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년 4월 8일 – e년 12월 25일

p-3년 4월 8일

그녀는 눈을 감는다. 그녀는 웃는다. 지하철에서 만난 거지에게 그녀는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주었다. 거지는 눈을 크게 뜨며 그녀를 밀쳤다. 그녀의 입술은 그의 드러난 환부보다 더 벌어져 있었고 더 젖어 있었다.

그녀는 하얗고 순결한 케이크 칼을 들고 있었다. 시간과 시간의 틈에 그녀의 생일이 있었으므로. 거지는 공포에 질린 채 뒷걸음질 쳤다. 건포도처럼 검고 정적인 그의 눈이 커졌다. 그는 여자가 그에게 건넨 모든 것을 들고 부르르 떨었다. 하얗고 부드러운 플라스틱 칼이 여자의 살 속에 파묻혀 있었다.

여자는 깨닫는다. 그녀가 그녀의 모든 것을 가감없이 주어버렸음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일말의 여분도 없이, 되돌이킬 수 없는-그러나 결코 후회하지 않을-모든 것을 주어 버렸음을. 시간과 시간의 틈에서 여자는 태어났다. 여자는 여자의 몸에서 태어났다. 거지의 벌어진 입은 당장이라도 비명을 지를 것 같았다. 그의 얼굴을 뒤덮은 희고 연약한 흉터가 꿈틀거렸다.

여자는 하얗게 웃었다. 여자의 케이크 칼도 여자의 안에서 하얗게 웃었다. 여자는 모든 것을 주어버렸다. 뒷걸음질치며 사라져가는 거지의 시간 앞에서 여자는 말했다.

내가 더 어렸을 때 난 정말 예쁜 여자였어. 아이들은 모두 나를 좋아했어. 여자아이들은 나를 둘러싸고 내 머리 위에 하얀 꽃들을 엮어 만든 화관을 얹어 주었고 내 치맛단을 만지작거리면서 웃었어. 남자아이들은 내게 진한 향이 나는 양초들을 선물했어. 나는 언제나 선물들에 둘러싸여 있었어.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나는 내게 가장 많은 문장들을 선물한 남자아이와 함께 살았어. 남자아이는 나를 위해 시를 지어 주었어. 그토록 많은 문장들, 그토록 많은 언어들에 둘러싸여 나는 행복했어. 그는 내 아름다움을 찬미하기 위한 무수히 아름다운 문장들을 내게 선물했지. 나는 행복했어. 나는 부드러운 크림과 화장수를 얼굴에 발랐고 내 얼굴은 은빛 별처럼 반짝거렸어. 남자아이는 내 길고 매끄러운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며 시를 속삭였어. 나는 행복했어. 그 애는 행복했어.

남자아이가 군대에 가게 되었을 때 그는 내게 많은 언어를 선물하기로 약속했어. 그 애가 사라지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예뻤어. 많은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이 달콤한 언어를 굳혀 놓은 선물들을 내게 줬어. 사랑해, 네가 좋아, 너를 갖고 싶어, 그런 말들로 반들거리며 빛나는 보석들, 쿠키들, 그림들, 시들. 나는 행복했어. 나는 길고 하얀 목을 가진 여자아이와 함께 살게 되었어. 그녀는 길고 유연한 목으로 감미로운 노래를 불러 주었어. 나는 행복했어. 그녀도 행복했어. 나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선물들은 사랑받는 아이의 방을 장식하는 야광 별들과 플라스틱 심장들처럼 반짝였어.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어. 그녀는 침실에서 잠들어 있었어. 나는 문을 열었어. 그는 좀 더 마르고 그을은 얼굴을 하고 있었어.

나는 반갑게 인사했어. 안녕. 잘 지냈어?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내가 그를 배신했다고 말했어. 내가 그를 배신했기 때문에 그는 아무것도 쓸 수 없다고 말했어. 그는 내가 그의 시를 살해했다고 말했어 그는 내가 그를 살해했다고 말했어.

나는 너무 놀라서 아니라고, 나는 그저 살았고 사랑했을 뿐이라고 나는 너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말했어.

그리고 아팠어.

나는 내 얼굴 내 목 내 피부 타들어가고 있었어. 나는 탔고 불이 나를 갉아먹고 물어뜯고 찢어발기고 나를 녹이고 있었고 나는 울었어 아니 울 수도 없었어 나는 아팠어 아팠어 세상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어 감미로운 속삭임은 불타는 비명으로 바뀌었어 새들이 내 가장 내밀한 곳을 물어뜯고 나는 아팠어 창자가 찢어지고 나는 아팠어 나는 아팠어 아파 아파! 그만 아프고 싶어 하지만 살아 있는 한 그만 아플 수는 없어 나는 삶을 원해 아픔만큼이나 삶을 원해 아파 아파 아파 너무 아파! 세상이 소리쳤어.

