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1년 8월 12일 – WA1년 8월 12일

WA1년 8월 12일

하얀 벽, 여자는 그것을 보면서 중얼거린다. 왜냐하면 그녀는 아직 살아 있고, 살아 있는 것을 도저히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고용되지 않은 배우들의 기이한 생태계. 실종자의 언어, 유령의 언어, 이미 멸종된 짐승의 언어로 그녀는 침묵을 지껄인다. 왜냐하면 아무도 그녀를 듣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부들은 그녀를 떠났다. 청소부들의 시간도 청소부가 아닌 자들의 시간도 그녀를 떠났다. 그녀의 시간은? 그것은 아직 남아 있다. 그것이 중력처럼 그녀를 그녀의 것이 아닌 흰 벽으로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떠날 수 없는 것이다. 그녀는 미쳤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미쳐서 살아 있었다. 무수한 죽음 이후에도, 무수한 죽음 와중에도 그녀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무것도,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다락방의 쥐새끼는 어째서 살아 있는가? 존재도 없이, 약간의 치즈조각도 없이, 상냥한 우유도 없이 어째서 그것은 살아 있는가? 여자는 여배우가 되기를 원했던 어린 쥐를 알고 있었다. 쥐새끼는 다락방의 녹이 슨 거울 앞에서 매일같이 찍찍거리며 대사를 읊었다. 쥐새끼는 분명 살아 있었다. 그것의 하얀 숨이 거울에 짙게 묻어났다. 거울을 눈 멀게 만드는 흰 숨, 그 속에는 어떤 간절한 맹목이 있다. 여자는 이미 죽은 것이 분명한 쥐새끼의 삶과 노래와 죽음과 미래를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쥐새끼를 상상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지만 그녀가 아는 것은 지나친 것이었다. 쥐새끼는 어째서 살아서 지껄이는가. 그것은 분명 삶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쥐새끼는 여배우가 되기를 원했다. 그것이 어떤 성기를 달고 있는지 그런 것은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어린 쥐는 여배우가 되기를 원했다.

여배우가 되기 위해서 쥐는 날마다 인간의 언어를 훔쳐냈다. 쥐들의 세계에서 쥐들의 언어로 연기를 하는 이는 없었으므로, 어린 쥐는 인간의 언어를 배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린 쥐의 발성기관으로는 도저히 인간의 언어를 모사할 수 없었다. 그것이 낼 수 있는 소리는 오직 찍찍거림뿐이었다. 찍찍, 찍, 찍. 가장 끔찍한 수술조차도 어린 쥐의 발성기관을 인간의 것으로 교체할 수는 없을 터였다. 그러므로 아무도 보지 않는 빛나는 벽에 대고 찍찍거리는 일은 여배우의 직무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쥐새끼는 종말을 향해 가는 메마르고 앙상한 빛처럼, 부재로의 영원한 귀환을 수행하는 최후의 빛처럼 거울에 대고 찍찍거리는 일을 반복했다. 쥐새끼는 두 발로 선 채로 비쩍 마른, 혐오스러운 앞발을 연극적으로 휘저으며 연기를 했다. 언젠가 쥐새끼는 이런 식으로 훌륭하게 연기할지도 모른다. 쥐새끼가 여배우의 연기를 하기 전에 인간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아는 인간의 육체를 연기할 수 있다면.

쥐 : 찍, 찍찍. 나는 거기 있었다. 내내, 존재도 없이 거기 있었다. 나를 뜯어 먹어 이어줄 벌레들만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쩌면 그들에게 나는 가치 있는 고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니, 아니야. 그들은 나를 보고 있지 않다. 그들은 미래의 고기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내가 고기가 될 것이 아니라면 내가 고기로서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들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지금 나를 보고 있지? 내가 긴 독백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것이 인간의 언어이거나 그것과 아주 흡사한 어떤 소리라는 사실을 대체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오, 그러나 나는 유명한 여배우의 연기를 할 수 있다. 그녀는 무대 위에 있고 스포트라이트가 그녀를 맹렬하게 응시하며 그녀의 하얀 살갗을 깎아내고 있다. 관객들이 나를 보고 있어. 그녀는 생각한다. 곧 그녀는 황홀한 두근거림 속에서 그녀의 배역으로 돌아간다. 그녀는 깊이, 깊이 잠수한다. 그녀는 어린 소녀다. 그녀는 약간 시든 장밋빛의 하늘 아래에 앉아 쉬고 있다.

며칠 전에 그녀의 병들었던 어머니가 죽었고 그녀는 그녀의 오빠들과 함께 남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보물을 물려준다고 했으나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병든 어머니를 돌보는 마음 착한 딸의 역할에 몰두했던 그녀에게 어머니가 준 것은 보물이 실재한다는 정보뿐이었다. 그러나 보물이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녀는 보물이 어디에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보물은 존재하나 그것은 그녀가 모르는 곳에 있었다. 그녀는 보물이 실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고 행복해하며 살아야 할까? 보물이 실존한다는 사실, 그것이 그녀의 서글픈 불안을 뿌리째 파헤칠 정도로 강력한 제단인가?

