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11년 7월 15일

i11년 7월 15일

(관객들의 박수 소리. 헨젤과 그레텔과 호랑이-엄마가 손을 잡고 무대를 향해 인사한다.)

음악교사: 헨젤과 그레텔, 햇님과 달님 오누이 이야기를 변형시켜 만들어낸 아주 독창적인 극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박수.

관객 : (박수를 친다.)

음악교사 : 그럼 다음은 x반 친구들이 준비한 하얀새 연극을 보겠습니다. 박수.

관객 : (박수를 친다.)

(막이 열린다. 어머니와 소녀 등장.)

어머니 : 어제 이상한 꿈을 꿨어.

소녀 : (어머니의 이마 위에 물수건을 올리며) 무슨 꿈인데?

어머니 : 천사들 비닐봉지 아이 고름 줄기 파도 아 이해할 수 있겠니?

소녀 : 글쎄.

어머니 : 가엾은 내 딸. 내가 죽거든 나를 부검해 그러면 내 꿈을 상세하게 언표할 수 있을 거다.

소녀 : 누가?

어머니 : 그야 부검의가.

소녀 : 엄마 나도 이상한 꿈을 꿨어. 성모가 갓 태어난 아기 예수를 안고 있었는데 예수가 죽어 있었어. 그곳은 무덤이었어. 아기의 작은 봉분 위에서 성모가 에로틱하게 다리를 벌린 채 드러누워 있었어. 성모는 무덤에서 죽은 예수를 낳았던 거야.

어머니 : 좋은 일이야. 그자는 원래 죽을 운명이었으니까 죽어서 태어나면 그 뒤에 또다시 자라서 그 많은 한숨들을 낭비해가며 죽을 일은 없겠지.

소녀 : 그걸로 끝난 게 아니야. 성모는 모래로 만든 하얀 무덤 위에서 예수의 몸을 작업했어.

어머니 : 작업?

소녀 : 응. 작업. 예수의 배를 가르고 그 속에 하얗고 커다란 어른의 손을 집어넣어서 내장을 전부 빼내었어 대장 소장 췌장 간 허파 심장 창자란 창자는 전부 다 혈관들도 전부 긴 손톱으로 쥐어뜯고. 그러고 나서 하얗고 복슬복슬한 솜들을 어린 예수의 몸 안에 집어넣었어. 그 솜들은 양 인형 속에 들어 있던 거야. 어찌된 일인지 나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어.

어머니 : 꿈에선 원래 그런 거란다. 그보다 얘야 세상에 넌 지옥에 갈 거야. 신을 박제로 만들면 신이 스스로 죽을 수 없잖니. 신이 다시 죽지 못하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니.

소녀 : 어린 예수는 양의 창자로 가득 부풀어올랐어. 성모는 벌거벗은 채로 작업을 계속했어. 성모의 검은 가슴이 붉은 피로 젖어들었어. 하얀 모래 무덤도 피투성이가 되었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파리 떼가 천사처럼 그들 위를 뒤덮었어. 성모는 예수의 피부에 정성껏 포르말린을 칠했어. 박제가 된 어린 예수의 성상을 성모는 어디에나 들고 다녔어. 양팔을 벌린 채로 얌전히 누워 박제된 유리구슬 눈을 뜨고 있는 예수의 박제는 십자가 모양이었어.

어머니 : 가엾고 또 가엾은 내 딸. 그래도 신은 너를 용서하실 거다. 신은 어느 정도는 마조히스트기도 하니까. (팔을 뻗어 소녀의 목을 끌어안으며) 이제 난 곧 죽을 거다.

소녀 : 알고 있어.

어머니 : 내가 죽으면 내 재산은 전부 너에게 주마. 그 돈을 전부 성당에 기부해. 반드시 네 명의로 기부해야 한다. 그러면 지옥에 가지 않을 수도 있겠지. 신은 그의 제단을 섬기는 자들에게 기부하는 신자들을 구제하신단다. 오 신이시여 내 가여운 딸을 용서하소서.

소녀 : 엄마는? 엄마는 지옥에 갈 거야?

어머니 : 아니야. 나는 너를 구원할 테니 천국에 갈 거란다. 지옥에 갈 어린양을 구원하는 신자들은 반드시 천국에 간단다. 그러니 반드시 내 말을 지켜. 너는 내가 네게 주는 모든 것을 성당에 바쳐야 해. 그래야 나도 너도 천국에 갈 수 있으니.