그 애는 더 이상 없었어. 그녀는 그가 내 얼굴에 염산을 끼얹었다고 말했어. 내 얼굴이 모두 녹아 사라졌어. 시들도, 문장들도, 선물들도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어. 반짝이는 것들은 여전히 생기있고 아름다웠지만 그 선물들은 더 이상 내게 속해 있지 않았어. 거울은 나를 비추지 않았고 나는 더 이상 내 얼굴을 떠올릴 수 없었어. 내 얼굴은 촛농처럼 하얗게 녹아내렸고 나는 그 무엇도 아니었어. 나는 내가 무엇인지 더 이상 알 수 없었어. 더는 행복하지 않았어. 나도, 그녀도. 그녀가 나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을 알 수 있었어. 그래서 나는 거리로 나왔지.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았고 아무도 내게 선물하지 않았어. 나를 위한 언어도 나를 위한 속삭임도 나를 위한 선물도 나를 위한 반짝임도 나를 위한 사랑도 나를 위한 입맞춤도 나를 위한 애무도 나를 위한 시도 없었어. 나를 위한 언어도 더 이상 없었어. 나를 위한 몸도 나를 위한 얼굴도 나를 위한 미소도 나를 위한 흐느낌도 없었어. 하지만 나는 살아 있었어. 일그러진 얼굴로. 하얗게 녹아내린 얼굴로. 나는 내 얼굴이 여름철의 케이크 같다고 생각했어. 냉장고가 사라진 세계에서 나는 내 녹아내린 케이크를 축하하기로 했어.

나는 네게 모든 것을 줄 수 있어. 왜냐하면 오늘은 케이크의 생일이니까! 매일 나는 녹아내리고 매일 나는 아프고 매일 나는 태어나고 매일이 녹아내린 케이크의 생일이니까! 나는 너를 용서하는 대신 나를 살기로 했어. 나는 얼굴을 잊었고 그 무엇보다도 달콤하게 살아 있어. 아무도 내게 선물을 주지 않고 아무도 내게 리본을 매어 주지 않지만 가장 달콤한 생크림 살이 내게 있어. 그녀는 웃는다. 녹아내린 하얀 얼굴로 웃는다. 그녀의 미소는 어떤 환부보다도 더 벌어져 있다. 그녀의 웃음은 감미롭게 젖어 있다.

i11년 12월 17일

그 애의 빈자리에 케이크를 올려 두고 싶었다. 하얗고 달콤한 생크림 케이크. 하나의 초가 꽂힌. 하지만 그 애의 빈자리는 그곳에 없었다. 부재의 냄새와 흔적조차 없었다. 아이들이 빼곡이 앉아 있는 책상들 사이에서 그 애의 빈자리를 더 이상 기억할 수 없었다. 그러나 상관 없었다. 나는 그 애가 더 이상 그 애의 빈자리에 속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 애는 여기에 없다. 그렇다면

다른 어디에 있을까?

나는 촛농처럼 타들어간 가면으로 골목에 들어섰다.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골목 사이에 그 애의 집이 있었다. 푸른 양철 지붕 아래의 더러운 벨. 여자가 문을 열었다. 그녀는 조금 놀란 듯 보였다. 그러나 나는 마치 그녀의 아이인 것처럼 그녀의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안절부절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내가 이 집의 여주인이고 그녀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인 것처럼.

시를 쓰고 있었어.

그녀는 다소 주저하듯 말했다. 나는 그녀가 내게 지나친 권력을 주는 것을 느꼈다. 주머니 속에서 녹아내려 은박지에 늘러붙은 초콜릿 같은 혀로 나는 말했다. 그 애에 관한 시인가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녀가 확증해주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 애가 살아 있었음을. 그 애가 존재했음을. 오래도록 내가 갖지 못한 확증을. 나는 의연한 걸음걸이로 욕실에 들어가 손을 씻었다. 세면대 위에서 작은 날벌레를 보았다. 날벌레의 날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나는 손끝으로 그것의 줄무늬를 조심스럽게 건드려 보았다. 날벌레는 부드럽게 경련했다. 그것은 살아 있었다.