소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소녀는 다만 보물을 원하고 있을 뿐이었다. 소녀는 분명 보물을 원하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도 그것을 알았다. 그러므로 소녀가 먼저 보물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그녀의 어머니가 소녀에게 보물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이다. 첫 번째 숨과 마지막 숨 그 사이의 어떤 숨을 내쉬며 소녀의 어머니는 보물이 있다고 말했다.

(연극조로) 오, 어머니, 내게 보물을 주신다고 약속했다면, 난 기꺼이 당신의 병이라도 앓을 수 있었을 텐데.

(무미건조하고 빠른 어투로) 여배우는 간절하게 애원하듯 허공을 향해 길고 가느다란 양팔을 내밀며 말한다. 소녀는 보물을 원했다. 보물을 가지고 있다면 그녀는 보물을 가진 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물 없이,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머니를 간호하는 동안, 그녀는 어머니를 간호하는 딸이었으나 지금은 그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홀로였고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았다. 소녀는 어머니를 묻어 놓은 마당에 앉은 채 그녀와 비슷한, 심장을 가진 짐승들을 무수히 많이 볼 수 있었다. 먼지처럼 많은 파리들, 귀뚜라미들, 쥐새끼들, 진드기들, 병균들. 그러므로 기도조차도 소용 없었다. 신이 그 모든 이들을 구원하지 않았음을 소녀는 똑똑히 보고 있었다. 그러나 보물을 가지고 있다면 그녀는 구원도 신도 필요 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보물이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보물이 그녀에게 선물할 존재였다. 세계의 무수한 움직임들, 끔찍하게 복잡한, 그러나 소녀를 만지지는 않는 그 운동들도 소녀의 보물을 원할 것이다. 소녀의 보물을 원하는 이는 소녀를 볼 것이다. 그녀는 세계의 미묘하고 방대한 흐름에 속하게 될 것이다. 가령 그녀가 죽어간다면 세계는 죽어가는 소녀를 볼 것이다. 가령 그녀가 행복하다면 세계는 행복한 소녀를, 그녀가 장미를 잇새에 문다면 세계는 장미를 물고 있는 소녀를 볼 것이다.

(높은 목소리로) 천국 같은 날이야.

(다시 낮은 목소리로) 소녀는 익사한 장미 빛깔의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여배우는 죽어가면서도 살아 있는 소녀를, 소녀의 불가능한 갈망을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의 연기는 섬세하면서도 (느릿한 어조로) 매혹적이었다.

소녀는 일찍부터 세계가 그녀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소녀는 개나 돼지, 벌레의 역할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남자아이들의 짧고 통통한 손가락에 날개가 뜯겨 죽는 날벌레의 역할이라면 더더욱. 그러나 모두가 인간의 얼굴과 인간의 표정, 인간의 배역을 가져가고 난 뒤 소녀에게 남은 것은 온몸에 진드기가 득실거리는 비둘기의 역할밖에는 없었다. 소녀가 그 혐오스러운 가면을 뒤집어쓰기를 거부했을 때, 그들은 그녀에게 더 이상 어떤 역할도 권유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소녀를 모욕하다가 이내 그것조차도 그만두었고 소녀는 미세하게 흔들거리는 그림자 속에서 구역질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마침 그녀의 어머니는 병에 걸려 있었고-소녀는 어머니의 간호를 계속하기 위해 약간의 비밀스러운 일을 더 해야만 했다-소녀는 어머니를 간호하는 것만으로 어머니의 다정한, 그리고 병자의 메마르고 신경질적인 시선 앞에 존재할 수 있었다. 오빠들은 어머니를 찾지 않았으며 외부 세계의 그 어떤 인물들도 어머니를 찾지 않았다. 마치 세계가 어머니를 잊은 듯, 병자의, 암모니아 냄새가 진동하는 방 안은 고요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소녀를 절박하게 요구하는 인간의 시선이 있었다. 소녀는 만족했다. 소녀는 행복했다.

소녀는 어머니의 앞에서 새처럼 노래를 불렀다. 어머니의 시선 앞에 소녀는 존재하고 있었다. 그녀는 기꺼이 어머니의 오물을 닦았으며 병자의 침구를 갈았다. 오 소녀가 축하해야 할 모든 날이 지나가고 소녀가 축하받아야 할 날이 왔을 때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소녀는 교실 안에 그녀의 자리가 없었다는 것을, 그녀가 교실 안에 있었으나 그곳에 없었다는 것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하다못해 쥐나 새의 가면을 썼다면 그들은 소녀를 발가벗기고 소녀의 팔과 다리를 천천히 뜯어내며 그녀의 죽어가는 눈을 마주보았을 것이다.

(몽롱하게) 어머니, 그런데 어머니는 어디로 갔지? (웃으며) 어머니는 죽었잖아!