소녀 : 그래. (기다린다. 고개를 까딱거리고 손톱을 물어뜯고 발을 구르며 기다린다. 놀이공원에서 회전목마 앞 긴 줄을 기다리고 있는 어린아이처럼 초조하게-회전목마는 결코 피 흘리지 않는다 부드러운 안장 밑에 감추어진 철-피부 속에는 피도 근육도 창자도 들어 있지 않으니까 그러니 아이들은 아무런 거리낌도 죄책감도 없이 회전목마를 타고 타고 또 탄다. 철의 차가운 피부를 가린 페인트칠이 뜯어질 때까지. 회전목마는 돌고 돌고 또 돈다. 죽음도 출혈도 없이. 생명도 없이. 그러나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초조하게 초조하게 그녀는 말한다.) 엄마 언제 죽을 거야? 안 죽으면 안 돼?

어머니 : (소녀의 볼을 쓰다듬으며) 아가. 천국에서 만나면 박제된 새들의 인형과 박제된 신의 성상을 잔뜩 사 주마. 천국에서는 입맞춤만으로 모든 선물을 살 수 있단다.

소녀 : 나도 죽고 싶어 나도 천국에 가고 싶어. 엄마 (어머니의 귀에 입술을 붙이며) 그러면 보물이 전부 내 거라는 말이야? 신의 제단에 바치기 전에 그전까지는 보물이 전부 내 거라고?

어머니 : (웃으며) 그래. 내 작은 새야. 지옥에 갈 그 빌어먹을 꿈 속 박제된 신이 네 것이듯 보물은 네 거야. 그걸로 천국을 살지 아니면 지옥을 살지는 전부 네게 달린 거야.

소녀 : 엄마, 보물이 내 거라고?

어머니 : 그래, 그건 네 거야.

소녀 : 세상에, 세상에 엄마 나는 한 번도 보물이 내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 그건 언제나 내가 아닌 모두의 것이었지. 난 보물을 욕심내 본 적도 없는데. 그게 내 거라고? 내 거라고? 설령 보물이 하얗고 보잘 것 없는 모래라고 하더라도 좋아. 그게 내 거라고? 가련한 장미 잎사귀 한 장, 다만 그것이라도, 그게 내 거라고? 내가 그걸 가져도 된다고? 난 언제나 살아 있는 걸 갖고 싶었어 난 언제나 피가 흐르는 걸 갖고 싶었어 엄마. 그게 내 거라고? 무엇인가가 작은 먼지 한 톨 소리 한 조각 무엇인가 무엇인가 반드시 내 거라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군. 그게 내 거라고 엄마? 정말? 나를 만질 수 있는 것, 내가 만지고 나를 더듬고 내 피부에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어떤 음률 어떤 비명 어떤 흔적의 징후들이 내 거라고?

어머니 : 그래 그건 네 거야. 가여운 아이야. 보물은 네 거야. 아 나는 백조들을 듣는다. 백조들의 몸들을 나는 삼킨다. 검은 비가 내릴 때 몸들로부터 비를 떼어낼 수는 없었지. 익사한 백조들이 부르는 노래가 공중에 묻혀 있구나. 나는 백조들을 듣는다. 익사한 채로 살아서 부르는 노래를 나는 듣는다. 새벽의 검은 우유를 마시듯 나는 백조들의 하얗고 육중한 시신을 삼킨다. 새벽의 검은 우유 속에는 하얀 구더기가 들어 있었지. 낮의 하얀 우유에는 검은 파리가, 새벽의 검은 우유에는 파리가 소의 젖을 마시고 낳은 하얀 구더기가 들어 있었다. 공기 중을 떠도는 무덤의 빛깔은 희네. 백조의 마지막 깃털처럼. 그것은 영원을 출렁이고 있네. 아이야. 백조들의 스타카토가 들리니?

소녀 : 엄마 내가 엄마를 위해 약을 구해 올 수도 있어요.

어머니 : 멀리까지 갈 필요는 없어. 보물은 언제나 뒷마당에 묻혀 있는 법이니까.

소녀 : (눈을 감고 잠시 잠든다. 갑작스럽게 눈을 뜨고 일어난다.) 엄마 내가 약을 구해 왔어요. (물을 받치듯 조심스럽게 모은 두 손을 내밀며) 보여요? 무장승에게 나무 3년 해다 바치고 불 3년 때주고 물 3년 길어다 바치고 아들 일곱 명까지 낳아 바치고 온 거예요. 내가 얼마나 많은 나무들을 베었는지 몰라요. 도끼를 박아 넣을 때마다 나무들이 비명을 질렀는데 도끼 날을 끝까지 밀어넣으면 속수무책으로 쓰러졌어요 그러고 나서도 계속 비명을 지르고 있었어요. 사물들의 비명이 얼마나 집요한지 엄마는 모를 거야.

