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메니데스가 갈라놓은 ‘좋음’의 세계, 가볍고 부드러우며 선명한 빛이 내리쬐는 존재들의 세계에 우리는 평생 진입하지 못할 것이다. 존재의 책임만큼이나 무거운 비존재의 응달에서 우리는 빛을 헤매는 존재들을, 무수한 날개를 맞비비며 가벼운 빛을 따라 상승하는 하루살이들을 하염없이 올려다보기만 할 것이다. 그들의 날개에서 날리는 분진들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가볍겠지. 존재하지 않는 자들의 몸은 우리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여리고 예민해서 눈동자 위로 내려앉는 빛의 분말들을 모조리 다 앓아낼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오래도록 눈이 멀 것이고 오래도록 어둠이 영사되는 스크린만을 바라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