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의 거미는 초콜릿으로 그물을 짓는다
갑작스레 비어버린 초콜릿 공장에서는 초콜릿 열매 그 내밀한 살결을 태워내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초콜릿색 연기를 들이켰다 초콜릿 냄새가 났다 따끈한 살이 녹아가는 비린내 낯선 열매의 재는 달았다 너무 달아서 그걸 마시고 조금 살이 쪘던 아이들
부른 뱃살은 초콜릿 살결 성급히 포장된 초콜릿들은 얼굴이 안으로 곱아든 불량이었다 질질 끌려가면 찢긴 구멍에서 초콜릿이 새었다 최후의 초콜릿들은 제 포장지로 그걸 닦아내야 했다 지겨운 단내에 멀미하며 초콜릿을 토해낸 탓에 닦아도 지지 않는 초콜릿 웅덩이에서 헤엄치며 깔깔대던 아이들
초콜릿 나라 초콜릿 공장은 이제 우리 거지요 불량 초콜릿들 토막토막 쓰레기 봉투에 밀어넣던 초콜릿들 초콜릿 공장장이 심혈을 기울여 선별해 놓은 폐품들은 열대에 서로 녹아 새었다 이상기후에 추웠던 열대야에는 흐르며 얼었다 층층이 엉기던 초콜릿들 굽은 등 모르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엉글던 초콜릿 덩어리 봉투 밑으로 질질대던 초콜릿 국물 끈끈해서 더러워서 자꾸 토해내서 더는 닦이지 않던 초콜릿즙만은 소각로에 던져지지 않았지만 저 홀로 너무 많은 저를 녹여내던 초콜릿들
초콜릿 강에서 초콜릿들 나를 녹여 주세요 유혹하던 노래를 흥얼거리며 잘못 자란 얼굴을 잘라내면 도르르 녹지도 않고 흘러버리던 초콜릿 조각 그래도 불량이다 미치지 않으려면 초콜릿을 마셔야 하지요 나는 초콜릿을 마시고 살아남았지 뿌듯한 얼굴은 불량이 아닌가 조금 그을은 머리에서도 초콜릿 냄새가 나는 듯한데 나를 녹여 주어요 혀끝에서 목구멍으로 흘러가는 초콜릿은 쓰고 짜고 또 달았다고 먹어 보아서 안다고 초콜릿은 없는 머리를 끄덕이며 초콜릿 차를 좀 가져다 드릴까요
초콜릿 공장의 모든 초콜릿은 기실 불량이었다 공장장이 공장을 모조리 태워내고 도망치던 밤에 굴뚝 위로 올라가던 최후의 숨결도 온 마을 뒤덮던 안개도 결도 없이 새어가던 물도 모두 초콜릿이었다 타면서도 자꾸 끈끈한 저를 흘리는 초콜릿 안개를 들이키던 아이들 서로 젖어들던 초콜릿들 그을은 냄새마저도 불량이어서 공장장은 불량품 지글대던 공장의 문을 잠갔다 저를 가둘 감옥에 미장질을 하느라 식사시간마저 잊고 골몰하던 수형자의 버릇 같은 소명
마지막 불량품 공장장이 그을은 제 피부에 불붙이고 뛰어들던 열대는 이상기후로 추웠고 우리는 초콜릿이었다 달콤한 초콜릿 조금 쌉싸름한 내 초콜릿 네 초콜릿을 마시고 날아오르던 초콜릿 끝끝내 고여 그을던 초콜릿은 더 달아서 치욕스러운데 어쩌나 살아남으려면 초콜릿을 마셔야 하지요 달콤한 나를 녹여주어요 우물우물 나는 당신의 달콤한 초콜릿바
초콜릿 비가 내리던 우기에는 숨만 쉬어도 초콜릿 맛이 났다 야자수도 고사리도 고양이도 고릴라도 거미도 초콜릿을 벴다 초콜릿 유령들 알알이 저를 떨구던 까닭은 이제 초콜릿 단 맛이 지겨워서 너무 많은 유령이 매달린 나무마다 몸이 달아 저를 으무르던 초콜릿 울어내던 초콜릿 질질대던 초콜릿 쏟아도 다시 내리는 단비 흐르면서도 고여들던 초콜릿 서서히 썩어가는 비린내 그을은 초콜릿 탄내 갓 지은 거미줄 틈틈이 엉기던 물집도 초콜릿으로 지어낸 거미집도 초콜릿이었고 그게 지겨워 도망치던 날벌레도 저를 흘려버리던 유령도 안개도 단내에 홀려들던 나비들도 그걸 마시고 녹아가는 거미도 초콜릿
그 초콜릿으로 초콜릿은 초콜릿을 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