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11년 7월 15일 – a년 a월 a일

i11년 7월 15일

학교장 : 7월 15일부터 7월 16일까지 양일간 연극제가 진행됩니다. 관객 여러분께서는 공연 시간 동안 휴대폰 전원을 꺼 주시고 입을 다물고 앞좌석을 발로 차지 마시고 살인하지 마시고 태형을 기다리는 개 역할을 맡지 않은 배우를 때리지 마시고 자살하지 마시고 물 이외의 음료를 마시지 마시고 즐겁게 공연을 관람해주시기 바랍니다.

1막. 검은 산.

호랑이 : 곧 올 텐데. 그녀가 곧 올 텐데. 오늘 저녁에 오겠다고 약속했거든.

관객 : (침묵한다.)

호랑이 : 내가 속은 건가?

관객 : (침묵)

호랑이 : 저기 그녀가 오고 있군. 그림자만이 내게 다가오고 있는 건 아니어야 할 텐데.

여자 : (호랑이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신령님. 신령님 제발 살려주세요.

호랑이 : 넌 살아 있잖아.

여자 : 살려주세요. 원하는 건 무엇이든 들어드릴테니. 신령님.

호랑이 : 난 배가 고파.

여자 : 그렇군요. 사실 나도 배가 고파요. 너무 배가 고파서 미칠 지경이에요. 피곤하기도 하고 배도 고파요 메슥거리고 자꾸 구토가 나와요 어제는 신물이 올라와서 목이 타들어가는 것처럼 아팠답니다 불면증도 심해졌어요 이제는 깬 상태에서 꿈을 꿀 정도예요

호랑이 : 여긴 병원이 아니야.

여자 : 아닌가요? 난 여기가 정신병원이라고 생각했는데

호랑이 : 나는 의사가 아니야

여자 : 그럴 수도 있죠. 당신이 병원에 있다고 해서 반드시 의사일 필요는 없으니까. 신령님. 어쩌면 제가 정신과의일지도 모르겠군요. 내가 당신의 욕망 혹은 욕구를 들어드리겠다 했으니. 배가고프고 그리고 또 뭘원하나요?

호랑이 : 배가고프고그리고외로워 난 너무 오래 기다렸어 너무오래

여자 : 어렵진 않군요. 그러니까 진단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말이에요. 당신은 우울증자로군요. 세 명 이상의 친구를 사귀면 당신은 몰라보게 좋아질 거예요.

호랑이 : 친구를 사귀려면?

여자 : 기다려야죠. 다른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그리고 자, 이 떡을 먹으면 배가 고픈 것도 좀 가라앉을 거예요(바구니에서 떡을 꺼내 호랑이에게 건네며)

호랑이 : (먹는다. 기침하며)

여자 : 아직 다 못 먹었어?

호랑이 : (끄덕인다.) 다 먹었어. 그런데 아직도 배가 고파

여자 : 그럼 더 먹어. (떡을 하나 더 꺼내 건네며)

호랑이 : (떡을 입 속으로 밀어넣는다.)

여자 : 다 먹었어?

호랑이 : (고개를 젓는다. 눈물을 흘린다.)

여자 : 더 먹어. 더 먹어 더 먹어 먹어 더 먹어 (호랑이의 입 속에 떡을 쑤셔넣으며)

호랑이 : 배가 고파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

여자 : 그럼 계속 먹고 있어. 난 이제 돌아가서 눈을 감아야겠어 잠들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12시부터 6시까지 습관적으로 눈을 감고 누워 있지 않으면 깨어나는 연기조차 할 수 없으니까.

호랑이 : 내일도 올 거지?

여자 : 그래.

호랑이 : 잘 가. 내일 꼭 와야 해.

여자 : 그래.

2막. 검은 방.

그레텔 : 배가 고파.

헨젤 : 나도. 엄마는 언제 오지?

그레텔 : (표정을 굳히며) 엄마라니?

헨젤 : 엄마 말이야. 매일 옆 마을에 떡을 팔러 나가는 여자 있잖아.

그레텔 : 기억이 날 것 같기도 하고. 더 말해 봐.

헨젤 : 매일 12시부터 6시까지 눈을 감고 꿈꾸는 여자. 잠들지도 못하면서 집요하게 눈을 감고 있는 여자.