어머니 : (지휘하듯 손을 휘저으며) 스타카토 스타카토 스타카토

소녀 : 일곱 명 아들들의 태몽은 전부 나무들이었죠. 나는 내가 베어 죽인 나무들을 낳은 걸지도 몰라. 자, 엄마 마셔요. 내가 이십 년 가까이 눈 앞에 두고도 보물인지 몰랐던 약수야. (손을 들여다본다. 비명을 지르며) 없잖아 빌어먹을 없잖아 세상에 엄마 약수가 어디 있지? 다 말라 버렸나? 어디 쏟겼나? (바닥을 들여다본다)

어머니 : 약수는 그대로 있는데. 잘못 봤나 보지.

소녀 : (그릇 모양으로 받친 양손바닥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그러네. 엄마 말이 맞아. 그대로 있는데 내가 왜 못 봤지? 엄마 얼른 마셔. (손바닥 그릇을 내민다.)

어머니 : (슬픈 표정으로 소녀의 손바닥에 입술을 가져다댄다.)

소녀 : 마셔. 마셔. 전부 마셔. (흥얼거리며) 깊이 깊이 삼켜라 나비들이 빠져 죽은 강물의 그림자까지 새벽의 검은 우유를 목구멍을 검은 혀를 삼켜라 전부 삼켜라.

어머니 : (기침하며) 그만!

소녀 : 마셔 마셔 전부 마셔 깊이 깊이 삼켜라 공중을 떠도는 납이 달라붙어 죽어버린 검은 혀까지 진주알처럼 돋아난 식도암까지 짐승들의 뼈를 태운 재에 매장된 기도까지 전부 삼켜라. 얼굴도 뼈도 삼켜 축축한 고깃덩이가 더는 얼굴이 아닐 때까지 흐물거리는 살이 더 이상 기관이 아닐 때까지 혀가 더 이상 말이 아닐 때까지 삼켜.

어머니 : (눈을 문지른다. 어눌한 목소리로) 지금 몇 시니?

소녀 : 아흔아홉의 짐승들이 시계를 깨뜨려 버렸어. 어떤 짐승은 총질을 했고 어떤 짐승은 날카로운 이빨로 시계를 깨물었고 어떤 짐승은 시계를 집어 던졌어.

어머니 : (어눌하게) 그래. 혀를 너무 많이 삼켰더니 숨이 막혀. (기침을 한다 기침을 한다 기침 그리고 눈을 감는다)

소녀 : 엄마, 이제 죽은 거야?

어머니 : 그래. 내 시체는 버리지 말고 하얀 관에 넣어두렴.

소녀 : 응. 알았어.

암전. 흐느끼는 소리. 장송곡. 웅성거리는 소리. 불이 켜지고 다섯 명의 오빠와 소녀 등장. 어머니는 하얀 관 속에 누워 있다.

어머니 : 얘야 목이 마르구나. 어서 물을 떠다 줘.

소녀 : 물? 엄마 물을 갖다 달라고?

오빠1 : 아냐. 정신 차려. 어머니는 돌아가셨어.

소녀 : 그 정돈 나도 알아.

오빠2 : 줄서기꾼의 일은 기다림이고 자살자의 일은 죽음이니.

소녀 : 엄만 자살하지 않았어.

오빠2 : 글쎄, 어떨까. 국가적 초국가적 생명사업에 연루되지 않은 이 중 자살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 삶과 죽음의 변증법은 어디에나 있지. 사형수는 처형자와 어느 정도 공모 관계에 있고 양은 제단 위에서도 녹색 풀을 씹고 있는 거야.

소녀 : 오빠 정신차려. 엄마는 병에 걸려 죽었어. 엄마가 마지막 기침을 내뱉는 걸 내 눈으로 분명히 봤어.

오빠2 : 엄마에게 성흔이 있지 않은지 확인해 봐. 빌어먹을 상처 속에 눈을 갖다 대 보라고 찢어진 몸 속에서 뭐가 들끓고 있는지 그게 엄마를 다시 살릴지 확인해 봐. 오 숭고하고 신성한 자는 부활하시리나니.

소녀 :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엄마는 죽었어. 찢어진 평면처럼 죽었어.

오빠2 : 그리고 너는 죽은 여자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어머니 : (관 속에서 일상적인 어조로 속삭인다.) 얘야 배가 고파. 미트파이 비스킷 스프 뭐라도 좋아 제발 갖다 줘. 그리고 물도! 너희들이 어릴 적 내가 너희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내 미칠듯한 허기와 갈증을 채워 달라고. 안 들리니? 얘야 안 들리니?

소녀 : (히스테리컬하게 비명을 지르며) 들려요! 들린다고.

오빠3 : 뭐가 들린다는 거야?

오빠4 : 아냐가 미친 게 아닐까?

오빠2 : 아냐가 미쳤다면 우리에겐 나쁠 게 없지. 저 애에게 더 좁고 하얀 방을 주고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번갈아 면회를 가면 될 테니.

소녀 : 나 듣고 있어. 전부 듣고 있다고!

