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여름해가 들어도 늙지 않도록 어미는 태아의 망막에서 버릇든 연골을 도려냈다
물과 뭍이 섞여드는 물지욱 스미어 유년의 지느러미들은 자연스레 변색되어 떨어져 나갔다
낯선 굴절의 초상을 보며 늙지 못한 아이는 남의 우울만 울어야 했다
여름은 제 이름도 모르고 찾아왔다
습관 없는 맨눈에는 채 바래지 못한 친구들 환각지가 선연했다
비색으로 흐적대는 유령 탓에 계절은 온통 흐렸다
엄마 엄마 물비늘 근지러 견딜 수가 없어요
해 들어도 쫓겨나지 않은 어둠에는 살만 썩은 고래 등뼈가 우수로 할딱댔고
잊지 못한 자화상 시신들 지느러미 파들대었다
달 초상 음화된 윌리들의 장터에서 때 이른 인어 아이
변색된 물거품으로 유령을 포획하려 했지만

썩은 목소리에 환각지 낄낄대며 빠져나갔고
어미는 끝끝내 유령을 믿어주지 않았다
부활한 납인형 귀접하는 불면의 버릇을 아이는 불현 듯 기억해냈고
경계 녹은 물과 뭍에 되엉긴 윌리 꼬리 시취가 진동하는 탓에
호명의 가식마저 구역질해야 했다
마침내 떨어진 지느러미 유령마저 되돌아왔다
철지난 유언에 아이는 비명을 질렀다
머지 않아 발굴될 해저의 여름에 벙어리 어미만 귀 먹은 인어를 쓰다듬었다
부패한 물거품만 물결 한 방울 삼키지 못하고
침묵마저 유산한 무덤처럼
늙어빠진 여름을 쫓아 비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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