그레텔 : 아, 그 여자. 그래. 대체 왜 난 우리가 고아라고 생각했던 거지. 맞아 고아는 우리가 아니라 그 여자였지 나는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가끔 엄마와 나를 혼동하곤 해. 그러니까 그 여자는 우리 엄마고 우리 엄마는 내가 아니라는 거지. 그러니까 나는 고아지만 그 여자는 고아가 아니라는 거지. 아니야, 아니, 다시. 나는 고아가 아니지만 그 여자는 고아라는 거지. 그리고 나는 우리 엄마가 아니고 우리 엄마는 나를 낳지 않았고?

헨젤 : 틀렸어. 처음부터 다시 해 봐.

그레텔 : 미안 용서해줘 오빠 나 너무 피곤해.

헨젤 : (그레텔의 뺨을 때리며) 다시 해.

그레텔 : 언제까지?

헨젤 : 빌어먹을 끝날 때까지.

그레텔 : 나 이제 맞는 애 역할 그만 할래. 오빠가 맞는 역할 해.

헨젤 : 그래. (무릎을 꿇고 양손을 땅바닥에 짚으며) 선생님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그레텔 : (헨젤의 배를 걷어차며) 뭘 잘못했는지 말해봐.

헨젤 : 선생님의 뺨을 때린 일 말이에요.

그레텔 : 이제 그만 하자. 나 피곤해.

헨젤 : 그래. 엄마가 떡을 다 남겨 와야 할 텐데. 그래야 떡을 먹다 목이 막혀 죽을 수 있을 텐데. 그럼 더 이상 배도 고프지 않을 텐데.

그레텔 : 오빠가 사실 살고 싶어 한다는 거 다 알고 있어. 맞는 역할 그만하고 싶으면 말해.

헨젤 : 그런 거 아니야. 우리 끝말잇기하자 이미지느낌몸고기천사죽음소크라테스선한사람

그레텔 : 아니야 소크라테스는 아직 죽지 않았으니까 소크라테스는선한사람이라는 단어는 아직 없는 말이야 오빠가 졌어.

헨젤 : 소크라테스가 죽지 않았다고?

그레텔 : 그래 소크라테스는 유령이잖아 유령은 아직 살아 있잖아 그러니까 죽지 않았어.

헨젤 : 유령은 죽은 사람이야.

그레텔 : 그러니까 그 유령이 살아 있다니까.

헨젤 : 그 여자가 정말 올까?

그레텔 : 문을 열고 들어올거야 어떤 그림자는 반드시

헨젤 : 부재가 문을 열고 들어올 수도 있겠지.

그레텔 : 하얀 그림자가? 기억 행위 욕망의 시간이 얽히고 과거 현재 미래가 더 이상 이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엉켜 버릴 때 그녀가 올까?

헨젤 : 그때는 언제나 혹은 언젠가일까?

그레텔 : 그렇다면 지금이겠군.

헨젤 : 그게 아니라면 지금이 아닌 모든 순간이겠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레텔 : 그녀가 왔나 봐!

헨젤 : 지금이야 지금 지금이 우리가 기다리던 미래고 우리가 끌어올리려 애썼던 과거야

그레텔 : 엄마 엄마!

헨젤 : 엄마 엄마

그레텔 : 대답을 안 해. 잘못 들었나?

헨젤 : 그럼 지금이 아니겠네.

(문 두드리는 소리)

목소리 : 문 좀 열어 줘.

헨젤 : 그러게요. 문을 왜 안 열어주는 거야?(그레텔을 흘겨보며) 너도 엄마라고 했잖아.

그레텔 : 잠깐 기다려 목소리가 좀 이상하지 않아? 당신 누구야?

목소리 : 나는 너희 엄마야 나는 영속적인 모순이고 모든 존재는 현상적이기 이전에 상상적인 것이지

헨젤 : (그레텔을 바라보며) 넌 알아 들었어?

그레텔 : 엄마 당신이 우리 엄마라면 우리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말해 봐

목소리 : 너희는 내 이빨에 찢겨 태어났지 냄비에서 끓고 있는 붉은 딸기잼처럼 너희 피는 뜨거웠어 그럴 수가 있나? 그건 해봐야 37도 안팎밖에는 되지 않을 텐데 어째서 100도가 넘는 온도에서 졸아들고 있는 과일의 육신처럼 너희의 피가 뜨거웠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너희는 그렇게 태어났단다 냄비 속에서 끓어넘치고 있는 작은 열매들 붉은-딸기-잼 말이야 알겠니?

헨젤 : 맞는 것 같아?

그레텔 : 모르겠어.