(다시 책을 읽는 듯한 목소리로) 소녀는 하얀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는 하얀 벽을, 응답하지도 여자에게 응시를 되돌려주지도 않는 벽을 보고 있었다. 마치 그곳에 구원이 있다고 믿는 것처럼. 여전히 그녀가 여기, 혹은 다른 어디에라도 있음을 믿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유리창 위에 종기처럼 돋아난 물방울들. 소녀는 보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물이 그녀를 위해 찾아올 리 없음을 알면서도. 그러나 그녀가 대체 어디로 보물을 찾아 나선단 말인가? 어디로? 어디로? 소녀는 이미 그녀를 추방한 교실과 어머니의 침실, 그리고 집안의 몇몇 다른 장소들 이외에는 그 어느 장소도 알지 못했다. 집 안과 바깥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경계는 소녀를 가두고 있지 않았으나 소녀가 그 투명한 금을 밟고 바깥으로 나갔을 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곳에는 다른 이들의 모든 삶이 있었으나 소녀의 삶은 없었다. 소녀는 그녀를 스치며 바쁘거나 느긋하게 지나가는 행인들의 걸음걸이와 뒤뚱거리는 새들과 유유히 흘러가는 창백한 구름들과 빌딩들의 기하학적 구조들을 관조하였다. 소녀는 그들을 따라 의미 없이 걸었으나 결국 아무 곳에도 도착하지 못했다. 그들의 대화와 그들의 만남과 그들의 얼굴과 그들의 사랑과 그들의 일이 있는 자리에 소녀의 존재는 없었다. 소녀는 그곳들이 그녀를 반기지 않을 뿐 아니라 쫓아내지도 않음을 깨달았다. 교실에서처럼, 소녀는 그곳에 살아 있었으나 그곳에 없었다.

소녀는 몸서리를 치며 집안으로 돌아갔다. 아주 느린 발걸음으로, 왼발이 오른발의 중간 부분을 넘지 않도록, 전족을 한 여자처럼 천천히 걸어서 집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소녀가 아닌 무엇인가가 있었다. 소녀가 아닌 무언가들, 그것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정육점에 매달려 있는 고깃덩이들, 아래를 향해 늘어진 음탕한 붉은빛, 소녀는 오랜 습관대로 새벽의 검은 우유를 마셨고 오줌을 누었다. 흰 변기 깊은 곳으로 소녀의 액체가 빨려들어갔다. 그곳에서 소녀의 오줌은 다른 육체의 오물들과 한데 뒤섞일 것이다. 그곳에서 무엇인가는 더 이상 분리할 수 없을 만큼 긴밀하게 만날 것이다. 그러나 소녀는 그 만남을 느낄 수 없었다.

(쥐는 숨이 막힌 듯 기침을 한다.) 밤을 헤집고 쑤시는 두려움만큼이나 소녀를 슬프게 만드는 어떤 메슥거림, 멀미, 불안을 소녀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흰 새가 소녀의 앞에서 말을 하고 있었다. 소녀는 인간의 얼굴과 흡사한 새의 얼굴이 인간을 상기시키는, 그리하여 너무나 혐오스러운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흰 새는 소녀에게 말했다. (활기찬 목소리로) 보물은 네 안에 있어!

(책을 읽는 어조로) 소녀는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곧바로 이해했다. 보물은 다른 곳이 아닌 그녀의 안에 있었다. 그녀의 몸 속에 보물이 있었다. 그녀의 마음 속에, 마음이 발버둥치고 있는 심장 속에. 아니, 꼭 심장일 필요는 없었다. 여하튼 깊은 곳에. 그녀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곳에. 그녀가 단 한 번도 돌보지 않은 곳에. 그녀가 잊었거나 잊으려 애썼던 곳에. 소녀는 새들의 시체를 한아름 안고 천사들의 흰 시체를 넘어 천사들의 시간을 만나러 가는, 우리의 시간을 만나러 가는 우리를 떠올렸다.

(멍하게) 우리,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쥐이거나 새들이다. 혹은,

(말을 멈추고 서성이다가 쉰 목소리로) 우리는 존재 없이 내내 여기 있었다.

소녀는 공중의 투명한 상처들을 헤집어 비집고 들어가려 발버둥치는 새들의 유령을 보았다. (번지는 미소, 천천히 사라진다.) 소녀는 어머니의 부엌-이제는 소녀의 것이 된, 아니, 처음부터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에서 은제 포크를 가져왔다. 그녀의 하얀 원피스 속에. 아무도 그녀를 불러세우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에게서 그것을 빼앗지 않았다. 오빠들은 잠들어 있었다. 그들은 내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삶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거리와 그들의 시간과 그들의 소외와 그들의 죽음이 있었다. 소녀의 것이 아닌. 어머니의 새벽 우유. 새벽의 검은 우유. 우유 속에 빠진 파리는 검고 곤충의 투명한 체액으로 젖어든 우유는 희다. 새벽의 검은 우유는 마치 한낮의 우유처럼 희다. 소녀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소녀는 새벽의 검은 우유에 약간의 죽음을 탔고 어머니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혹은 다만 거부 없이 그것을 마셨다. 어째서 소녀는 교실에서 비명을 지르지 않았던 것일까? 공중을 헤집는 미친 새의 유령들이 소녀의 상처 역시 파헤치고 있었는데. 소녀의 투명한 틈들은 거북스러울 정도로 크게 벌어졌고 그 벌어짐 속으로 얇고 복잡한 혈관들이 들여다보였다.