나는 몸을 떨었다. 몸 속에서 천 개의 유리종이 울리고 있었다. 나는 아름답고 날카로운 비명소리들을 들었다. 신체에 새겨진 단절들로부터 흘러나오는. 내 창자 속에 웅크리고 있던 여자가 몸을 폈다. 그녀는 균열된 몸으로 노래한다. 잃어버린 목소리들이 그녀의 몸을, 그녀의 균열들을 통과한다. 가느다란 바람들의 새처럼 높고 이상한 음률. 나는 욕실 문을 열었고 문을 열었다. 울고 있는 그녀의 그림자를 보았다. 여자의 형상은 주방 앞 테이블 위에 있었다. 그녀의 긴 그림자는 휘어져 있었다. 나는 그녀의 앞에 앉았다. 그녀는 나를 보고 허둥대며 손을 휘젓다가 컵을 엎었다. 테두리가 없는 물이 테이블의 가장자리를, 그녀의 손 그림자와 내 그림자의 겹쳐짐을 범람하며 흘러내렸다. 그녀의 그림자가 흘러내렸다. 지나친 액체성의 침묵이 그녀의 페이지 너머로 흘러내렸다. 그녀는 노트 위에서 번져흐르는 검은 잉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이 몇 시냐고 여자는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마치 시계에 없는 시간처럼 느껴진다고, 나는 대답하고 싶었다. 여자의 거품 이는 혀에서 흘러넘치는 경계 없는 붉은 언어. 난 그 애를 사랑할 수 없었어.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애를 사랑하고 있었어. 그녀는 말했다. 나는 그 애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었지만 그 애는 내 모든 것을 가져갔어. 여자는 말했다. 나는 그녀의 균열들을 파고들고 출혈하며 울리는 금관악기의 소리를 들었다. 천 개의 유리종이 그녀를 울렸다. 비둘기 같은 부드러움, 버려진 부드러움으로 달싹거리는 여자의 입술, 그 입술의 완고한 붉음. 붉은 음들. 나는 그녀에게 그 애와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녀가 그것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억나지 않아. 기억나지 않아요. 그 애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 애의 이름이 뭔지 기억나지 않아요 그 애는 정말 유령이 아니었나요? 그래 맞아. 그 애에게 그런 걸 물어본 적이 있어요. 네가 유령인 것 같다고 그렇지 않냐고 그 애는 이렇게 말했어요. 그래 나는 어쩌면 유령일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살아 있어. 그 애 답지 않나요? 하지만 뭐가 그 애 다운 건지 그 애가 뭐였는지 나는 모르겠어. 잘 기억나지 않아요. 어쩌면 그 애가 사라졌기 때문에 내가 그 애를 잊어버린 게 아니라 내가 그 애를 잊어버렸기 때문에 그 애가 사라진 건지도 몰라요. 당신이 내게 욕을 해 준다면 좋을 텐데. 내 죄를 추궁해 준다면, 그러면 나는 죄인이 될 수 있을 텐데. 나는 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텐데. 그 애는 뭐였죠 나는 뭐죠 우리는 뭐죠. 테이블 아래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액체성의 그림자가 침묵이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 애가 연극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 애가 연극을 얼마나 기대했는지, 벌거벗겨진 붉은 피부 위에 푸른 베일을 쓰는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말했다. 여자는 가장자리가 엷게 흩어진, 불분명한 경계를 지닌 홍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의 실을 잘라버리듯 그녀를 잘라버리고 싶은 잔혹한 욕망을 느꼈다. 그녀의 창자가 나를 향해 흘러넘치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녀가 죽으면 내가 그녀를 낳을 수 있을 텐데. 그녀의 살색 그림자를 전부 먹어치우면 내가 그녀를 낳을 수 있을 텐데. 내가 그녀를 낳고 그녀가 나를 낳으면 나는 그녀의 속에서 울리는 천 개의 균열들을 천 개의 유리종들을 볼 수 있을 텐데. 아이를 잃은 여자의 검은 베일을 도려내고 그녀의 마비된 혀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텐데. 나는 울고 있었다. 나 역시 시를 쓴다고 그것은 고통스럽게 흘러넘친다고 나는 말했다.

