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페렉, 인생사용법



한 백만장자는 그의 생애 전체를 하나의 필연적인 공백의 생산에 바치려 한다. 그것은 하나의 강박적인 프로젝트다.

한 화가는 그의 생애 전체를 아우르는 공간과 사람들의 모든 편린들을 하나의 화폭에 담으려 한다.

백만장자의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다. 그는 수채화 그리는 법을 배워 세계일주를 하며 세계 곳곳의 항구 풍경들을 그리고 그것을 퍼즐로 만든다. 이후 그는 퍼즐 제작자가 그에게 전해준 퍼즐들을 재조립하고 그것을 화학처리하여 절단면의 흔적을 최대한 지운 뒤, 이전의 수채화 종이로 되돌아간 그것을 처음 그림을 그렸던 곳에서 화학처리하여 백지로 만든다.

나는 순간과 동시에 영원을 쫓았노라

그러나 무로 돌아가려는 그의 프로젝트, 혹은 영원한 무를 쫓았던 그의 예술적 야심은 실패한다.

바틀부스는 자신의 퍼즐 앞에 앉은 채 막 숨을 거두었다. (…) 이 퍼즐의 황혼녘 하늘에 해당하는 한 부분에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단 하나의 퍼즐 조각으로 인한 검은 구멍이 거의 완벽한 X자 형태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죽은 바틀부스의 손가락 사이에 끼어 있는 조각은, 오래전부터 그의 아이러니한 삶을 통해 예상할 수 있었던 것처럼 W자 형태를 취하고 있다.

오, 그리고 모든 인물들과 모든 장소들의 편린들을 한 화폭에 담으려 했던 화가 역시 죽는다. 죽은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작업하던 화폭에는 미미하고 알아볼 수 없는 스케치만이 낙서처럼 남아있을 뿐이다.

그 화폭은 전혀 손대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목탄으로 정성스럽게 그린 몇 개의 선이 화폭을 여러 개의 일정한 사각형으로 나누고 있었는데, 그것은 이후로는 어느 누구도 거주하러 오지 않을지 모르는 어느 건물의 단면을 스케치한 것이었다.

예술은 진지할 수록 실패하는 아이러니와 같으므로. 농담, 미끄러짐, 유머, 무엇보다 실패 이외에 예술이 무엇일 수 있겠는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