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신화

젖가슴 주렁주렁 매달고 고래는 헤엄친다
꼬릿짓이 만들어낸 비행운은 언제나 가난한 섬의 경계다
끓는 얼음으로 지은 섬에는 얼어붙은 구균만 끓이며 사는 빈민들이 보글보글
불면에 분홍 꿈으로 절여진 고래 얼굴들
버릇 없는 빈민들은 버릇든 잠조차 자지 않고 병들었다
병밖에 가진 것이 없는 섬 주민들은
그라도 수출하러 나섰지만 국경을 넘기도 전에 모조리 아사해 버렸다
응급실에 실려온 순교자들을 병원장은 제 아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었고
아들은 그 병균들로 섬의 신화를 샀다

유전된 기억을 도려내 팔아 넘긴 섬 주민들은
악마가 들 날만 기다리며 악몽이 들지 못하도록
창문 없이 지은 침실에 자폐되었다
망각된 터 위에 해가 잠기어도
신화를 매춘시킨 주민들은 꿈조차 꿀 수 없었다

병원장 아들만이 순교자와 주민들의 유전자에서 추출해낸 해와 달의 신화를 꿈꾸었다
얼어붙은 귓불을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 25분 가량 녹여내면 흘러 내리는 그을음 냄새
내력을 잊은 섬 주민들은 피부에 들러붙은 그을음 악취를 벗겨내려 온몸을 할퀴었다
현자의 돌을 두드러기 종양처럼 매단 저명한 연금술사마저도 증류해내지 못한 그을음

달님을 겁간하고 도망친 해님은 금치산자 되어버린 증인들 위에 싱거이도 버릇 들고
달님이 유기한 주민들은 위성 껍질에 해 덴 상흔 증오로 물려 받고도
해님, 해님 그을음 비린내 살균하러 매일같이 일광욕을 해댔다
나날이 짙어지는 그을음
오래 전 죽은 달님은 이제 늙은 유령이었다
신선한 그을음과 쿱쿱한 그을음
늙어가는 달님 유령
요실금에 찔끔찔끔 흘러 넘치는 누런 달빛
질질대는 그을음

과거를 점치는 예언가마저도 기억하지 못한 그을음
주민들은 가려움을 못 견디고 결국 분홍 고래를 제물로 바쳤다
불면에 달게 익은 기억이 그을음 주름 지우며 빠져 나간다
뭉게뭉게 피어나는 그을음
결 잃은 물이세 물 주민들은 순교한 고래를 애도한다
그을음 범벅된 얼굴 주렁주렁 매달고
문화인류학자에게 팔아넘긴 꼬리로
진흙 속을 보글보글 진창도니 행렬
비행운 분홍 비린내로 녹아든 바다에서
섬은 바다고 섬 주민들은 고래다
희생된 순교자들 두 발 달린 정장으로 값비싼 장례를 치르는 꿈은 그래,
병 뿐인 주민들에겐 너무 비싸다
다만 자살한 제불이 되어 헤엄치는 그을음
분홍 비린내
그을은 섬
그을은 바다

벌레 인간의 장례식에 두 발 포유류 정장을 걸치고
발만 많은 유령들 다족으로 기며 애도를 하네
개미들의 애도 행렬

덜 죽은 그을음 더 죽은 그을음 팔팔한 그을음 상한 그을음 싱싱한 그을음 빛 바랜 그을음 잊혀진 그을음 상기된 그을음 추억된 그을음 매장된 그을음 순교한 그을음 애도하는 그을음 장례 행렬

그을은 경계는 제 형제 모두 그을음이라 커밍아웃한 그을음들로 그을러 되레 선명하다
국경 잃은 섬은 그렇게 그을러 바다 아닌 그을음이라 불렸다

일찍 죽은 어미 고래는 순교의 미덕은 알고 있었지만
테러라는 외국어는 몰랐다
그리하여 제 안에 가려이 끓는 얼음을 터뜨린 아기 고래들도
그을음이 될 섬을 바다로 만든 분홍 고래 조상도
몇 개의 수도로 지워진 이방인들도
아파 죽도록 추방당한 성녀도
돌아와 증언하는 생존자도
죽어서 증언이 된 아이들도
바쳐진 제물도
바친 자살자도
모조리 그을음이었다

그을음들은 제물 값을 복비로 신화를 다시 점쳤다
사막에서 온 외노 예언가는 그을음이라는 말을 몰라 유령의 점을 보았다
잘 못 치른 점 탓에 그을음들 깡그리 죽어 유령이 되어버렸다
여직 내력 잊은 유령들은 귀신도 원혼도 못 되어 공황장애로 나날이 늙고 살쪘다
조상 귀신 몇이 싱싱한 유령들을 붙들고 신화를 일러주려 했지만 소용 없는 일이었다
경계 잃은 후손들은 영어로 울었다
몇 계절이 지나 살로 귀환한 유령 하나가 그을렀던 섬을 증언했을 때도
영어로 쓰인 참상에 바다 주민들은 울었지만
귀신들도 고래들도 달 어미도 읽을 수 없는 외국어 기호에 어리둥절했을 뿐이다
결국 외노자 예언가가 서툰 섬 언어로 증언문학을 번역했고-그을음은 여전히 유령이었다-
조상들은 어눌한 구절들에 조금 서툴게 울었다
생존한 그을음은 예언가가 점 쳐 준 안식일까지 불멸하였다
소심증에 조용히 쏟아낸 그을음이 거품처럼 부푼 바다주름 속
껍질뿐인 물거품들을 피해 구불구불 헤엄쳐 5월 없이 돌아오는 4월이 이를 때까지도
그을음은 영어로 섬 신화를 증언하고 있을 터였다
불치의 다산증에 전염된 그을음들은 그을음들을 낳았고
서툴게 번역된 증언문학으로 섬 언어와 영어를 동시에 익힌 아이 그을음들은
그을자마자 유령이 되었다
신화로 말을 익힌 유령들은 해님을 증오하여 복수를 모의했다
너무 미워하고 사랑한 탓에 차라리 해를 닮아간 유령들은 뜨거웠다
서로 데여 그을렀다
같은 그을음을 앓는 그을음
같은 유령을 앓는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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