물론 소녀는 아팠다. 금속 원뿔들이 소녀의 모공을 헤집어놓았으니, 오, 물론 소녀는 아팠다. 칼날처럼 고통스러운 정적, 그보다도 미칠 듯한 정적-아님이 소녀를 물어뜯었고 소녀는 능지처참당하는 희생자의 육체처럼 아팠다. 얇게 저며진 그녀의 살점이 공기중을 가볍고 경쾌하게 떠돌았고, 오 소녀는 아팠다. 소녀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누구라도 눈살을 찡그릴 만큼, 누구의 고막이라도 찢을 수 있을 만큼 날카롭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소녀는 목구멍 속에 암덩어리처럼 붙여 놓고 있었다. 그것은 나오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의 공기는 너무나 유쾌하고 가벼웠고 허공을 떠다니는 소녀의 살점들은 날벌레의 투명한 날개처럼 보이질 않았으니 소녀는 도저히 비명을 지를 수 없었다.

그때 누군가가 교실 문을 열었고 그 애의 품에는 달콤하고 커다란 흰색이 있었고 붉은 점들이 뜨겁게 일렁였고 검었고 소녀는 누군가 그것들을 꺼뜨릴 것임을, 누군가 그것을 받을 것이고 그것의 주인이 될 것임을 깨달았고,

누군가 (갑작스럽게 소리를 지르며) Happy Birthday!

(낮은 목소리로) 라고 외쳤고 다시 검었고 소녀는 멀미 같은 슬픔을 느꼈다. 소녀의 목구멍에 붙어 있던 비명이 터졌고 그녀의 몸 깊은 곳으로 흘러넘쳐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어깨를 쥐어뜯으며) 소녀는 포크로 그녀의 살을 팠다. 소녀는 팠다. 밤새도록 소녀는 팠다. 더 없이 붉고 흰 것이 그 안에 있었다. 어디까지 파야할지 알지 못했으므로 소녀는 계속해서 팠다. 빗속 장미의 악착같은 아름다움처럼 소녀는 헐떡이며 계속해서, 계속, 계속해서 팠다. 천사의 깃털처럼 가볍고 투명한 피부가 소녀의 상처 깊은 곳으로 틈입했다. 소녀가 들여다보는 것, 소녀의 깊은 곳에서 출혈하는 살점이 소녀를 내다보고 있었다. 소녀는 비명도 없이 파고 팠다. 소녀는 포크를 버리고 그녀의 손톱으로 깊고 내밀한 곳을 헤집어 파기 시작했다. 손톱 밑은 달콤하고 역겨운 냄새가 풍기는 피로 붉게 오염되었다. 애걸하는 장미의 붉은 빛으로.

i11년 11월 4일

다음 문장을 번역하시오.

1. 팔의 피부에 대한 묘사만이 카프카처럼 그로테스크하게 남는다.

2. 카프카가 어둠 속에서 이름 지은 어린 소녀의 이름은 산지였다. 산지는 투명하고 여린 유령이었다. 홍수 이후 마을을 뒤덮은 거미줄처럼. 거울 같은 물 위를 서글프게 유영하는 빛의 줄기처럼.

3. 거미 한 마리가 길고 단단한 빛의 줄을 건넌다. 개미 떼처럼 줄을 지어 산책로를 오르는 아이들.

4. 산지가 노래하듯 말했다. 어떤 벌레들이 그녀를 마셨는지. 그녀가 어떤 벌레들을 마셨는지. 눈을 멀게 하는 빛과 무한한 어둠 사이의 비밀스러운 연관성. 동물원의 쓰레기통 속에서 버려진 사탕 파편을 끌어안고 잠든, 버려진 벌레의 날개와 세계 사이의 연관성. 산지는 노래한다. 노래하고 또 노래한다. 노래가 남지 않을 때까지, 노래가 남지 않아도 그녀는 노래한다. 돼지목장의 소년은 이름 없는 암퇘지 혹은 수퇘지에게 삽입했고 몽유병자는 개 같은 새벽에서 터져나오는 황홀한 절망의 비명을 들었지. 게걸스럽게 밤을 빨아들이는 어떤 황홀. 내가 갈구했던 목소리와 내가 갈구했던 얼굴들. 내가 갈구했던 감싸안음. 당신은 지금 내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나만큼 슬프지는 않을 테지. 당신은 나만큼 아프지 않을 테지. 내 세계에는 내면도 외면도 없어 모든 것은 나를 요구하지 않는, 내가 틈입할 수 없는 끔찍하게 의미심장한 대화들과 몸짓들뿐. 나는 그들이 무엇을 살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그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듯이. 그럼에도 나는 그들을 그들의 몸짓과 대화들 그 의미심장함을 바라고 있어. 별이 인간을 위해서 빛나지 않고 인간이 나를 위해서 존재하지 않고 그들이 나를 위해서 말하지 않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오지 않을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어. 동반자살한 연인들의 침실 위에 펼쳐져 있는 몇 개의 장미 잎사귀, 나는 침실의 부패해가는 향기를 가슴뼈가 불룩하게 솟아날 때까지 들이마쉬고 다시 내쉬어. 내 두개골과 내 가슴과 내 자궁과 내 위장은 썩지 않은 향기로 가득 차 있고 그것은 피의 붉은색으로 숨어 있어. 그것이 얼마나 붉었는지 더는 보여줄 수 없어. 아무도 내 목을 조르고 나를 살해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그의 얼굴에 침을 뱉을 수도 없었지. 내 육체를 관통하고 초과하는 그 무수한 구멍들 속이 비어 있지 않다는 비밀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어.

