 해 줘요. 제발 끝까지. 제발 나를 두고 가지 말아요. 어때요 내가 예쁜가요. 아니 말하지 말아요.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어요. 내게 말하지 말아요. 제발 말하지 말아요. 그리고 가지 마. 가지 말아요.

무두장이는 여자의 애원을 듣지 못한다. 왜냐하면 여자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자의 목구멍에서 터져나오는 짐승의 울음은 인간의 언어를 모르기 때문이다.

제발 가지 말아요. 제발 말하지 말아요. 제발 나를 여기에 혼자 두지 말아요.

무두장이는 여자가 건네준 보석이 그에게 지시한 작업만을 하고 단단한 두 다리로 도살장 냄새가 나는 풀숲을 빠져나간다. 동굴 안에서의 격렬한 사랑 이후 모든 것을 망각하고-혹은 망각하려 하며-황급히 제 안락하고 순결한 침실로 도망치는 왕자처럼. 무두장이는 일말의 신음도 비참도 없이 굳건한 걸음으로 여자를, 숲을 빠져나간다.

여자는 홀로 남아 흐느낀다. 벌거벗은 것은 여자뿐이다. 여자의 맨발을 적신 여자의 육신. 훼손되어 흘러내리는. 껍질은 벗겨졌고 여자는 끔찍한 맨몸을 버티어야 한다. 그녀는 깨진 달걀 이후의 축축한, 피투성이의 점액을 살아야 한다. 피투성이 반짝임으로 전율하는 한낮의 개구리. 여자는 몸을 떤다. 그녀의 피투성이 가슴을 장식하는 가쁜 호흡. 여자는 어린아이처럼 붉고 피투성이다.

안녕. 빌어먹을 행복이여. 안녕. 빌어먹을 죽음이여. 죽음의 불가능성 앞에서 여자는 긴 탄식을 내뱉는다.

오 죽음은 불가능한 것이다. 죽음은 죽도록 불가능한 것. 그녀가 더 이상 삶이 아닐 때까지는. 그러나 어떻게 그녀가 삶이 아닐 수 있겠는가. 이토록 피투성이에, 이토록 발가벗은 그녀가. 노파는 초콜릿에 역겨움을 느끼면서도 토하고 싶을 정도로 달콤한 것을 억지로 뱃속에 밀어넣는 소녀처럼 웃으려 해 보았다.

그녀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아무도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았으므로. 그녀는 놀랍도록 순식간에 초콜릿을 삼키려는 수치스러운 제스처를 그만둘 수 있었다. 그녀는 달콤한 모든 것을 토해냈고 그녀의 맨발 그녀의 지상 그녀의 궤도는 피투성이었다. 천사처럼 불투명하게 이글거리는 파리들이 그녀의 발치와 머리통으로 달겨들었다. 에메랄드빛의 숭고한 반짝임. 오 여자는 경배하듯 두 손을 맞잡았다가 그것을 풀어헤치고 허공을 긁어내렸다.