오빠1 : (오빠2의 뺨을 때린다. 오빠2의 무릎을 꿇리고 그에게) 짖어 벗어 짖어 (소녀에게) 어때 아냐, 목줄을 채워줄까?

소녀 : 난 오빠도 개도 필요없어.

오빠1 : 제발 아냐 엄마도 우리 모두가 실직자가 되기를 원하는 건 아닐 거야.

소녀 : 하지만 너희는 형편없는 배우인걸. 너희는 엄마가 아플 때 그 구역질나는 방에 잠시도 고개를 들이밀지 않았지. 하지만 나는 딸 역할을 충실히 했어. 아주 열정적으로 했지. 더러운 진물이 질질 흐르는 등을 똥 찌꺼기를 매일같이 닦아낸 건 나야.

오빠1 : 엄마도 우리에게 음부를 보여주고 싶진 않았을 거야.

소녀 : 어쨌든 너희는 전부 해고야. 당장 내 극장에서 나가.

오빠1 : 아냐 제발 너는 착한 아이잖아. 벌써 다른 극본을 완성한 거니?

소녀 : (고민하며) 아직, 아직. 오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가?

오빠1 : 아름다운 질문이야. (눈치를 보며) 아직 대답은 찾지 못한 거지?

소녀 : (발레리나처럼 무릎을 살짝 굽히고 깜찍하게 인사하며) 고마워. 이건 칸트야.

오빠2 : 네가 엄마 역할을 하는 건 어때? 엄마 난 글을 쓰고 싶어 소설을 쓰고 있는데 어때 읽어줄게. 밤의 암흑에 나는 빛의 점들로 레이스 구멍을 뚫는다. 바늘구멍에 눈을 맞추고 안을 들여다본다. 신의 성흔 안에는 바깥을 내다보는 응시가 있다. 찢어진 이미지 안에는 찢어짐을 내다보는 다른 응시가 있다. 단두대에 목을 들이밀고 사형수는 양의 뼛조각을 우물우물 씹어대고 있었지. 곧 타오를 미래의 상처 속에 장미의 언어를 불룩하게 쑤셔넣고서. 나뭇가지 위의 까마귀들은 식물성의 날개를 온순하게 오므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꽃처럼. 처음으로 반 아이의 물건을 훔쳤을 때 나는 교직원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사정했다. 하늘색 필통 천을 핏줄이 불거져나온 성기에 대고 문질렀지. 나는 갈수록 더 단단하고 날카로운 것들을 훔쳤다. 어린아이의 기도를 막을 수 있는 유리구슬과 끝이 날카로운 샤프 누구의 눈이라도 멀게 만들 수 있는 컴퍼스 검게 변색된 커터칼 같은 것을 나는 마구잡이로 훔쳤다. 훔친 컴퍼스 날을 손톱 밑에 박아넣고 검게 바랜 커터칼을 손목에 문지르고 훔쳐낸 편지지 종이를 눈가에 문대 이미지들이 고이는 얇고 연약한 합류점을 베어내고 어린아이뿐 아니라 성인의 기도도 막을 수 있는 유리구슬을 사탕처럼 빨다가 깊이 더 깊이 삼키고 그러면서 나는 사정했다. 아이들은 사라진 물건들을 찾지 않았다. 그것들은 처음부터 어찌 되어도 좋은 잡동사니였으므로. 실종된 것들은 제자리에 있을 때부터 실종된 채였던 것이다. 하나의 세계를 다른 세계 안에 거주시키기 위해 나는 실종된 세계를 깊이, 깊이 삼켰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는 범죄를, 그 누구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없는 범죄를, 내 안에 깊이 스며 나를 아프게 할 뿐인 범죄를 나는 계속해서 저질렀다. 나는 범죄 없이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었던 것이다. 세계와 세계를 포개고 세계의 연약한 경계를 찢어발기지 않고서는, 그 찢어진 평면 내부로부터 흐르는 장미의 언어를 확인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떤 장미는 다른 것보다 더 붉으니까. 나는 교실에 흩어진 모든 그림자를 모으려 했다. 미친 듯이 물을 모으려는 광인처럼, 파도 위에 모래를 쌓으려는 어린아이처럼. 아이들은 그 애들의 것이었던 사물들과 그 그림자들을 잃어버린 줄도 몰랐다. 사라진 사물들은 내 살을 파고들었다. 나는 가장 깊고 서글픈 곳에서 절정을 맞았다. 사물들의 체온. 단단하고 날카롭고 선뜩한, 음의 체온. 어쩌면 나는 아무것도 훔치지 못했을지 모른다. 내가 훔쳤다고 믿은 것은 단지 버려진 것이었고, 쓰레기통에서 무엇인가를 열렬히 채굴해내는 일이 다만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일 뿐 섬뜩한 범죄가 될 수는 없듯이, 나는 기실 아무런 범죄도 저지르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런 생각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범죄범죄범죄들 내 혈관을 꿰뚫고 나를 갈라놓은 범죄들 내 가장 깊은 곳에서 내파하던 붉고 하얀 절정들 그것이 모두 처음부터 없었다면 나는 빛 속에서 모든 그림자를 모으려 몸부림치는 어린 나방처럼 무력했다. 수십억을 생명을 몸을 훔치는 일은 누구나 발견하지만(물론 이때 생명과 몸은 가시성의 조건 안에 들어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미 실종된 것들을 훔치는 일은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수 없다. 내 범죄의 증인은 오직 나뿐이다. 그 범죄가 실존했음을 아는 것 역시. 내가 믿지 못한다면, 내가 잊어버린다면 그 부단하고 절박한 범죄들은 모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눈을 감으면 삶의 보상인 죽음이 순수한 밤의 형태로 펼쳐진다. 밤은 무한한 범죄들을 품고 있다. 잔존하는 희미한 빛들 하나하나가 범죄의 희망과 범죄의 미래를 간직하고 있다. 무덤의 봉분처럼 두툼하게 부풀어오른 눈꺼풀 밑에서 카론의 배가 헤엄친다. 눈을 감아 밤을 만들면 가장 순수한 죽음이, 잃어버린 범죄들로 젖은 죽음이 현현하는 것이다. 카론의 노 젓는 행위 하나하나를 밤은 기록하고 있다. 밤은 기억하고 있다. 그 모든 서글픈 범죄들을. 물건의 소유주조차 승인하지 않았던 범죄들을.