5. 동물원의 쓰레기통을 가득 메운 구멍, 그 속에서 혈한증에 걸린 유령은 찐득하고 붉은 땀을 흘리고 있다. 녹아내린 사탕처럼. 무엇이 그를 그곳에 가두었는가? 무한한 출구들이. 무한한 출구들, 그러나 그의 존재가 없는 세계로 연결된 비밀들이. 그를 비밀로 만들어버리는, 보지 않는 눈들이. 보지 않는 세계가.

6. 그의 화석은 어디에 있는가? 산지는 카프카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가 정말 카프카가 맞는가? 그는 그가 오랫동안 들어왔던 자신의 이름에 대해 설명했다.

7. 15층 건물의 옥상과 지상 사이의 거리를 재는 새벽의 날갯짓들. 지상으로부터 죽음까지의 거리를 재는 눈물들. 우리는 얼마나 기다려야 그곳에 도달할 수 있을까? 얼마나 기다려야 그곳이 우리에게 도달할 수 있을까? 공기는 상처투성이 뺨을 내게 맞비빈다. 상처의 출혈이 내 기도 속으로 흘러내린다. 보라색 진주처럼 음험하게 번득이는 태양. 내가 없는 곳에서 태어났고 내가 없는 곳에서 죽을 태양. 나는 끝내 그에 대한 테러를 완수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나 없이 모든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8. 악마는 신을 위해 기도하는가?

9. 여자는 부엌 싱크대에 기댄 채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천장. 약간의 물기로 젖어든. 여자는 그곳에 몇 편의 시를 썼다. 아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것은 몇 편의 시가 아니었다. 그녀는 많이 썼다. 그녀는 어떤 언어를, 사라진 언어를, 사라진 얼굴을 기억해내려 애쓰고 있다.

10. 그러나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나는 마치 예언가의 비밀스러운 거울을 들여다보듯 그녀를 상상한다. 그녀가 얼마나 많은 언어를 토해냈을지, 그것이 얼마나 경멸스러운 발작이었을지 나는 알고 있다.

11. 그 애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12. 악마는 신을 끌어안으며 애원한다. 나를 위해 기도해줘요. 제발. 이제 나를 위해 기도해줘요.

13. 신은 대답한다. 나는 오직 나의 유일한 아버지인 신의 이름으로 기도할 뿐이다.

14. 그녀는 허공을 끌어안는다. 그녀의 안에서 터지고 흘러내린 무엇인가의 이름을 그녀는 알지 못한다. 그녀는 카프카, 혹은 그의 이름을 알고 있는 자에게 속삭인다. 나는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들을 허공의 거미줄에 걸어 놓았어. 내 목은 독과 같은 언어의 침전물로 타들어갔고 나는 그것과 함께 녹아내리기 시작했어. 나는 울고 싶었으나 내 울음을 들은 이는 아무도 없어. 어째서 나는 인간의 언어를 배운 걸까? 나는 인간의 언어로 인간과 대화하기 위해 인간의 얼굴과 인간의 얼굴을 마주보고 속삭이기 위해 인간의 언어를 배웠으나 나는 다만 그들이 그들의 얼굴을 마주보고 속삭이는 소리를 훔쳐들을 수밖에 없어. 신이 가진 그 많은 얼굴들 중 단 하나의 얼굴도 내게 주워지지 않았어. 어둠 속에서 그녀는 그녀의 손톱이 파고든 너덜너덜한 팔의 피부를 보여주었다.

15. 어둠 속에서 팔의 피부에 대한 그녀의 묘사만이 그로테스크하게 빛났다.

16. 감미롭고 슬픈 목소리로 그녀는 울었다. 그녀는 그녀가 얼마나 많은 말들을 허공에 매달아 놓았는지, 그 무수한 말들이 얼마나 끔찍한 텅 빈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지, 그것들이 얼마나 절망적인 악취를 풍기며 부패해가고 있는지, 때로는 얼마나 풍부하고 달콤한 향기로 그녀의 가슴을 찢어놓는지 말했다.

