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단 숨만 삼킨다. 줄무늬가 닳은 노인들은 짭조름한 핏물만을 주워 먹었다. 미끈한 피부를 반짝 자랑하는 신사 숙녀들. 늙어 닳은 모공은 터럭들을 떨군다. 질긴 고래 수염을 배배 꼬며, 그 애 집에는 단 물이 샜다지. 할머니는 비내음으로 옷을 빨았대. 시꺼먼 아이는 누구보다 빨리 살이 쪘다. 울퉁한 아스팔트 사마귀를 흰 배로 뒤덮고, 보드라운 파도살을 찢어내며 틔워낸 꼬리뼈. 소년은 작은 수돋가에서 발 젓는 연습을 하고는 했다. 새빨간 숨열매가 우므러져 마른 횡단보도는 낙엽마저 잊고 단 숨을 들이켰다. 재게 물장구치는 고래 씨앗을 건져올린 이는 말라깽이 소년이었다. 날갯짓 틈바귀 늙은 배꼽에 첫 숨을 옮겨 심고 아이는 도망쳤다. 헤엄치는 법을 잊은 어른들은 껍질만을 발견했다. 튀어 묻은 햇살을 겹겹이 벗겨내며, 세상에 얼마나 배를 곯았으면. 발간 사마귀 진물을 모조리 쓸어담은 경찰들, 그러나 흥건한 단물만은 희게 묻어 두었다. 시민들은 겁에 질려 단숨을 모조리 게워냈다. 살이 올라 둥글어진 고래 무덤. 밤을 틈타 소년은 얼음 송곳으로 배를 찢고 단물을 두둑이 챙겨 갔다. 강이 자라 녹녹한 뱃속에선 봄이 피어났다. 노란 꽃잎들, 간지러워 아이는 키득댄다. 샛노란 봄, 다리뼈만큼이나 재게 지적대지. 꺄르륵 우물거리는 단물 깊이처럼 고래는 배를 불렸다. 고추 열매 들큰히 틔워낸 어린 입맞춤. 고래 숨구멍 빼곡이 올라타 질금 노래 쏘아 띄운다. 제물로 달아 놓은 노란 구름 뭉치. 한움큼의 계절 아래 둥근 배를 두둥실 띄운 산모들. 짠물 먹고 희게 보풀은 무덤들. 작고 늙은 숨망을 빠글대는 태고의 바다. 하이얀 거품 바글바글, 소년은 분만실로 기어들어갔다. 섧게 엷은 숨 껍질에 온몸을 비적였다. 언 다리가 시려워요. 끌어안은 거품들 뽀글뽀글, 아 그래도 단숨만은 흐으으. 소란을 잉태하고 침묵을 낳는 임부들. 누런 봄 이파리 항문에서 새었다. 태변에 독올라 죽었어요. 안아보시겠습니까? 분명 향일한 계절이 피었어요. 노란 치맛살 재재대는 날갯짓들 단물을 날랐죠. 이렇게 말랐을 리가 없어요. 샛노란 강이 흘렀는걸요. 안타깝군요. 고래는 짠물만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