소녀 : 뭐라고? 하나도 못 들었어. 너는 얼음덩이에 용접해 놓은 불처럼 웅얼거리는군.

오빠2 : 엄마 다른 글도 있어. 난 빌어먹게 많이 썼으니까. 이거? 이거? 이걸 읽어드릴까?(허공에서 종이를 헤집는 제스쳐를 취하며) 이건 어때? 다이빙을 하러 나올 때까지만 해도 몰랐던 사실이 있다. 내 삶이 그렇듯 나 역시 혼자라는 것이다. 나는 어제 태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오랜 기간 나는 내가 어제 태어났다고 착각하며 살았다. 남편은 내 옆에 둥둥 뜬 채로 잠을 자고 있다. 그의 입술은 팬지처럼 푸른색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살아 있다. 그의 얼굴 주위를 해면동물처럼 선회하는 물방울들이 보인다. 물방울들은 침묵처럼 멀리 퍼진다.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는 산책을 나온 연인처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부글거리며 이야기한다. 자기야 난 어제까지만 해도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어. 난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으니까. 그런데 살고 싶어 나 살고 싶어. 그는 몸을 부르르 떨며 깊고 검은 바다 속에 배설한다. 작은 물고기들이 달콤한 악취를 빛처럼 좇아 그의 살갗을 물어뜯을 테지. 피부의 연약한 잠금이 벌어지고 피가 새어나가면 상어가 올 것이다. 그러면 모든 것이 끝이다. 나는 대답한다. 그래. 깊은 바다에서 접붙던 상어들이 일으키는 물보라가 우리의 마비된 허벅다리를 간질인다. 구멍 뚫린 창자. 희고 날카로운 짐승의 이빨에 꿰뚫린 허파. 눈앞을 떠다니는 구멍들을 물어뜯고 물보라를 물어뜯는 짐승의 이빨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던 징후를 감각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내가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언제나 우리는 바다 위에 있었다. 나는 서둘러 허공에 글을 끄적였으나 파도는 어설픈 물의 각인을 실어나르지 못할 것이었다. 하나의 의식이 세계로 나설 때, 세계에 대한 무기력한 증오마저도 사그라드는 것이다. 나는 저주도 원망도 없이 끔찍하게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증후들은 우리를 직접 마주보고 있었다. 그 투명한 눈동자들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전하지 못할 말을 웅얼거리는 투명한 입술 주름들. 징후들과 주름들의 배열. 태평양 한가운데 떠내려왔음을,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어떠한 귀착을 얻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편은 입술 위에 목소리를 애타게 문질러가며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사는 것처럼 잠자고 있어. 그는 외친다. 크루즈 위에서 하얀 휴가를 지새우던 그들이, 그들이 우리를 두고 갔다. 그들은 우리 이름의 빈자리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의 몸은 한 번도 우리의 이름과 동일한 것인 적이 없었는데도 그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가 그들에게 그 사실을 뒤늦게라도 밝힐 수 있을까? 그럼 그들은 이렇게 대답할 테지. 아, 왜 그걸 미리 말해주지 않았어요? 남편은 내 말을 듣고 킬킬거린다. 물 속에 잠긴 몸은 추위에 얼어붙었는데도 물 바깥에서 햇볕에 타들어가고 있는 고깃덩이에서는 매캐한 열기가 피어오른다. 