17. 그러니까 당신은, 글을 쓰고 있군요. 카프카가 말했다.

18. 어둠 속에, 어린 쥐를 위해 푸른 독약을 타 놓은 새벽의 검은 우유가 빛나고 있었다.

19. 어린 쥐는 그것을 마시고 죽거나 그것을 마시지 않고 살 것이다.

20. 혹은 그것을 마시고 살거나 그것을 마시지 않고 죽을 것이다.

21. 얼마나 많은 말들이 우리 사이에 걸려 있었는지. 내게 물고기가 아닌 왕자의 혀와 성대가 있었다면 나는 그것들을 말할 수 있었겠지. 물고기처럼 침묵하며 벌어지는 시의 붉은 언어들. 인어의 자궁에서 끄집어낸 진주처럼 젖은 태양.

22. 어린 쥐의 혀 끝은 약간의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23. 꿈과 희망에 물어뜯긴 팔의 피부에 대한 그로테스크한 묘사 앞에서 어린 쥐는 이렇게 말했다.

WA1년 8월 12일

어린 쥐 : 어머니 나는 여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미 쥐 : 네게 남은 대사는 한 글자도 없단다. 한 방울의 우유, 그조차도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았지. 여배우가 얼마나 많은 대사를 말하는지, 그녀의 목이 얼마나 끔찍하게 타들어가는지, 그녀에게 얼마나 많은 새벽의 검은 우유가 필요한지 알고 있니? 그녀의 갈라진 틈을 벌리고 들어갈 수는 없다는 걸 내가 가르쳐 주어야 하니?

어린 쥐 : 하지만 어머니 나는 여배우가 되는 것을 원하는 걸 그만둘 수가 없어요.

어미 쥐 : 그 욕망은 네 안에서부터 너를 찢어발길 거야.

어린 쥐 : 하지만 원하는 것을 그만둘 수 없어요.

어미 쥐 : 그럼 그만둔 것처럼 살아보렴.

어린 쥐 : 연기를 하라는 말인가요?

어미 쥐 : 그래. 그 정도의 배우가 되는 일마저 그만두라는 건 아니야.

어린 쥐 : (잠시 생각해보다가)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난 내 것이 아닌 대사들을 원해요. 더 많은 대사들. 침묵보다도 더 터질 것 같은 대사들을 원해요. 가령 내가 연기하던 여배우가 연기한 소녀는 별이 흘러내리고 있는 하늘을 보며 단 하나의 실체인 장미와 관념의 거울에 투영된 무한한 장미들을 상상해요.

어미 쥐 : (눈을 감고) 아름다운 이야기구나. 그래. 그녀는 처녀니?

어린 쥐 : 그녀는 마리아고 창녀예요. 그녀는 순결함으로 죄를 지었으며 죄의 불결함만이 그녀의 죄를 사하였죠.

어미 쥐 : 너와 네 형제들을 낳기 때도 나는 마리아였지.

어린 쥐 : 어머니 나는 무대에서 죽고 싶어요.

어미 쥐 : 넌 내 얘기를 듣지 않는구나. 너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랬지. 하수구의 가장 깊은 곳에서 쥐들이 죽어나갔을 때 나는 살해자의 곁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어. 나는 살해자의 얼굴을 보았고 그의 흐느끼는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내게 그에 대해 묻지 않았어. 그조차도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떠나갔단다.

어린 쥐 : 전 엄마 말을 듣고 있어요.

어미 쥐 : 그래. 너는 그렇게 믿는 것처럼 보이는구나. 너, (뜸을 들이며) 내 이름을 아니?

어린 쥐 : 엄마는 늙은 암쥐예요.

어미 쥐 : 내 아가. 사랑스러운 아가. 네가 내 질에서 구더기들과 함께 흘러나올 때 나는 내 창자가 새어나왔다고 생각했단다. 그만큼 너는 붉고 젖어 있었지. 난 네가 평범한 쥐새끼가 아니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어린 쥐 : (나지막이 읊조리며) 평범한 쥐새끼. (긴 사이) 평범하지 않은 쥐새끼.

어미 쥐 : 네 아버지가 궁금하니?

어린 쥐 : 그래요.

어미 쥐 : 사실 나도 모른단다. 내가 잠자고 있는 사이 누군가 내게 그의 작은 쥐새끼를 밀어넣었고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악몽을 잉태하듯 너희들을 임신했지.

어린 쥐 : 슬픈 일이군요.

어미 쥐 : 꼭 그렇지도 않아. 슬픈 일은 너무 많고 슬프지 않은 일은 끔찍하게 적으니까. 나는 이제 더 이상 무엇이 슬픈 일인지 모르겠구나.

어린 쥐 : 가령 어머니가 늙은 암쥐라는 것. 그리고 어머니가 오르페우스의 새를 연기하지 못한다는 것. 그건 비극이죠.