여자는 천 개의 유리종들로 말했다.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를 선생처럼 여겼어. 아버지는 내 아버지인 동시에 어머니의 아버지인 것처럼 어머니를 가르쳤어. 젓가락은 이런 식으로 쥐어야 해 밥상머리에서는 떠들면 안 돼 말을 아껴야 해 그런 시답잖은 글은 읽으면 안 돼. 어머니는 아버지의 말을 따랐어. 아버지의 말대로 하지 않을 때는 죄책감을 느꼈어. 나는 어머니가 매 맞은 여학생처럼 숨어서 흐느낄 때마다 어머니를 죽이고 싶었어. 어머니의 목을 조르고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그 속에 있는 붉고 축축한, 성스러운 창녀 같은 울음소리를 여자의 눈 앞에 들이밀어 보여주고 싶었어.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걸 원하지 않았어. 어머니는 살던 대로 살고 싶어 했어. 달걀 껍데기처럼 단단하고 하얀 행복 속에서 살고 싶어 했어. 어머니는 항상 행복하다고 말했어. 아버지가 있어서 내가 있어서 살아 있어서 밥을 먹을 수 있어서 네 개의 사지를 가지고 있어서 행복하다고. 너를 포옹할 수 있어서 피 흘리지 않아서 불구가 아니라서 죽어 있지 않아서 행복하다고. 그러나 어머니, 피 흘리지 않는 건 죽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말하지 않았어.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죽었을 때 어머니는 어린아이처럼 울었어. 아버지가 없으니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어머니는 부모를 잃은 아이처럼 울었어. 어머니는 방 안에 틀어박혀서 울었어. 울고 또 울었어. 한 달이 지났을 때 여자는 알게 되었어. 울면서도 여자는 살아 있다는 것을. 그녀가 감사해한 모든 것이 아직 그녀의 곁에 남아 있다는 것을. 여자는 피 흘리면서, 그 피가 얼마나 따뜻하고 붉은지 깨달았어. 여자가 안방 문을 열고 나왔을 때, 집안의 모든 사물들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녀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음식을 먹기 시작했고 예의 없이, 짐승처럼 선 채로 냉장고 앞에서 마구잡이로 초콜릿을 까먹고 상해가는 커다란 케이크를 남김없이 먹어치웠어. 하얀 케이크 조각이 덕지덕지 묻은 그녀의 입술은 집요한 붉은 빛을 버렸고 그녀는 흐느끼면서도 그 많은 케이크를 전부 먹어치우고 먹어치웠어. 그녀는 입안 가득 퍼져가는 둔중한 달콤함을 느꼈어. 그녀는 살아 있었어. 나는 짐승 같은, 어린 아이 같은 그녀를 보았어. 알을 깨고 막 나온 새처럼 침과 눈물로 온통 젖어 있는 그녀를 보았어. 여자는 백화점에서 슈퍼마켓에서 모든 잡동사니들을 사모으기 시작했어. 어린아이들이나 읽을 법한 동화책들과 인형들, 자질구레한 소품들. 그녀는 그것들을 악착같이 사 모았고 인형들의 옷을 벌거벗기고 인형들의 재봉선을 광폭하게 뜯어내면서 여자의 몸의 재봉선을 뜯어내면서 새처럼 노래를 불렀어. 그녀는 미쳤어 미쳤고 즐거웠어. 나는 여자와 함께 사는 일이 즐거웠어. 여자는 아버지가 좋아하던 my way를 장송곡처럼 온종일 틀어 놓은 채 나이팅게일처럼 허밍했어. 여자는 아버지가 알려준 레시피대로 그녀가 만든 중국 음식을 팔아 번 용돈으로(여자는 언제나 그것이 용돈이라고 말했어) 금지된 모든 것을 샀어. 여자는 그 용돈을(여자가 번 용돈 여자가 손가락을 데고 폐를 기름으로 적시며 번 용돈)기꺼이 탕진했어. 나는 그녀의 낭비를 기념하기 위해 기꺼이 파티를 벌였어. 나는 그녀와 함께 선 채로 생크림 케이크를 전부 먹어치웠어. 되는대로 집어 꽂은 초들 위의 불은 무섭도록 옮겨 흐르며 붉어졌어. 나는 여자의 범죄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기억해. 여자는 하얀 거품이 이는 혀로 노래하듯 말했다.

여자가 문 앞에서 서성이는 동안 문지기는 여자에게 침묵을 강요했다. 문지기는 선생이었고 여자는 학생이었다. 여자는 순종적으로 문지기의 요구에 따랐다. 낭비를 하면 안 돼. 문지기는 여자에게 경제를 가르쳤다. 아무리 포도가 먹고 싶어도 포도를 사서는 안 돼. 너는 밥을 먹고 있으니까 더 단 것을 먹으면 안 돼. 초콜릿을 케이크를 먹으면 안 돼 너는 살이 찔 거고 볼품없어질 거야 네 이는 썩어서 검은 기름처럼 뚝뚝 떨어질 거야 너는 후회하고 말 거야. 문지기는 여자를 끌어안았다. 나는 너를 사랑해 나처럼 너를 사랑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거야. 여자는 문지기를 사랑했다. 여자는 순종적으로 문지기의 사랑에 응했다. 문지기가 여자에게 사랑을 가르쳤으므로 여자는 그에게서 사랑을 배웠다. 그러나 여자가 만들어낸, 여자가 비밀스럽게 짜낸 사랑을 문지기는 거부했다. 그것은 올바른 사랑의 방식이 아니라고, 그런 사랑의 창녀들의 것이라고, 그런 사랑은 그를 숨막히게 한다고 그는 말했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배웠다. 여자는 그녀의 사랑을 변기에 넣고 버렸다. 그녀는 울면서 그것들이 하수구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심장을 빻아 만든 고깃덩이들이 먼 곳으로 사라지는 것을 그 사라짐의 미미한 흔적을.

문지기가 지키던 문이 여자의 것이었음을, 그곳이 여자에게 속해 있었음을, 그러므로 여주인은 여자였고 문지기는 하인에 불과했음을 여자는 뒤늦게야 깨달았다.