세계의 어느 한구석에 늘러붙은 영혼의 찌꺼기. 파리떼를 유혹하며 벌겋게 타오르는. 입술 위에 침묵을, 의식에 눈물을, 허기에 고독을 문질러가며 우리는 질식할 것처럼 거대한, 그리고 비좁은 세계를 견딘다. 우리가 가진 긴급함은 우리의 죽음이 아닌 삶이다. 손톱 끝에 매달린 푸르고 투명한 혈류 다발들. 우리는 깨어날 시간도 없이 꿈을 꾸며 세계를 맴돌고 있다. 그의 푸른 입술이 희미하게 웃는다. 남편은 몽유병자처럼 흐느적거리는 손을 올려 바이올린을 켜는 제스쳐를 취한다. 나는 그가 연주하는, 들리지 않는 것을 듣는다. 물보라와 파도, 지구에서 가장 강렬한 별이 거대한 물의 세계를 데우고 휘발시키는 소리. 그 사이에서 그는 들리지 않는 음들을 짚고 마찰시킨다. 파도의 제스쳐와 음악의 이미지가 마찰한다. 파도가 우리에게 강여하는 일련의 강제된 감각적 세계로부터 우리는 떠밀려난다. 나는 그의 제스쳐 속에 갇힌 내 감정을 듣는다. 그것은 그의 손 끝에 내맡겨져 있는 내 음악이다. 이토록 긴급한, 감각적인 사건들. 상어들이 이를 갈며 잠꼬대를 하는 소리, 상상의 눈물이 빛을 향해 자라나고 처형당한 인형들은 밤의 늪 쪽으로 고꾸라진다. 낙천은 고양되고 비탄이 된다. 비탄은 물 위에 더해진 물이다. 눈물과 바닷물, 창공을 부유하는 물과 몸 속을 흐르는 물을 나는 더 이상 분간할 수 없다. 나는 물 위에 내 몸을 섞는다. 감각적 사건은 결코 하나일 수 없다. 그것은 언제나 일련의 신경 뭉치이다. 나는 하나와 다른 하나를 구분할 수 없는 물기의 연쇄 속에 몸을 누인다. 그럼에도, 물론 나는 발버둥치고 싶다. 나는 창공으로 거칠게 튀어나가 별이 되고 싶다. 남편은 상상의 바이올린을 내던지고 살려달라며 비명을 지른다. 오 여보 아무도 우리를 살리러 오지 않아. 아무도 우리를 죽이러 오지 않고. 비열한 년. 그는 어린아이처럼 흐느낀다. 넌 날 죽이고 바깥으로 나가려는 거야. 날 버리고 너 혼자서 바깥으로 도망치려는 거라고. 나는 그를 달래며 말한다. 너를 죽여도 나는 도망칠 수 없어. 내가 대체 어디로 가겠어? 육지가 어디 있는지 그도 나도 모른다. 그는 운다. 울면서 그는 얼마든지 나를 버리고 도망칠 수 있다고 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심지어는 삶마저도 버릴 수 있다고 애걸한다. 나는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 생에 대한 욕망으로 안달하는 것이, 삶이 비열한 것인가? 우리는 너무 오래 견뎠다. 우리가 감각의 수인임을 잊게 만들 수 있는 모든 소란스러운 대화와 스펙타클, 이미지와 상업적 향기의 연쇄가 이곳에는 없다. 여기에는 오롯이, 우리의 감각과 우리의 것이 아닌 감각이 불러일으키는 광폭한 변증법뿐이다. 바닷물에 불어서 뼈로부터 미끄러져 녹아내리고 있는 손가락 가죽이 바다 위에 새기는 언어 : (나)는 여기 살아 있다. 놀랍게도, 아직 사라지지 않고 살아있다. 여행사의 가이드는 우리를 이 영원한 황혼의 오줌통으로 이끌었다. 얼마나 많은 고기들이 이곳에서 오줌을 싸댔을지 몰라. 이곳의 반은 오줌똥이고 반은 피와 고름일지니. 아아 가엾은 요릭! 네 혀는 죽어서도 썩지 않고 붉고 두툼한 육즙을 흘리고 있구나. 내가 네 입 속에 혀를 집어넣고 네 혀를 물어뜯어줄까? 나는 허락된 것보다 더 깊이 들어간다. 더 깊이, 깊이. 그러나 해면에 남은 그 깊은 흉터를 발견하는 이는 없겠지. 이것은 독자 없는 글쓰기이다. 삶은 독자 없는 글쓰기. 정말 정확히 말하자면 독자도 작가도 없는 글쓰기이다. 남편이 부글거린다. 자기야 나는 곧 죽을거야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파 무엇보다 목이 말라 그런데 자기야 해는 정말 크고 희어. 겨울밤 꿈 속에서 만들던 눈사람처럼. 아 모자란 새끼야 목이 마르면 물을 마셔. 가장 위험한 물, 금지된 물을 마셔. 물이 이렇게 많은데 목이 마르다니 미련한 새끼.

