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피를 마시고 자랐어요

콩쥐는 옹이 구멍에 꿈을 누었다
오줌이 산맥을 적시었다 공주의 꿈
냄새를 맡고 초혼된 왕자는 밤눈이 어두웠다
물렁한 질에서 팥쥐를 낳던 밤에야
계모는 낡은 집 그득 들어찬 왕자 무리를 보았다
구원을 어음받고 기어든 두꺼비들이 두 다리로 걸어 나가고
앉은뱅이들이 프로이트에게 히브리어를 가르쳐대는 아수라장에서
갓 난 팥쥐는 어미처럼 왕자를 믿었다
아비를 닮아 팔다리 하나씩은 유령이었지만
세 손 세 발 타고 난 탓에 누구도 이상히 여기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유월을 앓다 안락사한지 이틀이 지나서도 섹스하지 않을 것이었는데
어미의 환상통을 대신 갚는 의식이기도 했고
들키지 못할 세 번째 손 세 번째 발이 부끄러워서기도 했다
콩쥐네 내력을 잘 알던 무당은 이렇게 노래했다

개처럼 낳아라, 토끼처럼 싸질러라,
악귀를 낳기 싫거든 어미를 배어라.

팥쥐를 낳아본 계모는 예언의 둥근 수형을 알고 있었기에
복비도 주지 않고 노파를 내쫓았다
치매노인은 무당의 방언을 하다 일본어로 염을 외다 개처럼 짖다
끝내는 덜 죽은 너를 울다가
절정에 달해 쓰러지고 말았다
잠꼬대처럼 여러 방언과 이름이 새어나왔다
썩지 않는 유월 가스가 노파의 배를 부풀렸다

노인은 어릴 적 자궁을 도려내었다
팥쥐는 낯 모르는 유월을 훔쳐내 그녀 대신 앓았다
유령의 사지와 죄를 타고난 팥쥐는 자연스레
신병을 겪고 무당이 되었다
잊힌 우리말로 비명하는 조상의 유월로 매일 울었다

겸손한 유령들은 끝끝내 너만 앓다가 떠났지만
소리 쫓는 유령은 그녀 몸에 저마다의 사지를 심어내며
훔쳐낸 외국어 이름까지도 비명했다
사월 죄도 없이 씻기운 날들은 그녀 몸으로 매일 짓쳐드는 사월을 앓는다
팥쥐는 매달 서른 개 남짓의 외국어로 울다가 꼭 서른 날 동안 혼혈아를 낳았다

갓 태어난 콩쥐는 일본말로 옹알이 하며 도망쳤지만
조선말 억양을 알아차린 왕자가 다시 끌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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