여자 몸의 법을 지키는, 그 단단히 봉쇄된 베일을 막고 있는 문지기는 여자가 검고 하얀 베일의 재봉선을 뜯어내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여자의 몸이었고 여자의 법이었고 여자의 내부였으므로. 그녀의 몸은 그녀에게 속한 것이므로. 그녀의 윤리, 그녀의 피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속한 것이므로. 문지기는 그녀 자신의 몸 앞에서 서성이는 여자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검은 숲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단다. 어린 소녀야. 너처럼 어리고 예쁜 여자아이를 검은 숲 속의 늑대들이 기다리고 있단다. 삶의 탐험이 너 같은 어린 여자애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너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소년들이 들어가는 검은 숲에 너는 들어가면 안 돼. 너는 강간당할 거야. 늑대들은 네 몸을 찢어발기고 네 창자를 물어뜯을 거야. 네 자궁을 더러운 썩은 이빨로 씹어삼킬 거란다. 네가 울고 호소해도 봐주지 않을 거야. 그러니 검은 숲에는 들어가면 안 된단다. 내가 네 몸을 지키는 것은 오직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모든 것은 너를 위해서란다. 결코 들어가서는 안 돼. 네 몸 안에서 번득이는 검은 피를 보면 눈이 멀어버릴 거란다 갈기갈기 찢어질 거란다 강간당할 거야 살해당할 거야. 말을 잘 듣는 여자가 되렴 그런 여자는 강간당하지 않을 거야 살해당하지도 않을 거야. 문지기는 그녀의 몸을 봉쇄한다. 그녀는 무를 육화하며 점점 삶의 바깥으로 밀려난다. 그녀는 점차 늙은 어린아이가 되어간다. 그녀는 문지기와 결혼했고 문지기의 금지를, 사랑을, 행복을, 죽음을 학습했다. 문지기는 여자의 수다를 싫어했고 여자가 밤에 신열에 들떠 사랑을, 그에게 허락받지 않은 사랑의 말들을 중얼거릴 때마다 그는 여자의 희고 두툼한 손으로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여자는 달떠 출혈하는 급박한 사랑의 말들을 전할 자리를 찾지 못해-그것을 변기에 버릴 수 없을 때에는-문지기의 머리칼 위에 사는 벼룩에게 속삭였다. 여자가 마비된 밤의 언어를 흐느끼듯 중얼거리고 있을 때 벼룩은 말했다.

가위로, 날카로운 그 손톱으로 재봉선을 찢어발겨. 네 몸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

여자는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여자는 그녀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가 그녀의 기억인지 그녀의 시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나는 얌전히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모래들을 들었다. 아마 그 모든 언어는 그녀의 시였을 것이다. 그녀의 눈은 그녀의 노트에 고정되어 있었고 그녀의 어투는 일상어에서 문어체를 오갔다. 그러나 그녀의 시는 곧 그녀의 삶이었다.

재봉선을 물어뜯어. 천박하고 금지된 암컷 늑대처럼. 너를 찢어발기고 너를 낳아. 재봉선이 뜯긴 몸 바깥으로 소리의 물거품들을 가두고 있는 모래들이 흘러나왔다. 모래에 잠긴 검은 소리가 테이블 밑으로 흘러넘쳤다. 나는 울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나는 그 애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그 애의 이름을 끝까지 묻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검은 숲은 아직 살아 있었다. 나는 검은 숲으로 갈 것이었다. 나는 시를 쓰고 있다고, 여자에게 말했다. 테세우스가 잘라버린 아리아드네의 실이 우리의 손가락에 어지러이 감겨 있었다. 투명하고 단단한 거미줄이.

e-15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트리의 녹색 솔잎들 사이에 매달린 붉은 양말. 소녀는 잠에서 깨어 붉은 양말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물컹하고 따뜻한 무엇인가가 소녀의 손 안에서 맥동했다. 뒤집어진 양말의 살. 창 밖에서는 액체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찢는다. 더 찢어! 찢어! 소녀는 웃으며 소리쳤다. 찢어! 전부 찢어! 봉합을 찢어. 소녀는 양말 속에 담긴 인형을 본다. 인형 여자의 몸에는 비처럼 투명한 재봉선이 있다. 소녀는 재봉선을 뜯어낸다. 소녀는 비명을 지른다. 찢어! 찢어! 신부복을 입은 인형의 살이 뜯어진다. 튿어지고 찢어진 살 사이로 붉은 내장이 보인다. 소녀는 그녀의 피로 흘려낸 꽃을 본다. 그것은 신이다. 신의 성흔으로 그녀는 신의 몸 안을, 신의 자궁과 신의 창자를 들여다본다. 진실한 이미지는 언제나 찢는 이미지다. 진실한 이미지는 찢긴 이미지다. 상처 속에서 버둥거리는 붉은 자궁. 소녀는 인형의 재봉선 틈에서 흘러내리는 상처를 본다. 소녀는 깊은 균열을 느낀다. 소녀의 부모는 무관심한 애정으로 소녀가 찢는 것을 소녀가 찢기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언젠가의 크리스마스에 너는 그 인형이란다. 찢어진 재봉선으로 네가 낳는 것이 네가 낳을 것이 보이니?

