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머거리들은 눈썹뼈로 썰물 발자욱을 듣는다
질투 많은 맹인은 눈꺼풀에 오이디푸스의 저주를 새기고
철지난 장애를 추억했다
습관의 시간에 모사해 놓은 여름 나방 날개로 달인 찻물을 들이켰다
엄마를 보관해 놓은 물거품이 찢어지고
직녀성 비명이 은근한 무덤을 통째로 낚아올렸다
본 적 없는 꽃잎의 분홍 시취 대신
오래 머금어 홀로 익어버린 몽상을 음미하며
맹인은 늙기 전에 태어난 예언의 날개짓 매장된 찻물 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오랜 썰물에 구토해 놓았던 유언들이 실없이 익어가며 망막을 휘저어 놓았다
어미 잃은 눈알은 희멀겋게 녹은 지 오래였지만
잊지 말고 잊으라는 고백처럼 성긴 지느러미질에
모유는 바닥부터 엉글어 버터로 변했다
누런 기름은 괴상한 구가 되었다
맹인은 뼈만 남은 환상으로 빛을 모사했다
유령은 그림자가 없다고
우물을 발굴하는 고고학자들이 외쳤지만 맹인은 이집트인들의 뒤틀린 두 발이 교정된 사자의 서로 에칭해 놓은 두 눈알을 증거물로 제출하였다
그것이 죄요
재판관들은 유리알에 음각된 휘슬러의 색채와 마네의 평면과 그리스인들의 이상과 중세인의 진실을 보았다
만장일치로 정의를 자연을 선고받은 맹인은
습관의 시간에 재워 둔 숨으로 가느란 다리뼈 유적들 모아 적셨다
이카루스를 모사한 솜씨는 그럴듯했다
그는 달밤에 돋은 환각지로 신방을 빠져 나갔다
새벽 명암에 훼손되지 않은 바알간 유령 휘적이며 나아가는 맹인을
추억의 감실로 기어들던 아이들이 덜 자라 삐뚤빼뚤한 손뼉으로 배웅하였다
굶주린 아이들은 피로마저 소진하여 북방의 신화처럼 척추만 앙상했다
맹인이 뱉어낸 가래침을 거렁뱅이들은 무지개 서리 낀 사탕처럼 달게 핥았다
영혼마저 적선하려는 자살자 그리스도의 오랜 습관을 억누르고 맹인은 떠나갔다
여러 목소리의 값으로 팔았던 오필리아의 지느러미 비늘들 달각대며 배부른 맹인은 달비린내 진동하는 밀물 찾아 헤매었다
비늘만 앙상한 꼬리뼈는 헤엄치는 여름을 견디지 못하고 부패해갔다
달의 부활절을 두 계절 남기고 맹인은 가라앉기 시작했다
바알간 유령은 햇빛에 공명하여 녹아버리고 구멍만 남은 머리에서
오필리아들의 비명이 풀려났다