목소리 : 얼른 결정해 어린 판관들아 바깥은 춥고 지긋지긋하니까. 내 목을 얼어붙은 밤에 매달 것인지 아니면 너희 삶 속으로 들일 것인지 결정하라고 살해자가 될 것인지 착한 아이가 될 것인지 결정해 돼지처럼 육감적인 천사가 내 목을 조르고 있다

그레텔 : 난 잘 모르겠어. 오빠가 결정해.

헨젤 : 그럼 들어오라고 하자 저년 얼굴이 궁금하니까

그레텔 : 들어오세요

(호랑이가 문을 찢고 들어온다. 헨젤과 그레텔의 비명. 호랑이의 비명.)

그레텔 : 세상에, 엄마 입에 피가! 괜찮아요?

호랑이 : 괜찮아. 햇볕 아래 삶 없이 존재하는 고깃덩이처럼.

헨젤 : 엄마 그런데 엄마는 암컷이에요 수컷이에요?

호랑이 : 아마 암컷일 거야 그런데 달은 암컷일까 수컷일까

그레텔 : 보름달은 암컷 초승달은 수컷이죠

호랑이 : 개들이 꾸는 꿈은? 자유는? 죽음은? 고기잼은?

그레텔 : 몰라요. 그보다 엄마 엄마한테서 짐승 냄새가 나는데.

호랑이 : 놀랄 만한 일은 아니란다. 방금 너희 엄마를 낳고 왔거든. 잼처럼 부글거리는 피가 사방으로 튀었지.

헨젤 : 아 그러면 엄마가 아니라 할머니네요 당신은

호랑이 : 꼭 그렇지도 않아. 지금 너희를 낳으면 너희 엄마가 될 테니까.

그레텔 : 태어나는 건 많이 아플 테죠.

호랑이 : 그래. 태어나는 건 사는 것처럼 아프지.

헨젤 : 난 여름에 죽고 싶진 않은데. 엄마-할머니 나를 화장해 주겠어요? 내 몸 위에 파리들이 건포도처럼 들끓을 것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거든.

호랑이 : 물론 그렇게 해 주지. 화장할 비용만 준다면. 거기에 심부름값도 얹어 주어야 한단다 VAT까지 합쳐서 (흥얼거리며)오 돼지처럼 육감적인 천사가 나를 만지고 있네 그녀가 내 혀를 자르고 있네 우리는 잼처럼 흘러나오는 피를 맞부딪히며 키스했지

헨젤 : 돈은 없는데요.

호랑이 : 돈이 없으면 독립하긴 어렵겠구나.

헨젤 : 그럼 화장은?

호랑이 : 돈이 없으면 화장도 못해. 미트파이 속에서 반짝이는 건포도 조각들.

헨젤 : 제발 제발 도와줘요 엄마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그레텔 : 엄마가 우리한테 용돈을 주면 되잖아! 엄마 그렇죠? 엄마가 자식들에게 용돈을 주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니까.

호랑이 : 아직 낳지도 않은 자식들에게 용돈을 주는 엄마는 없어.

그레텔 : 그럼 우리를 고용해요! 그 다음에 우리에게 인건비를 주면 되잖아요.

호랑이 : 그래. 좋아. 자 지금부터 너희 엄마를 매장하러 갈 거다 옷을 벗고 나를 따라 와 시체는 문 바깥에 놓아뒀으니까.

헨젤 : 싫어요

그레텔 : 나도 싫어요

호랑이 : 그럼 너희가 나를 고용해.

그레텔 : 그래요 우리는 인건비는 없지만 대신 시체 치우는 걸 도와드리죠.

헨젤 : 엄마를 뭘로 고용할 생각인데?

그레텔 : 그야 우리 엄마로 고용하지. 엄마 가요. 엄마 시체 치우는 걸 도와드릴게요.

호랑이 : 고마워 착한 아이들아 옷을 벗고 나를 따라오렴.

(헨젤과 그레텔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교복을 벗는다. 관객들의 환호성, 웃음과 비명. 헨젤과 그레텔과 호랑이가 문을 열고 방을 나선다.)

그레텔 : 시체가 어디 있는데요?

헨젤 : 시체가 어디?