관객30 : 무슨 소리야

관객2 : 몰라 너는 이해가 가?

관객21 : (짜증스럽게) 몰라 이게 무슨 연극이라고?

소녀 : 내가 예언을 해 줄까? 너는 네 언어에 질식해 죽을지니. (웃는다.) 난 몇몇 이들의 운명은 보이지 않는 은밀한 곳까지 예언할 수 있지. 오빠 나는 오빠를 후원할 생각이 없어. 그따위 소설로는 한 사람도 죽일 수 없겠군.

오빠3: (중얼거리며) 살릴 수는 있을까?

어머니 : 얘야 얘들아 내가 낳은 생-물들이 이렇게 많은데 아무도 내게 물을 가져다주지 않다니. 내가 낳은 고기를 좀 물어뜯어도 될까? 깊이 물면 피가 나올지도 몰라.

소녀 : 엄마, 조금만 더 기다려요. 곧 마실 수 있는 물을 갖다드릴테니.

오빠1 : (속삭인다.) 들었어? 쟤가 또.

오빠3 : (비밀스럽게) 들었어.

소녀 : 뭐라고? 한 번에 하나씩 말하지 마. 내 귀는 두 개니까. 내 눈 앞에서 얼씬거릴 때도 제발 한 곳에 모여 있지 마 나는 사시니까.

오빠2 : 아, 저년이 주머니에 돌을 가득 채운 채로 강물 속에 기어들면 좋으련만.

소녀 : 내가 왜? 보물은 강이 아니라 여기 있는데! 오빠들, 엄마가 그랬어. 오빠들도 들었지? 보물은 전부 내 거라고.

오빠1 : 아냐, 사랑스러운 아냐. 잘 생각해 봐. 너는 분명 조금이라도 갖고 싶다고 그랬어. 조금이라도 좋다고 죽을 정도로 좋다고 그랬어.

소녀 : 오빠 그게 아니었어. 사실 나는 미치게 원해, 내가 가질 수 있는 보물 전부를! 내게 허락되지 않은 것까지.

오빠2 : 아냐 제발 나는 글을 쓰고 싶어. 내가 몸이 약한 걸 알고 있잖아. 난 일을 해서 돈을 벌면서 글을 쓸 수는 없어. 그리고 내가 몸이 약한 데는 네 책임도 있어. 내가 태어나던 순간에 네가 태어났다면 너는 내 몸을 가지고 나는 네 몸을 가졌겠지. 밤새도록 노인네를 간병해도 건강하기 그지없는 그 몸 말이야.

소녀 : 세상에, 그 몸은 오빠고 이 몸은 나야. 그러니까 네 말은, 한 명의 아이가 태어났기 때문에 한 명의 아이가 죽었다는 거지.

어머니 : (발작하듯) 물, 물! 물! 엄마 물 좀 줘.

소녀 : 엄마 조용히 좀 해! 오빠들 좀 도와줘. 이제 엄마 시체를 좀 치워야겠어. 난 보물이 있던 자리에 엄마를 묻을 생각이야. 우리집 뒷마당 가장 깊은 곳에. 알겠어? 가장 가깝고 가장 깊은 곳에 시체를 묻을 거야.

오빠1 : 우리를 고용하는 거야?

소녀 : 그래. 엄마를 묻는 걸 도와주면 이 집에서 같이 살 수 있게 해 줄게.

오빠2 : 난 뭐가 됐든 좋으니 글쓰는 사람으로 고용해줘.

소녀 : 마음대로 해. 나도 오빠들을 내쫓을 생각은 없었어.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그 모든 원천적 결격으로부터 너희를

오빠2 : 용서할지니?

소녀 : 출현하게 할지니! 얘야 너는 소설을 쓰기에는 너무 멍청하구나. 처형이다. 처형이야. 아가. 검은 파충류들이 네 목 위를 기어오르는 걸 보고 싶어. 하얀 종이로 만든 병 속에서 고통으로 벗겨진 새의 깃털을 보고 싶어. 아니야 됐어. 처형 같은 건 안 할 거야. 난 너희들을 그렇게 사랑하진 않아. 하지만 껍질이 벗겨진 새의 심장에서 붉은 진물이 흐르는 건 보고 싶어. 내 귓속에 새 한 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그년은 실하게 잘 여물었지 당장 죽여도 밤을 상상할 수 있을 만큼.

