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태어난 감옥 아이들은 미리 갚은 죄값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지요권태기의 모세들은 제 발로 강에 뛰어들고 뤼크레티아는 처녀혈 쏟기도 전에 목을 꺾어 봄을 불러요 미리 타버린 여린 자궁 제전의 횃불 속에서 낄낄거리고 한 바퀴 먼저 부른 봄은 지난 여름에 미리 피어났지요 지겨운 처녀들 차라리 화형대로 기어들고 얼려놓은 플라스틱 별님은 벌써 부패한 야광빛으로 반짝거려요 치매 걸린 달이 … Continue reading 유폐되어 태어난 감옥 아이 : 꿈꾸는 괴물을 꿈꾸다 대화를 몽상하며
[월:] 2022년 07월
어부
어젯밤엔 제법 열렸지 지느러미 거품그래, 먼 구름 좇던 늙은 인어도다릿짓 멈추고 입맛 다셨으니싯누런 이빨 들이밀어도어림 없지, 바꾸어 줄 리가자네 무얼 하나 젖은 비늘 짜 말리지조만간 동그라니 무지개가 필 걸세어이 그만 두시게 마른 꼬리뼈엔 헤엄을 걸면 안 돼시린 발짓은 쉬이 꺾여버린다오그럼 어디에? 으흐, 흠 이리 주시게짠물 서린 자리 봐 두었지퉁퉁한 별빛 서너개는 걸리어도지느러미질 찰박 신명나더군그렇게 시퍼런 … Continue reading 어부
고래 아이
고래는 단 숨만 삼킨다. 줄무늬가 닳은 노인들은 짭조름한 핏물만을 주워 먹었다. 미끈한 피부를 반짝 자랑하는 신사 숙녀들. 늙어 닳은 모공은 터럭들을 떨군다. 질긴 고래 수염을 배배 꼬며, 그 애 집에는 단 물이 샜다지. 할머니는 비내음으로 옷을 빨았대. 시꺼먼 아이는 누구보다 빨리 살이 쪘다. 울퉁한 아스팔트 사마귀를 흰 배로 뒤덮고, 보드라운 파도살을 찢어내며 틔워낸 꼬리뼈. 소년은 … Continue reading 고래 아이
피안개 만찬
삼촌은 뜨끈한 손가락을 자꾸만 베어냈다. 말라붙은 손가락에서 둥근 지문이 뻐끔, 맴을 도는 날갯짓. 뜬 눈으로 잠든 비늘들만이 푸흐흐, 설운 입질을 삼켜낸다. 익지 않는 고기는 이미 썩은 쓰레기 뿐이지. 몽글한 살내음 달게 차오른다. 발간 기억을 덜렁이며, 이제 내겐 마른 혀조차 없소. 흰 비늘을 한 겹 한 겹 섧게 게워낸다. 얼멍 뒤얽힌 체온이 어지러워. 다리를 벌리고 방만한 … Continue reading 피안개 만찬
맹목의 물방울
파르메니데스가 갈라놓은 ‘좋음’의 세계, 가볍고 부드러우며 선명한 빛이 내리쬐는 존재들의 세계에 우리는 평생 진입하지 못할 것이다. 존재의 책임만큼이나 무거운 비존재의 응달에서 우리는 빛을 헤매는 존재들을, 무수한 날개를 맞비비며 가벼운 빛을 따라 상승하는 하루살이들을 하염없이 올려다보기만 할 것이다. 그들의 날개에서 날리는 분진들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가볍겠지. 존재하지 않는 자들의 몸은 우리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여리고 … Continue reading 맹목의 물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