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든 눈에는 자꾸만 마른 모래가 차올라요 참지 말고 울라는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주기적으로 무너지던 너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꼬마애와 눈이 마주쳤을 때 아이는 제 마른 눈을 자랑하며 히죽대었다 그래도 너는 울어야 했다 울어야 한다 울 수밖에 없다 그래요 이건 건강한 눈물이에요 친환경적인 눈물이에요 싸구려 패스트푸드로 흘려내는 기름진 눈물과는 다르지요 나는 채식주의자랍니다 이슬과 풀잎으로 달여낸 눈물은 깨끗하지요
주기적으로 울어내지 않으면 말라 죽는답니다 알바스트로도 고래도 나비도 모두 울었지요 울어서 젖었지요 좋은 기름이 마구 흘렀지요 친환경적으로 타오른 동식물들은 친환경 생체 연료가 되었답니다 나도 좋은 기름으로 울 거예요 유익하게 젖어서 친환경 연료가 될 거예요 활활 타올라도 신선한 수소와 산소만을 방사하는
미래적인 인간이지요 건강한 울음이지요 그러려면 젖어들어야 한답니다 아이야 울지 마렴 더러운 기름은 환경을 해친단다 공룡들과 식물들의 오랜 몸뚱이들이 말라붙어 더는 태워낼 수도 없다는데 굳어버린 눈곱들은 유골이 되어 화석이 되어 늙은 행성을 겁간하고 있다는데
그래요 나는 사막에 가본 적도 없어요 거울 속에서 온종일 젖은 눈을 들여다보면 동그란 눈구멍 두 개 겨우 그 자그만 구멍 두 개 누구도 겁간한 적 없는 구멍 두 개마저 하얗게 매캐하게 말라버리고 그래요 그 구멍 두 개가 당신들은 참 우습지요
그 소굴로 분신해 들어갈 영웅들을 구하오
사막이 고팠던 아이들 모래 먹는 버릇을 못 버린 공주님들은 땅굴로 기어들어가 분신하였지만 끝끝내 타오르진 못했어요 모래맛을 아는 영웅들은 사막의 주민이 되어버렸죠
효용 없는 계절 타오르지 않는 몸뚱이들은 언제나 적자일 테지요 괜찮아요 나는 사막을 모른답니다 내가 울게요 더 젖어서 더 녹아서 산 채로 수소와 산소를 방사하면 어때요 이렇게나 축축한데
친환경 연료가 된 아이들은 물귀신으로 물로 아른아른 손짓하는데 젖은 사막은 사막이 아니라고 젖어서 사막이 아닌 거라고 젖어도 사막일 수는 없는 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