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소돔의 왕자님 뭍에 닿기 전에 공주님은 죽어버리고 말았어요
관성으로 어여쁜 먼지투성이 침 거품 쓰다듬으며
여보, 입맞추어도 공주님 산산난 물거품만 빠끔대었죠
선생님, 죽음은 회복기의 증상이지요 중풍이 심해진 것 뿐이지요
매일 삼십 분의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호전될
죽음은 증상이 아니라 병이랍니다 살아 있지는 않지만 아주 조금 더 혹은 덜 살아 있게 되는
왕자님 공주님 짠 핏물로 목욕을 하고 갈증난 하늘에 먼 해양 고래 과육 흘러내리던 시온의 밤에는 오르키데 변종이 욕조에서 자라났어요
왕자님은 공주님 공주님한테서 왕자님 냄새가 나요
으무른 항문 깊숙이 환멸이 추억으로 익어가고
왕자님은 제 가랑이 사이 공주님 내장에서 숙변 대신 신선한 틈을 긁어냈어요
거기 자라난 여름 벌레 날개 두 쌍
겨울 피해 숨어든 고모라의 자손들
똥물 울렁이든 계절 틈에 지긋이 소란하던 괴벽의
유언으로 삭혀낸 침 흥건한 휴지 뭉치 떨구던

시즙 질질대는 공주님 오르키에 입맞추고 왕자님 미안해요 잘못했어 더 더러웠어야 했는데 더 냄새났어야 했는데
썩은 오줌 입술에 바글대며 뻐끔뻐끔 산산난 물거품만 우울었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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