태양만큼이나 오랜 옛날 소녀에게는 어여쁘고 상냥한 언니가 있었습니다. 언니가 왕과 결혼하였을 때 소녀는 너무나 행복하였습니다. 소녀는 터질 것 같은 기쁨으로 그녀의 작은 침실에서 밤새도록 흐느꼈습니다. 소녀는 언니와 함께 잠들기 위해 왕궁으로 찾아갔지만 아름다운 왕비님은 소녀와 함께 잠들 수 없다고 했습니다. 소녀는 홀로 그녀의 검고 슬픈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소녀의 방에는 그녀의 응시와 해석을 기다리는 몇 개의 그림자들이 있었습니다. 안녕, 어린 새야. 안녕, 우유 속 푸른 장미. 안녕, 여자의 질에 걸린 검은 달걀. 안녕. 파리들은 여자의 붉은 과일에 게걸스럽게 매달려 있었다. 여자는 고통스러운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그녀의 천사들을 익사시키고 있었다. 그들 자신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수많은 사람들의 온기 속에 어째서 그녀는 없을까. 그들은 어째서 그녀가 사라졌음을 그녀가 그들이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다른 여기에 홀로 남겨졌음을 발견하지 못하는 걸까. 어째서 그녀가 원하는 다정한 사람들은 여자를 원하지 않는 걸까. 일말의 가식과 교환할만한 가볍고 흔한 웃음마저도 그녀에게는 남아있지 않았다. 비천하고 숭고한 검은 짐승들 이외에 그 누구도 여자를 원하지 않았다. 누군가 그녀에게 희망의 파멸적인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더라면 나았을까. 그녀는 출생을 포기하고 그녀의 유년기적인 낡은 벽들 사이에 둘러싸여 잠든 척 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역겨울 정도로 달콤한 초콜릿을 사실 그녀는 얼마나 원했던가! 차라리 그 속에 빠져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얼마나 그녀는 달콤함을 원하고 있었던가. 거대한 사탕 같은 풍선들이 음탕하게 빛나며 하늘 위로 떠오를 때 그녀는 얼마나 그것들에 빌붙고 싶어 했던가. 가느다란 사지를 거미처럼 흉측하게 벌리고 떠오르는 풍선들에 들러붙을 수 있기를 그녀는 얼마나 바랐던가. 그러나 풍선들은 이미 높은 곳에서 날고 있었고 그녀의 절망적인 도약은 가장 낮은 풍선에조차 가 닿지 못했다.

여자가 가벼운 입맞춤을, 입맞춤의 궤적이 올라탈 수 있는 공간을 남겨 두었다면. 그러나 그녀에게는 깊고 흉측한 심연의 미소밖에는 남지 않은 것을. 숲은 역설적으로 나른한 정적 속에서 익사해가고 있었다. 아 하지만 아무도 익사할 수 없는, 아무도 죽을 수 없게 만드는 우글거리는 물거품들. 끓어오르는 우유처럼 부드러운 중량감으로 떠오르는 세계의 윤곽들. 여자는 불법적인 꿈을 꾸는 늙은 성직자처럼 울었다. 허락받지 못한 탯줄의 그림자가 그녀의 미지근한 젖가슴 위에서 흘러내렸다. 그녀는 늙었고 그녀는 너무 늦게 태어났고 그녀는 아기처럼 울부짖기에는 너무 지쳤다. 오후로부터 갑작스럽게 잘려나간 어떤 시간. 그것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녀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죽음에 대한 지친 낙관조차 없이 살아 있었고 벌거벗음을 게걸스럽게 탐하고 있는 파리들은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가식적인 속삭임조차 들려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사랑을 원하는 것을 그만둘 수 없었다. 그녀는 사랑을 사랑하는 것을 사랑을 갈망하고 사랑 때문에 죽어가는 것을 그만둘 수 없었다. 단 하나의 씨앗을 둘러싼 모든 두터운 지방층이 질식처럼 고통스럽다고 해도 그녀는 그것을 파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절망적인 희망에 모든 것을 거는 수밖에 없었다. 부드러운 장밋빛 상처가 그녀의 온 얼굴을 뒤덮을 때까지. 그녀는 숨을 쉬고 숨을 쉬고 또 숨을 쉬었다. 숨을 참고 다른 곳으로 가는 방법을 그녀는 몰랐으므로. 그녀는 창백한 장미처럼 모든 고통을 서럽게 흡입했다. 구원을 바라기에는 너무나 늙고 지쳤음에도 그녀는 어리석게도 여전히 거대한 장미의 입맞춤을 바라고 있었다. 입 속의 축축하고 따뜻한 온기, 역겨운 달콤함과 붉은 깊음을. 죄악감보다도 중독적인 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그녀는 헐떡였다. 아이처럼 얕고 가쁜 숨이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말해야 할까? 사실 끝은 찾아오지 않았는데도. 세 마리의 돼지들은 여전히 늑대를 기다리고 있는데도. 횡단보도를 건너던 소년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도. 늙은 여자는 아직 피투성이 나무에 기대어 그녀의 벌거벗음을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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