하얀 솜이 비어져나온 망가진 인형의 팔을 들고 소녀는 식탁으로 향한다. 늦었구나 소녀의 아버지는 소녀의 뺨을 때린다. 소녀의 어머니가 접시를 내온다. 눈처럼 하얀 크리스마스 접시 위에는 붉은 피가 새어나오는 새의 고기가 담겨 있다. 소녀는 맨손으로 새의 고기를 붙잡는다. 그건 천사의 고기란다. 소녀의 어머니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한다. 천사의 고기를 먹을 때는 젖어야 해 붉게 젖고 찢어져야 해 그러니까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면 안 되는 거란다 모두 너의 벌거벗은 손으로 이빨로 해치우렴. 소녀의 입가와 턱을 적시는 새의 붉은 피. 소녀는 피를 뚝뚝 흘리며 천사의 고기를 목구멍 안으로 쑤셔넣는다. 그녀는 씹고 씹고 또 씹는다. 소녀의 작은 입을 가혹하게 잠식하며 부풀어오르는 새의 고기. 소녀는 구역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녀는 삼킨다. 고기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고기는 그 자리에서, 미동도 없이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다. 미치게 붉은 눈으로. 소녀는 구역감과 함께 치밀어오르는 생리적인 투명한 눈물을 흘리며 그것을 먹는다. 소녀의 앞가슴이 벌겋게 젖어든다. 소녀는 끅끅거린다. 구역감, 현기증, 미칠 듯한 메슥거림. 그러나 고기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소녀는 새의 붉은 고기 위로 하얀 얼굴을 처박는다. 소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린아이처럼 깔깔거리며 웃는다. 이번만 봐 주는 거야. 네 결혼식 날 너는 그걸 전부 먹어야 해.

e년 12월 25일

여자는 하얗고 풍성한 웨딩 드레스 속에 웅크리고 있다.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레이스가 여자의 맨몸에 발간 생채기를 낸다. 여자는 어린 벌레처럼 경련한다. 여자는 언젠가의 크리스마스를 떠올린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달린 양말, 양말을 적신 인형의 피. 여자는 웨딩 드레스가 의미하는 바를, 웨딩 드레스가 속해 있는 날짜를 떠올린다. 여자는 검녹빛의 솔잎들, 그 사이에서 반짝이는 붉은 양말을 발견한다. 여자는 붉은 양말 안에 손을 집어넣는다. 축축하고 뜨끈한 무엇인가가 여자의 손을 메슥거리는 젖음으로 감싼다. 여자는 그것을 꺼낸다. 여자는 그것을 은색 약혼반지가 끼워진 새하얀 손으로 움켜쥔 채로 침실을 나선다. 침실 바깥에는 하얗고 긴 벨벳 양탄자가 깔려 있다. 여자의 아버지가 여자의 손을 잡는다. 여자는 그의 손과 함께 걷는다. 반대쪽 손에는 그것이 들려 있다. 반대편 끝에 도착했을 때 여자는 그를 발견한다. 그는 하얗고 거대한 관 속에 묵묵히 서 있다. 아버지는 여자의 손을 놓고 그녀 바로 근처에 놓인 의자에 앉는다. 주례자는 여자와 관을 번갈아 바라보며 묻는다. 검은 머리가 희게 바랠 때까지 사랑할 것입니까? 여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여자는 하얀 베일로 감싸인 그녀의 머리를 만지작거린다. 주례자는 묻는다. 당신들은 죽을 때까지 자신의 연약한 불을 태양에 섞고자 하는 욕구로 그 욕망을, 사랑을, 연인을, 입맞춤을 산 채로 간직할 것을 맹세합니까? 여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주례자는 여자를 집요하게 바라보며 묻는다. 당신은 크리스마스 양말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여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객석에서 왁자지껄한 박수소리가 들린다. 여자의 부모는 눈물을 흘린다. 이제 사랑의 입맞춤을 나누세요 당신들이 맹세한 것처럼! 주례자는 인자하게 웃으며 말한다. 하얀 관이 벌어진다. 관 뚜껑이 하얀 벨벳 바닥을 내리치는 소리가 예식장에 울려퍼진다. 여자는 공룡 뼈처럼 거대한 새의 유골을 바라본다. 여자는 그의 하얀 부리에 맹렬하게 입을 맞춘다. 그녀의 침이 그의 희고 순결한 유골에서 뚝뚝 떨어진다. 여자는 그의 단단한 갈비뼈를 부드럽게 끌어안는다. 우유 표면의 얇은 막처럼 조금 부풀어 벗겨져나간 그의 턱뼈가 여자의 눈 앞에 있다. 여자는 그의 날개뼈를 질질 끌고 피로연으로 향한다. 여자의 가슴까지 올라오는, 달콤한 분홍색 케이크 위에 여자는 그것을 올려놓는다. 그것, 붉고 축축한 새의 자궁이 케이크 꼭대기를 체리와 딸기 토핑처럼 감미롭게 장식한다. 신랑과 신부를 빙 둘러싼 관객들이 일정한 리듬으로 박수를 치며 무언가를 연호한다.(찢어 찢어 찢어 먹어 먹어 먹어 전부 먹어 찢어진 것을 전부 먹어) 케이크의 세 개 단 아래로 가느다란 핏물이 흘러내린다. 여자는 매혹당한 눈으로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눈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입술을 그것 위에 처박는다. 관객은 깔깔거리며 웃는다. 그들은 박수를 친다. 먹어 먹어 먹어 전부 먹어 신부는 하얗고 단단한 이를 게걸스럽게 움직이며 그것을 베어문다.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명랑한 노래를 부른다. 그녀의 입술과 턱, 드레스의 앞섶이 벌겋게 벌겋게 젖어든다. 여자의 가슴을 적신 붉은 피와 고기와 달콤한 생크림 살점. 여자는 아래턱을 내려뜨리고 올려붙이기를 반복한다. 탐욕스러운 움직임이 계속된다. 여자의 아래턱은 점차 마비되어간다. 그녀는 지나치게 달콤한 케이크의 살점에 혀가 발갛게 부풀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여자의 벌어진 아래턱을 타고 맑은 침이 뚝뚝 떨어진다. 여자는 질식해간다. 그녀는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눈물을 흘린다. 그녀는 온통 젖어서 끈적끈적하다. 여자는 비명을 지르고 싶지만 그녀의 입안 가득 들어찬 하얗고 붉은 그것 때문에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는다. 숨이 막혀 숨이 막혀 여자는 끔찍한 메슥거림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올린다. 그녀의 얼굴에서 분홍색의 살점이 뚝뚝 떨어진다. 관객들은 환호성을 그친다. 박수소리도 즐거운 노래소리도 없다.