어미 쥐 : (깜짝 놀라며) 새? 새라니. 얘야, 새는 위험해. 새를 조심해야 한단다.

어린 쥐 : (웃으며) 여기까지 기어들어 올 수 있는 새는 없어요. 적어도 어머니의 친구들을 살해한 범인은 새가 아니었잖아요.

어미 쥐 : 나는 알을 낳지 않는 암탉이 되고 싶었어. 혹은 태어나지 않는 알만을 낳는 암탉이. 아니. 아니야. 태어나지 않을 알들만을 낳길 원할 암탉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 그래서 차라리 나는 알을 낳지 않는 암탉이 되고 싶었던 거야.

어린 쥐 : 저 (머뭇거리며) 바깥에서 새의 알을 빨아본 적이 있어요. 그건 매끈거리고 짭조름했죠. 그게 태어났는지 태어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어요. 알은 제 침으로 매끈거렸어요 난 그걸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어요. 약간의 비릿함과 역겨움, 그리고 미끈거림. 나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새와 함께 자살하고 싶었어요. 서로의 몸을 밧줄 같은 손과 입맞춤으로 얽고 호수에 뛰어드는 연인들처럼.

어미 쥐 : 나는 알을 낳지 않는 암탉이 되고 싶었어. 하지만 네가 입 속에서 빨던 그 알을 나도 내 몸 속에서 빨았지. 그곳에는 내가 볼 수 없는 세계가 있었어. 카프카 혹은 그의 K가 어둠 속에서 이름을 붙여 주었던 작은 알, 그것이 내게도 있었어. 나는 어쩔 수 없이 너를 낳았지. 하지만 아가, 나는 알을 낳지 않는 암탉이 되고 싶었어.

여자는 자신의 영원한 구석에서 가죽 우산을 펼쳤다가 접는다. 하얀 벽, 여자는 여전히 그 흼 앞에 있다. 짐승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우산이 쭈글쭈글하게 접혔다 펴진다. 붉게 일그러진 장미의 표정처럼, 그것은 여자의 흼 내부에 있다. 아니, 그것이 여자의 흼인가? 여자의 흼이 이곳에 있는가? 알을 낳지 않은 암탉의 알, 점액질이 묻어 번들거리는. 맹인은 어떠한 경계를 넘기 위해 계속해서 걷는다. 마침내 그가 어떤 경계를 넘었다고 믿게 될 때까지. 그러나 사실 그 일은 불가능한데, 그의 세계에는 그 어떤 경계도 없기 때문이다. 시의 육체와 내부와 외부가 없듯, 맹인의 이미지에는 안과 밖이 없다. 알을 낳지 않는 암탉의 자궁 안에서 썩어가는 흰 알들. 그것은 여전히 희다. 그것 속에는 오르페우스의 새, 혹은 늙은 주름처럼 접혀 있는 무한한 장미들이 들어 있다. 여자는 그녀의 두개골 속에서 부패해가는 쥐의 하소연, 혹은 긴 대사를 듣는다. 그녀는 생각한다. 자살을 계획하는 일의 이점은, 그것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끝의 날짜를 알게 되거나 안다고 믿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경계를 갖게 되는 것,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거대한 이점이다. 장미의 입술과 혀, 그 사이에는 어떠한 경계도 없다. 하얀 벽과 희지 않은 벽, 여자의 흼과 여자의 것이 아닌 흼, 그 사이에는 어떠한 경계도 없었다. 적어도 여자는 그것을 만지고 감각할 수 없었다. 알을 낳지 않는 암탉, 그것의 자궁 속에서 희고 단단한 것이 터진다. 끔찍하고 달콤한 액체가 흘러내린다. 여자는 하혈하는 고래처럼 흰 어둠 속에 잠겨들었다. 여자는 쥐의 운명을 상상할 수 있었다. 사랑받고 버림받은 어린 쥐의 종말을 여자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어린 쥐는 침울한 쾌감 속에서 새벽의 검은 우유를 마신다. 모든 말처럼 검은 우유, 오, 모든 말은 농담, 혹은 과장스러운 연극대사와도 같다.

어미 쥐 : 네가 훔쳐낸 대사를 내게 나누어주렴. 내가 네게 새벽의 우유를 나누어주었듯.

어린 쥐 : 어머니가 제게 삶을 나누어 주셨듯.

어미 쥐 : 내가 네가 죽음을 나누어 주었듯.

어린 쥐 : 어머니가 어머니의 부재로 돌아가고 있다면 나도 함께 데려가 줘요.

어미 쥐 : 나는 내 구석자리에 있었어. 그곳에서 내내 그를 바라보고 있었어. 그곳에서 그녀들이 돌아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어. 시체들, 시체들이 있었어. 그리고 이곳에도 시체들이 있어. 모든 것은 시체들이지. 농담의 시체들, 삶의 시체들, 죽음의 시체들, 붉음의 시체들, 살아 있는 그 모든 시체들. 내 피부 속 달콤한 것이 나를 저며 찢어내고 있어.