오빠4 : 엄마 엄마가 말하지 않아도 엄마가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하얀색 관이 엄마에게 잘 어울리는군요. 가장 깊고 아늑한 곳에 묻어드릴게요.

소녀 : 그래. 그보다 먼저 엄마한테 물을 갖다 드려야 해. (부엌으로 뛰어들어간다. 잠시 후 물컵을 들고 나온다. 아슬아슬하게 걸으며 물 일부를 쏟는다.) 이런, 그래도 아직 많이 남았어. (울먹이며) 엄마 물좀 먹어. (비명을 지른다) 엄마 벌써 입이 좀 썩었어. 냄새가 나잖아. 이 파리들! 더럽고 게걸스러운 천사들. 살아 있을 때는 알은 척도 않다가 죽고 나서야 흡반과 주둥이를 들이밀며 나타나지. (관에 물을 천천히 흘려넣는다. 구역질을 하며) 으 저 반들반들한 것 좀 봐 끔찍해. 젖어서 빛나 역겨워 역겨워. 가슴이 아파 죽을 것 같아. 엄마 나는 많은 거 더 많은 거 많은 걸 원했어. 나는 십억 마리의 짐승들을 처형하고 그 핏속에서 목욕을 하고 싶었어 무엇보다 나는 내 피 속에서 목욕을 하고 싶었어. 처음으로 붉은 립스틱을 입술 위에 문질렀을 때 내 것이 아닌 색소가 내 입술 위에 얹어졌을 때 나는 가장 깊은 곳으로 꺼져들어가는 것 같았어. 엄마 무수한 입술 위에 마찰되었을 그 색. 장미의 목을 꺾고 버찌의 내장을 터뜨려 만들었을 그 색. 내가 얼마나 많은 보물을 상상하고 또 원해왔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야.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했으니. 내 머리칼이 얼마나 길게 자랄 수 있는지. 내가 얼마나 많은 나들을 배신할 수 있는지! 내가 얼마나 많은 죽음을, 무엇보다도 삶들을 원했는지. 행성이 끌어당기는 중력이 없는 우주의 어느 구석자리에서 홀로 조용히 터지는 새의 조각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없겠지. 나는 원해. 원해. 그 새의 조각들마저 원해. 이름 없이 스러져가는 먼지,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떠도는 먼지의 마지막 한 조각까지 원해. 내가 지상을 떠도는 동안 태어난 모든 바퀴벌레의 눈물을 원해. 하나의 직선과 평행하는 다른 직선을 얽어매는 거미줄에 걸린 모든 곤충들의 날갯짓을, 그 눈물을 원해. 엄마 어렸을 때 나는 사랑받고 싶었어. 엄마가 병에 걸렸을 때 엄마가 처음으로 피를 토했을 때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그 고통이 얼마나 기뻤는지. 엄마는 오빠들보다 나를 사랑했지. 나는 엄마를 내 아이처럼 돌봐주었고 엄마는 내 곁에 누워 아이처럼 잠들었어. 하지만 나는 더 많은 사랑을 원해 더 많은 사랑을. 나는 예수가 되고 싶어! 엄마. 나는 내 성경을 갖고 싶어. 보물, 그리고 더 많은 보물. 희생, 그리고 더 많은 희생. 사랑, 그리고 더 많은 사랑. 중력으로부터 방생된 한 마리 작은 새가 얼마나 목청껏 울었는지 그 새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원했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랑으로 터졌는지 아무도 알지 못해. (흐느껴 운다.)

어머니 : 가여운 아이야. 너는 단지 세계의 미세한 결절점에 불과해. 많은 혈류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너를 낳지 못해 미안하구나.

오빠1 : 엄마 입술이 조금 움직인 것 같아. 이상한 말이지만 엄마가 살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오빠2 : 헛소리하지 마. 살아 있었으면 비명을 질렀겠지 꺼내달라고 애걸했겠지.

오빠1 : 그렇지?

오빠2 : 그래.

(오빠들은 서둘러 땅을 판다. 소녀는 무대 한켠에 웅크린 채로 조용히 흐느껴 울고 있다.)

오빠5 : (봉제인형을 들어올리며) 형들 이것 좀 봐 인형이야. 귀엽기도 하지. (인형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이거 엄마 옆에 묻어 줄까?

오빠2 : (비명을 지르며)그거 버려 얼른 버려! 인형 눈구멍 거기서 벌레가 기어나오고 있잖아.

오빠3 : 어디?

오빠4 : 어디?

오빠2 : 여기! 여기! (제 볼과 눈꺼풀을 긁어댄다.)

소녀 : 착하지. 아가. 더 넓은 곳을 원하면 벌레라도 바깥으로 나가는 거야. 인형이 살로 만들어졌다면 그 속에서 고기를 다 갉아먹고 구멍을 통해 기어나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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