절망적인 적막 가운데 여자의 아버지가 말한다. 오늘은 봐줄 수 없어. 오늘 네가 태어났으니까 너는 네 케이크를 모두 먹어야 해. 여자의 어머니가 말한다. 전부 먹어야 해 얘야 봐줄 수 없어 사실 네가 그렇게 된 건 모두 내 탓이란다 내가 너를 망쳐놓은 거야 어릴 적 네가 먹지 않는 것을 웃어 넘겨서 네가 망가진 거야 하지만 봐줄 수 없어 얘야 전부 먹어 전부 먹어야 해. 여자의 아버지가 말한다. 넌 이기적인 년이야 빨리 먹어 전부 먹어 그건 전부 네 것이니까 무엇도 네 것이 아니니까 너는 전부 먹어야 해. 우유 표면의 얇은 막이 여자의 목구멍에 들러붙는다. 여자의 목구멍이 여자의 혀끝으로 밀려나온다. 내장과 목구멍의 격렬한 경련, 구토, 눈물, 창자를 꼬이게 만드는 현기증, 착란, 벌겋게 젖은 가슴, 여자는 비명을 지르려 입을 벌린다. 그러나 비명보다, 소리보다 먼저 나오는 것은 여자 목구멍의 벌건 살이다. 여자는 하얀 막과 함께 쏠려나오는 살을 느끼며 구역질을 한다. 눈물과 침이 흘러내린다. 관객들은 그녀가 죽음을 대가로 타자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던 관객들은 그녀가 모든 것을 토해내는 것을 토해내는 데에 실패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날개가 찢어진 곤충이 바들거리며 빙빙 도는 모습을 관찰하듯이. 그 격렬한 무관심 그 격렬한 냉담. 여자가 맹렬하게 뒤집어 놓은 것을 여자의 살아 있는 몸에서 배설된 한계들 금지들 범죄들 들끓는 삶을 이제 더는 못 먹겠어요 먹고 싶지 않아 먹고 싶지 않아 삶 속에서 들끓는 죽음을 바라보는 미소 짓는 증오의 시선들. 여자는 비틀거린다. 여자의 거품 이는 혀 끝에 들러붙는 결혼식의 분가루 냄새. 죄처럼 여자의 붉음을 감싸 목 조르는 재. 상처 위에 얹어진 상처의 냄새. 삶으로 죽어가는 것들의 냄새. 여자의 침묵이 내지르는 비명 위에서 하얀 가루가 쏟아져내린다. 관객들은 비명을 지르며 내달린다. 그들은 울부짖는다. 이렇게 될 줄 알았어. 그들은 소리친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그들은 말한다. 망가진 자궁이 저주받은 자궁이 어떻게 무너질지 그들은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결혼식장은 하얀 흙으로 만들어진 자궁이다. 모래가 쏟아져내리는 자궁은 땅 밑에 있다. 그곳은 무덤이다.