호랑이 : 여기 있잖아 여기! (손을 휘저으며)썩고 있어 푹푹 썩고 있어 잼이 얼마나 비리고 역겨운지 알고 있니 하얀 거품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

그레텔 : (호랑이에게 입을 맞춘다. 관객들의 웃음소리) 정말 잼이잖아! 피에 설탕을 탄 게 아니라면 이건 정말 잼이야

헨젤 : 그럼 시체는? 우리는 뭘 치워야 되는 거야? 제발 빨리 말해줘 미쳐버릴 것 같아 치울 시체가 없다면 우리는 살아 있을 의미가 없는 거야 우리는 경쟁력을 잃고 도구목적을 잃고 뒈지지도 못한 채 실패자가 되는 거야 제발요 일감을 줘 치울 시체가 어디 있다는 거야

호랑이 : 여기 있어 여기 여기 시체가 있어 살아 있는 고깃덩이 죽어 있는 고깃덩이 모두 고깃덩이인데 눈에서 반사되는 응시는 그대로인데 어째서 그것들은 다른 미래를 갖는지

그레텔 : 아 오빠 가여운 오빠 내가 치울 시체를 만들어주면 되는 거지? (호랑이의 목을 조르며)

호랑이 : (헐떡이며) 돼지처럼 육감적인 천사가 내 목을 조르고 있네 얘들아 가엾은 고아들아 너희 엄마는 어디 갔니?

그레텔 : (호랑이의 목을 조르며. 팔을 바들바들 떤다.) 우리 엄마는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뒈졌어요 내가 엄마를 낳기 전에 우리 엄마가 죽었어 엄마, (침묵. 기다린다. 관객들은 웃거나 침묵한다.) 엄마 정말 뒈졌어요? 아 오빠! 엄마가 잠들었어. 봐. 아이처럼 새근새근 잠들었어. 정말 귀엽지 않아? 나 정말로 잠든 엄마를 보는 건 처음이야. 자, 봐봐. 정말 귀엽지.

헨젤 : 이제 치워도 돼?

그레텔 : 백치새끼. 엄마를 치워버리면 치울 수 있는 엄마가 사라지잖아.

헨젤 : 그럼 어떻게 하면 좋아?

그레텔 : 치우지 않고 놔두는 거야. 그럼 오빠는 아주 오랫동안 오빠가 해야 할 일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a년 a월 a일

아이는 길을 건넌다. 더러운 물을 질질 흘리는 눈-계단을 지나 살해하는 몸짓. 살해 당하는 몸짓. 포옹하는 몸짓. 죽은 아이를 끌어안는 여자의 몸짓이 먹이를 사냥하는 살해자의 몸짓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것을 아이는 아직 모른다. 인간의 허벅지에 쓸린 말의 등이 처참하게 헐어 있다는 것을, 안장 밑 벌겋게 드러난 살덩이에서 진물과 고름 줄기가 붉고 노랗게 흘러내린다는 것을 아이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아이는 걸어간다. 아이는 길을 건넌다. 마치 그 모든 유사한 얼굴들을 그 모든 다른 얼굴들을 알고 있는 것처럼. 얼굴들이 종기처럼 머리 위에 돋아나고 아이는 짐승들의 얼굴로 얽은 눈으로 눈물을 흘린다. 눈물로 눈 먼 그 눈이 잃어버린 것만이 그에게 남는다. 미끄덩하게 젖은 눈이 놓치는 이미지만이 그를 붙잡는다. 아이는 한 생일파티를 떠올린다. 그것은 오래전에 벌어졌지만 아직 도래하지 않은 어떤 기억이다. 아이는 눈을 감고 촛불이 켜지기를 기다린다. 박수소리 박수소리 박수소리 눈을 떠 노래를 불러줄 테니 눈을 떠 아이가 눈을 떴을 때 촛불은 보이지 않는다. 촛불이 밝히는 희미한 얼굴들도 보이지 않는다. 꿈꾸는 개의 비명이 암흑의 방광을 부풀리며 팽창하고 아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흐느낀다.

나는 영속적인 모순이다.

얼음으로 만든 화물트럭이 아이를 짓밟고 지나간다. 트럭에서는 얼음의 투명한 진물이 흐른다. 하나의 실종이 언제까지 계속되는지 아직 알지 못하는 아이의 시간 위를 얼음의 투명한 그림자가 어루만지며 지나간다. 벌겋게 부푼 살덩이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아이의 머리 위에서 춤춘다. 아름답고 음탕한 고기-천사들. 천사들은 미트 파이 아가리를 벌려 아이에게 입을 맞춘다. 그들이 아이에게 열렬히 입을 맞추는 동안 아이는 그들이 된다. 언제부터 아이가 그들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입술과 입술이 엉키고 머리와 머리의 틈새가 맞물리고 어느 순간부터 혹은 파도의 영속적인 상승과 하강 속에서 아이는 언제나 그들이 아니었고 그들이었다.

붉은 비닐봉지가 하늘 위에서 부유하고 있다. 떨어지듯 혹은 상승하듯 혹은 그 무엇도 아닌 몸짓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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