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

마술 주머니가 자꾸만 저를 쏟던 성탄절에는
너도 너를 쏟아낸다 전부 흘려내면
새 주머니를 선물받지 않을까
지겨운 물이 들고 나는 동안
빈 주머니에 차오르던 남의 모래

쌓여든 모래성은 단지 쌓여 있는 것만으로 족하다고
제 모래에 잠겨들던 아이들의 재를
들이붓던 행인에게는 주머니가 없었다
모르는 모래알이 가려운 너는 아니요 모래 대신
새 주머니를 주세요

쉬운 몸이 너는 어려워서 쌓다 질려 묻다 질려 차라리
잠가 두었던 모래는 쉽사리 저를 누설했고
황사가 모래 바람이던 봄들에 성탄절은 일렀지만
추위로 생일을 점치며 저를 조산해낸 개나리
갑작스런 이상기후에 낯선 언어를 살아버렸듯
들고 나던 너희들 다시
나고 들던 너희들 당신 너
주머니는 아직 성하다

비밀을 들킨 마술사는 산타도 광대도 못 된 노인일 뿐이라고
어머니는 은밀하게 고여든 모래를 처리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쓰레기장에서 쓰레기 대신 그을은
모래 아래 모래를 숨기며 또 무얼 흘리던 네게도
주머니가 있었지 덜 젖은

성급한 주머니들은 성탄제를 기다리다 지쳐
모래로 저를 채우고 가라앉았다
어려서 가볍던 모래들로 너는 떠올랐지만
여남은 구멍에서 자꾸 무어가 새는데
마술의 재료로 쓰일 것이었던 모래들
겹겹이 저를 벗는 소리
들켜버린 모래를 자꾸만 허물며 숨겨 보아도
들고 나던 너희들 다시
나고 들고 있는데
서로 우는 소음이 못내 지겨워 너를 묻던 사구
죽은 아이들이 잠겨든 사구는 너무 크고 작은 무덤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