여자는 새의 다정한 이마에 땀으로 축축한 그녀의 이마를 맞댄다. 붉은 새의 자궁으로 빨려가는 육체를 여자는 간신히 붙들며 속삭인다. 나는 두려워. 난 여자에게 내 여자에게 잡아먹히고 말 거야 난 그녀에게 빨려들어갈 거야 나는 내가 아닌 것이 될 거야. 새는 말 없이 거대한 부리를 벌린 채 웃고 있다. 여자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달린 양말, 봉제선이 뜯어진 인형을 떠올린다. 그것들은 어디에 있지? 최초의 선물, 배교자들의 농담, 장미의 사슬 속에서 입맞추던 것들은 모두 어디에 있지? 새는 하얗고 단단한 부리로, 여자의 침으로 번들거리는 부리로 여자의 눈꺼풀을 찢어발긴다. 여자는 비명을 지른다. 여자의 흰 눈꺼풀이 붉게 벌어지고 그곳에서 검은 이미지가 검은 출혈이 흘러나온다. 여자는 흐느낀다. 눈물과 섞인 검은 악몽 검은 꿈 검은 환희. 찬란한 끔찍함으로 붉은. 여자는 최초의 눈꺼풀 위에 덮인 상처를, 상처 위에 덮인 상처를 쓰다듬는다. 허물어진 여자 바깥으로 기어나오는 여자가 구토하는 소리. 여자의 찢어진 상처를 통해서만 발생하는 이미지 찢어짐을 벌어짐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이미지 벌어지는 찢는 이미지 스스로 안을 폭로하는 이미지 여자는 신의 성흔을 들여다보듯 그녀의 찢어진 눈꺼풀을 들여다본다. 찢어진 눈꺼풀에서 분출하는 검은 꿈-이미지. 여자는 성흔 속 신의 창자를 신의 악몽과 신의 눈물과 신의 환희를 들여다본다. 히스테리 여자는 비명을 지른다 여자의 찢겨진 눈꺼풀이 비명을 지른다 여자는 무덤을 가득 적시며 흘러넘친다. 무덤을 가득 채운 여자의 창자 여자의 액체 여자의 내부 바깥으로 쏟겨나온 내장으로 무덤은 향기롭다. 여자는 땅 밑의 하얀 자궁, 결혼식장을 검고 붉게 물들인다. 향수처럼 퍼져 흐르는 달콤한 검은 빛. 그녀는 그녀를 맡는다 그녀는 그녀를 맛본다 그녀는 그녀를 구역질하고 그녀는 그녀로 병든다 그녀는 그녀로 살아 있다. 그것은 그녀들의 결혼식이었다. 그것은 그녀들의 생일이었다.

그녀는 그녀의 유일한 숭배자이다. 여자는 성흔을 가지고 있다. 신이 성흔을 가지고 있듯. 그러나 그녀 이외에 아무도 그녀를 들여다보지 않는다. 아무도 그녀를 믿지 않는다. 아무도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지 않는다. 아무도 그녀를 기도하지 않는다. 아무도 그녀를 용서하지 않고 아무도 그녀를 구원하지 않는다. 아무도 그녀를 살해하지 않는다. 아무도 그녀를 읽지 않는다. 그녀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직접 찢어발겨야 한다. 그 수밖에 없다. 그녀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해야 한다. 그녀는 숭배자들을 상상한다 그녀는 그녀의 성흔 속에 들어 있는 것을 상상해야 한다 그녀는 바라본다 그녀는 찢어발겨지며 신의 얼굴을 짜내려간다. 신의 성스러운 젖은 얼굴을. 그녀는 그녀의 유일한 숭배자이다. 그녀는 홀로 성서를 쓴다 그녀는 홀로 삶을 쓰고 그녀는 홀로 무한한 죽음을 쓴다. 버려진 십자에 초라하게 매달린 채, 그 어떤 군중도 그 어떤 목소리도 그 어떤 마주침도 없이 그녀는 하얀 유리 태양 아래에서 부패해간다. 그럼에도 그녀는 살아 있다. 벌겋게 익어 썩어가는 동안에도 아무도 그녀의 죽음과 그녀의 신과 그녀의 기적을 목격하지 않는 동안에도, 그녀는 기적 같은 찢김으로, 기적 같은 삶으로 살아 있다

신은 살아 있다 숭배자 없이 그녀의 상처 속에 그녀의 찢김 속에

비가 찢는다 케이크가 찢는다 하얀 십자가가 은색 포크가 나이프가 가위가 찢는다 결혼식이 찢는다 화관이 찢는다 장미가 찢는다 찢는다 얼굴이 찢는다 찢어 찢어 찢어 더 찢어 전부 찢어 여기-있음을 여기 없음을 찢어 행복을 찢어 삶을 찢어 봉제선을 찢어 얼굴을 찢어 자궁을 찢어 신을 찢어 죽어-있음을 찢어 살아-있음을 찢어 창자를 찢어 전부 찢어 찢어 찢어 더 찢어 찢어 여기 있음을 여기 없음을 전부 찢어 아무도 읽지 않는 언어를 찢어 젖어서 찢긴 시를 이미 찢겨버린 시를 찢어 더 찢어 찢어 찢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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