어린 쥐 : 어머니는 꼭 여배우처럼 말하는군요.

어미 쥐 : 그래. (멍하게) 어쩌면 네가 나를 고용했는지도 모르지.

어린 쥐 : (짜증스럽게) 그건 지금 말할만한 대사가 아니에요.

어미 쥐 : 선생님. 여동생이 날 기다리고 있어요. 난 언제쯤 돌아가면 되나요?

어린 쥐 : (작게 속삭이며)네가 원할 땐 언제든 돌아갈 수 있어. 다른 아이들이 그랬듯 너는 얼마든지 나와 이 시간을 두고 다른 곳으로 사라질 수 있어.

어미 쥐 : (잠시 생각하더니) 난 계속 하겠어요. 한 마리 꽃이 내 뇌에서 피어나고 있구나. 시체들, 시체들. 나는 그에게 나를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지. 그는 대답하지 않았어. 오래 지속되는, 악착같은 헐떡임.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어. 마치 유령처럼. 어제가 없는 내일처럼.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그 자리에. 이미 눈물과 함께 비어져나온 그 시선, 그걸 어떻게 눈 속으로 되돌리지?

어린 쥐 : 눈꺼풀을 벌리고 손가락으로 후벼파요.

어미 쥐 : 내가 계속 할 거라고 생각하니?

어린 쥐 : 무엇을?

어미 쥐 : 장미를, 거울을, 주름을, 숨을, 도살장을, 기다림을.

어린 쥐 : 그리고 벽을. 무엇보다도 하얀 벽을. 당신을 요구하지 않는 흰색을.

어미 쥐 : 존재하는 만큼 나는 숨을 참았지. 하지만 존재하기 위해 숨을 참았던 건 아니야. 오, 사실 그 반대일지도 모르지. 나는 존재했고 숨을 참았고, 그리고 나는 살아 있어. 자전하는 은하의 음부에서 헤엄치는 개들의 속삭임처럼. 잔해조차 없이 절멸한 겨울의 숨, 그것은 존재했던가? 한 번도 연주되지 못한 악보, 하얀 불 속에서 타들어간, 재조차 남지 않은 울부짖음들, 그것이 존재했던가? 네가 하라는 대로 했어. 나는 이미 오래 전에 내 눈꺼풀을 벌리고 내 눈과 내 응시와 내 눈물과 몇 개의 얼굴들과 이미지들을 후벼팠지만, 오, 얼굴들과 함께 녹아내린 내 손가락 고기, 붉게 꿈틀거리는 그것 외에 나는 그 어떤 다른 것도 발견할 수 없었어. 끝이 둥글게 말려들어간 낙엽이 예언하고 있는 누군가의 미래, 그것은 나의 비극이 아니었어.

어린 쥐 : 당신이 실패하는 것은 시를 쓰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예술은 무한한 실패이므로 당신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어미 쥐 : 그래서 너는 기꺼이 실패하겠다는 거냐?

어린 쥐 : 어머니, 보세요. 온 은하가 자전하는 동안에도 자전하지 못하고 폐쇄된 폐 속에서 부패해가는 숨이 있죠. 우주가 녹아내리는 동안에도 차가운 광학기계 속에 얼어붙어 조금도 떨지 못하는 이미지들이 있어요. 몽유병자의 발 밑에서 깨지는 순진하고 어린 굴들의 속삭임이 있고 어린 아이의 입 속에서 문드러지는 케이크의 딸기 토핑이 있어요. 나는 그 모든 것들을 연기할 수 있어요. 재로 뒤덮인 바다 위에서.

어미 쥐 : 너를 꿈꾸는 여자가 깨어나면 너는 사라지고 말 거야. 너는 오직 잠든 이의 숨결 속에서만 존재하니까.

어린 쥐 : 아니에요. 어머니. 그녀가 깨어난 뒤에도 나는 계속해서 존재했죠.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 동안에도 나는 끔찍하게 존재했죠. 이 미칠 듯한 지속을 나는 당신보다 더 잘 알고 있어요.

어미 쥐 : 얼어붙은 호수 위에 눈처럼 쌓인 달걀 파편들. 피 흘리는 벽 위의 뭉개진 그림자와 해마의 살해자들. 그는 나를 발견하지 못했어. 나도 나를 발견하지 못했어. 아니야. 사실 나는 나를 발견했어. 나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에 더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어. 나는 더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살아 있었어. 너처럼, 다른 모든 쥐들, 혹은 쥐들의 그림자처럼.

어린 쥐 : 사랑해요, 어머니.

어미 쥐 : 그래. 나도 그런 것 같구나. 네가 연기하는 그 영원한 거울 속으로 나도 초대해다오.

어린 쥐 : 거울 위에 향기로운 장미 기름을 발라 놓을게요.

어미 쥐 : (신경질적으로 검은 윗입술을 달싹거리며) 그래.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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